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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을 되돌리면
작가 : 민월아
작품등록일 : 2020.8.6

2030년, 정신적 건강이 육체적 건강만큼 중요도가 대두되어 감정을 수치화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수치가 위험군에 드는 사람은 반드시 심리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심리상담사로 일하던 서 연은 어떤 사고에 휘말려 19살이 되고 마는데...

되돌아갈 방법도 모르는 이곳에서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4화. 인어 공주는 바다로 돌아가고
작성일 : 20-08-23 18:50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7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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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되돌리면 4화. 인어 공주는 바다로 돌아가고

 w. 민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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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로 19살이 된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하지만 난 이 이상하고도 기묘한 상황에 대해 전혀 알아낸 것이 없다.

 

 “아니, 진짜 어떻게 된 거야? 이러다 우리 평생 못 돌아가면 어떡해”

 “그러게. 근데 난 이 상황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난 딱히 돌아가나 여기서 이렇게 사나 별반 차이 없어서”

 “아냐, 나 지금 완전 백수 상태란 말이야. 다행히 회사 다니면서 적금을 여러 개 들어놔서 다행이지. 통장만 보면 아주 한숨이 나와요, 한숨이”

 “그게 문제야?”

 “그럼 이게 얼마나 큰 문제인데! 먹고 자고 숨만 쉬어도 알게 모르게 돈이 얼마나 나가는데”

 “근데 일 그만두려 했다며”

 “아, 그거야 그렇지… ”

 

 생각해보니 그때는 난리도 아니었지. 지금쯤 회사에선 날 찾으려나?

 아니야, 초반에 잠깐 날 찾다가 금방 잊혀질 걸. 어차피 회사에서도 날 못마땅해 했으니, 없어져서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이런 엄청난 일을 겪고도 이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걸 보면 새삼 인간의 적응력이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평화롭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계속”

 

 운하의 말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학교 옥상에서 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었다.

 

 “사고 전의 너는 어떤 사람이었어?”

 “그게 궁금해?”

 “응. 생각해보니까 너는 예전의 날 아는데, 난 예전의 너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걸”

 “음… 그래. 뭐 아직 점심시간도 꽤 남았고,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까”

 

 옛날이야기와 날씨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운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시작은 내가 5살쯤 되었을 때였어. 그 날이 내 생일이어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엄마에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지. 엄마는 나를 타일렀지만, 나는 케이크를 사 주지 않는 엄마가 너무 미워서 엄마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어. 엄마는 그런 나에게 화를 내려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주셨어. 그리고는 한 손에는 케이크를, 다른 한 손은 내 손을 붙잡고 놀이터가 딸린 큰 건물로 들어섰지. 엄마는 우리를 마중 나온 아줌마에게 케이크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어. ‘우리 아이가 오늘 생일이라 여기 친구들이랑 케이크 같이 나눠 먹었으면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곳에 있던 친구들과 케이크를 나눠 먹었어.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가 날 찾으러 오지 않는 거야. 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렇게 계절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난 인정했어. 엄마는 날 찾으러 오지 않을 거라고. 엄마는 날 버린 거라고”

 “…”

 “처음엔 나 자신한테 화가 났어. 그때 내가 엄마한테 케이크를 사 달라고 졸라서 내가 미워진 게 아닐까 하고. 근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떻게 엄마가 날 버릴 수 있나. 엄마가 미워지기 시작했어. 아무리 내가 잘못했더라도, 엄마라면, 가족이라면 날 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 그치?”

 “그렇지… 지금도 부모님이 원망스러워?”

 “아니. 지금은 그냥 보고 싶어. 밉다가, 싫다가, 원망도 해보고, 내 인생은 왜 이런가 증오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이러한 마음들 모두 엄마를 만나면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15살에 도망쳤어. 엄마가 날 찾아오지 않는다면, 내가 찾아가면 되는 거니까. 난 더는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며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그래서 부모님은 만났어?”

 “아니. 네 말대로 힘들더라. 살아가는 거. 태어났으면 당연히 사는 게 맞는 건 줄 알았는데.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하루 벌어 하루하루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뭐”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너는?”

 “응?”

 “넌 어땠냐고. 내 얘기만 하기엔 약간 손해 보는 느낌이라. 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음… 말 못 할 건 없지”

 

 그 순간, 옥상 문이 열리더니 낯익은 두 사람이 들어왔다.

 

 “담배 좀 끊으라니까, 어?”

 

 두 사람도 우릴 봤는지 하던 말을 멈추고 가만히 우릴 바라보다 뭔가 생각났는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 생각났다. 우리, 급식실에서 봤었지?”

 “아, 응. 그랬던 것 같아”

 “3반 김사희야. 쟤는 이태완”

 “나는 서연, 외자고 여기는 지운하”

 “둘 다 특이한 이름이네. 아, 벌써 예비 종 울린다. 걍 내려가자. 이태완”

 “하… 그러게 좀 빨리 오자니까”

 “잔말 말고 내려가. 담배 피려 온 주제에 뭐가 자랑이라고”

 

 그렇게 태완을 데리고 내려가는 사희. 나랑 운하는 너무 갑작스러운 만남에 얼떨떨해졌다.

 

 “우리도 내려갈까? 수업 늦겠다”

 

 운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교실로 내려가려 옥상 문을 열자, 핑크색 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어, 이거 방금 사희 인가 걔가 떨어트린 거 아니야?”

 “그러게. 지갑 안에 학생증 있지 않을까?”

 

 지갑을 열자 눈에 띄는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사희를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는 태완이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할 게 없는 사진인데 우리는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쟤네, 결혼했어?”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보아도 분명 이건 웨딩 사진이다. 하얀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희와 깔끔하게 차려진 턱시도를 입고 있는 태완.

 

 “아…하하.... 요즘 애들 정말 빠르다. 그치…?”

 “잠만 설마”

 

 당황해 고개를 돌린 나에 비해, 운하는 갑자기 지갑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사희의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이것 봐”

 “남의 신분증은 함부로 보면 안 되지. 그리고 고3이 민증 가지고 있는 게 뭐 그리 특이한 일이라고”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생일 보라고, 생일”

 

 운하의 말에 살짝 본 주민등록번호.

 

 [20090721-4******]

 

 2009년생이면… 21살?

 

 “설마 그 사고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

 

 수업 내용이 뭐였는지, 심지어 무슨 과목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당장이라도 사희에게 달려가 너도 그 사고와 관련이 있냐고 물어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다.

 학교가 마치자마자 운하와 나는 3반으로 달려가 사희와 태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사희야, 이거 옥상 앞에 떨어트린 거”

 “어, 뭐야? 나 지갑 잃어버렸었어?”

 “응, 내가 옥상에서 나오면서 주웠어”

 “고마워! 큰일 날 뻔했네. 근데, 혹시 지갑 안, 봤어?”

 “응. 그거 말인데”

 “비밀로 해주라, 소문나 봤자 전혀 좋은 거 없으니”

 

 갑자기 끼어든 태완의 단호한 말에 운하도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너희 혹시, 사고 나지 않았냐”

 “뭐? 그게 무슨…”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해, 사실 나랑 운하도 사고로 19살이 되었어”

 

 나의 말에 태완이 우릴 끌고 학교 앞 카페로 향했다.

 

 ***

 

 “우리 말고 사고 난 사람이 더 있는지 전혀 몰랐어”

 “나랑 태완이는 횡단 보도를 건너고 있었어”

 “정확히 말하면 뛰어든 거지, 그러니까 우리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 오히려 나랑 사희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아… 아냐, 우리도 앞을 제대로 못 봤는 걸”

 “맞아. 일단 나랑 태완이는 횡단 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앞에 갑자기 밝은 빛이 반짝이더니 그냥 홀린 듯 빨려 들어갔어”

 “그리고 큰 소리가 들렸는데 눈 떠보니 여기였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희와 태완.

 

 “아직 우리가 알아낸 것이 없어서, 혹시 너희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알려줄 수 있겠니?”

 “음… 글쎄. 우리도 아직 이곳이 현실인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전혀 아는 것이 없어”

 “어쨌든 그 사고에 의해 우리가 이곳에 온 건 확실한 것 같아”

 “맞아, 그러고 보니 둘은 원래 몇 살이었어?”

 “나는 스물아홉, 운하는 스물셋. 나는 심리상담사 일을 했어. 다음 날 그만두려 했지만…”

 “그렇구나. 우리보다 한참 언니네”

 “그래도 여기서는 친구로 지냈으면 해. 어차피 같은 19살이 된 거고, 언니라 부르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래”

 

 ***

 

 그렇게 사고가 난 2명이 더 모였지만, 우리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혹시 무언가 알게 되면 바로 연락하기로 하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진짜 여기서 다시 새 삶을 살라는 건가?”

 “그것도 일리 있는 말 아닐까? 우리가 죽은 건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난 예전처럼은 안 살래”

 

 “운하야, 이렇게 사는 거 행복해?”

 “음.. 행복하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게 될 걸”

 “그럼 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고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

 “글쎄, 아직은 여기 있고 싶달까”:

 

 ‘돌아가면 난 또 혼자가 될 테니까’

 

 작게 덧붙이는 말을 못 들은 채,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자고 운하를 재촉했다.

 

 ***

 

 다음 날 학교, 유난히 더운 날씨에 힘이 쭉쭉 빠지는 날이었다.

 

 “도망갈까”

 “응?”

 “어차피 여기가 현실이 아니라면 한 번쯤 수업을 째는 것도….”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양아치구나?”

 “아니 나는 학생 때 못 해봤으니까 여기서 다 해볼까 하고. 생각해보니까 억울한 게 한두 개가 아냐”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아니, 나는 순수하고 착한 모범생이었으니까 학교도 꼬박꼬박, 야간 자율학습도 필수였단 말이지.

 그리고 너 놀토 아냐?”

 “그게 뭔데? TV 프로그램?”

 “아니. 우리 때는 격주로 토요일에 학교에 갔단 말이야. 고등학교 때는 토요일에도 자율학습 신청해서 쉬는 날 하나도 없었어”

 “갑자기 세대 차이나. 이 정도면 완전 할머니 아니냐”

 “뭐래. 아 모르겠다 답답해. 걍 어디 시원한데 놀러 가고 싶어”

 “그건 그래, 이제 좀 있으면 여름이니까”

 “잠만, 우리 시우 데리고 바닷가 놀러 갈까?”

 “차도 없으면서 여행은 무슨… 가까운 공원이나 유원지로 가”

 “아 맞다. 나 차 없지. 그래도 오랜만에 바다 가고 싶은데….”

 “포기 해. 어쩔 수 없잖아”

 “역시 있을 땐 몰랐는데, 없어져 봐야 소중한 걸 알아. 그러고 보니 나 아직 차 할부 값도 남았는데…”

 

 새삼스레 없어진 차 생각이 나 슬퍼지는 나였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면 되잖아”

 “차가 없는데 어떻게 가. 그것도 애 데리고”

 “면허증은 지갑에 있을 거 아냐”

 “그렇지. 내 운전 경력이 얼만데, 차만 있으면 바로 간다”

 “차를 빌리면 되잖아”

 “아!”

 “바보. 저 머리로 어떻게 일을 했대”

 

 ***

 

 “다 모였나?”

 “네!”

 “출발!!”

 

 우렁찬 목소리의 시우 옆, 자리를 잡은 건 사희와 태완이었다.

 

 “쟤네는 어쩌다 같이 가게 된 거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그리고 우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 필요가 있어.

 아, 그리고 운하는 네 동생이라고 미리 얘기해 뒀으니까 걱정 마”

 

 나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반응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운하였다.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이라 도착하자마자 피로가 몰려왔다.

 생각해보니 취직한 이후로 출장을 제외하면 멀리 나가 본 적이 없는 듯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지만 싫지 않은 느낌이었다.

 

 “수고했어. 많이 피곤할 텐데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나머지 짐은 우리가 옮길게”

 “그럼 시우 데리고 바닷가 먼저 돌고 올게. 짐 정리하고 다 되면 전화줘. 저녁 준비하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아냐. 시우야! 누나랑 같이 바닷가 돌고 올까?”

 “응! 좋아 누나 나 빨리 바다 보고 싶어”

 “으이구 우리 시우, 그렇게 신나?

 운하야, 다녀올게”

 

 ***

 

 아직 여름이 아니라 물에 들어가는 건 무리였다. 나와 시우는 가볍게 발만 담가보기로 했다.

 

 “으아! 누나, 엄청 차가워”

 “그치, 차갑지? 아직 여름이 아니라서”

 “여름엔 바다가 따뜻해?”

 “응? 아니, 당연히 바닷물은 차갑지”

 “그렇구나”

 

 너무 당연한 걸 묻는 시우의 말에 나는 좀 당황했다.

 그러다 어쩌면 시우에게는 이 바다가 첫 바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나 누나! 바다 엄청 넓다! 시원하고 반짝반짝해.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예뻐”

 “그래? 시우가 마음에 든다고 하니까 누나도 기분 좋다”

 “누나도 바다가 좋아?”

 “응. 누나도 바다 좋아”

 “왜?”

 “시우가 좋다고 해서?”

 “에이, 그게 뭐야. 거짓말”

 “아냐, 진짜야. 우리 시우가 누나 말 안 믿어주면 누나 섭섭해?”

 “치,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 싫어해. 근데 내가 누나 좋아하니까 믿어주는 거야.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거짓말은 알면서도 넘어가 주는 거래”

 

 시우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쩜 말은 저리 번지르르하게 하는지, 분명 커서도 인기가 많을 것임이 분명하다.

 

 “사실 누나 엄마가 여기 있어”

 “응?”

 “누나 엄마가 돌아가셔서 이 세상에 없거든. 누나 엄마는 바다를 좋아했어. 그래서 돌아가신 뒤에는 좋아하시는 바다에 계속 사시라고 바다로 돌려 보냈어”

 “어? 그러면 누나 엄마는 인어 공주야?”

 “뭐?”

 “인어 공주는 육지의 왕자가 좋아서 사람이 되었다가 물거품 되어 바다로 돌아가잖아. 누나 엄마도 바닷속 세상으로 돌아간 거구나.”

 “… 그런가 봐. 자기 세상으로 돌아갔나 봐”

 

 생각지도 못한 말, 그래, 오히려 인어 공주라고 하면 덜 슬프지 않을까 싶다.

 어릴 때 참 좋아했던 바다. 돌이켜 보니 엄마와 함께했던 바다만이 나에게 예쁜 바다였다. 그러나, 엄마 없이 보는 바다는 차디차서, 나를 항상 울게 했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시우가 보지 못하게 얼른 눈물을 훔쳤다.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잘 되진 않았나 보다.

 

 “누나 울어?”

 “아.. 아냐. 울긴 누가 울어”

 “아! 누나 엄마가 인어 공주님이라서 누나도 눈물이 많은가보다. 인어 공주는 목소리를 잃어서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린다고 했어”

 

 참 순수한 말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위로는 받아본 적이 없는데.

 누구는 쓰디쓴 말로 사람을 위로해주더니, 이번엔 아이의 하얀 거짓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 엄마가 돌아 간지 10년이 된 이제서야, 나는 드디어 바다를 보며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이 세계에서 이 작고 똑똑한 아이를 만나 당연히 차가운 바닷물마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따뜻하다고 믿어버릴 수 있을 만큼.

 

 ***

 

 “시우 잘 다녀왔어?”

 

 반갑게 맞아주는 사희와 테라스에서 고기 구울 준비를 하는 태완. 운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운하는?”

 

 내 목소리에 모두가 나의 뒤를 응시했다.

 

 “나는 왜 찾아?”

 “아, 아냐. 안 보이길래 그냥 물어본 거…”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돌려서 내 얼굴을 살피는 운하. 그러고는 나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여기 오자는 건지 몰랐어”

 “….”

 “울고 싶으면 더 울어도 돼. 창피한 거 아니니까. 말하고 싶으면 말해도 돼. 어차피 난 네 편일 테니까.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웃었으면 좋겠어”

 “운하야”

 “그냥, 솔직했으면 좋겠어. 처음 만난 그 날부터 항상 괜찮은 척하는 것 같아서. 내가 모르던 서연은 계속 이렇게 살았을까 싶어”

 “너 지금 무슨…”

 “그렇게 혼자 끙끙 앓아 봤자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옆에 있는 사람 아무것도 못 했다고 후회하게 만들지 말고”

 “….”

 “이기적이어도 된단 말야. 나 여기 있는데…”

 

 처음 보는 운하의 모습에 난 어떻게 대처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운하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눈, 왠지 슬퍼 보이는 눈, 그 눈은 날 보고 있었음에도 날 보고 있지 않았다.

 지운하, 넌 누구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눈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난 아직 너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우리가 이곳에 오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아님 운명의 장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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