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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심장 밀렵꾼 : 비존재
작가 : 날개이름
작품등록일 : 2020.8.20

타인의 심장을 갈취하여 생계를 이어나가는 심장 밀렵꾼 준명. 그리고 그런 그의 심장을 원하는 한 여신. 그 애증 섞인 관계는 이윽고 서울을 한바탕 뒤흔들게 되는데....
아노미의 끝자락, 혹은 타락한 도시의 말로. '심장 밀렵꾼 : 비존재' 많은 감상 부탁드립니다.

 
비존재_ 03
작성일 : 20-08-21 22:59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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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잡아먹기 위한 키스

 지배를 위한 복종 또는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꺼내 드는 총기.

 밤의 서울에는, 그런 것들이 너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점점 바람 소리에 희석되어 사라져갔다. 아마 민가에 유리 파편이 떨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모양이다. 찔릴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겉치레식으로 수사와 배상을 진행할 터이니 크게 상관없다. 애초에 붕 떠오른 두뇌로서는 그런 것에까지 신경이 미치지 못했다. 두개골 안에 밤바람만 가득 머금고, 바보가 되어버린 듯한 감각이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비추는 무수한 불빛들에 둘러싸인 채로.

 서울, 4차선의 한복판을 걸었다. 옆의 골목에서는

 키스를 나누던 남녀 중 남자 쪽이 심장을 빼앗기고 사라지거나

 웅크린 누군가를 짓밟던 중년이 우월감에 취해 그만 심장을 떨구거나

 어깨에 총을 맞은 남성이 되려 발포한 여성의 심장을 들고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지나쳤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 어느 빌딩의 옥상 즈음에서, 서로의 심장을 쟁취하려는 실루엣들의 격렬한 몸싸움도 몇 군데 눈에 들어왔다. 엎치락뒤치락. 그들에게는 서로의 심장을 내건 맹투의 현장이겠지만, 멀리서 보기엔 개미 두 마리의 다툼 정도로 보일 뿐이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 때문에 사람들은 늘 멀리 떨어지길 원했다. 그렇게만 하면 모든 것을 희극으로 각색할 수 있다면서. 그리고는 가까이서 흥분에 몸담았던 시절이 그립다고 말한다. 순수시대의 종말이라나.

 사실 인간의 감정을 극으로 치닫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란 그런 것이다. 칼이나 흉기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을 잡아 위협하여 공포의 감정을 이끌어내면 된다. 더군다나 공포 계열의 심장은 평균 이상의 값어치를 호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심장 밀렵꾼들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타인의 심장을 갈취하고 있다고 한다.

 그 교과서적인 예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뒈져어-!” 어디선가 나타난 남성이 나에게 달려들며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밀렵꾼 일을 하다 보면 허다하게 경험하므로,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체득한 지 오래였다. 나는 그의 손목을 꺾어 단도를 빼앗은 다음, 반대편 인도의 가로수를 향해 내동댕이쳤다. 가로수 밑의 흙바닥에 나자빠진 남성. 빼앗은 나이프를 그를 향해 내리 꽂듯 던졌다.

 “흐아악!” 나이프가 목덜미 옆의 옷을 관통하자 남자는 소스라치는 비명을 내질렀다.

 흙바닥과 나무뿌리, 그리고 금속 틀 사이를 관통하며 틀어박힌 나이프가 그의 덜미를 붙잡았다. 메모장을 고정해 놓는 모양과 비슷하다.

 “사, 사, 살려줘! 나에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어!”

 그는 희뿌연 가로등의 빛을 반사시키는 눈을 희번떡 치켜뜨고 애원했다. 그는 질겁하며 발로 땅을 밀어댔지만 그럴수록 나이프는 더 견고하게 틀어박힐 뿐이었다.

 평소 같으면 표적이 아닌 자의 심장 따위, 무심하게 지나쳤을 나였지만.

 [솔직히 보고 있기 힘드니까. 너 한 건 할 때마다 토하고 나자빠지잖아]

 [심장에 손도 못 대서 거추장스러운 뜰채나 들고 다니는 주제에]

 [되찾고 싶다며, 그녀의 심장.]

 “……”

 이상한 오기 같은 것이 발동하여, 나는 어느새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의 심장을 향해 홀린 듯이 다가서고 있었다.

 “오, 오, 오지 마!! 오지 말란 말이야!”

 나는 그의 두 손목을 교차시켜 왼손으로 잡아두고, 하복부를 오른발로 짓눌렀다. 중년의 남성. 미친 듯이 박동하는 심장은 주인조차 집어삼킬 것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전혀 예상치 못하게 덫에 걸린 먹잇감 같았다. 나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그것을 바라만보다가.

 차도를 타고 바람이 불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입술을 깨물고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나, 심장과 나의 손끝 사이의 거리가 0에 수렴하기 직전.

 크게 박동하며 튀어 오른 심장이 나의 손끝에 먼저 와서 닿았고, 나는 놀란 나머지 꼴사납게 뒷걸음질 치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너무 놀란 탓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흐으으, 흐으…!”

 오른손을 부여잡고 붕붕 휘둘러보았지만 손끝에 남은 심장의 온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불이라도 붙은 것 같았다. 빨리 식혀야만 해. 나는 도시를 달렸다. 물을 찾아서 달렸다. 마침 한강이 가깝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본능대로 달음박질쳤다.

 강의 둔치에 다다라서, 나는 차가운 강물에 손을 담갔다.

 “.........후으.” 짧게 숨을 정리했다.

 손끝에 맺혀있던 핏방울이 희석되어 사라지자, 달갑지 않은 회의감과 함께 잠시 가출했던 정신이 되돌아왔다.

 이제 와서.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사실 웃긴 일이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심장을 앗아 왔다. 앗아 오고도, 옛 연인의 심장에 걸린 1000억이라는 가격을 모으기 위해서는 앞으로 또 그 수십 배에 달하는 사람들의 심장을 빼앗아야만 한다. 그런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 후회할 권리도, 어정쩡하게 걸쳐 있을 시간도 나에게는 없는 것이다. 그런 주제에 아직까지도 심장을 제대로 만지지 못한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꼴이다.

 지석의 계획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이런 어중간한 생활도 곧 끝날 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히 끝나게 되겠지. 아마 지석도 그걸 원한 것이리라. 귀찮게 들러붙는 친구를 떼어놓으려던 심산이든, 순수한 호의에서 비롯되었든 간에. 어찌되었든 지석의 움직임은 나에게 있어 희소식임이 분명했다. 분명했지만-

 어째서 이렇게 뒤가 구린 느낌이 드는 것일까.

 삶의 의미를 빼앗기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환하게 빛나던 주변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제서야 나의 심장 또한 언링크 상태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상태에서 전문 밀렵꾼이라도 마주쳤다면 큰 사단이 날 수도 있었으리라.

 로브의 모자를 벗고 차가운 강물에 얼굴과 팔을 씻었다. 말라붙은 선혈을 벗겨내듯 비볐다. 주변의 수질을 붉게 물들이던 피가 희석되어 자취를 감추고, 투명한 수면이 남았다. 나의 얼굴이 흐릿하게 비치고 있었다.

 ‘생긴 것도 참, 어중간하네.’

 어설프게 풀어진 동공. 악당의 것도, 신념을 가진 자의 것도 아니며, 각오가 들어차 있지도, 그렇다고 달관한 표정도 아니었다. 그저 검은 머리의 20대 청년. 그리고 백금발의 소녀만이 잠잠해진 수면에 비치고 있을 뿐이었다.

 한숨을 내쉬자 하얀 입김이 그 모습을 가리며 피어올랐다.

 ‘차라리 악당처럼 생기는 게, 더 나았을 지도.’

 쓸데없이 곱게 생겨서 더 애처로워 보인다고,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두 명…?

 뒤늦게 알아차린 위화감의 정체를 채 확인하기도 전에-.

 “하암.” 귓가에 따듯한 입김이 와 닿더니, 이윽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귀의 끝부분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으악~!”

 내가 몸을 뒤집어 제압하자 그녀는 놀이기구라도 타는 것처럼 명랑한 비명을 내질렀다. 나의 밑에 별 저항 않고 깔린 채,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지?”

 “아하하. 단번에 심장을 탈취하려 했는데, 잘 안 되네요 이게.”

 그렇게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면서도, 그녀는 웃음기를 거두지 않았다.

 뻔뻔함인지, 아니면 여유인지.

 고등학생 소녀 같은 얼굴과 피부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연륜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당신이 그 유명한 낚시꾼, 맞죠?”

 정말이지, 몇 천 년은 살았을 것 같은.

  

  

 X X X

  

  

 “형님, 그러다 입 돌아가십니다.”

 그 두꺼운 목소리가 유리 구멍 사이로 새어 나가 사라졌다. 나가 있으라는 명령을 받은 그의 부하 직원 중 한 명이 플로어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게. 입 돌아가겠네.”

 지석은 그렇게 화답하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바닥에 고여 있던 물은 사라졌지만 그의 등은 흠뻑 젖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구멍을 통해 찬바람이 들어오고 있어서 입이 돌아가기에는 정말 최적의 조건이었다.

 "에취-!” 아니나 다를까 지석의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가온 부하 직원이 털이 달린 코트를 덮어주며 그를 플로어 밑으로 데리고 내려갔다.

 사내 복도를 걸으며, 지석이 말했다.

 “용케도 이런 거추장스러운 걸 사다놨네 또.”

 “아, 예…” 다그치는 듯한 그의 말투에 직원이 소극적으로 대답했다.

 “사자도 아니고 이게 뭐야. 사람이 사람답게 좀 입고 다녀야지.”

 “그래도 요즘에 이런 게 유행이랍니다. 이게 그 FLEX라고….”

 “되도 않는 소리 좀 하지 말아요. 나가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옷으로 사치 부려서 무슨 소용이니 이 머저리야.”

 “인스타같은 거 하는 거죠 뭐… 그럼 형님은 그 많은 돈으로 대체 뭐 하실려고 그렇게 꾸역꾸역 모아두시는 건데요?”

 지석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걸으며 답했다.

 “….예쁘잖아, 돈. 땡글하니 귀엽고. 기특하게도 나를 지켜 주기까지 하니까. 산만한 주제에 총알 하나 못 막는 이런 거적대기보다야 낫다고 생각해.”

 “거적대기라뇨, 이거 오백만원짜리…”

 “뭣, 누구 돈으로?!”

 “형님 돈…”

 “내 돈 오백을 썼다고? 여기다가?”

 지석이 화난 기색을 보이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 한 명이 실언을 한 직원의 머리를 모기라도 잡듯 내려쳤다. 맞은쪽의 직원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 서 있다가, 지석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터덜터덜 그의 뒤를 따랐다.

 “근데, 그런 이사님이 웬일로 그 귀찮은 자원봉사같은 일을 하시기로 한 겁니까? 마린 심장 앗아간 그 여자, 딱히 유명인사도 아니라서 오히려 저희 애들 움직이는 쪽 비용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만.”

 때린 쪽의 직원이 물었다.

 “….잡으면 1000억짜리 마린 심장도 같이 굴러 들어오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건 그 여자가 이상하리만큼 가격을 엄청나게 불려서 걸어놓은 거잖습니까. 마린이 유명세를 탔던 시절이라면 몰라도, 소멸한지 2년이나 지난 지금은 실제 가치가 50억도 안 될 텐데요. 이사님이 콜렉터라면 이해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순전히 그 낚시꾼이라는 녀석 도와주는 꼴인 거 아닌가요? 약점이라도 잡힌 거라면 저희가 가서 정리하고 오겠습니다. 조직보단 개인을 상대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드니까....”

 “우리가 무슨 깡패 조직이니”

 “깡패면 양반이죠. 걔네도 남의 심장 갖다가 이렇게 쌓아 놓진 않아요.”

 “….자각이 있으면 입 다물고 하라는 대로 해요. 나가떨어지는 거 한 순간인 바닥이니까.”

 “………”

 “안경이나 줘.”

 말로 실랑이를 벌이면서 걷다 보니 그들은 어느새 사장실 앞에 도달해 있었다. 지석은 직원에게 동그란 금테 안경을 받아 쓰고, 사장실의 문을 열었다.

 “잠시만요, 이사님. 들어가시기 전에 한 가지.”

 “왜 또.”

 “어차피 고집대로 하실 줄 알았으니까, 펍에서 누워 계실 때 잠깐이나마 조사를 좀 해봤는데요-” 그는 말했다. “저희가 잡아야 할 여자, 어쩌면 한 명이 아닐 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이야 그게?”

 “CCTV든 뭐든, 해당 조직의 보스로 추정되는 인물이 잡힐 때마다 다른 인물이 나타나요.그냥 백금발에, 여성이라는 점만 제외하면 모두 다른 나이대의 인물이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지석이 되묻자, 직원은 약간 뺨을 붉히며 답했다.

 “하나같이 엄청 예뻐요.”

 “…….”

 빡. 아까 맞았던 직원 쪽에서 복수라도 하듯 그의 머리를 내려쳤다.

 이번에는 반대로 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동안, 지석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며 말했다.

 “알았다. 참고할게. 며칠 안에 출장할 거니까 애들 준비시켜두고.”

 “네.” “….넵”

 문이 닫혔다.

 덩그러니 남겨진 직원 두 명은 말없이 서로를 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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