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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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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7 화
작성일 : 16-07-13 09:33     조회 : 691     추천 : 0     분량 : 7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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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계에 속해 있는 북수백산의 높은 절봉.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하늘과 숲 그리고 수북이 쌓인 눈뿐인 이곳을 사람들은 두운봉(頭雲峰)이라 불렀다.

 하늘의 끝에 위치한다는 구름마저 아래에 두고 있다 하여 두운봉이라 이름 붙은 그곳에 한 소년이 있었다.

 슬쩍 스쳐 가더라도 다시 보기 위해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귀여운 용모를 지닌 소년이었다.

 이제 열다섯 살이나 되었을까?

 갸름한 얼굴에 커다란 두 눈을 지닌 소년은 그리움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숲을 등지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소년은 매우 얇아 보이는 옷만 입은 상태였다. 살짝 닿기만 해도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품이 넓은 흰색 바지와 소매가 헐렁한 얇은 상의는 평범해 보였지만 소년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소년의 무명옷은 오래된 것인지 군데군데 해진 곳이 많았고 본래의 흰색이 많이 퇴색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볼품없는 옷도 소년이 걸침으로써 사뭇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벼랑 아래로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서늘한 겨울바람이 사방을 휘젓고 있었다. 소년은 그 한가운데에 서서 누군가를 떠올리며 옛 생각에 잠겼다.

 ‘사형이 떠난 지 벌써 이백 일이 지났구나.’

 소년의 머릿속에 떠오른 짧은 감상이었다.

 “후우우우…….”

 어린 나이의 소년이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같이 갔으면 좋았을 것을…….”

 소년은 사형을 원망했다. 늘 함께하자며 약속까지 했던 사형이었지만 지금 자신의 곁에 없는 것이 섭섭했다.

 적어도 사, 오 년은 지나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견뎌야 할 그리움이 소년에겐 벅차기만 했다.

 “사형이 늦게 온다면 내가 먼저 가겠어. 실력을 인정받은 다음 사형을 찾아 중원에 가고 말 테야!”

 소년은 당차게 외치며 두 주먹을 굳게 쥐었다.

 잠시 후 벼랑에서 몸을 돌린 소년이 넓게 자리한 공터로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런 자세로 걸음을 멈췄을 때 소년의 표정이 일변했다.

 무표정. 무어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무표정은 금세 사라졌다.

 소년의 입가에 서서히 엷은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눈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스윽!

 소년의 오른발이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한 발 내딛어졌다. 동시에 소년의 왼쪽 무릎이 구부러지며 자세가 낮아졌다.

 오른 팔꿈치는 가슴 앞에서 직각으로 구부러졌고 굳게 움켜쥔 주먹의 손등은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왼손은 이와 반대였다. 오른손보다 약간 뒤쪽에 놓여 있다는 것이 다를 뿐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소년의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생사대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 강렬한 눈빛을 쏘아 보내는 소년.

 스슥!

 이번엔 왼발이 앞으로 나아갔다. 동시에 오른손과 왼손의 위치가 교묘히 뒤바뀌며 다시 자세가 낮아졌다.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소년의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왼발과 오른발이 교차되어 나가고 들어오길 반복했으며 왼손과 오른손의 위치도 계속적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자세를 바꾸며 이동하던 소년의 발이 한순간 변화를 보였다.

 왼발을 스치며 앞으로 뻗어 나간 오른발 끝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정면이 아닌 오른쪽을 향했다.

 오른 발끝이 옆으로 살짝 틀어지자 발목과 무릎도 같이 틀어졌다. 동시에 허벅지가 틀어졌고 대퇴부가 틀어졌으며 허리가 틀어졌다.

 곧바로 허리와 가슴, 어깨까지 오른쪽으로 틀어지며 전신의 체중이 완전히 오른발에 실렸다.

 그때 소년의 왼발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옆차기의 자세. 왼발의 날이 정면으로 향한 상태에서 찰나적으로 움직였다.

 스응!

 검이 토해 내는 울림과도 같은 공명이 대기를 가르는 순간.

 팡!

 공기가 터져 나가 듯 시원한 소리가 울리며 소년의 동작이 멈췄다.

 잠시 정지 상태로 옆차기 자세를 유지하던 소년은 미세하게 숨을 내뱉으며 발을 빠르게 회수했다.

 한데 단순한 회수 동작이 아니었다. 뻗었던 왼발을 당기면서 오른발이 떠올랐다.

 오른쪽을 향해 있던 몸은 순식간에 왼쪽으로 틀어졌고 오른발이 옆으로 쭉 뻗어 나갔다.

 슈웅!

 파앙!

 방금 전과 똑같은 옆차기의 자세였다. 하지만 왼발이 오른발로 바뀌어 있었고 소년의 상체가 왼쪽을 향해 돌려져 있다는 것이 달랐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촌각. 만약 소년의 전방에 누군가 있었다면 발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당해 버렸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소년은 오른발을 서서히 회수하여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섰다.

 바로 그 순간,

 쉬쉬식!

 파바박!

 멈춰있던 두 발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 있는 그 상태에서 몸만 살짝 살짝 비틀며 번개처럼 발차기를 뿌려냈다.

 앞차기와 돌려차기, 후려찍기, 뒤돌려차기, 삼단차기 등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허공을 가격했다.

 발차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두 발을 튕겨 올리며 허공에서 연속 이단차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공중에서 두어 바퀴를 회전하여 강력한 일격을 날리기도 했다.

 소년의 발은 눈부신 속도로 움직였다.

 몸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깃털처럼 가벼운 동작이 계속되었다.

 차라라락!

 땅바닥을 쓸어내리고 땅을 박차고 튀어 올라 내려찍거나 무릎을 구부려 상단으로 쳐올리는 등의 동작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년에게 있어 손은 발차기를 할 때 균형을 잡거나 땅을 짚는 정도의 용도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발끝을 내지르고 발 날을 칼처럼 휘둘렀으며, 뒤꿈치로 땅을 내려찍고 하면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양 무릎으로 땅 위를 쑤셔 박기도 했다.

 소년의 발은 전체가 무기였다.

 허공을 정신없이 휘젓고 있는 것이 손이 아닌 발이라는 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실로 무섭게 빠르고 위력적인 움직임이었다.

 넓은 공간을 오가며 현란한 발동작을 보여 주던 소년이 처음으로 땅위를 빠르게 뛰어가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의 보폭이 점점 멀어지던 어느 순간, 오른발이 땅을 힘차게 굴렀고, 그 반동을 이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년의 몸은 빠르게 회전했다.

 휘리리리릭!

 몇 바퀴인지 세지도 못할 정도로 무섭게 회전한 소년이 땅으로 떨어져 내릴 때였다.

 왼발이 느닷없이 휙 튀어나오며 땅을 내려찍었다.

 쿠아앙!

 소년의 무릎부터 발끝까지가 땅과 수평이 된 채 깊숙이 쑤셔 박혔다.

 겨울이라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을 땅이 소년이 내지른 발에 움푹 꺼진 것이다.

 만약 그 발차기에 맞은 것이 사람이었다면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바닥을 짚고 있던 두 손에 힘을 준 소년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결과를 바라봤다.

 “후아아… 역시 무릎을 좀 더 단련해야겠어.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부위지만 관절이라 그런지 내가 받는 타격도 적지 않네.”

 소년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모로 눕힌 상태에서 중얼거렸다.

 지도해 주는 사람 없이 홀로 수련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소년은 자신의 부족함을 바로 찾아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단련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웃차!”

 허리를 숙여 옆에 나뒹굴고 있는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든 소년은 자신의 발차기에 움푹 파인 땅바닥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거참, 묘한 모양이 돼 버렸네. 요기에 이렇게 다리 하고 팔을 그리고 여기에 눈, 코, 입을 그려 넣으면… 쿡쿡! 영락없이 말라깽이 스승님이잖아? 푸하하!”

 나뭇가지로 움푹 파인 땅에 이런 저런 그림을 그리며 혼자 신나 하는 소년의 모습은 장난기 많은 예닐곱 살의 꼬마와 같았다.

 열다섯 살은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지만 행동은 열 살짜리 아이가 친구 하자고 해도 될 만큼 순진한 모습이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

 그것은 지금껏 사람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백산, 이노오옴!”

 “이크!”

 느닷없이 들려오는 호통소리에 소년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급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던 소년의 눈빛이 순식간에 낭패감으로 물들어 갔다.

 “날이면 날마다 이 시간에 어딜 가나 했더니 나 몰래 여기서 그런 쓸데없는 걸 수련하고 있었구나! 그렇게 말했건만… 에잉… 쯧쯧!”

 소년의 정면으로 깡마른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과 하등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의복.

 겨울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인지 노인 역시 얇고 품이 넓은 무명옷만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노소(老少)는 추위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마, 마을에 가신다더니… 일찍 오셨네요, 아하하!”

 소년이 쭈뼛거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녀석이 하도 말을 안 들으니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더구나. 그런데 어김없이 내 말을 어기다니…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수박은 발 기술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야. 전신을 이용하여 조화롭게 운용될 때에 비로소 수박이라 할 수 있거늘…….”

 노인은 위엄이 가득한 음성으로 소년을 나무랐다. 하지만 소년은 고개를 숙이고 있되 마음은 불복하고 있었다.

 콧바람이 원래 센 녀석일까?

 숨을 쉴 때마다 코에서 쉭쉭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쭈? 하는 꼴을 보니 이 스승한테 반항이라도 할 생각인 게냐? 좋다, 어디 말해 보거라. 무엇이 문제더냐?”

 “제자, 백산은 스승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지도, 이해를 할 수도 없습니다.”

 백산이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노인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렇습니다. 스승님께서 지금껏 제게 하셨던 말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무릇 무예를 익히는 사람들은 욕심 때문에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욕심 중에서도 다예(多藝)에 대한 욕심이 무인에게는 가장 큰 독이니 너는 한 가지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이 말에 의하면 한 가지 무예를 최고로 익히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일진대 어찌 지금은 발 기술 한 가지만 익힌다고 저를 구박하시는지요?”

 당차게 말하는 백산의 모습에 노인의 눈에 기광이 번쩍였다.

 노인이 백산을 제자로 맞아들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당돌함 때문이었기에 칠 년이 다 되는 세월 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백산을 대하는 노인의 태도는 여전히 엄했다.

 “네놈이 내 가르침을 헛배웠구나. 내가 말한 다예라는 것은 독자적인 기술로서의 무예들을 말하는 것이다. 한 가지 무예를 평생 익혀도 부족할진대 여러 가지 무예에 손을 대다간 어느 것 하나도 최고에 이를 수 없는 것이다. 허나 수박은 다르다. 수박의 기초는 전신을 고루 발달시키는 것이라고 몇 번을 말했더냐. 오늘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구나. 특별 수련을 시켜 주도록 하지.”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리는 노인의 모습에 백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트, 특별 수련? 설마…….’

 이미 수차례에 걸쳐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걸 직접 경험해 본 백산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오호! 거리를 재는 게냐? 좋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적절한 거리를 벌리는 건 아주 잘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해야 한단다.”

 백산이 뒷걸음질치는 걸 교묘하게 비꼰 노인은 갓난아이가 보면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사악한 미소를 띠며 한 걸음 다가섰다.

 “오, 오늘 수련은 이만 끝난 걸로 하고 특별 수련은 내일부터 하는 게 어떨까요?”

 “어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버릇은 아주 못된 것이다. 자아, 덤벼 보거라. 싫으냐? 그럼, 이 스승이 먼저 시작하마.”

 파악!

 노인의 신형이 물 찬 제비와 같은 움직임으로 백산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불과 삼 장. 단 두 번의 발돋움으로 백산의 코앞에 날아든 노인은 몸을 옆으로 돌린 상태에서 오른 주먹을 곧게 뻗어 냈다.

 수박의 ‘횡진 공격’이었다.

 부웅!

 노인의 주먹을 피하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힌 백산.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공격을 뻔히 아는 백산은 속으로 아차 싶었다.

 코끝을 스쳐 가는 주먹이 한순간 멈추더니 팔꿈치가 팍 굽혀지며 백산의 가슴을 향해 내리꽂혔다.

 피하기엔 늦었다고 판단한 백산은 양 손바닥으로 팔꿈치를 받아 내며 오른발로 노인의 턱을 차올렸다.

 “좋구나! 하지만 발만으로는 어림없다!”

 노인은 허리춤에 있던 왼손으로 백산이 차올리는 왼 발목을 확 밀쳐 냈다. 동시에 찍어 누르던 오른 팔꿈치에 더욱 힘을 주었다.

 발은 들리고 가슴은 내리눌렸다. 그 결과는 한 가지였다.

 쿠웅!

 백산은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지근거리에서는 발보다 손을 쓰는 것이 훨씬 자유로운 게 당연했고 노인에게 접근을 허용한 백산이 이렇게 쉽게 땅바닥에 자빠진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백산은 계속 바닥에 누워 있을 생각이 없었다.

 어느새 뒤로 구르며 몸을 일으킨 백산.

 팔꿈치를 막은 손이 얼얼한 것으로 보아 노인이 대충할 생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저도 진심으로 합니다.”

 “옳거니! 잘 생각했구나. 허허허! 이런 즐거움이 있기에 제자를 키우는 게지.”

 노인은 여전히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치 장난치듯 말을 내뱉고 있었다.

 스승인 을지상인(乙志常人)의 성품을 지난 칠 년간 지켜봐 온 백산은 분위기로 보아 잘못하면 족히 보름은 누워 있어야 할 만큼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을지상인이 지금과 같은 미소를 띨 때는 신체 어느 곳이든 한 군데는 꼭 부러졌기 때문이다.

 ‘좋아, 좋다고… 오늘 내 발 기술의 무서움을 보여드리겠어!’

 단단히 다짐을 한 백산은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이번엔 제가 먼저 갑니다!”

 “오너라!”

 편한 자세로 백산의 도전을 기다리는 을지상인의 모습에 백산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타앗!”

 드디어 백산의 선공이 시작되었다.

 땅을 박차고 날아오른 백산은 비스듬한 자세로 빠른 회전을 시도했다. 그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던 을지상인은 백산이 회전을 마치는 순간 발차기를 날릴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늦구나!”

 부웅!

 백산이 회전력을 가미한 내려찍기를 시도하는 찰나, 을지상인이 한소리 외치며 한 발을 크게 내딛었다.

 동시에 양 팔을 머리 앞에서 교차시켰다.

 뻐억!

 백산의 오른발 뒤꿈치가 을지상인의 교차된 팔목 사이에 틀어박혔다.

 백산은 뒤꿈치를 을지상인의 팔목에 걸고 무릎을 당겨 온몸을 앞으로 튕겼다. 순간 백산의 왼쪽 무릎이 굽혀지며 을지상인의 안면을 향해 무섭게 쇄도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어이없는 반격에 막히고 말았다.

 쇄도하는 백산의 무릎을 양 팔목을 이용하여 내려친 을지상인은 상체를 아래로 팍 숙였고 그 반동을 이용해 오른발을 엉덩이 뒤로 휙 차올렸다.

 마치 전갈이 꼬리로 먹이를 공격하는 자세와 같은 형상.

 백산은 스승인 을지상인의 발바닥에 그대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뻑!

 “악!”

 백산의 머릿속에서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머리가 터져 나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의 강한 충격이 백산을 휩쓸었고 그의 몸은 힘없이 튕겨 나가며 땅바닥 위를 구르고 말았다.

 무려 열 바퀴나 구르고서야 멈춰 선 백산은 대자로 뻗어 버렸다.

 “에잉! 못난 놈! 그런 고집은 무예를 익히는 자로서 하등 도움 될 것이 아니거늘…….”

 을지상인은 혀를 끌끌 차며 이미 정신을 놓고 있는 백산을 둘러 업었다.

 휘이이이잉!

 찬바람이 두운봉 위를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길게 자란 을지상인의 수염이 어깨 위에 걸쳐진 백산의 코를 간질이자 백산은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 녀석… 어느새 이렇게나 자랐구나.’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처음 봤을 땐 가볍기만 한 작은 체구의 아이였던 백산이 어느덧 훌쩍 자라난 것이다.

 단잠에 빠진 듯 차분히 숨을 내쉬는 백산을 힐끗 돌아본 을지상인은 뿌듯함과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두운봉에 남기며 산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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