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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12화
작성일 : 20-08-20 22:21     조회 : 245     추천 : 1     분량 : 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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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랭한 기세가 공터에 확산했다. 엘프 검사들이 긴장한 기색으로 길건을 마주하자 정적이 감돈다. 이들은 서로 눈 굴려가며 눈치싸움을 벌였다.

  그렇게 몇 분간 머뭇거리더니 한 엘프가 나왔다.

  방금 전 ‘잠깐’ 이라 외친 엘프였다.

 

  “무엇이…있었지?”

 

  그 엘프는 멋쩍은지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머리를 긁적이고 우물쭈물하는 언조에 초조함이 묻어나온다. 마치 물어보면 안 될 것을 물어본다는 느낌이다.

  기류를 감지한 길건이 엘프들을 쳐다보았다.

 

  “모르나?”

  “전혀.”

 

  엘프들이 떨떠름한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는 이들이 자의로 의식을 치른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죽음의 정령. 정말 한 번도 본적이 없나?”

  “한…한번도….”

 

  수긍하는 얼굴빛이 엘프들 사이에서 보였다. 작아진 목소리에서 그를 향한 적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늘…내가 재수 옴 붙은 거 같군.”

 

  길건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침투했을 때의 긴장이 넋이 나간 듯 사라지고, 어깨가 처졌다.

 

  ‘엘프 녀석들 이렇게 생각이 없던 놈들이었나?’

 

  그는 내심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납득이 가질 않았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자신이 절하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엎드리진 않는다. 최소한 어떠한 존재인지는 자각은 하고 엎드리는 것 이다.

  하지만 엘프들은 이런 상식을 완전히 엎어버렸다. 엘프들은 자신들이 엎드린 존재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길건은 어이가 없다 못해 가출한 탓에 영혼 없는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거참….”

 

  그는 엘프들을 한심스런 눈길로 둘러보았다. 어찌해야 될지도 모르는 눈치들이다. 이런 모습에 자동적으로 숨이 길게 뽑혔다.

 

  “하아-.”

 

  그는 검을 든 엘프를 쳐다보았다. 손가락으로 칼날을 툭툭 치며 살며시 밀었다.

 

  “자세한 걸 알고 싶음 일단 이것부터 치우지? 안 그래도 화살이 상당히 아픈데.”

  “그렇지만 당신은 우리의 기물을 파손했소. 그런 데다 이 숲을 몰래 들어오려고 했으니. 오히려 우리가 당신을 붙잡아서 조사를 해야 하오.”

 

  검을 든 엘프는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

  길건이 씁쓸한 듯 ‘쳇’ 뱉더니 고개를 돌렸다. 기물을 부순 건 사실인 데다, 아까 순순히 붙잡혀 준다고 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바보가 되어버렸군.’

 

  길건은 자신이 한심한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쳤다. 그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그가 여기 와서 알아낸 건 데스페라도가 있다는 것 딱 하나였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얻은 것이 없자, 자조적인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하….”

 

  길건은 일단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몸이 탄탄해서 인지 화살은 깊게 박히지는 않았다.

  상처에서 피가 살짝 나오자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았다.

  혀끝에 쇠 비린내가 감돌고 그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맛없군.”

 

  길건은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일단 순순히 잡히겠다는 뜻이다.

 

  “그럼 일단 가서 조사를 받도록 하지.”

 

  검을 든 엘프가 그의 양손을 뒤로 한 채 끈으로 묶었다.

 

  “일어나시오.”

 

  길건이 일어서자, 엘프들에 비해 머리 두 개 만큼 키가 컸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튀어 보였다.

  엘프도 인간에 비해 장신에 속하지만 그 앞에서는 난쟁이와 별 반 차이가 없었다.

  검을 든 엘프가 앞장서고 그 뒤를 길건과 다른 엘프들이 대오를 맞춰 걸어갔다.

  길건에게 이상하리 만큼 기분 나쁜 직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주변을 둘러보는 눈가에 어둠이 수풀과 나무 사이에서 어른거렸다. 그는 왠지 모를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렇게 그날 밤은 지나가고 있었다.

 

 

 

 ***

 

 

 

  신전 안, 넓은 홀에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내부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각 기둥에는 기괴한 동상이 입을 벌려 검은 불꽃이 담았다.

  이곳은 죽음의 세계라 불리는 사계에서도 총괄 자가 머무는 신전, 데고르 신전이었다.

  한때 죽음의 신, 데르카르가 머물며 사계의 운영을 쥐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의 육체는 사라졌고 정신은 반 봉인으로 종적을 감춘 지 오래되었다.

 

 -슈왁!

 

  이때, 홀에서 검은 불꽃이 천장을 뚫을 듯 치솟아 올랐다. 삽시간에 열기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불꽃은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 속에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개의 얼굴에 인간의 몸을 지닌 괴물이었다. 전체적으로 검붉은 색의 털을 지녔고, 양어깨 위에 흑염이 거칠게 타올랐다.

  매우 화가 난 듯 한 그의 얼굴은 신전에 강한 위압감을 전달했다.

  그는 바로 사계의 총괄자이자, 제1 악마군단 베히모스 크라테이쳐였다.

  뒤따라 짐승형태의 두개골을 지닌 스켈레톤이 나왔다. 공허한 두개의 구멍에 초록색 안광이 반짝였다.

  스켈레톤은 베히모스의 옆을 바짝 따라붙었다.

 

  “죽음의 기운이 새어나갔는데 그 흔적조차 없다니!!!”

 

 -쾅! 쾅! 쾅!

 

  베히모스는 격노하여 바닥을 사정없이 밟았다. 홀 전체에 충격이 일어 금이 가고 지진이 일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스켈레톤이 그의 팔뚝을 잡았다.

 

  “크르르….”

 

  흥분한 베히모스가 거칠게 고개를 돌리자, 스켈레톤이 검지를 ‘까닥까닥’ 흔들었다. 이제 좀 진정하라는 뜻이다.

  베히모스는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고 스켈레톤에게 말했다.

 

  “나이트메어! 죽음의 기운이 역류했다는 건 중간계에서 무슨 일이 있다는 소리다.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고 와라!”

 

  초록색 안광이 크게 발하더니, 나이트메어가 고개를 끄덕인다. 천천히 몸을 돌려 안개처럼 사라졌다.

 

 

 

 ***

 

 

 

  스론기동대 본부에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다. 채광을 통한 햇볕이 따스하게 테이블에 내리쬈다.

  보석빛이 어두운 구석을 밝히자 냉한 기운이 사그라지고,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동굴에는 이슬이 촉촉이 맺혔다.

  벽 한구석에 쇠사슬에 묶인 금발의 여자가 모포를 덮고 자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시노카즌은 무미건조한 표정이다.

  그는 비둘기가 내려앉자, 자신에게 오도록 손짓으로 유인했다. 이에 응하듯 비둘기가 뒤뚱뒤뚱 걸어서 가까이 다가왔다.

  비둘기가 팔뚝에 올라타자, 부드러운 손길이 깃털을 쓰다듬었다.

  시노카즌은 자연스럽게 발목에 묶인 쪽지를 확인했다. 내용을 본 얇은 눈매에 난감함이 서렸다.

  쪽지는 갈리자비스가 보내온 것이었는데, 그 내용인 즉.

 

 -칼자르트가 중상 입음.

 -회복에는 3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임.

 -생체병기의 습격이 몇 차례 이어짐.

 

  내용은 굵고 짧았다. 단 3줄이지만, 시노카즌의 머리에 전반적인 상황이 그려졌다.

 

  ‘머리 아픈 일이 터졌군.’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떠올린 생각을 나눠서 정리했다. 그리고 빠르게 몇 가지의 결론을 내렸다.

 

  ‘칼자르트는 낮 시간 때부터 습격을 받았다.’

  ‘생체병기는 칼자르트를 확실하게 노리고 있다.’

  ‘카시네의 도움을 받아 현재 치료 중.’

  ‘칼자르트는 최소 큰 중상을 입은 상태.’

  ‘3일 정도 걸린다면 정령의 도움 혹은 약물을 다루는 조력자가 한 명 이상은 있다.’

  ‘그 조력자는 카시네가 잘 아는 자.’

 

  하지만 결론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붙었다.

  생체병기가 습격했다는 것은, 칼자르트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어떻게 그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지는 짚이는 바가 없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시노카즌은 미간을 집고 눈을 살며시 감았다.

 

  ‘밝혀진 게 없으니 움직이기가 힘들겠지.’

 

  칼자르트가 중상을 입었다는 건 그만큼 시간이 늦춰진다는 걸 의미했다. 그만큼 흑막에 있는 이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높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떻게 칼자르트의 위치를 아는지 그걸 알아내는 게 우선순위였다.

 

  ‘역추적.’

 

  문뜩 떠오른 생각은 간결했다.

  생체병기의 움직임을 파악해 역으로 쫓는 것이다. 하지만 얻은 정보가 많이 부족해 시노카즌에게서 망설임이 보였다.

 

  ‘확실한 연계점을 잡는 게 중요한데.’

 

  칼자르트를 정확히 추적했다면 그와 연결된 무언가가 있어야만 했다.

  크노드 공작과 시노카즌 자신의 생각처럼 타이탄의 강철일 가능성이 컸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거참 귀찮군.”

 

  껄렁한 끼가 다분한 목소리가 들리자, 시노카즌이 시선을 돌렸다. 그 끝에 한 리자드족이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났다.

  스론기동대 매복수, 프란테츠였다. 그는 여자를 흘겨보더니 귀찮은 듯 귀를 후볐다.

 

  “저 여자 뭐야 도대체? 테이블 위에서 기절해 있길래 일단 묶어났는데.”

  “마족.”

 

  시노카즌이 짧게 대답했다.

  여자는 어느새 잠에서 깨, 둥근 보호막을 생성시켰다. 그녀는 모포로 몸을 가린 채 프란테츠를 노려보았다.

 얼굴에는 적대감이 드러나 있다.

 

  “나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아무것도.”

 

  여자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살짝 돌리자 시노카즌이 있었다. 그녀는 놀라면서도 불안한 기색으로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너…넌! 날 기절시킨 하등종족! 뭘 원하는 거지?”

 

  시노카즌은 여자에게 관심을 끊고 지도만 쳐다보았다.

 

  “진정하면 그때 얘기하지.”

 

  프란테츠가 이마를 짚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하등종족` 이라는 소리에 짜증이 솟구쳐 시노카즌에게 엄지로 여자를 가리킨다.

 

  “아…저년 주둥이만 살아서 아주 기운이 펄펄 넘치네. 도대체 뭘 믿고 나대는 거야? 아침부터 기분 잡치네.”

  “신경 끄지.”

 

  시노카즌은 테이블 서랍에서 어떤 물체를 꺼냈다. 썩은 내가 풀풀 풍기자 프란테츠가 코를 틀어막았다.

  비둘기도 냄새에 당황한 건지, 펄럭거리다 동굴 바깥으로 날아갔다.

  냄새로 보아 할 때 최소한 몇 년은 썩힌 물건이었다.

 

  “뭐야 이거? 설마?!”

  “좀비의 팔.”

 

  검게 썩은 팔은 마치 살아 움직이듯 꿈틀거렸다. 잘려나간 면에서 진물이 흘러나와 악취를 나고 외피가 녹아 뼈가 드러났다.

  프란테츠가 올라오는 역겨움에 얼굴이 구긴 종이처럼 변했다. 엄청난 악취에 부채질하며 구역질을 했다.

 

  “우웩! 내가 좀 아기같이 깔끔해서 비위에 약한데. 아침부터 여러 가지로 골 때리네. 이건 어디서 가져온 거야?”

  “여기.”

 

  시노카즌이 지도상에 그려진 어둠의 숲과 언덕의 경계 부분을 짚었다. 그의 눈빛이 왠지 모르게 날카로워졌다.

  프란테츠가 지도를 보더니 촘촘히 박힌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에헤- 좀비가 다시 나타난 건가? 어쩐지 냄새가 좀 쥑이다 했지-.”

  “크노드 공작을 만나고 오는 길에 어둠의 숲 근방을 한번 훑어보았지. 그랬더니 이렇게 좀비의 잔해가 나왔지.”

  “오호- 그렇다는 거는 마녀의 소문은 사실이 될 수도 있단 거잖아?”

  “그렇지.”

  “헬레네스 인지 헬바퀴인지 그년을 잡아야겠네?”

  “그렇지.”

 

  프란테츠의 눈이 커지고 세로로 째진 동공이 가늘어졌다. 흥미를 느낀 듯 좀비의 팔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거참- 진짜 별 잡것들이 가지가지로 튀어나오네. 참 귀찮게 시리.”

 

  시노카즌은 손톱으로 지도를 살살 긁었다. 차례로 정찰할 구간을 정해서 움직이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어둠의 숲 내부, 마녀의 은신처가 있을법한 곳을 중점적으로 긁었다.

 

  “그런데 재밌는 게 하나 있더라고-?”

 

  프란테츠가 돌조각을 집고 시노카즌에게 보이도록 흔들었다. 그가 손을 멈추고 반응을 보이자 입 찢어질 듯 미소를 지었다.

 

  “수신석이라는 건데-.”

  “수신석?”

  “파월스가 만들어 낸 건데-. 텔레파시나 마력을 연결해서 서로 대화가 가능하게 하는 돌조각이라고 말하던데?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나중에 실험해보지.”

  “파월스 녀석이 말해주라고 해서 말한 것뿐이야.”

 

  시노카즌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프란테츠는 멋쩍은지, 좀비의 팔을 한입 물어뜯고 내뱉었다.

 

  “켁!”

 

  썩은 걸 덜컥 집어 씹었으니 당연히 맛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맛이라 표현하기도 민망할 느낌이 촉감과 미각을 자극해서 토악질이 목구멍을 넘어설 뻔 했다.

  그는 혓바닥 얼얼한 게 오르자, 내두르며 침을 흘렸다.

 

  “으에에엑! 맛 한번 지랄 맞네. 비상식량으로도 못 써먹겠네!”

 

  프란테츠는 좀비 팔을 내려놓고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에게 자색 기운이 일었다. 보호막을 친 채 마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자가 한심한지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잡혀서 왜 이 고생이야-언니.”

 

  그 말에 신경이 긁힌 여자가 눈을 부릅떴다. 시노카즌과 프란테츠를 번갈아 보며 족쇄가 풀리면 둘 다 죽여 버리겠다는 표정이다. 그녀는 격한 맘에 입술을 강하게 깨물어 피를 흘렸다.

 

  “네 녀석들을 반드시 죽여주마. 하등종족들. 마족의 명예를 걸고.”

 

  시노카즌이 기세를 느끼고 눈매를 여자 쪽으로 돌렸다. 그는 여자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명예는 함부로 거는 게 아니지.”

  “닥쳐라! 하등종족!!”

  “얄팍한 존심은 큰일을 부르게 되지.”

 

  보호막에 시노카즌의 손가락이 닿자 금이 갔다.

 

  “어떻게?!”

 

  여자는 자신의 속임수가 드러나자 어찌할 줄 몰라 당황했다. 맘 한 켠에 마법을 모를 거라 과소평가했지만, 이내 착각이란 걸 깨달았다.

 

  “보호막은 마력이 많이 들어가서 회복할 틈이 없지. 쓰는 주체가 마족이라 해도 말이지.”

 

  보편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마법류는 그 마력이 지속해서 소모된다. 덕분에 마력을 회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시노카즌은 이걸 알고 여자의 보호막이 보여주기 식이란 걸 간파했다.

  그의 생각대로 보호막은 얼마 못 가 깨졌다. 파편이 튀면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냉랭해졌다. 시노카즌은 무덤덤하게 서 있었고, 프란테츠는 재밌는 듯 팔짱을 끼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웅웅!

 

  철의 울음이 동굴 안에서 울렸다.

  칼끝에 달린 월아가 번뜩인다. 시린 바람이 일더니 여자의 목에 칼날이 닿았다.

  살기 어린 검이 멈추자 여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시노카즌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망울에 어떠한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그저 딱딱한 무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시노카즌의 모습에 여자의 기세가 꺾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목이 달아날 수도 있던 터였다.

  그녀는 두려움을 슬며시 비추더니, 눈을 다른 데로 돌렸다.

 

  “뭘…뭘 원하는 거냐?”

 

  높았던 목소리가 수그러들었다.

 

  “백장미 기사단이지?”

  “아니다.”

  “거짓말은 몸에 안 좋지.”

 

  기세는 시노카즌에게 완전히 기울었다.

  기가 꺾인 여자는 숨이 거칠어지고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녀는 입술을 떨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난 모른다.”

 

  그녀는 시노카즌의 눈길을 최대한 피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지 가슴에 손을 올렸다.

  시노카즌이 검을 거두고 뒤돌아섰다. 입은 모른다고 하지만 몸은 이미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진정되면 다시 얘기하지.”

 

  시노카즌은 복장을 재정비하고 검을 갈무리했다. 지도에 긁은 흔적을 한차례 확인하더니 프란테츠를 보며 말했다.

 

  “여자를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저년을 나한테 맡기려고? 별로 안내키는 데.”

 

  그의 부탁에 프란테츠는 난색을 표한다. 뒷머리를 긁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교대로 해도 되고.”

 

  그의 어깨를 토닥이더니 시노카즌이 가벼운 웃음기를 보였다.

  프란테츠는 짧은 한숨을 터뜨렸다. 조용히 ‘어쩔 수 없지’ 라고 중얼거리더니 빨리 가라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부탁 좀 하지.”

 

  짧은 말과 함께 시노카즌은 동굴 바깥으로 나섰다. 냉한 기운과 강렬한 햇살이 그를 반겼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빠른 발놀림으로 숲 속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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