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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블러드 블러드 호라이즌(Blurred Bloods Horizon)
작가 : 문태형
작품등록일 : 2016.9.6

─나는, 그녀만을 위한 기사가 된다.

신화, 전설, 마법, 무술이 공존하는 숨겨진 세계에, 단 한 소녀만을 위해 발을 들인다!

 
1화
작성일 : 16-10-20 06:01     조회 : 595     추천 : 0     분량 : 5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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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넓은 도장 가운데서 목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의 근원지에서부터 퍼져나온 후끈한 열기가 도장 전체를 장악했다.

 

  상대를 바라보며 나는 쉴 새 없이 검을 휘둘렀다.

 

  일격. 이격.

 

  받아낼 때마다 검속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흉포하고 사나운 검격을 아슬아슬하게 몸을 움직여 피해냈다. 연달아 내리꽂히는 검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며 근육을 수축시켰다.

 

  흡사 먹이를 덮치기 전의 범과 같이, 숨죽인 채 눈을 빛냈다.

 

  노리는 것은 단 한 번.

 

  폭풍의 눈으로 진입할 기회.

 

  머리가 뜨거워진다. 수많은 기의 흐름을 받아들이며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짧게 숨을 들이켰다.

 

  한순간 시야가 느려진다.

 

  수없이 많은 경로가 눈앞을 어지럽혔다. 그중에서, 나에게 닿을 단 하나의 줄기를 잡아냈다.

 

  기의 집결이 한 점에 집중될 때,

 

  ─이미 예측한 경로에 검을 보내 흘려보낸다.

 

  "─읏!“

 

  상대가 당황해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단숨에 진각을 밟아 거리를 좁혔다. 이미 그녀와의 거리는 검을 휘두를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온몸의 근육이 주먹을 내뻗는다는 의지에 호응했다. 다리에서 시작된 힘의 운용은 어느새 한 점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발경의 영역.

 

  ──!

 

  기의 발산이 호구를 뚫고 들어갔다.

 

  검을 나누던 상대는 순식간에 들어오는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가 주저앉았다.

 

  "후우…...."

 

  나는 호흡을 고르며 호구를 벗었다. 검을 나누던 상대─유진 또한 호구를 벗으며 일어서고 있었다.

 

  잠시 주먹을 쥐었다 폈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할아버지에게 배운 것들을 사용하지 않고는 겨룰 수 없을 정도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 사이에 또 실력이 는 것일까.

 

  유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이길 수가 없다니까."

 

  그녀의 탄식 하듯 내뱉는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늘었는걸. 금세 따라잡힐 것 같아서 불안할 정도야."

 

  "퍽이나."

 

  코웃음을 치며 유진이 수건으로 땀을 닦아냈다. 노랗게 물들인 그녀의 머리카락이 수건이 스칠 때마다 흩날렸다.

 

  “나 먼저 씻는다.”

 

  어느새 목도와 호구들을 정리한 유진이 도장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도 어서 정리를 마치고 서둘러 그녀를 따라나섰다.

 

  3층짜리 건물.

 

  1층에는 아무것도 없이 올라가는 계단만 있고, 2층은 유진과 그녀의 아버지가 생활하는 주거 공간, 3층은 도장이라는 심플한 구조였다.

 

  2층의 집은 원래 있던 작은 카페가 건물에서 나가고서 마련한 것이었다. 도장에 들릴 때마다 간간이 커피를 사 마셨었는데. 나름 아쉬움을 느끼며 혀로 입술을 적셨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샤워기 소리가 귀에 쏟아졌다. 나는 유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거실에 있는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푹신한 소파가 노곤해진 몸을 다독여줬다.

 

  가만히 기다리자니 목이 타서 나는 물을 꺼내 마셨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시원함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그럼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아 옷을 몇 번 펄럭였다. 운동하면서 땀을 빼는 건 좋지만 그 후의 찝찝함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잠시간의 시원함에 젖어있을 때, 문득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벽에 매달린 거대한 액자.

 

  웬만한 TV 수준으로 큰 가족사진에는 유진과 그녀의 아버지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지금보다 여러모로 작은 유진과 변함없는 그녀의 아버지.

 

  문득 웃음이 튀어나왔다. 저 때는 유진이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못 했었지.

 

  “나 나왔어.”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회상의 여운을 미뤄둔 채 돌아보니 유진이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에 수건을 얹고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핫팬츠에 짧은 반팔 티를 입고서.......

 

  난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제 유진은 더이상 어릴 적의 그녀가 아니었다. 성장한 그녀는 가끔씩 이렇게 내 얼굴을 붉히게 만들었다. 이럴 때는 조금이라도 날 이성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만.

 

  “하아.”

 

  나는 찝찝했던 옷가지들을 벗은 채 샤워기의 물을 맞았다. 더위라는 이름의 진드기가 땀방울들과 함께 괴성을 지르며 달아났다.

 

  빠르게 씻고 나온 후에 옷걸이에 걸려있던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침 수련을 마친 뒤 씻는 게 일상이었기에 교복은 항상 유진의 집에 가져다 두고 있었다.

 

  “후.”

 

  거울을 들여다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대충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건방진 눈매. 나름 단정해 보이기 위해 단추는 하나도 풀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떻게든 잘 봐주려고 해도 모범생 흉내내는 날라리로 보일 뿐이었다.

 

  머리를 가지런하게 빗어내리고 거실로 나왔다. 유진은 먼저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교복으로 갈아입은 나를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교복 진짜 안 어울리네. 디자인이 나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생각만 하던 것과 남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것은 역시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가 건네는 토스트를 입에 꽉 채우며 가방을 멨다. 그 외에 별다르게 준비할 것은 없었다.

 

  먼저 밖으로 나가는 유진을 따라 집을 나서는데 문득, 신발장 앞에 달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6월 16일 옆에 펴진 빨간 동그라미. 밑에 조그맣게 쓰여 있는 사막화 방지의 날을 체크해둔 건 아닐 텐데.

 

  “내일 무슨 일 있나?”

 

  유진은 그렇게 묻는 내게 충격적인 대답을 들려줬다.

 

  “무슨 일이긴, 학교 축제지.”

 

  “뭐?”

 

  학교 축제라고?

 

  난 멍하니 그 말을 되새겼다. 머리가 구정물이라도 찬 듯 사고를 방해했다.

 

  말도 안 된다. 학교 축제가 있다면 분명 아침 조회든 종례였든 알려줬을텐데!

 

  “보나 마나 또 퍼질러 자고 있었겠구만?”

 

  “아.”

 

  그녀의 말에 내 평소의 행실을 떠올렸다. 그녀의 말대로 나는 매일 학교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어차피 공부 쪽으로 갈 것도 아니었기에 그 행동에 한 점 부끄러움 없었지만, 안내 사항조차 듣지 않고 잠들었다니.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요즘 미묘하게 학교 분위기가 떠있다 했더니 축제가 코앞이라 그런 것이었나.

 

  “내가 할 건 없겠지?”

 

  “글쎄. 축제 때 너네 반에서 활동하지 않으려나? 진짜 할 거 없으면 검도부 구경이라도 와. 기왕이면 도와주면 더 좋고.”

 

  “...그건 별로 안 끌리는데.”

 

  축제 때 검도부가 하는 활동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일반인과 검도 경험이 없는 학생들과 대련하거나, 호구의 튼튼함을 시험함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인간 샌드백. 마지막으로 휘두르는 목검을 피하는 퍼포먼스 정도.

 

  작년엔 인간 샌드백을 했었다. 유진의 부탁에 잠시 도와줬었는데, 제정신으로 할 만한 짓이 아니었다. 얼마안가 호구를 벗어던지고 도망쳤다. 호구를 껴도 아픈 건 아픈 거다. 아무리 작년에 가장 사람이 많이 모였다지만 그 짓을 다시 할 생각은 없었다.

 

  문을 열고 나서는 유진을 따라나섰다. 학교까지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가까운 것도 아니었지만, 대충 걸어서 15분이면 도착할 정도는 됐다. 정문에 들어서면서 학교 축제에 관한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등교, 하교할 때마다 볼 수 있는 걸 못 보고 지나치다니. 얼마나 주변에 관심이 없었으면. 나 자신의 한심함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과는 정문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드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 있던 여러 쌍의 눈동자들이 나를 잠시 주시하다 흩어졌다. 난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아 가방을 풀었다.

 

  누구도 내게 다가오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반에서의 난 그런 역할이었다. 왜 있지 않은가. 다른 애들 눈에 띄지도 않고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애. 굳이 이런 역할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내 타고난 사교성은 내가 남들과 어울리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책상에 얼굴을 파묻으려다가, 멈칫하고 다시 허리를 세웠다. 축제가 바로 내일이었다. 다른 전달 사항이 있을지도 모른다.

 

  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무리가 어느 주제로 얘기를 나누면 잠시후 다른 무리에서 앵무새처럼 그 주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튀기 좋아하는 녀석은 갑작스레 한 번씩 큰 소리를 치고, 그러면 그 녀석과 친한 애들은 영양가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나머지는 슬쩍 시선을 주다가 말았다.

 

  평범한 교실 풍경.

 

  그러나 나는 그런 평범함에 끼지 못하고 있었다. 저절로 떠오르는 쓴웃음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너, 어제 뉴스 봤어?”

 

  “뉴스? 왜?”

 

  “왜긴. 비스트 말야, 비스트.”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떠드는 말에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비스트.

 

  며칠 전에 인터넷 기사를 봐서 알고 있었다. 피해자의 시신에 남은 짐승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발톱 자국과 이빨 자국에 ‘비스트’라는 이명까지 붙은 연쇄 살인마였다.

 

  비스트는 벌써 수차례나 범행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 특이한 범행 수단을 고려해 보면 여태까지 잡히지 않은 용의주도함에 감탄과 동시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비스트가 범행을 저지르는 장소는 특정 지역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한국 전역.

 

  농담이 아니라, 한 번 어느 장소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난 뒤에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그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느낌이라고 할까. 외국을 통틀어서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전국은 이 연쇄 살인마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비스트가 왜? 설마 우리 동네에서 살인이라도 저질렀어?”

 

  다른 한 여학생의 대답에 비스트에 대해 말을 꺼내던 여학생이 어색한 표정으로 볼을 긁었다.

 

  ‘설마?’

 

  “우리 동네는 아니지만, 바로 옆 동네에서.”

 

  “에에엑!?”

 

  난 내 입에서 난 소린 줄 알고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도 저 비명을 지른 건 내가 아니었다. 한순간 소음을 만들어낸 여자아이에게 반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이 쏘아졌다.

 

  여학생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그, 그래서. 언제 일인데?”

 

  “시체 검사 결과 죽은 건 며칠 전이래.”

 

  “그럼.......지금 우리 동네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여학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난 그 여학생의 말에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확실히, 비스트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이동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 동네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건 그럴 듯한 가설이었다. 범행 도구로 짐승의 발톱과 이빨 비슷한 것들을 사용하고, 여러 명을 죽인 연쇄 살인마의 생각을 어찌 알겠는가. 범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아직도 주변을 맴돌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 뒤로 여학생들간의 대화는 뿌리 없는 인삼처럼 영양가 없는 대화뿐이었다.

 

  난 고개를 흔들며 비스트에 대한 생각을 털어냈다. 가능성을 생각해두는 건 좋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에 상념에 빠질 필요는 없었다.

 

  나는 슬쩍 곁눈질로 시계를 바라봤다. 8시 19분을 막 지난 초침이 2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종이 울렸다. 그로부터 대충 1분 후애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다.

 

  담임의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얼마 전 원래 담임이 다른 학교로 전임하고서부터 교편을 잡은 교직계의 새내기였다.

 

  그녀가 자신의 둥그런 안경을 조심스레 올리면서 말했다.

 

  “에.... 갑작스럽지만 오늘,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습니다.”

 

  그녀의 말에 안그래도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더 후끈 달아올랐다.

 

  "축제가 내일인데 전학이라고?"

 

  "여자인가! 여자인건가!"

 

  "아 진짜 남자들 개시끄러워......."

 

  "남자라면 잘생겼음 좋겠다."

 

  그 사이에서 난 멍하니 담임을 바라봤다. 전학생 외에 다른 전달사항이 없으면 곧바로 잠들어버릴 의지로 충만했다.

 

 “그런데 저기, 그게. 조금.......”

 

  말을 더듬는 그녀의 모습에 몇몇 녀석들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담임은 뭔가를 포기한 모습으로 한숨을 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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