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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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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9 화
작성일 : 16-07-13 09:37     조회 : 558     추천 : 0     분량 : 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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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보산(七寶山).

 북계의 명천군에 위치한 아름다운 산이었다.

 일곱 가지의 보배를 품고 있다 하여 칠보산이라 이름 지어진 그리 높지 않은 산.

 그곳을 오르는 한 소년이 있었다.

 스승인 을지상인의 명에 따라 칠보산의 조 노인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 백산이었다.

 “웃차!”

 눈이 쌓인 산자락 위를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백산. 북수백산에서 칠보산에 이르는 사흘 길을 내내 걸어왔으니 지치기도 했으련만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백산에게 칠보산으로 가는 길은 익숙한 길이었다.

 알게 모르게 을지상인과 친분을 맺고 있던 육십여 세의 조 노인을 만나기 위해 이미 수차례 북수백산과 칠보산을 오갔던 것이다.

 딸랑!

 백산의 손이 흔들릴 때마다 작은 방울소리가 맑게 울려 퍼졌다.

 사형인 북수산이 칠 년 전에 선물로 준 방울이었다.

 수련에 방해가 된다는 을지상인의 말에 한동안 팔목에 찰 수 없었으나 이젠 잔소리하는 스승도 없었으니 몰래 차고 나온 것이다.

 품이 넓은 흰색 무명옷을 입고 새하얀 백설로 뒤덮인 칠보산에 도착한 백산은 산의 한 봉우리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로 질끈 메어진 보퉁이 안에는 을지상인이 조 노인에게 전하는 한 장의 서찰이 들어 있었다.

 백산은 서찰의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조 노인보고 자신과 대결을 벌여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라는 부탁일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산은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조 노인의 수박희를 상대하여 자신이 발 기술만으로 이겨 낼 수 있다는 것만 확인되면 대만족이었다.

 물론 뫼문의 무예인 쌈수박도 좋긴 했다.

 하지만 발 기술이 더욱 좋았다. 시원시원하게 발이 움직여 주면 그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 백산을 발 기술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칠보산은 높은 산이 아니다.

 칠보산의 높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라 해도 삼백 장(약 900미터)을 넘지 않았으니 백산에게는 별 볼일 없는 산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팔백 장(약 2,400미터)을 넘는 고산(高山) 지대인 북수백산에서 살아온 백산은 너무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눈 위를 사뿐히 밟고 있었다.

 바다와 접해 있어 절경을 이루고 온천이 유명한 칠보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백산은 알지 못했다.

 백산에게 있어 칠보산은 그저 평범한 산이었고, 발 기술을 인정받기 위한 첫 번째 도전자가 살고 있는 장소였다.

 백산은 보보마다 푹푹 들어갈 정도로 두껍게 쌓인 눈 위를 가볍게 뛰어가고 있었다. 그때 백산의 시야로 산양 한 마리가 잡혀 들었다.

 “앗! 먹을 거다!”

 산속에서 살아온 백산에게 산양은 먹을거리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난 이틀 동안 토끼로 배를 채웠기에 허기가 졌던 백산은 산양을 보자 침부터 흘렸다.

 “삐룩!”

 백산의 먹이를 향한 욕망의 시선을 느낀 산양은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백산은 한층 빨라진 발놀림으로 산양의 뒤를 쫓았다. 백산에게는 먹이를 쫓는 일이었지만 산양에게는 생사가 달린 일이었기에 도망치는 산양의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재빨랐다.

 하지만 이번엔 산양도 상대를 잘못 만났다.

 백산의 탄력적인 신체는 산양의 그것보다 오히려 뛰어났고 얼마 되지 않아 둘 사이는 반 장 거리까지 좁혀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백산의 손이 막 산양의 두 다리를 잡아채려는 순간이었다.

 “잡았… 엇?”

 껑충!

 산양은 오른쪽으로 급히 방향을 틀어 훌쩍 도망쳤다. 헛손질을 하고 만 백산. 하지만 놓칠 수 없었다.

 “얍!”

 백산도 산양 못지않은 몸놀림을 보이며 뒤를 쫓았다.

 껑충!

 폴짝!

 산양이 왼쪽으로 꺾으면 백산도 똑같이 방향을 꺾었고, 오른쪽으로 꺾어도 마찬가지였다. 좌우를 오가며 산 위로 치닫던 어느 순간.

 와락!

 “잡았다!”

 “삐루욱!”

 백산에게 몸통을 잡힌 산양이 애처로운 울음을 흘리며 바동거렸다.

 “가만히 있어! 까불면 당장 잡아먹을 테다!”

 눈을 부라리며 무섭게 말하는 백산의 기세에 눌린 것일까? 발버둥치던 산양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후우… 이제 포식하는 일만 남았나?”

 “무엇을 포식하겠다는 말이냐?”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백산은 조금도 놀라워하지 않았다. 이미 누군가의 접근을 눈치 채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산양을 잡았으니 간만에 배를 가득 채울 수 있게 되었다는 거죠.”

 “허허! 별로 놀라지도 않는구나. 내가 다가서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백산의 오 장 거리에서 홀연히 나타난 인물.

 일반 백성들이 입는 무명천으로 만든 한복을 걸친 육십대 초반의 노인이었다. 머리는 부스스한 것이 정리를 안 하는 듯했고 한동안 굶고 살았는지 몸은 빼빼 말라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허리에 달랑거리는 녹슨 검 한 자루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줘도 가지지 않을 법한 초라한 철검이었다.

 “할아버지가 여기까지 어쩐 일이시죠? 이 시간에 칠주봉(七柱峯)을 내려오시다니 별일이네요.”

 산양을 꼭 껴안고 몸을 일으킨 백산은 조봉인을 향해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 아침부터 까치가 울기에 어떤 손님이 찾아오나 했더니 네 녀석이 왔구나. 오늘따라 날씨가 좋아 손님도 마중할 겸 이렇게 내려온 게다. 그런데 너야말로 예까지 어인 일이냐?”

 조봉인은 백산의 미소에 부드러운 말로 화답하며 산 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스승님이 할아버지께 전해 주라는 서찰이 있어서요.”

 “오호, 상인께서 말이냐?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로구나. 상인이 사람을 시켜 서찰을 전하다니… 그런데 산아, 그 산양은 그만 놔주는 게 어떻겠느냐? 집에 가면 이 할애비가 더 맛있는 음식을 해 주마.”

 “어? 정말요? 우하! 그럼 뭐, 이 녀석은 놔줘도 되겠네요. 욘석아! 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인사해라. 덕분에 네가 내 배 속에 들어가는 횡액을 면했으니 말이야.”

 백산은 왼팔로 산양의 가슴을 감아쥔 상태에서 오른팔로 산양의 머리를 억지로 내리눌렀다. 조봉인에게 인사를 시킬 요량이었다.

 “백산, 이 녀석! 동물을 괴롭히면 나중에 벌 받는다. 어서 놓아주거라.”

 “감사 인사는 받으셔야죠.”

 백산은 끝까지 산양의 머리를 숙이게 만든 후에야 산양을 풀어 주었다.

 “자, 어서 가!”

 백산은 산양을 완전히 놓아주었다.

 껑충!

 갑자기 자유로워진 산양이 한 발 껑충 뛰어올라 숲 한쪽으로 도망쳤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더니 백산을 빤히 쳐다봤다.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이 놓아주어 고맙다는 표시인 듯했다. 그러자 백산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 주었다.

 “나중에 또 잡히면 그땐 정말 잡아먹을 거야!”

 백산이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산양을 놀렸다. 그 표정을 읽은 산양은 몸을 홱 돌리더니 눈 덮인 산속으로 껑충껑충 뛰어 사라져 갔다.

 “어서 가자. 이런 산속에는 어둠이 빨리 내린단다.”

 “네… 그런데 밥은 제가 해야 되죠?”

 “허허… 당연한 것을! 그럼 이 나이에 내가 하랴?”

 “췌!”

 백산은 삐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조봉인과 백산은 나란히 산을 올랐다.

 그런데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눈이 적어지더니 조봉인이 살고 있는 칠주봉에 이르자 눈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칠주봉 주변은 지열이 강한 곳이라 눈이 오더라도 금방 녹게 되어 있었다.

 마치 그곳만 전혀 다른 세상인 듯 녹색의 풀이 자라고 있었고, 많지는 않지만 꽃이 피어 있기도 했다.

 몇 번이나 와 본 곳이긴 하지만 백산은 이런 광경이 늘 신기하게 느껴졌다.

 “뭘 그리 두리번거리느냐? 어서 밥이나 지어라. 난 찬을 준비할 테니…….”

 북수백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장소에 오자 잠시 감상에 빠졌던 백산은 조봉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서찰! 휴우… 이 서찰을 보시면 당장 싸우자고 하시려나?’

 백산은 조봉인과 대결을 벌이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발 기술을 당당하게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관둘 수도 없었다.

 “뭐 하는 게냐?”

 여전히 꼼짝 않고 있는 백산을 보고 조봉인이 다시 한마디 물었다.

 “음… 어… 할아버지! 제 스승님이 보낸 서찰부터 읽어 보시겠습니까? 중요한 내용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 그럼 어디 줘 보아라.”

 조봉인은 짚으로 지붕을 만들고 흙으로 벽을 쌓은 작고 초라한 초가집의 대청에 엉덩이를 걸쳤다.

 백산도 그 옆에 앉으며 등 뒤 보퉁이에서 누런색의 종이를 꺼냈다.

 “여기…….”

 “어디 보자… 상인께서 무슨 말이기에 서찰을…….”

 백산에게서 서찰을 받아 찬찬히 읽어 보던 조봉인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글을 다 읽은 조봉인은 서찰을 다시 잘 접어 품에 넣었다.

 그런 그의 시선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백산을 향하고 있었다.

 “상인이 한 말이 사실이냐?”

 “에? 아… 아마… 사실일걸요?”

 “예끼, 이놈! 아직도 장난칠 생각이냐? 네가 네 입으로 말해 봐라. 그래, 왜 그리 발 기술에 집착하는 게냐?”

 을지상인의 서찰은 백산이 수박에 몰두하지 않고 발 기술에만 집착을 보이니 혼쭐을 내주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백산의 자질이 매우 뛰어나 발 기술만으로도 일가를 이룰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만 전신을 이용한 타격무예인 쌈수박이 더욱 백산을 크게 성장시킬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조봉인의 질문을 받은 백산은 무릎에 올려놓은 손을 잠시 꼼지락대더니 이내 조용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제가 무척이나 어렸을 때였어요. 전 집에서 잡일을 하면서 자랐죠. 매도 많이 맞고, 욕도 참 많이 먹었죠. 저는 어렸기 때문에 이 두 손으로는 아무 반항도 할 수 없었어요. 힘이 부족했으니까요. 그런데 하루에 몇 번이고 저를 괴롭히던 이복형이 있었는데 그 형한테 나도 모르게 발을 휘둘렀어요. 발악이었죠. 그런데 아파하더군요.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던 그 형이 제 발에 얻어맞고는 아파서 떼굴떼굴 굴렀어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어요. 제가 발 기술에 관심을 가진 건…….”

 을지상인은 이미 아는 내용이었지만 조봉인은 몰랐기에 백산은 차분히 설명을 해 주었다.

 거짓이 아니었다. 조봉인에게 동정표를 얻어 발 기술을 마음껏 익힐 기회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 백산이 잊고 싶은 과거의 편린인 것이다.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였다. 하지만 자신이 발 기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명해야 했다.

 적어도 조 씨 할아버지라면 이해 정도는 해 줄지 모른다는 것이 백산의 생각이었다.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허허… 그런데 그 이야기는 네 스승도 알겠지?”

 “네, 이미 오래전에 말씀드렸어요.”

 “그래, 하지만 네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구나. 넌 지금 어렸을 때의 일로 발 기술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게야. 지금은 그 애착이 집착으로 변했고… 집착과 집중은 크게 다르단다.”

 “집착과 집중이요?”

 “집착은 무(武)를, 아니, 우리말로는 ‘갈’이라고 부르는 것을 수련할 때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집착만 하다 보면 생각이 편협해지고 자기 자신만을 아는 힘만 센 멍청한 사람이 되고 만단다. 허허허! 반면에 집중은 한 가지 일을 함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오직 그것만 생각하며 잡념 없이 주어진 일을, ‘갈’을 수련하는 것이 바로 집중이지.”

 을지상인으로부터도 비슷하게 들어 본 적이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같은 말이었어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

 어려운 말로 복잡하게 설명하는 을지상인에 비해 조봉인이 말하는 내용은 쉽고 이해도 잘 되었다.

 ‘그럼 지금까지 난 집착을 했던 건가?’

 백산은 자신이 을지상인에게 보였던 모습을 떠올렸다.

 몰래 숨어서 발 기술을 익히던 자신과 이를 막고자 호통을 치고, 매를 들었던 을지상인. 오히려 을지상인의 방해가 백산으로 하여금 더욱 발 기술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후우…….”

 옛일을 떠올리자 깊은 한숨만 흘러나왔다.

 자신이 괜한 고집을 부린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과 스승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한 죄송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발 기술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싶진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집착을 보였다면 이젠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그 한숨은 어떤 의미더냐?”

 “제가 그동안 집착을 했던 것에 대한 후회의 의미입니다.”

 “그러면 이제 상인의 말대로 수박에 집중하겠느냐?”

 “아닙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발 기술에 집중하겠습니다. 수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의 주된 무예는 발 기술이 될 겁니다.”

 “허허… 정말 고집이 세구나. 할 수 없지. 상인의 부탁대로 하는 수밖에… 마당으로 나오너라. 어디, 네 발 기술이라는 걸 한번 구경해 보자꾸나.”

 “에? 정말 저와 대련하시려고요?”

 조봉인이 싸워 보자며 마당으로 나서자 백산의 진지한 태도가 확 바뀌었다.

 “어허! 어서 나오래도! 상인께 들었겠지만 난 한때 수박희로 장군의 지위까지 얻었던 몸이다. 비록 나이는 들었다만 아직 너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조봉인의 엄중한 말투에 백산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수 없이 마당으로 나서야 했다.

 “할아버지,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한번 시작하면 봐주고 그런 거 없습니다. 뭐, 그렇다고 비겁한 수를 쓰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걱정은 마시고요. 가능한 다치지 않게 조심을…….”

 “놈! 대결을 앞둔 녀석의 자세가 어찌 그리 경망스러우냐! 설사 내가 너보다 하수라 할지라도 상대를 경시해서는 아니 되거늘…….”

 추상과도 같은 조봉인의 호통소리에 백산은 찔끔 놀라고 말았다.

 스승인 을지상인이야 하도 표정 변화가 심하고 감정 기복이 커서 호통이 호통 같지 않았지만 조봉인은 달랐다.

 늘 부드럽게 대해 주고 정말 친할아버지처럼 예뻐해 주던 분이었던지라 버럭 화를 내자 백산은 더욱 긴장하고 말았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서서히 몸을 긴장감 속에 밀어 넣었다.

 백산은 자신이 이젠 집착이 아닌 집중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조봉인을 이겨 내고 싶었다.

 ‘최선을 다하겠어.’

 백산의 작은 결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미 대결할 준비를 모두 마친 조봉인을 향해 백산이 낮은 자세로 뛰쳐나갔다.

 수박이든 발 기술이든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접근하는 것이 필수였다. 때문에 백산은 단숨에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엄청난 도약력.

 백산은 단 세 번의 도약으로 이미 조봉인의 앞에 이르고 있었다.

 “빠르구나!”

 생각 외로 빠른 백산의 움직임에 조봉인은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의 오른손이 이미 백산의 목줄기를 잡아 가고 있는 걸로 보아 놀란 건 아니었다.

 백산은 상체를 일으키지 않았다. 조봉인의 허리 높이로 상체를 숙이고 달려들다가 그 자세 그대로 왼발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츠르르륵!

 왼발의 날로 바닥을 밀어낸 백산.

 속도가 갑자기 확 줄어들며 백산의 몸이 오른쪽으로 휙 돌았다. 오른발은 쭉 펴진 상태였고 바닥에 홈을 파내며 둥글게 원을 그렸다.

 상대의 발목을 가격함으로써 중심을 무너뜨리고 이차, 삼차의 연속 발차기를 펼쳐 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조봉인은 노련했다.

 피하더라도 백산의 연속기가 터져 나올 것임을 예상한 그는 몸을 띄우지 않고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며 기마자세를 취했다.

 뻐억!

 백산의 발뒤꿈치가 조봉인의 발목을 후려쳤다.

 그러나 조봉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중심을 잡은 이후였기에 백산의 발차기는 그저 약간의 흔들림만 일으켰을 뿐이었다.

 백산은 양 손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 반동에 몸을 띄워 올린 백산. 조봉인을 등지고 있던 백산은 재빠르게 회전하며 왼발을 돌려 찼다.

 목표는 조봉인의 목!

 가장 낮은 자세에서 갑자기 높은 위치로 목표가 확 바뀌자 조봉인도 흠칫했다.

 이렇게 빠른 반응은 전장에서 수없이 싸움을 해 온 백전노장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것이다.

 허나 조봉인은 침착했다.

 오른쪽 목으로 날아드는 백산의 발을 오른 팔뚝으로 간단히 막아 냈고 왼손을 활짝 펴며 백산의 복부를 향해 쭉 뻗어 냈다.

 백산은 연이은 두 번의 공격이 모두 허무하게 막혀 버리자 내심 안타까워했다.

 나름대로 회심의 공격이었기에 약간의 피해는 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공격은 모두 막혔고 오히려 조봉인의 손바닥이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백산은 재빨리 허리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목을 넘기고 양 팔을 뒤로 뻗어 땅을 짚은 뒤 한 바퀴 재주를 넘었다.

 다람쥐가 재주를 부리듯 어느새 조봉인의 공격권을 벗어난 백산,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했다.

 “허허! 고놈 참… 타고난 싸움꾼이로구나.”

 백산의 눈빛을 알아본 조봉인의 말이었다.

 그러나 백산은 조봉인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장점이자 강점이었다. 백산은 대결에 임하는 순간부터는 절대 허튼 생각을 하지도 않으며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대결만을 생각하고 대결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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