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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녹이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 : Naram
작품등록일 : 2020.8.17

어린 아이들이 말하기를,

후대의 선생들이 가르치기를,

세계의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당신은 비열하고 악독한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한 자라 비웃을지라도

아녹께선 그날의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1. 기름부음 받은 자들 - 8
작성일 : 20-08-21 23:17     조회 : 260     추천 : 0     분량 : 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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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스칼 일행이 떠난 후 자리를 정리한 센과 헤인은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갔다. 이제 겨우 3일째이긴 하지만 나름 익숙해진 방문을 열자 가장 먼저 두 개의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건초로 채워진 침대중 하나는 흰천 위에 부드러운 실크가 세장 덮여 있었는데 그 곳의 주인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분명해 보였다. 겉옷을 벗어 대충 바닥에 던진 센은 살짝 뛰어 올라 푹신한 건초와 부드러운 비단에 몸을 맡겼다.

 

 

  “준비 다 되면 불러.”

 

  “그러하겠습니다.”

 

 

  헤인은 바닥에 널브러진 그의 겉옷을 정리하며 나른한 센의 목소리에 정중하게 대답했다.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이 방 안을 채웠고 주인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짐을 정리하는 소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갔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가만히 누워있던 센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너도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 아스칼이라고 했던가? 내가 정체를 숨기는걸 아는 것 같더라.”

 

  “그거야 주인님께서 그 모습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여자라는 것 까지 파악한 것 같더라고.”

 

 

  마지막에 들려온 센의 목소리는 여지것 들려왔던 중성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부드럽고 편안한 여성의 것 이었다. 경박한 말투 속에 우아함이 묻어있어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지만 둘만 있는 자리에선 익숙한 상황이었다. 헤인이 몸을 틀어 그녀를 바라봤지만 몸을 돌려 벽을 바라보고 있던 센은 그의 행동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래봬도 나름 구르고 구른 삶을 살아왔잖아? 그 까다로운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어 연기는 기본 소양이나 다름 없었고 자신도 있었지. 그런데 그 남자는 그걸 첫 만남에 알아챘네.”

 

  “남장은 처음이시지 않습니까.”

 

  “여기까지 오면서 어느정도 적응이 되기도 했고 알아차린 사람도 없었어. 뭐, 아무튼 그 남자의 눈썰미는 나름 괜찮다는 말이야. 싸움에 관해서는 나보단 네가 더 잘 알겠지.”

 

  “단단히 잡혀있으면서도 유연한 자세, 무심하면서도 경계를 개을리 하지 않는 하는 눈빛, 그리고 노련한 전사들에게서 풍겨오는 기도가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믿을만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어.”

 

 

  헤인은 창 밖에 떠오른 태양의 위치를 확인했다. 아스칼과 정식 계약하기로 한 시간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다. 헤인은 들고 있던 옷가지를 가죽가방에 넣곤 허리춤에 매어진 단검을 확인했다.

 

 

  “잠시 주인님의 간식거리를 사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헤인은 센에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정중히 인사를 건낸 후 겉옷과 함께 자신의 검을 챙기고 문고리를 잡았다.

 

 

  “단 것 좋아하는거 알지. 괜찮으면 가격에 신경쓰지 말고 사와. 모르는 것은 안먹어. 이상한 맛은 보기만 하고 쓴맛이면 치워.”

 

  “언제나처럼 그러하겠습니다.”

 

 

  더 이상 들려오는 말은 없었다. 문이 닫힌 후 헤인의 발걸음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센의 눈빛은 사냥꾼의 화살촉처럼 날카로웠다.

 

 

 

 

 

  “애취!”

 

 

  티리에의 재채기와 함께 그녀가 들고 있던 꼬치에서 전갈튀김 한덩이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한쪽 눈으로 먼지에 뒤덮인 전갈고기를 노려본 티리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으... 세계의 어둠이 나를 타락시키기 위해 시험하는 것인가. 한시도 방심할 수 없군.”

 

 

  떨어진 고기에 미련이 남는지 발끝으로 툭툭 쳐봤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순간 물에 씻어서 먹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은 그렇게 궁핍하지 않았고 왠지 좀 비참할 것 같았기에 고개를 거칠게 흔들며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지웠다.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허리춤에 시미터를 찬 채로 상인들과 흥정하는 삼촌이 보였다. 무구 외에도 잡다한 것들도 함께 팔고 있었는데 흥정이 짧은 시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고 조금이지만 여성의 옷과 악세사리도 함께 취급하고 있었기에 그가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4실버발트.”

 

  “글쎄, 안된다니까. 5실버발트 50쿠퍼발트”

 

  “4실버발트.”

 

  “이러면 내가 남는게 없다니까? 이게 마지막이야. 5실버발트 20쿠퍼발트”

 

  “4실버발...”

 

  “4실버발트!”

 

 

  우렁찬 티리에의 목소리에 상인과 아스칼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여전히 검은색 원피스와 안대를 낀 티리에는 아스칼의 소매를 가볍게 붙잡고 있었는데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오른쪽 눈에선 결코 흥정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갑자기 튀어나온 귀여운 꼬마손님 난입에 흥미를 느낀 상인은 복슬복슬한 검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소녀의 위 아래를 훑어봤다.

 

 

  “음, 그러니까. 딸?”

 

  “멀쩡한 총각인 우리 삼촌을 아저씨로 만들지 마세요!”

 

  “어이쿠, 이 아저씨가 잘못했구나. 그런데 지금 이 아저씨는 꼬마아가씨의 삼촌과 거래를 하는 중이에요.”

 

  “알아요, 그래서 도와주러 온 거에요. 4실버발트!”

 

  “여기 가문 사람들은 막무가내가 유전인가?”

 

 

  상인은 티리에와 대화를 하며 아스칼을 살펴봤는데 그는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바라만 볼 뿐 딱히 개입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간단하게나마 두 손님들을 파악한 상인은 너스래를 떨며 티리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소녀들이 입는 옷과 악세사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건 어때? 4실버발트로 해줄테니 여기서 2실버발트만큼의 물건을 추가로 구매하는거야.”

 

  “제가 그런 가벼운 상술에 넘어갈줄 아세요? 저를 너무 쉽게 보는군요!”

 

  “자자, 그러지 말고 일단 한번 봐봐. 맘에 안들면 다시 흥정하면 되지. 안그래?”

 

 

  티리에는 겉으로는 관심이 없는척 했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물건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애초에 여기에 온 것도 이것들에 관심이 있어서였으니 말이다. 그중 알록달록한 돌들이 박힌 링 형태의 귀고리에 더욱 눈이 갔는데 이곳에 있는 귀에 거는 형태의 귀고리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그럼 거절만 하는 것도 실례니까 한, 한번만 보도록 할까...”

 

 

  말끝을 흐리며 아스칼의 눈치를 살살 살폈지만 왠지 안된다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스칼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티리에는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물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상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거침없이 물건을 뒤적이던 티리에는 몇가지 악세서리를 골랐는데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색색의 돌이 박힌 링 형태의 귀고리, 소가죽을 엮어 만든 검은색 팔찌, 그리고 노란 별이 수놓인 검은색 안대였다.

 

 

  “안대는 빼도록 하지.”

 

  “아앗...”

 

  “대신 이 아이의 발에 맞는 신발과 옷을 사겠다. 도합 8실버발트 안쪽으로. 어떤가?”

 

  “아이고 손님! 당연이 좋구 말구요! 우리 꼬마아가씨는 잠시 여기 와서 팔좀 벌려줄래?”

 

 

  열다섯이지만 또래 소녀들보다 키가 작은 티리에는 ‘꼬마아가씨’라는 호칭에 한마디 해줄까 했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았기에 아무런 말 하지 않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순순히 팔을 벌렸다. 대충 옷 치수를 가늠한 상인이 몇가지 옷들을 골라 티리에에게 보여주었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아스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목적을 가지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확인했다.

 

  짧은 갈색 머리에 약간 쳐진 눈매, 평범한 사막 남자들이 입는 흰 옷에 허리춤에는 단검과 롱소드를 차고 있었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이번 의뢰인의 하수인이자 자신과 협상을 진행했던 헤인 크롤드라는 남자였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눈 밑에 붉은색 염료를 발랐다는 점이었다.

 

  크롤드 곁으로 다가온 헤인은 가벼운 미소를 머금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작은 마을이다보니 이런 곳에서 다시 뵙게 되네요.”

 

 

  사실 마냥 작지만은 않은 마을이였다. 주점도 있고 대장간도 있고 식료품이나 잡회들을 다루는 상점들도 있었다. 만나려면 만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마주치긴 어려운 정도의 크기였고 이런 구석진 곳에 있는 노점상에서 만날 확률은 더욱 적었다. 하지만 아스칼은 별다른말 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를 받아주었고 시선을 다시 티리에와 상인에게로 돌렸다.

 

 

  “준비는 끝났나?”

 

  “네. 저희야 3일 전부터 와서 기다리기만 하는 입장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센님의 간식을 사러 잠시 나왔습니다.”

 

  “식료품은 여기가 아니라 저 건물 너머다.”

 

  “알고 있습니다만 여기에 노점상들이 모여있다 해서요. 길거리 간식도 제법 괜찮다고 여관 주인이 추천해주더군요.”

 

  “노점상이야 널려있고 이곳에는 전갈튀김밖에... 아니, 됐다.”

 

 

  아스칼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듯 굳게 입을 다물었다. 헤인 역시 딱히 그를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듯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작은 설탕덩어리를 꺼내어 입에 털어 넣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주인님의 간식을 사러 나온 것이 맞습니다. 계약관계로 묶이게 될 예정이라지만 벌써부터 관계를 해칠 필요가 있겠습니까.”

 

  “...”

 

  “주인님과 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이번 의뢰는 없던 것으로 돌려도 상관 없습니다. 장기의뢰를 생각하는 저희로서도 험악한 분위기의 용병들과 오래 갈 생각은 없으니까요.”

 

 

  헤인은 말을 마치곤 들뜬 표정으로 옷을 고르고 있는 티리에를 바라보며 입 안의 설탕덩어리를 이리 저리 굴렸다.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고 옷을 고른 티리에가 신발을 보기 시작할 때 아스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가끔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가 있다. 주의하도록 하지.”

 

  “아뇨. 그럴 수도 있죠. 보증인도 보증인 나름인데 왕실기사단이라는 거물을 이런 촌구석에서 내거니 의심할만도 하죠. 이해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정보국을 보증인으로 내세운 아스칼 일행에게도 의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변방에서 걸린 가벼운 의뢰에 정보국을 덜컥 내세운 것은 후견인이 클수록 일감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초보용병의 실수였다. 헤인이 그에 답하여 왕실기사단을 내세운 것은 상대가 도용인장을 사용하는건 아닌지 떠봄과 동시에 누군가의 끄나풀일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다.

 

  센에게 간식을 들고 돌아가야 했기에 시간이 많지는 않아 너를 의심하고 있다고 조금 돌려서 말했고 아스칼 역시 그것을 알아듣지 못할 만큼 둔하지는 않았다.

 

 

  “무엇을 원하나.”

 

  “신뢰를 위한 무언가. 이를테면”

 

 

  헤인은 티리에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산산히 분해된 설탕덩어리를 침과 섞어 목구멍으로 넘겼다.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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