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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방구석 영웅들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7.31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영웅들.
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기 짝이없다.
히어로 이지만 소심한 그들의 이야기.

 
5화 도움이 되다.
작성일 : 20-08-20 03:18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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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습니다"

 

 "다영이 왔니??"

 

 다영의 목소리에 주방에서 급히 나오는 엄마.

 탁탁 소리를 내며 거실로 들어선 다영은

 천천히 방으로 걸어간다.

 

 방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가

 가방을 의자에 걸고 침대에 앉는다.

 

 "하아... 잘한 짓인건가.

 괜한 참견을 한건 아닌가..

 하필 거기서 리라를 마주칠 게 뭐야..."

 

 다영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자신도 모르게 능력을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어떡게 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괜찮겠지.

 그런 애가.. 설마 남의 일에 관심이나 있겠어.

 아무일 없을 거야"

 

 방문이 굳게 닫혀있는 걸 확인한 다영은

 조심스레 안경을 벗어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책상 구석에 있는 작은 거울을 들어올린 뒤

 얼굴에 가져다 대고

 천천히 눈을 뜬다.

 

 핑~

 

 그녀의 눈에서 작은 빛이 번쩍 돈다.

 꼭 보석의 각진 부분이 반짝이는 것처럼

 한없이 반짝 거리는 두 눈.

 

 "역시 나는 보이지 않는구나"

 

 "다영아."

 

 다영은 얼른 거울을 내려놓고

 안경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잠시 정리를 한 뒤

 대답을 한다.

 

 아마도 그녀의 능력을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잇는 듯 하다.

 

 "네 엄마"

 

 "얼른 씻고 저녁 먹자.

 엄마가 도와줄까?"

 

 "아니야. 혼자 할수 있어.

 금방 나갈께"

 

 다영은 아무일 없을 거라 굳게 믿는다.

 꼭 그래야만 했다.

 누구보다 조용히 살고 싶은 다영이었다.

 

 ---

 

 "복잡해 ㅅㅂ.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아까 걔는 왜 소은이가 위험하다고 말한거지?

 뭘보고? 그냥 걸음걸이?

 옥상으로 향하고 있어서??

 아니야.. 절대 그럴 수 없어.

 그건 짐작한 말투가 아니란 말이야"

 

 길을 걷는 내내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리라.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소리도 신경쓰이지만

 갑자기 이상한 능력자들이 나타나는 것도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능력자들이

 곳곳에 숨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야. 백날 천날 혼자 고민해봤자

 결론은 없어.

 내일 다시 그 애를 찾는 거야.

 그러면 해결이 나겠지."

 

 리라는 다짐했다.

 아빠는 하지 못했던,

 할수 없었던 진짜 영웅들을

 내 손으로 찾아내리라고.

 

 ---

 

 "얘들아. 혹시 검은 안경끼고

 지팡이 짚고 다니는 애 본적 있어?"

 

 교실문을 열자마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를 치는 리라.

 조용히 공부하던 아이들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뭐야. 아무도 몰라??

 에이.. 이거 생각보다 찾기 쉬울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네"

 

 "저... 저기 리라야.

 혹시.. 10반에 다영이 말하는 거 아니야?

 검은 안경에 지팡이면 다영이밖에.."

 

 "오. 나이스."

 

 다시 문을 닫고 후다닥 뛰는 리라.

 금세 10반에 도착해 헉헉거리며

 뒷문을 활짝 연다.

 

 "다영.....이가.. 없네.

 뭐야 이반엔 왜 아무도 없어.

 아무데나 앉아 있어야 겠다"

 

 제일 뒷자리 의자를 빼내서 앉는 리라.

 막상 찾아왔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뒤죽박죽 이었다.

 

 "너 그애가 어떡게 위험한지 안거야??

 아니야. 음... 솔직히 찍은 거면 어쩌지?

 옥상 계단 앞이었잖아.

 아니야. 그래도 위험하다는 걸

 알수는 없어.

 아니야... 근데 만약 진짜 찍은거면 어쩌지??

 하아...

 나는 왜이러고 있냐... 증말.."

 

 "헉"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중에

 10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등교를 하기 시작했고

 모두들 하나같이 리라를 보며 흠칫한다.

 리라 역시 낯선 얼굴들에

 적잖히 당황하며 고개를 돌린다.

 

 '얘는 왜이렇게 안오는 거야.

 쪽팔려 죽겠네'

 

 "저기.. 혹시..

 누구 찾으러 왔니? "

 

 "아.. 어..

 다영인가 걔는 언제 와??

 할말이 있어서 그런데.."

 

 "아.. 다영이는 항상 1교시 끝나고 와.

 눈이 불편해서..

 혹시 무슨 일인지 나한테 알려주면.."

 

 "아. 괜히 기다렸네.

 땡큐. "

 

 리라는 후다닥 교실을 뛰쳐나왔다.

 

 복도에서 긴 한숨을 내쉬는 리라.

 어색함과 뻘쭘함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하아.. 그냥 포기할까.

 졸라 귀찮아."

 

 워낙 게으른 성격의 리라인지라

 갑자기 모든게 다 포기하고 싶어졌다.

 궁금증보다 귀찮은 게 조금씩 커지고 있을때,

 갑자기 문득 떠오른 생각.

 

 "아. 맞다. 성폭력 범도 찾아야 되지.

 단추가 여기 있던가..

 근데 이 단추 하나 가지고 어떡게 찾아야 되는 걸까.

 무작정 돌아다녀야 되나.."

 

 골치가 지끈거렸다.

 어쩌다가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건지.

 머리도 나쁜 리라는 쉴세없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을 한다.

 

 '아.. 어떡게 찾아야 되지.

 어... 조우현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걔는 어차피 빠르니까 빨리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근데 날 도와줄까'

 

 "김리라. 왜 거기서 와?"

 

 지유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온다.

 

 "그런게 있어.

 조따 피곤하다"

 

 "너 요즘 비밀 만드냐?

 나 왕따시킴?? "

 

 "그런 게 있단다. 아가야.

 하아... "

 

 "진짜 ㅈㄴ 서운해.

 나랑 놀지도 않고 집에도 같이 안가고.

 찐따랑 다니질 않나. 혼자 사라지고.

 얘기도 안해주고. 비밀만들고.

 하...

 나 어제 집에 가다가 누구 만난 줄 알아?

 유아현 만났어 유아현!!"

 

 이미 다른 생각에 잠겨있던 리라는

 멍하니 듣고 있다가

 아현이란 말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뭐? 그래서 어떡게 됐어?"

 

 "참나. 나한테 관심이 있긴 해?

 딴 얘긴 다 흘리고 아현이 얘기만 묻네?"

 

 "말돌리지 말고 대답해

 싸웠어? "

 

 "시비 걸길래 튀었지.

 너 없는 데 어떡게 싸우냐.

 처맞을 거 뻔한데"

 

 "하아...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

 

 유아현은

 리라와 같은 중학교 출신으로

 사고를 많이 치고 눈엣 가시였던 아이다.

 

 ---

 

 (1년전)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입술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는 아현.

 그 앞에 서서 가뿐숨을 몰아쉬고 있는 리라.

 

 "너.. 한번만 더 내눈에 띄면

 그땐 진짜 죽여버린다. 알겠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현.

 

 "지랄하고 있다.

 고아년을 고아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저 년이 진짜"

 

 "야 김리라.

 너 조심해. 내가 너 절대 가만 안둬.

 니 그 꼬붕년이랑 같이 조져줄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옷을 탁탁 털고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아현.

 아현의 무리들이 리라를 한번 바라보더니

 아현의 뒤를 따라간다.

 

 리라는 자신의 가정사를

 온 학교에 퍼뜨린 아현을

 용서할 수 없었다.

 

 고아는 맞지만

 남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가슴아픈 상처였다.

 

 ---

 

 "유아현.."

 

 "니가 이러고 돌아다니고 있는 동안

 아현이 고년은 조금씩 우리 주변에 있었던거야.

 분명해.

 다음번에 또 마주치면

 난 아마 살아남지 못하겠지.."

 

 "나 지금 일만 다 해결되면

 그땐 너 혼자 두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마"

 

 리라는 끝까지 지유에게 말하지 못했다.

 자신의 비밀을 누군가가 퍼뜨렸을때

 그 좌절감을 다른 누구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조우현은 조용히 살고 싶댔어.

 그래서 절대 말할 수 없어.

 미안해 지유야. 조금만 기다려줘'

 

 그 순간,

 교실 앞문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우현을 발견한 리라.

 지유를 재치고 우현에게 달려간다.

 

 "야 조우현!!"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리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유는 또다시 배신감을 느끼고 만다.

 

 "아 몰라. 나도 이제 너랑 안다녀.

 내가 쳐맞아도 눈하나 깜짝 안할 년이라는 거

 다 알았어. 흥이다"

 

 지유는 리라를 한번 째려보고선

 교실 뒷문을 쾅 하고 열어재낀다.

 

 ---

 

 1교시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는 리라와 우현.

 우현은 작은 노트에 적혀 있는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다.

 

 "나 한번만 도와줘"

 

 리라의 말에 잠시 움찔하던 우현이

 다시 노트를 들여다본다.

 리라가 우현의 노트를 뺏았다.

 

 "아... 내놔.

 난 너처럼 한가하지 않아"

 

 "뭐래. 누군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러는 줄 아나."

 

 "그럼 먼저 들어갈께"

 

 우현이 리라의 손에 있는 노트를

 잽싸게 뺏어간 뒤 벤치에서 일어선다.

 리라가 우현의 옷을 잡았다.

 

 "도와줘. 도움이 필요한 애가 있는데

 아무리 대가리를 굴려도 답이 안나와."

 

 "전교 꼴등이 그렇지..뭐.."

 

 "아 놔 진짜.. 이새끼가..

 너 내가 곱게 말하니까 내가 누군지 잊었나 본데

 나 김리라야 김리라. 알지?"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털썩 앉는 우현.

 노트를 곱게 접은 뒤

 리라를 바라본다.

 

 "뭔데. 빨리 말해"

 

 리라가 주머니에서 단추하나를 꺼낸다.

 그리고 우현에게 내밀었다.

 

 "이 단추 주인을 찾아야 돼.

 우리 학교 단추는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아마 단추가 떨어진 채로 학교에 나올거야.

 그것만 찾아주면 돼"

 

 "그걸 왜 내가 해야 돼?

 난 분명 조용히 살고 싶다고 했는데"

 

 "마지막이야. 한번만 도와줘.

 나도 더이상 이짓거리 그만둘 거니까"

 

 "하아... 정말 왜 너한테 들켜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지.."

 

 "야. 어제 그 애 도와줬잖아.

 너도 쉽게 지나치지 못했으면서

 한번만 더 도와줄수는 없냐?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게 있어?"

 

 "헐.. 니가 그런 말도 할줄 알아?

 마냥 바보는 아니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리라가

 우현의 멱살을 잡는다.

 

 "아.. 미안미안.

 생각한다는 게 그만 말로 나와버렸네.

 알겠어. 오늘 안으로 찾으면 되지? "

 

 "좋아"

 

 "그럼 난 간다.

 그리고 공부좀 해"

 

 우현은 한마디를 남기고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저 새끼가... 몇번 말걸어 줬더니

 겁대가리를... 하아.. 참자 리라야.

 착한 니가 참아야지. 그럼...

 하아... 진짜 내가 드러워서 공부한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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