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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끝없는 굴레
작가 : 차은별
작품등록일 : 2020.8.22

'살려주세요'라는 단어에는 무수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무수한 의미들 중에 공통점은 오직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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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8-23 21:42     조회 : 262     추천 : 1     분량 : 4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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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한 어두운 공간. 수연은 깜깜함에 익숙해지기 위해 눈을 감았다, 뜬다를 반복한다. 어느 정도 깜깜함에 익숙해져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없다. 수연은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의자에 몸과 발이 묶인 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수연은 고개를 푹 숙이며 체념을 한다.

  ‘오히려…….’

  그때 문이 열린다. 갑작스런 불빛에 수연은 인상을 찌푸린다. 문이 열리고 남자가 들어온다. 오늘 자신에게 길을 물어본 남자다.

 

 

  정처 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수연에게 말을 걸어온다.

  “저기…….”

  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뒷걸음질 친다. 남자는 종이를 내밀며 묻는다.

  “아. 저 나쁜 사람 아니고 길 좀 물어보려고요. 제가 여기를 가야하는데 어떻게 가야하나요?”

  남자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묻자 수연은 긴장을 풀고 길을 알려준다. 남자는 이 길이 초행길이라며 재차 설명을 해주라고 한다. 남자는 수연이 눈치 채지 못하게 천천히 수연의 옆으로 다가가 수면마취제를 적신 손수건으로 수연의 코와 입을 막는다. 수연은 반항 없이 쓰러진다. 남자는 수연을 안아 자신의 차에 태운다.

 

 

  20년 전, 성당에서 나와 어머니와 달 둘이 살 작은 방을 얻었고 그렇게 살던 대로 살던 어느 날 어머니가 췌장암 중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준은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나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고 그런 생각 적분에 어머니의 건강은 호전되었지만 5년이라는 그 시간 안에 엄마는 재발이 되었다.

  태준의 의사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어머니는 단념을 한 건지 태준의 손을 잡는다.

  그렇게 몇 달 후, 태준의 하늘이 무너졌다.

 

 

  태준은 눈을 감고 있는 수연을 가만히 보며 중얼거린다.

  “이런 애를 내가……. 그래도 외동딸이니 협박은 되겠지? 깨어나도 겁먹지 마. 너희 아버지한테 사과만 받고 바로 보내 줄게.”

  진짜 그거면 됐다.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가 식탁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때 방에서 부스럭 거리며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잘 잤어?”

  태준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수연은 몸을 움츠린다.

  “걱정 마. 네 아버지란 사람이 내 말만 잘 들으면 아무 탈 없이 집에 보내줄게.”

  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납치당해서 죽게 생겼는데……. 내 말을 들어주겠지.”

  수연은 입술을 깨문다. 태준은 코웃음을 치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리고 핸드폰 화면을 수연 쪽으로 돌린다. 핸드폰 안에 수연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인다. 수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당신의 딸이 보입니까?”

  -너 누구야?

  “하긴 당신이 죽인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지.”

  수연은 눈을 들어 태준을 본다. 태준의 눈이 슬퍼 보인다.

  -너 누구냐고!

  “…….”

  -한수연!

  수연은 자신의 이름에 놀라 화면 속의 자신의 아버지를 본다.

  -너 지금 어떤 새끼랑 있는 거야!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당신 딸의 이름이 한수연?”

  -너 이 새끼…….

  “딸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모양이지?”

  -응? 설마……. 너 납치됐냐?

  아버지란 사람이 시큰둥하게 묻는다. 수연은 여전히 흔들리는 눈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본다.

  “10억 준비해. 안 그럼 네 딸 죽어.”

  수연은 놀란 눈으로 태준을 본다.

  ‘대체 저 사람은…….’

  -죽어? …… 네 맘대로 해.

  태준은 놀란 얼굴이다.

  -야, 한수연. 네가 얼마나 멍청하면 납치를 당하냐? 너 죽인데……. ‘살려주세요’해. 그럼 누가 알아? 너 살려줄지?

  아버지란 사람의 말을 듣고 태준은 경악스런 표정을 짓는다.

  -얼른! 안 그럼 너 죽어. 히히히히.

  수연은 아랫입술을 잘근 깨문다.

  “사…… 사, 살려…… 주세요…….”

  태준은 수연을 본다. 핸드폰 속에선 괴기스런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주 재미있군. 히히히. 이 봐, 당신. 지금 내 말 듣고 있지. 10억? 웃기지 마. 멍청하게 납치 된 딸 구할 돈 없어. 있어도 안 줘. 당신 가족이 내 환자였나 보지? 그러니 저 멍청이를 납치했겠지. 살려주려면 살려주고 죽이려면 죽여. 난 상관없으니까. 크하하하하.

  수연의 아버지는 전화를 끊는다. 태준은 수연을 본다. 수연은 소리죽여 울면서 계속 살려달라고 읊조린다. 태준은 수연의 앞으로 다가간다. 처음 봤을 때 눈이 울고 있었다. 멍청하게 돌아다녀서 나한테 납치당한 게 아니었다. 슬픈 눈이 자꾸 떠오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태준은 수연을 묶었던 줄을 풀기 위해 수연의 앞에 쪼그려 앉는다.

  “살려주세요…….”

  “네 아버지란 사람이 전화를 끊었어. 이제 그만해.”

  태준은 전화를 했을 때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말한다.

  “지금 풀어줄게. 집에 가.”

  태준은 살려주라는 수연의 줄을 다 풀어주고서 나가려는데 수연이 자신의 손을 잡는다. 갑작스런 잡힘에 깜짝 놀란다.

  “살려주세요. 아저씨.”

  경계심이 가득한 슬픈 눈이 아닌 두려움에 떠는 눈빛.

  ‘이 여자…….’

 

 

  “그만 가!”

  “…….”

  수연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가라고. 내가 풀어줬잖아.”

  “다 할게요. 아저씨가 시키는 거 다 할게요. 묶여있으라면 묶여있고 집안일 하라고 하면 할게요. 아무거나 다 할게요. 네? 아저씨. 눈에 띄지 말라고 하면 죽은 듯이 눈에 띄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아저씨…….”

  태준은 수연을 집밖으로 쫓아낸다.

 

 

  ‘살려주세요. 아저씨.’

 

 

  수연의 눈빛이 계속 생각나 잠이 안 온다.

  ‘딸이 납치 됐는데 죽이려면 죽이라고? 대체, 대체…….’

  “태준아.”

  태준은 뒤를 돌아본다.

  “어…… 머니?”

  태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태준아.”

  태준의 어머니는 태준의 손을 잡는다. 따뜻하다. 분명 어머니의 손이다. 눈에 고인 눈물이 떨어진다.

  “엄마는 지금 여기가 너무 행복해.”

  “어머니.”

  “사랑해. 내 아들, 태준아.”

  어머니의 모습이 흐려진다. 태준은 자신의 어머니를 잡으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태준은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을 저주한다.

 

 

  “어머니!”

  태준은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잠에서 깬다. 태준의 얼굴에선 눈물이 흐른다.

  “제기랄.”

  태준은 침대의 이불을 움켜쥐며 서글프게 운다.

 

 

  ‘엄마는 지금 여기가 너무 행복해.’

 

 

  꿈속에서 어머니가 한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감정을 추스르고 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태준은 깜짝 놀란다.

  “뭐야.”

  자신의 집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수연.

  “야! 너 뭐…….”

  태준은 수연의 어깨를 살짝 건드리는데 수연이 옆으로 쓰러진다. 태준은 놀라 수연의 몸을 똑바로 세운다.

  “야! 정신 차려.”

  수연이 인상을 찌푸린다. 의식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태준은 수연을 안고 자신의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침대에 눕혀 전기매트의 온도를 높이고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곤 보일러 온도를 높인다. 그리곤 수연의 얼굴을 안쓰럽게 본다.

  “뭐지?”

  자신의 아버지를 봤을 땐 무서운 악마를 본 듯 두려움에 떠는 눈빛. 자신을 봤을 땐 도와주라는 애틋한 눈빛. 그리고 꿈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으셨던 어머니.

  “아, 아버지……. 싫어, 싫어. 아악!”

  수연은 비명을 지르며 상체를 벌떡 일으킨다. 놀란 태준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깜짝이야.”

  수연은 남자의 목소리에 몸을 움츠린다.

  “야. 괜찮아?”

  고개를 돌려 태준을 본다. 그리곤 갑자기 무릎을 꿇는다.

  “뭐, 뭐야?”

  ‘이 꼬맹이 오늘 사람 여러 번 놀라게 하네?’

  “그냥…… 여기서 아저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제발, 여기.”

  “있어.”

  갑자기 말이 튀어나온 태준 자신도 놀란다. 수연은 태준을 본다.

 

 

  ‘엄마는 지금 여기가 너무 행복해.’

 

 

  자신의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태준은 깊게 한숨을 내쉰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되죠.’

  태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태준은 밥을 먹는 수연이를 빤히 본다. 정말 고상하게도 먹는다.

  “야, 꼬맹이. 너는 왜 집에 안 가려고 해?”

  수연은 숟가락을 놓는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갑자기 미안해진다.

  “아니, 그냥. 부모님 걱정하시잖아.”

  수연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담담히 말한다.

  “안 찾을 거예요. 아버지란 분은 어제 말했잖아요. 상관없다고…….”

  “그럼 어머니는?”

  “바빠요.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저희 엄마 잘나가는 법대 교수시잖아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 납치하려고 할 때 저희 집안 조사 안 해봤어요?”

  오히려 놀라는 수연이다.

  “그냥 네가 있다는 것밖에 몰랐어.”

  “와! 진짜 납치만 할 생각이었구나.”

  태준은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수연은 그런 태준의 모습이 귀여워 희미하게 웃는다.

  ‘역시.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어.’

  “아저씨는 무슨 일해요?”

  “성형외과.”

  “저는 견적이 얼마일 것 같아요?”

  수연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몇 시간 계속 봐왔지만 정말 슬픈 눈이다.

  “음. 이마 좀 넓히고 그러면 눈 앞트임, 뒤트임 좀 해야겠고, 눈 하면 코 좀 높여야겠고, 코하면 턱 좀 깎아야겠고, 턱 깎으면……. 돈 왕창 깨지겠다. 그냥 그 얼굴로 살아.”

  수연은 뽀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내 얼굴이 뭐가 어때서.’

  “근데 넌 20살인데 왜 집에만 있어?”

  수연은 고개를 숙인다.

  “고개 들어.”

  수연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든다. 태준은 완고하게 말한다.

  “말하기 싫으면 말하기 싫다고 해.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말고.”

  수연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는데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다.

 

 

  수연은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까지 한다. 해도 해도 티 안 나는 집안일을 하고 태준이 올 때까지 몇 시간 혼자 있어야 하지만 정말 맘이 편안하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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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삼일 20-08-29 21:59
 
아버지란 사람 정말 한심하군요.
납치된 수연이도 이해가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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