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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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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3 화
작성일 : 16-07-13 09:24     조회 : 645     추천 : 0     분량 : 9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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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 어른. 종남파의 장문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문 밖에서 소림제자가 손님이 방문했음을 알려 주었다.

 “안으로 뫼시게.”

 드르륵!

 문이 열리자 한 중년 사내가 소림의 방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사십대 초반의 나이에 전체적으로 정갈한 모습을 지닌 중년 사내였다. 하지만 상당히 차가운 인상을 하고 있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닌 듯했다.

 사십일 세의 젊은 나이로 종남파의 장문인으로 올라선 홍엽검수(紅燁劍手) 동천(凍天)은 조심스러운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이렇게 예고도 없이 방문하게 되어 송구스럽소이다.”

 종남파 장문인으로서 무림의 태두인 소림사 방장을 대하는 태도로는 부족함이 없는 인사였다. 불손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고개부터 숙이고 들어가는 굽실거림도 없었다.

 “허허, 죄송할 게 무에 있겠소? 그래, 동 장문인께서 어인 일이시오? 행색을 보아하니 길을 서두른 듯 하오만…….”

 동천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넘긴 소림방장 무량(無量) 대사는 동천의 행색을 살피고 있었다.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여기저기 묻어 있는 흙먼지들. 급히 길을 재촉해 왔음이 분명해 보였다.

 “긴히 여쭐 말이 있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것이외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기에…….”

 동천은 잠시 뜸을 들이며 무량과 시선을 맞추었다. 종남파 장문인인 자신이 중요한 사안이라 하니 그 연유를 무척이나 궁금해 하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내 능력이 미천하나 동 장문인에게 어려움이 있다면 성심을 다해 도와 드리겠소. 그러니 걱정 마시고 말해 보시오.”

 “그럼 장문인을 믿고 말씀드리겠소이다.”

 동천은 무량의 반응을 세세히 살펴 가며 최근 중원무림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 인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녕성의 모용세가에서부터 시작된 한 청년의 비무행.

 예순아홉 번에 걸친 비무가 이루어지는 동안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던 청년, 바로 북수산의 이야기였다.

 그가 익힌 무공인 수박, 그 무공에 대한 위력과 북수산의 비무행로를 소상하게 설명한 동천은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그와 비무를 한 고수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했소이다.”

 그 말에 무량의 인상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이미 소림의 제자로부터 그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투왕 북수산은 많은 무림인의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소림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이미 들었소. 단씨세가의 가주 단 대협을 시작으로 벌써 네 명째라고 알고 있소.”

 “맞소이다. 이미 네 명의 고수가 한 줌 혈수(血水)로 변해 목숨을 잃었소. 그 사실을 알면서 왜 소림은 가만히 있는 것이오? 난 그것을 묻고자 온 것이외다.”

 동천의 표정은 소림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불만인 듯 거칠기만 했다.

 무량은 대답할 말이 궁해졌다.

 북수산이 사술을 사용하여 유명한 무림 고수들을 죽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으면서도 신중을 기하기 위해 지켜보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북수산의 무공이 사술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처음과 달랐다.

 몇몇 소림 제자들은 당장 북수산을 무림 적으로 낙인찍고 항마동(抗魔洞)에 가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북수산의 비무를 직접 지켜본 한 제자의 말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보보가 당당하며 조금도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진짜 무인이었습니다. 뇌전처럼 빠른 움직임 뒤에 전신을 이용한 박투술을 펼칠 때면 보는 사람의 손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박진감이 넘쳤습니다. 그의 무공은 절대 사술이 아닙니다. 중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훌륭한 청년입니다.’

 소림의 일대 제자 중 사리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는 굉천(宏天)이 직접 말한 것이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문파들은 달랐다.

 사람의 됨됨이나 평소 성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결과만으로 판단하는 고질적인 습성이 북수산을 무림 공적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술이 아니라며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던 구대문파들이었다. 그런데 사술이라는 증거가 뜬금없이 나타나자 앞뒤 정황을 무시한 채 결과만 보고 판단하고 있었다.

 비무 후 삼 일이 되면 어김없이 혈수로 녹아 버리는 현상.

 이는 명백히 사술임을 알리는 증거가 되고 있었다. 암중모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으나 목숨을 잃은 고수들이 자신의 방에서, 그것도 아무 반항의 흔적도 없이 죽어 버린 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다.

 살수의 소행도 아니었다.

 그 정도 고수를 흔적 하나 없이 죽일 만한 살수가 존재한다면 중원무림은 이미 살수들의 천하가 되었으리라.

 마지막으로 나온 의견은 전설로만 전해지는 화골산의 등장이었다. 시신이 혈수로 녹아내리는 현상은 말로만 전해지던 화골산의 효능과 동일했다.

 그러나 화골산은 전설의 독약으로 치부되어 왔고, 단 한 번도 무림에 등장한 적이 없었기에 가능성은 희박했다.

 더군다나 격투의 흔적도 없는데 다른 누군가가 화골산을 썼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만약 화골산을 썼다면 그 역시 북수산이라는 게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무량은 생각을 정리하며 동천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동천이 무림의 양대 기둥 중 한 곳인 소림을 찾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동천은 중원의 이름으로 북수산을 제거할 명분을 얻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분명했다.

 “장문인… 무당은 이미 북수산의 처리 문제를 제게 넘기었소. 이제 소림만 남았소이다. 어찌하시겠소? 소림은 여전히 방관만 할 것이오?”

 “방관이라… 허허허, 동 장문인의 말씀이 좀 과한 듯하오. 아미타불…….”

 “후우… 죄송하외다. 얼마 전에 북수산과 비무를 했다가 제 친우가 목숨을 잃은 것 때문에 흥분했던 것 같소.”

 동천은 무량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자 살짝 꼬리를 내렸다.

 아무리 동천이 종남파라는 거대문파의 장문인이라고는 하나 소림에 비할 수는 없었다.

 소림 장문인인 무량에게 밉보여서 좋을 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소? 그렇지 않아도 근 시일 안으로 그 문제에 대해 어찌할 것인지 소림의 태도를 확실히 할 예정이었소.”

 “오! 그렇소? 정말 다행이외다. 내 얼마든지 기다리겠소.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북수산의 비무행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시기 바라오.”

 동천은 얼마든지 기다리겠다고 하면서도 북수산을 제거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은연중에 재촉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그 뜻을 아는 무량은 불호만 외치며 방장실 밖으로 나섰다.

 무량이 향한 곳은 장경각이었다.

 그곳에 있는 무량의 사제 ‘무허(無虛)’대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현재 소림을 이끄는 사람은 무(無)자 항렬의 고승들이었다.

 무량(無量), 무허(無虛), 무원(無愿)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고승. 그중에서도 무허의 위치는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까지 함께 지니고 있어 비중이 상당히 큰 인물이었다.

 소림의 수호신승(守護神僧)으로 불리는 무허.

 소림의 안위가 달린 문제가 아닐 경우에는 그 모습조차 보기 힘들다는 소림의 수호신승이자 장경각의 각주인 무허는 내공으로 강기를 형성할 수 있는 무서운 고수였다.

 수호신승은 지닌바 무공이 출중한 소림의 무승(武僧)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인물을 골라 한 대를 건너 단 한 명씩만 선출하는 독특한 신분이었다.

 수호신승으로 발탁되기 전에 무림을 떠돌며 불심(佛心)을 전파했던 무허는 한때 살승(殺僧)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악인의 목숨을 취했다.

 한 명을 죽여 수십, 수백의 인명을 구할 수 있다면 스스로 지옥굴에 들겠다며 악인을 단호히 처단했고 스스로 살승을 자처하기까지 했다.

 오 년 동안 수많은 악인을 처단하고 소림에 돌아온 무허는 모든 것을 접고 장경각에 칩거했다. 무량은 바로 그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꽝!

 “장문사형! 그게 무슨 소리요! 굉천이 직접 보고 확인한 사실을 듣지 않았소? 북수산이라는 청년의 일에 소림이 간섭할 이유가 없소이다.”

 크지 않은 체구에 고집 있어 보이는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승려가 탁자를 내려치며 소리쳤다.

 오십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는 승려, 그가 바로 무량의 사제인 무허였다.

 장경각의 일층 구석에서 서책을 정리하던 무허는 장문사형인 무량의 방문을 받고 탁자에 마주 앉은 상태였다.

 책의 보관 상태를 좋게 하기 위해 피워 놓은 향이 가득한 장소.

 주변은 이 장(약 6미터) 높이로 세워진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 책장에는 수많은 고서(古書)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고서들은 소림 무학의 정수가 담긴 무공 서적과 불심을 닦기 위한 경서(經書)로 나뉘어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곳은 무림인들이 가장 들어가 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황실무고와 더불어 ‘이대서고(二代書庫)’로 손꼽힐 정도였다. 그만큼 이 장경각에 비치된 고서들의 가치는 엄청났다.

 “사제, 나도 그걸 모르는 바 아니나 대세가 그러하니 어찌하겠나. 우리 소림만 독불장군처럼 이번 일에 손을 놓고 있으면 좋지 않은 인상을 받게 될 것이야.”

 “언제부터 소림이 대세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소이까? 옳은 것은 옳은 것이요, 틀린 것은 틀린 것이거늘 어찌 옳은 것을 틀렸다고 말하려 하시오?”

 무허는 무량이 대세를 따르려는 뜻을 비치자 심하게 화를 냈다.

 하지만 무량은 무허의 불같은 성정을 잘 아는지라 여전히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사제는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다른 문파들과의 관계와 무림에서 소림이 지니는 위치까지 따져 보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던 무량은 무허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소림의 장문방장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였으나 무량이 무허를 그 정도로 믿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무량은 언제나 옳은 판단과 명쾌한 결정을 내렸던 무허에게 이번 일을 떠넘기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었다.

 “허허… 장문사형, 결국 제게 이번 일을 떠맡기려는 것이었구려. 명색이 수호신승인데, 이런 일에 써먹으려 하시다니… 너무하신 게 아니오?”

 금세 무량의 의도를 파악한 무허는 바로 화를 풀며 되물었다.

 “솔직히 말해 이번 일에는 사제가 움직이는 것이 제격일세. 사제가 직접 확인해 보게. 그리고 결정을 내리시게. 사제가 직접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라면 더 이상 아무도 왈가왈부하지 않을 것이네. 아미타불…….”

 “알겠소이다. 만약 그 북수산이라는 청년이 굉천의 말대로 올바른 인물이며 사술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그를 무림 공적으로 낙인찍으려는 사람들에게 그 연유를 따질 것이오. 이번 기회에 독선적이고 자신들만 아는 무림인들의 사고방식을 뜯어고치겠소!”

 “흐음… 알겠네. 그럼 나는 동 장문인에게 사제의 뜻을 전하도록 하지.”

 무량은 무허의 결정에 만족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서책으로 가득한 장경각의 좁은 통로를 빠져나갔다.

 

 ***

 

 “사제인 무허가 직접 나선다고 하니 그때까지만 모든 걸 보류해 주었으면 하오.”

 “오! 무허신승께서 직접 나서기로 하셨소이까? 잘되었소, 하하하! 무허신승이라면 가장 올바른 판단을 내리실 수 있을 것이외다. 장문인! 제가 호남성(湖南城)의 형산(衡山) 천주봉(天柱峯)에서 무허신승과 북수산이 만날 수 있도록 해 두겠소이다. 날짜는 별도로 알려 드리겠소. 그러니 무허 대사께 그리 전해 주시오. 북수산에게는 제가 따로 연락을 취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쏟아 내는 동천. 그 모습에 무량의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 북수산을 무림 공적으로 몰아세우는 데 앞장서던 동천이었기에 무허신승이 직접 나서는 걸 반기는 것이 이상했다.

 무허는 제자를 따로 두지 않았지만 일대 제자인 굉천이 하는 말은 거의 틀림이 없었기에 그에 대한 신임이 두터웠다.

 즉, 무허가 직접 나서면 굉천의 말이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았고 결국 북수산을 무림 공적으로 낙인찍는 건 무위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무량은 동천의 태도에서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을 무허신승께 전해 주시겠소?”

 동천은 품에서 염주를 꺼내 무량에게 건넸다.

 “염주?”

 “얼마 전에 묘강에서만 자란다는 흑단목(黑檀木)을 구하게 되어 부적으로 삼을 겸 만든 것이오. 박달나무향이 매우 진하다오. 그런데 이번 일에 무허신승께서 직접 나서 주신다니 작은 성의라도 표시해야 하지 않겠소? 무허신승께서 염주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 아깝지만 흔쾌히 드리려는 것이외다, 하하하!”

 뭔가 가식적인 느낌이 드는 말이었다.

 무량은 동천이 전해 준 염주의 향을 맡아 보았다. 과연 동천의 말처럼 박달나무의 독특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무량은 염주에 대해 유독 관심이 많은 무허를 떠올리며 동천이 건넨 염주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검은빛을 낸다는 흑단목은 보통의 박달나무보다 향이 짙고 재질이 단단했기에 염주를 만들기에는 제격이었다.

 염주의 하나하나에는 범어로 된 글자들이 빽빽이 적혀 있어 고풍스런 느낌을 들게 했다. 분명 무허가 좋아할 만한 염주였다.

 “무허 사제가 다양한 염주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었소?”

 “하하하! 우연히 들은 기억이 있소이다. 마침 이런 염주가 있었으니 무림을 위해 힘써 주실 무허신승께 성의로 드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한시라도 빨리 북수산에게 비무 사실을 통보해야 하니…….”

 “알겠소. 예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 나머지 일은 동 장문인께 부탁하겠소. 아미타불…….”

 무량은 동천을 향해 반장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고 동천 역시 포권지례로 회답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미심쩍은 기분을 애써 떨쳐 버리며 다시 장경각으로 향하는 무량의 손에는 동천이 전해 준 염주가 들려 있었다.

 

 ***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오?”

 붉은색 첩지를 받아 든 북수산이 등위문에게 물었다.

 일흔 번째 비무 상대를 찾아 해남도로 향하던 북수산은 광서(廣西) 지방의 남녕(南寧)에서 등위문과 마주쳤다.

 종남파의 일대 제자라는 등위문은 훤칠한 키에 좋은 체격을 가지고 있어 꽤나 사내다워 보였다.

 이미 중원에서 유명 인사가 되어 버린 북수산은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등위문처럼 직접 나서서 길을 막는 경우는 없었기에 조금은 의외로 생각하고 있었다.

 북수산은 육맥신검의 고수인 단하를 시작으로 비상검문의 추심헌, 파황권 송가량 그리고 조가창법의 달인 조방원까지 최근 자신과 비무를 했던 네 명의 고수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의 음모라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비무 상대들의 죽음 이후로 자신을 쫓는 무림인이 늘어난 것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적어도 등위문이 나타날 때까지는 그랬다.

 북수산은 등위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십대 초반의 청년에게서 붉은색의 첩지를 받아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읽어 보면 될 것이오.”

 담담한 등위문의 대답에 북수산의 인상이 살짝 굳어졌다.

 “읽고 싶지 않다면?”

 북수산의 성격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강하게 윽박지르는 상대에게는 똑같이 강하게 대했고 부드럽게 대해 주는 상대에게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북수산이 대뜸 첩지를 읽지 않겠다고 하자 이번엔 등위문이 당황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난 종남파의 제자요. 당신을 해코지하려는 게 아니니 걱정 말고 읽어 보시오.”

 좀 전과는 사뭇 태도가 달라졌다.

 약간은 정중함이 묻어 있는 등위문의 태도에 북수산도 표정을 풀고 첩지를 열어 보았다.

 부욱!

 그런데 북수산이 첩지를 찢는 순간, 찢겨진 첩지 안에서부터 무언가 알싸한 향기가 밖으로 확 뿜어져 나왔다.

 “흡!”

 독이라고 생각한 북수산은 급히 호흡을 멈추었고 전신 모공마저 일거에 차단시켰다.

 “독이 아니니 긴장할 거 없소. 당신이 갑자기 사라질 것을 대비하여 천리추종향을 넣어 둔 것뿐이오. 그 향은 정확히 보름 후에 사라질 것이오.”

 등위문은 북수산의 민감한 반응에 무덤덤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북수산은 등위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 년간 중원을 종횡하며 많은 부류의 무림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에는 무공 실력은 낮으나 귀계에 능한 인물도 있었다.

 무림에서 낯선 사람을 바로 믿는 것은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었다.

 딸랑!

 북수산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향이 퍼져 나간 주변을 휘젓자 방울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가 손목에 찬 팔찌. 그 팔찌에 달린 은빛 방울이 소리를 흘린 것이다.

 잠시 방울의 색상 변화를 살핀 북수산은 등위문의 말대로 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찌의 은방울은 아무리 미세한 독이라도 표면에 닿는 즉시 검게 변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었으니 색 변화가 없다면 독이 아닌 것이다.

 “후우우…….”

 다시 호흡을 시작한 북수산은 첩지의 내용물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첩지를 읽어 내려가는 북수산의 눈이 점점 커졌다.

 “소림의 무허신승이?”

 “그렇소. 신승께서 당신을 직접 대면해 보고 싶다고 하셨소. 보름 후 호남성의 형산 천주봉에 오르면 만날 수 있을 것이오.”

 북수산은 잠시 말이 없었다.

 준미한 얼굴이 잔뜩 구겨져 있긴 했지만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다만 비무첩을 보내도 무시하던 구대문파의 고수들이, 그것도 대소림사의 수호신승이 왜 이제야 나서려는 것인지 그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최근의 정황을 떠올리자 대충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네 명의 죽음. 자신과 비무를 벌인 네 명의 고수가 모두 죽어 버린 것 때문임이 분명했다.

 “최근 네 명의 고수들을 상대로 승리를 쟁취한 것은 훌륭하나 손속이 너무 과하였소. 그런 마공(魔功) 따위로 중원을 유린하려 하다니…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시오. 천리추종향이 묻혀진 이상 도망갈 곳은 없소. 당신이 지은 죄는 신승께서 판단해 주실 것이오. 다른 사람의 개입은 없소. 오직 당신과 신승만 형산에 오르게 되니 함정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라겠소. 그럼, 이만…….”

 등위문은 제 할 일을 마쳤는지 그대로 몸을 돌려 북수산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북수산은 첩지를 쥔 채 석상처럼 서 있었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구대문파. 그 첫 상대가 소림의 수호신승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구대문파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이라는 건 이미 각오했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살인 누명까지 쓰고 있는 상태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북수산은 형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이 없었기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소림의 무학과 수박을 비교해 보고 싶었다.

 전신타격기의 무예인 수박으로 소림의 무학을 이긴다면 수박이 최고의 무예임을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북수산은 오히려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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