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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왈왈로맨스
작가 : 슈가팟
작품등록일 : 2020.8.20

성질 더러운 상사와 약간 맹한 부하직원의 로코

 
당신이 모르는 내 마음
작성일 : 20-08-20 01:13     조회 : 187     추천 : 1     분량 : 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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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윤은 트럭이 자신의 차를 깔아뭉개는 굉음과 온몸이 부서져 나갈 듯한 충격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나. 죽은 건가?’

 

 그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도윤이 깃든 강아지의 몸뚱이는 자동으로 자신의 몸을 혀로 샥샥 핥고 있었다. 그 때문에 느끼고 싶지 않아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털에 닿는 혀의 감촉. 혀가 닿는 몸의 감촉이.

 한참이나 고민하던 도윤은 자신이 트럭에 치였으며, (아마도)죽은 것 같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영혼 상태가 되어 살구의 몸속에 갇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 이런 거지같은.’

 

 영혼이나 귀신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전혀 믿지 않던 도윤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파악하자마자 어이없는 웃음소릴 냈다. 논리적으로는 그런 사정인 게 분명한데,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됐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것은.......

 

  ‘나, 계속 개로 살아야 하는 거야? 내 프로젝트는? 내 일은? 내 인생은?’

 

 짙은 절망이 도윤의 몸을 감쌌다.

 

  “살구야? 괜찮아?”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나빈의 목소리. 와. 정말 예쁜 목소리......아니, 아니야! 이 망할 강아지같은 생각은 왜 자꾸 드는 거야?

 나빈은 벽에 머리를 박은 뒤 마냥 웅크리고 앉아있기만 한 살구가 걱정돼서 견딜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24시간 동물병원에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살구야, 빨리 들어가.”

 케이지에 살구를 넣은 나빈은 평소에 자주 다니는 동물병원에 전화한 뒤, 택시를 타고 동물병원으로 갔다. 동물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받은 살구는 ‘별 이상 없다’는 진료결과를 받았다. 수의사가 나빈에게 말했다.

 

  “혹시 살구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긴가요? 그러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거든요.”

  “네. 최근에 야근이 많아져서 늦게까지 혼자 있었어요.”

  “그럼 그것 때문에 살구가 힘들었을 수 있어요. 바쁘시고 피곤하시겠지만 살구와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주시고, 애정표현도 자주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해요.”

  “혹시 이후에 다른 이상징후를 보이면 그때 병원에 꼭 데려와 주시고요.”

 

 나빈이 살구를 데리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4시가 다 되어 있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그래도 살구가 괜찮다니 다행이었다.

 

  “누나가 앞으로는 더 빨리 집에 올게. 정말 미안해, 살구야.”

 

 나빈은 살구를 쓰다듬더니 옷을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도윤은 눈을 둥그렇게 뜬 채 벽을 노려보고 앉아 있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유난히 눈이 까만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잠들 수 없는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도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자기도 모르게 깜빡 잠든 모양이었다.

 

  “휴.”

 

 도윤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앞발을 혀로 샥샥 핥았다.

 그런데, 감촉이 뭔가 이상했다.

 

  “뭐 하세요? 송 실장님.”

 

 도윤이 번쩍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낯선 병실 풍경이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옆을 돌아보려는데, 고개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움직이지 마세요. 실장님.”

 

 나지막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도윤은 곁눈질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했다. 조미진 과장이었다. 환자복 차림에 왼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고, 한쪽 광대뼈는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다가 같은 병원에 상사도 실려 왔단 소리를 듣고 문병을 온 것이었는데, 그 상사가 깨어나자마자 손을 핥으려고 드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참이었다.

 

  “정신 드셨어요?”

  “조 과장.......”

  “그래도 다행이네요. 머리 다치셔서 걱정했어요.”

  “나......나, 사고 났었던 건가.”

  “네. 트럭이랑 사고나셨잖아요. 나 참, 기가 막혀서. 어떻게 일주일 상관으로 저랑 실장님이랑 이렇게 됐는지. 무슨 마가 껴도 단단히 꼈나봐요.”

 

 도윤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엄청난 통증이 느껴질 뿐 도무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 역시 사고가 났던 거구나. 개가 됐던 건 꿈이었던 거야.

 하긴, 그렇게 황당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지.

 

  “조 과장, 나 얼마나 다쳤는지 알아?”

  “머리 좀 다치셨고요. 갈비뼈 부러지셨고. 골반뼈도.......”

 갈비뼈에 골반뼈라. 그래서 못 일어나는 거군. 도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미진을 보았다.

 

  “조 과장. 몸은 좀 어때?”

  “다치고 나시니까 이제 제 생각이 드세요? 어떻게 문병 한 번을 안 오세요?”

  “꽃바구니 보냈잖아.”

  “그게 문병온거랑 같아요?”

  “바빠서 그랬어.”

  “나빈 씨는 바쁜데도 두 번이나 다녀갔고, 수시로 전화까지 해줬거든요?”

 

 도윤은 더 이상 변명할 말이 없어졌다.

 

  “미안해.”

  “됐어요. 송 실장님 그러시는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 폰 어딨지?”

  “글쎄요. 잠깐만요.”

 

 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윤의 주변을 살폈다.

 

  “없는 거 같은데요. 사고났을 때 잃어버린 거 아니에요?”

  “...그럼 곤란한데.”

  “못 말려. 일하려고 그러죠?”

  “몇 월 며칠이야? 오늘.”

  “몰라요.”

 

 도윤이 간절하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번 주에 계약 건이 많았었어.”

  “아플 땐 쉬어야죠.”

  “이번 달엔 정말 아프면 안 됐는데.”

  “뭐 사고가 개인사정 봐주면서 나나요? 아무튼 의식 돌아오셨으니까 간호사한테 말 좀 하고 올게요.”

 

 미진이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간호사가 1인실 안으로 들어왔다. 챠트에 볼펜으로 도윤의 상태를 체크하며 간호사가 말했다.

 

  “네, 송도윤 환자분? 어지럽거나 눈앞이 침침하지는 않으시죠?”

  “네.”

  “사고 나셨던 건 기억나시나요?”

  “네.”

  “일단 대퇴부는 골절과 출혈이 심해서 긴급으로 수술했고요. 갈비뼈도 두 군데 골절이 되셨어요.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새끼손가락도 골절이시고요. 머리는 가벼운 뇌진탕이신 것 같은데, 입원 중에 계속 경과 확인해볼게요.”

  “.......”

  “보호자분께서 계속 1인실을 쓰실 거라고 하셨는데, 맞으신가요?”

  “보호자요?”

  “네. 수술받으실 때 동의서 써 주셨어요.”

  “대체 누가.......”

 

 간호사가 챠트를 넘겨보고는 대답했다.

 

  “정시온 씨로 되어 있네요. 약혼자라고 하시던데, 아니신가요?”

  “......맞습니다.”

  “네, 그럼 절대안정 취하셔야 하고요. 저희 지시 없이는 샤워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폰이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아. 119 이송 되셨을 때 폰이 있었던 것 같아요. 소지품은 저희가 따로 보관하고 있으니까, 곧 가져다 드릴게요.”

 

 간호사가 나가고, 잠시 후 미진이 비닐봉지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

 

  “여기 소지품이요, 실장님.”

 

 비닐봉지 안에서는 액정에 금이 간 핸드폰과 운전용 실내화, 사고 때 입고 있었던 옷가지가 들어 있었다. 셔츠는 응급처치를 위해 가위로 잘려있었고 바지는 피투성이여서 사고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핸드폰은 꺼져 있는 상태였다. 전원 버튼을 눌렀지만 켜지지가 않았다.

  “조 과장, 핸드폰 충전 어댑터 갖고 있어?”

  “제 병실에 있어요. 갖다 드릴게요.”

  “고마워.”

  “고맙다고 생각하시면, 나빈 씨한테 좀 잘해주세요. 너무 구박하지 말고요.”

  “구박 같은 거 안 했는데.”

  “대놓고 싫어하시잖아요. 티 많이 나요.”

  “.......”

 

 일을 못 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하지만 어쩐지 그 말이 입 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오히려 일 좀 못한다고 불쌍한 부하직원을 싫어했던 자신의 태도가 부당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머리를 좀 세게 부딪쳤나보군.’

 

 미진이 자기 병실로 돌아간 사이에, 새로운 손님이 병실을 찾아왔다. 트렌디한 숏컷에 얇은 트렌치코트, 몸에 잘 맞는 하이웨스트 팬츠를 입은 훤칠한 키의 여자였다.

 

  “도윤 씨, 좀 어때요?”

  “......시온 씨.”

  “하도 연락이 없길래 전화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병원에서 받더라고요.”

  “아.”

 

 그렇게 된 거였군. 그녀가 내 보호자가 된 사연이.

 

  “저기, 혹시 본가에는.......”

  “연락 안했어요. 도윤 씨가 싫어할 것 같아서요.”

 

 도윤이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좀 오래 입원해야 할 것 같으니, 결국 본가에서 알게 되긴 할 겁니다.”

  “원하시면 잠깐은 시간을 끌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윤 씨.”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온은 쓴 미소를 머금었다. 당신은 늘 나에게 예의 바르고 정중하네요. 이렇게 온몸이 부서진 상태에서도 틈을 보이지 않고요. 당신을 대하면, 나는 마치 완전히 방비된 성벽 앞에 선 적군이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내가 당신 편이란 걸 알아줄까요.

 

  “통증이 심하진 않나요?”

  “견딜만 합니다.”

  “뭐 필요한 건요?”

  “지금은 없습니다. 생각나면 연락할게요.”

 

 시온은 도윤이 연락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만, 그저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래요. 그럼 난 가볼게요. 쉬세요.”

  “시온 씨.”

  “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단 말은 아까도 했잖아요. 그런 말 자주 하실 필요 없어요. 우리 사이에.”

 

 시온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데, 미진이 핸드폰 충전기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시온을 발견한 미진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어? 손님 있으셨네요? 잠깐 있다가 다시 올까요?”

  “아니에요. 곧 갈 겁니다. 시온 씨, 인사해요. 우리 팀 조 과장이에요.”

  “아......그 먼저 교통사고가 나셨다던.......”

  “네. 조 과장, 이 분은 정시온 씨에요.”

  “안녕하세요.”

  “조 과장님,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럼 전 이만.”

 

 시온은 곧 밖으로 나갔고 미진이 눈으로 그녀를 한참 쫓았다.

 

  “미인이시네. 누구세요?”

  “......그거나 이리 줘요.”

  “아, 제가 해드릴게요.”

 

 미진이 충전기를 콘센트에 꽂고 도윤의 핸드폰을 연결했다.

 잠시 후 핸드폰이 켜졌다.

 부재중 통화 8통, 쏟아지는 카톡 메시지.

 날짜와 시간을 확인한 도윤이 미진에게 물었다.

 

  “나빈 씨는? 출근했대요?”

  “네. 리웨이 측과 진행한 계약서 정리하고 있대요.”

  “그걸 아직도? 할게 얼마나 많은데.”

 

 도윤이 나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가지 않아 나빈이 받았다.

 

  “실장님?”

  “네. 송 실장입니다. 지금 업무 뭐 진행하고 있습니까?”

  “아까 조 과장님께 보고했는데요. 계약 완료된 계약서 정리하고 있어요.”

  “그거 빨리 마무리하고, 프랑스 K사 재계약건 좀 확인해 줘요. 기한 거의 다 돼서, 재계약 여부 알아야 해요.”

  “네, 알겠어요. 근데 실장님, 괜찮으세요?”

  “전화한거 보면 모르겠습니까? 시키는 거나 빨리 해요.”

 

 수화기 너머 나빈은 입을 비쭉거렸다. 걱정되서, 생각해서 한 말인데 퉁명스럽기는.

 

  “알겠습니다, 실장님. 진행하고 다시 보고드릴게요.”

  “하루에 최소 2회 이상 보고해주십시오.”

  “실장님, 퇴원은 언제쯤 하세요?”

  “모릅니다. 아직은요.”

 

 빨리빨리 업무처리 좀 하라고. 내가 오죽 신경이 쓰이면, 꿈까지 그런 거지같은 걸......잠시만.

 

  “나빈 씨. 뭐 물어볼 게 있는데요.”

  “네, 뭔가요?”

  “오늘...오늘 새벽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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