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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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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10 화
작성일 : 16-07-13 09:40     조회 : 597     추천 : 0     분량 : 7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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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산은 다시 땅을 박찼다.

 약 반 장 정도 높이로 뛰어오른 백산은 사뭇 느린 동작으로 비스듬히 회전했다.

 부웅! 붕!

 두 발이 어깨 넓이로 벌어지며 허리의 회전과 함께 원을 그렸다. 그러던 어느 순간, 왼발이 확 튀어나오며 조봉인의 정수리로 떨어져 내렸다.

 백산은 이번 공격에 빠름이 아니라 무거운 힘을 담았다.

 자신의 펄펄 넘치는 힘이면 나이 든 조봉인의 방어를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박희로 다져진 조봉인의 힘은 젊은이 못지않았다.

 조봉인은 왼손 주먹을 말아 쥐고 철봉을 휘두르듯 무섭게 쳐올렸다.

 머리 바로 위에서 백산의 발은 조봉인의 왼 손목과 맞부딪쳤다.

 뻑!

 팔과 다리의 부딪침이었지만 돌끼리 부딪친 듯 강렬한 타격음이 터져 나왔다.

 백산은 힘으로도 조봉인을 누르지 못했다.

 재빨리 생각을 바꾼 백산은 왼발을 내리누르며 몸을 더욱 띄워 올렸고 앞으로 한 바퀴 회전하며 조봉인의 등 뒤로 돌아갔다.

 몸이 완전히 돌았을 때 두 발을 쭉 펴내 조봉인의 등을 강타했다.

 팡!

 상체가 크게 흔들린 조봉인은 그 충격에 앞으로 두 발자국이나 밀려났다.

 바닥에 내려선 백산은 자신의 공격이 모처럼 먹혀들자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허어, 고얀 놈! 어른한테 예의가 없구나. 좋아… 이제 네 녀석 실력을 대충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해 보자꾸나.”

 “에? 본격적이요? 그럼 지금은…….”

 “네놈 스승이 걱정할 정도인지 아닌지를 좀 알아봤을 뿐이다. 충분히 상인이 걱정할 만하구나. 발 기술을 그 정도로 익힐 시간에 쌈수박에 좀 더 치중했다면 좋았을 것을…….”

 조봉인은 진정 백산이 아까웠다.

 스승인 을지상인이야 백산이 자만심에 빠질까 두려워 매번 하는 소리가 자질이 나쁘다, 머리가 안 좋다는 식의 말을 했지만 실제는 그와 정반대였다.

 백산은 신체만 따져 봐도 무예를 익히기에 매우 적합했다.

 매우 탄력적인 신체를 지녔으며 사물에 대한 직관력 또한 대단히 뛰어났다.

 어렸을 때는 최 씨와 이복형제들의 괴롭힘 때문에 전혀 드러나지 않았고 지금은 을지상인이 오히려 못났다고 혼내는 판이라 백산 스스로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봉인은 그런 백산이 신비의 무예라고도 불리는 쌈수박을 완벽히 전수받는다면 고려에 길이 남을 무예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뫼문의 무예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백산의 고집이 세도 너무 셌다.

 발 기술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욕망으로 인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뎌지고 있었다.

 을지상인도 그 점을 걱정하고 있었고 조봉인을 통해 백산의 고집을 꺾어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조봉인은 금세 긴장감을 풀며 자세를 흩트리고 있는 백산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조봉인이 뭔가 말을 하려하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모습에 백산은 뜨악 하는 표정을 지으며 급히 회피 동작을 취했다.

 몸놀림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백산이었다.

 단숨에 백산의 코앞에 다가선 조봉인은 가슴을 쥐어뜯는 듯 살기 짙은 손 공격을 날렸다.

 상체를 틀어 조봉인의 손아귀를 피한 백산은 따끔한 아픔에 이를 질끈 깨물었다.

 어느새 가슴 앞섶이 찢겨 나가 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백산은 잠시였지만 경계심을 풀었던 자신을 탓하며 왼 무릎을 쳐올렸다.

 조봉인의 오른 팔뚝을 향해 정확히 날아든 백산의 무릎!

 그러나 조봉인은 백산의 의도를 읽고 있었다.

 그는 오른팔을 확 접으며 무릎을 향해 손을 내려찍었다.

 퍼억!

 말 못할 고통이 백산의 등줄기를 꿰뚫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왼 무릎의 고통을 무시한 채 백산은 그대로 오른발을 옆으로 뻗어 냈다.

 쐐애액!

 마치 칼이 날아들 듯 날카로운 파공성이 피어오른 순간, 백산의 오른발은 조봉인의 왼손에 잡히고 말았다.

 그대로 왼손을 돌리자 백산은 발목뼈가 상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몸 전체를 따라 돌려야 했다.

 완전히 한 바퀴 돌아간 상태에서 백산의 왼발은 힘겹게 땅을 디딜 수 있었고 다시 한 번 도약하며 조봉인의 머리를 향해 왼발을 돌려 찼다.

 그 순간, 조봉인이 양 팔뚝으로 백산의 정강이를 동시에 후려쳤고 그의 왼발이 백산 쪽으로 확 내딛어지며 활짝 펴진 왼 손바닥을 가슴 쪽으로 쭉 펼쳤다.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듯 틈을 찾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뻐억!

 “컥!”

 조봉인의 왼팔 장심이 백산의 가슴에 정확히 명중했다.

 투르르르륵!

 무려 다섯 바퀴나 떼굴떼굴 구르고 만 백산은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헉! 헉! 그, 그거 수박희 맞아요? 수, 수박희에 어찌 그런 위력이…….”

 힘겹게 상체를 일으킨 백산은 입가에 흐른 핏줄기를 훔치며 조봉인에게 물었다.

 “허허, 백산아. 넌 아직도 수박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구나.”

 “지, 진정한 의미라니요?”

 백산의 물음에 조봉인이 조용히 뒷짐을 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붉은 노을이 짙게 깔린 어스름한 저녁 시간이었다.

 조봉인의 시선은 노을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저 노을이 보이느냐?”

 백산도 고개를 돌려 노을을 바라보았다.

 하얀 구름들마저 노을의 붉은 빛에 물들어 있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보입니다.”

 “그래, 저 노을이 두운봉에서 봤을 때와 이곳 칠주봉에서 봤을 때 다른 것으로 느껴지느냐?”

 백산은 다시 한 번 노을을 눈여겨보았다.

 한데 노을은 다를 게 없었다. 어디서 보든 노을은 같았다. 늘 아름답고 늘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저 노을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이다.

 백산이 볼 때는 그저 아름다운 하늘의 축복처럼 느껴졌지만 나이 든 노인이 본다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저물어 가는 노을에 비유하며 아쉬워할 것이다.

 “제게는 어디서건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것과 할아버지가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것 같군요.”

 “그래… 바로 그것이다. 만물의 어미라는 대자연도 이러할진대 사람이 만든 ‘갈(武의 옛말)’을 어찌 다 똑같이 익힐 수가 있겠느냐. 같은 ‘갈’이라 해도 배우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지.”

 “그건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수박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박은 맨손의 무예라는 의미도 있지만 수(手)를 사람으로 해석하여 사람의 무예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단다. 너도 여기까지는 스승에게 들어 알게다.”

 조봉인과 을지상인은 상당히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정작 알고 싶은 내용은 다른 것인데 계속 말을 빙빙 돌리며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상한 화법을 쓰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금도 조봉인은 백산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만 꺼냈다.

 하지만 백산은 재촉하지 않았다. 스승인 을지상인이었다면 그리했겠지만 조봉인에겐 그럴 수 없었다.

 어려운 상대여서가 아니었다.

 백산은 사람과의 관계에 정확히 선을 그을 줄 알았다.

 그는 모든 사람을 자신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 두 부류로 분류했다.

 어미인 화영이나 스승인 을지상인 그리고 사형인 북수산은 전자에 해당했고 그 외에는 모두 후자였다.

 누구와도 친해지기 쉽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백산이었지만 앞서 말한 그 세 사람이 아닌 이상 백산과 진심을 터놓고 지내기는 쉽지 않았다.

 백산은 사람을 가렸다.

 지난 칠 년간 스승과 사형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다시피 알고 지내 온 조봉인마저 거리감을 두었다.

 조봉인은 잠자코 자신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백산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쑤시고 아플 것인데도 백산은 흔들림 없이 꼿꼿이 서 있었다.

 들어야 할 게 있는 이상 백산은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조봉인은 백산의 그런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예서 자고 가라. 다친 곳도 치료하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하시려는 말씀을 지금 해 주십시오.”

 예상대로 백산은 단호하게 말했다.

 “후우… 좋다. 긴 이야기다만 짧게 말해 주마. 본래는 네 스승에게 직접 들어야 할 것이지만 널 나에게 보낸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내가 말해 줘도 상관없을 듯하구나. 잘 듣거라. 수박은 특정 무예를 일컫는 것이 아니다. 지나인들이 무예에 이름을 붙이듯 수박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백산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수박이 특정 무예를 말하는 게 아니라니… 백산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럴 게야. 나 역시 그 말뜻을 이해하는 데 꽤 오랜 세월이 필요했으니… 수박은 단순히 무예를 말함이 아니다. 바로 우리 한민족의 얼, 즉 정신을 담은 모든 동작을 포함하는 통칭적인 단어인 게야.”

 짧게 말해 준다던 조봉인은 깊은 상념에 빠진 듯 눈까지 감으며 뭔가를 회상하고 있었다.

 백산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수박이 단순한 무예가 아니라 한민족의 정신을 담은 통칭적인 단어라는 말에 얼떨떨한 상태였다.

 수박.

 이름만으로는 맨손의 무예를 일컫는 것이다. 하지만 조봉인은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백산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조봉인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봉인이 하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넣기 시작했다.

 왜 수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왜 쌈수박이 생기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조봉인의 설명은 생각보다 길었다.

 노을이 지는 시점에서 시작해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을 때까지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조봉인과 백산은 그렇게 처음의 자세 그대로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수박은 조봉인의 말처럼 단순히 어떤 무예를 말하는 이름이 아니었다.

 전신타격기라는 것도 최근에야 붙여진 이름이었고 예전엔 수벽치기라는 명칭만 있을 뿐이었다.

 지나인들이 사는 중원이라는 곳에 수많은 무공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때 이곳 한반도에도 꽤나 많은 무예들이 퍼져 있는 상태였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 왔던 한반도.

 때문에 전쟁이 많았고 살인을 목적으로 한 전투 기술도 매우 발달했다.

 그런 와중에 심신을 갈고닦으며 정신수양을 해 오던 깊은 산속의 도인들과 은거한 기인이사들이 이 땅에 평화를 되찾고자 속속들이 하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십만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벌이는 전쟁에서 그들 몇 명의 능력만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기인과 도인들은 제자를 받아 자신의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점차 일정한 형과 법칙 그리고 남들이 지니지 못한 힘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잠시간의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 평화는 길지 않았다.

 남보다 나은 힘을 지니게 된 세속의 사람들이 점차 욕망을 드러내며 그들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고 살육을 시작했다.

 자신과 다른 힘을 지닌 자를 공격했고 그들 위에 군림하고자 간악한 짓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한반도에 ‘갈’을 익힌 사람들만의 새로운 세상이 탄생했으니, 이른바 ‘아사벌’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침의 땅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사벌.

 ‘아사벌인’이라 함은 ‘갈’을 익힌 자를 일컫는 말이었고 그들은 비밀리에 한반도를 암중장악하게 되었다.

 아사벌은 중원의 ‘무림’보다도 뿌리가 깊었다.

 아사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중원인들은 수차례에 걸쳐 한반도를 찾아와 아사벌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중원인, 아니, 무림인의 패배였다.

 아사벌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힘을 키우고 세력을 늘렸다. 반항하는 자는 무조건 목숨을 취했다.

 

 수십여 개에 달하는 아사벌 유파들은 사방에서 난립하며 한반도를 폭풍 속으로 끌어들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파들끼리의 싸움이 벌어졌고, 곳곳에 시체가 쌓여 갔다. 하나 조정은 아사벌의 일에 도저히 간섭할 수 없었다.

 그러다 모든 아사벌 유파의 ‘갈’을 하나로 모아 정립한 인물이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뫼문의 시조인 을지유광이었다.

 을지유광은 아사벌의 유파들을 하나하나 평정해 나갔다.

 그에게 패배한 유파들은 하나 둘 세속과의 인연을 끊게 되었다. 극소수의 제자들만 유지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하고는 점차 세상과 단절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몇십 년이 흘렀을 때 한반도의 아사벌 유파는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사벌인들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사벌의 ‘갈’을 조금씩이나마 익히고 있는 상태였고, 그 결과 특별한 힘을 지녔던 아사벌인의 기술이 민간에까지 흘러들게 되었다.

 완벽하게 익히지 못하고 어깨너머로, 혹은 귀동냥으로 배운 많은 ‘갈’이 퍼져 나간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여러 가지 ‘갈’을 임의대로 조합하고 섞어 사용했다.

 특별한 힘이었던 ‘갈’은 점차 그 본래의 위력을 잃게 되었으며 민간에서 춤으로, 또는 놀이로 남게 된 것이다.

 마을에서 뛰놀던 아이들도 할 줄 아는 것이 수벽치기였으며 좀 더 체계화된 ‘갈’이 바로 병사들이 사용하는 ‘수박희’였다.

 그러나 아직도 과거 아사벌인들이 사용하던 특별한 ‘갈’은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고 있었다.

 그 수가 너무나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 명맥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한반도의 아사벌을 평정했던 을지유광이 일으켜 세운 뫼문도 건재했고 백산이 그 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뫼문의 쌈수박은 한 가지 ‘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손으로 하는 ‘갈’, 발로 하는 ‘갈’, 그리고 머리, 몸통, 어깨로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갈’이 모두 집약된 것이 바로 ‘쌈수박’이었다.

 하지만 쌈수박은 그 살인적인 위력 때문에 고도의 정신 수양과 함께 익혀야 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갈’만을 익히려 한다면 또다시 과거의 잘못된 길을 되밟는 결과만 낳게 된다.

 만약 쌈수박이 활(活)을 지니지 못한다면 그저 살인의 무학이 되어 버릴 뿐이었다.

 그것은 뫼문을 일으킨 초대 뫼주(뫼문의 주인)인 을지유광의 뜻이 아닌 것이다.

 “이제 알겠느냐? 쌈수박은 모든 ‘갈’이 집약된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모든 것을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위력을, 진정한 활인의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네가 발 기술에 남다른 애착이 있음은 알지만 그건 단지 ‘갈’의 껍질만 수련하는 것일 뿐이니 뫼문의 뜻과 어긋난다 할 수 있단다.”

 길고 긴 조봉인의 설명이 끝났다.

 백산의 입가에 흐르던 핏줄기가 이미 말라붙어 버린 뒤였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 완전히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뭣이?”

 조봉인은 기가 막혔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해하고 올바른 길로 돌아서리라 생각했으나 백산은 아직도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아사벌에 대한 이야기도, 을지유광의 이야기도 처음 들어 보는 것이긴 했지만 모든 걸 떠나 원하는 걸 하고 싶었다.

 복잡한 이야기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제게는 사형이 있습니다. 뫼문의 모든 것은 사형이 물려받을 것이고 뫼문의 뜻 역시 사형이 이루어 갈 겁니다. 물론 스승님의 뜻에 따라, 그리고 사형을 도와 뫼문을 지키는 것이 도리이나 아직은 제가 원하는 것을 익히고 싶습니다. 뫼문이라는 거대한 이름을 짊어지기에 아직 저는 어립니다.”

 “허허! 그런 말을 할 줄 아는 녀석이 뭐가 어리다는 게냐? 나도 네 녀석이 이해가 안 되는구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지. 알았다. 그러니 그만 하고 밥이나 지어 먹도록 하자.”

 백산의 고집에 결국 조봉인도 승복하고 말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대포로 고집을 부렸다면 쉬웠을 것이다. 하나 백산은 알면서, 그것도 매우 잘 알면서도 고집을 버리지 않았다.

 말로써는 절대 백산의 고집을 꺾지 못함을 조봉인도 깨달은 것이다.

 조봉인은 방으로 들어가 호롱불에 불을 붙이고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백산은 말라비틀어진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긁어내며 조봉인과 함께 부엌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노소는 열심히 밥을 짓고 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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