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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왈왈로맨스
작가 : 슈가팟
작품등록일 : 2020.8.20

성질 더러운 상사와 약간 맹한 부하직원의 로코

 
개가 되었다
작성일 : 20-08-20 01:12     조회 : 200     추천 : 1     분량 : 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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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좀 더 대화를.......”

 

 리웨이가 빙긋 웃었다. 칼처럼 날카로운 눈매가 광대뼈 위에서 유연하게 휘었다. 왜지? 저렇게 웃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서늘함이 느껴져.

 

  “나빈 씨.”

  “네?”

  “알 만큼 아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남자를 모르는군요. 이런 상황에서 아, 그렇군요. 다시 내려갑시다. 하는 남자가 있을 거로 생각하십니까?”

  “엑?”

 

 리웨이는 나빈을 번쩍 안아 들고는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도 없이, 그의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두 개의 문이 있는 복도를 지난 리웨이는 거실을 지나 호텔 룸 가장 안쪽에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빈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나빈은 창백하게 질린 채 버둥거렸다. 리웨이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계약, 안 해도 좋다는 겁니까?”

  “어.......”

 

 리웨이가 한숨을 쉬었다.

 

  “난 강제로 하는 취미는 없어요. 선택을 했으면 책임을 지십시오.”

 

  “.......알겠어요.”

 

 나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반쯤은 오기로 받아들였던 제안이다. 설마 진심일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피할 방법이 없다. 그녀의 팔이 힘없이 아래로 늘어졌다. 그런 나빈의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던 리웨이가 나빈의 블라우스 첫 단추에 손을 가져다 댔다.

 

  “.......”

 

 단추 너머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떨림. 침대 매트가 흔들릴 정도로 와들와들 떠는 나빈의 모습에 리웨이는 기가 막혔다.

 망설이던 나빈이 그가 건넨 카드키를 집어 들었을 때, 그는 생각했었다. 역시 내숭이었군. 아니면 컨셉인가? 물정 모르는 피아니스트 지망생 흉내를 내는 것. 하지만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카드를 쓰든, 날 속이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리웨이는 나빈이 마음에 들었다. 블라우스 앞섶이 터질 듯 풍만한 체형, 건반을 두들기는 가늘고 섬세한 손가락, 말할 때마다 입을 새처럼 오므리는 버릇. 그 모든 것이 그의 기호를 자극했다.

 나빈과의 하룻밤은 리웨이에겐 꽤나 매력적인 거래용 카드였던 셈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무어란 말인가.

 

  “일어나요.”

  “......네?”

  “말했잖습니까? 싫다는 여자 억지로 범하는 취미는 없다고.”

  “.......”

  “당신, 정말 피곤한 여자군요. 도중에 말 바꾸는 사람, 딱 질색인데.”

 

 리웨이는 잔뜩 기가 죽은 나빈을 바라보았다.

 살짝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침대 위에 앉아 올려다보는 모습이 예뻤다. 지독하게.

 

  “계약서 꺼내요.”

  “네?”

  “계약서 갖고 온 거 있을 거 아닙니까?”

  “레스토랑에 가방 두고 왔는데요.”

  “......그래서, 계약 안 할 겁니까?”

  “아뇨! 아뇨! 할건데요! 잠깐만요. 금방 가져올게요!”

 

 리웨이는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에 잠겼다. 나빈은 자기 말대로 정말 빨리 다녀왔다.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뛰쳐나가 레스토랑까지 다녀온 것이다.

 

  “여기요, 이사님.”

  “하아.”

 

 리웨이는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자신의 가방에서 도장을 꺼냈다.

 

  “이건 내가 아주, 아주, 아주 완벽히 밑지는 거래입니다.”

  “계약 조건이 그 정도로 나쁘진 않은 걸로 아는데요.”

  “나쁘죠. 이 정도 조건은 다른 기업에서도 가능한데, 기껏 받은 베네핏이 나빈 씨가 내 침대에 1분 정도 궁둥이 붙인 거니까.”

 

 나빈은 리웨이의 날이 선 목소리에 잠시 기가 죽었다가, 그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 곧 환한 얼굴이 되었다.

 

  “와아! 감사해요, 리웨이 이사님!”

  “그래요. 나빈 씨는 나한테 좀 감사해야 합니다.”

  “제가 커피 사드릴게요.”

  “그거 가지고 될 것 같습니까?”

  “커피 3번 사드릴게요.”

 

 데이트 세 번이라. 리웨이는 나빈의 둥근 어깨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가슴께를 바라보았다.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기쁨에 새처럼 가쁘게 팔랑이는 그 부드러운 선.

 그 정도면, 어쩌면 나쁘진 않을지도.

 리웨이는 지금까지 자신이 갖고 싶은 여자를 놓친 적이 없었다.

 나빈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빈은 상대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서류가방에 계약서를 소중하게 집어넣었다. 리웨이가 말했다.

 

  “그럼 당장 합시다.”

  “네?”

  “데이트. 첫 번째 데이트하자고요.”

  “아. 지금은 좀 곤란해요.”

  “뭐라고요?”

  “시간이 너무 늦어서요.”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제가 저희 집 강아지 밥을 줘야 해서.”

 

 리웨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개밥에 밀린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그럼, 언제 시간이 됩니까.”

  “평일 저녁은 힘들어요. 대체적으로요.”

  “개밥 때문에요?”

  “네.”

  “주말은 됩니까?”

  “네. 주말은 돼요.”

  “토요일.”

 

 숨을 들이쉬며 리웨이가 말을 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봅시다.”

  “알았어요. 토요일 시간 비워놓을게요. 저녁엔 선약이 있어서 점심 때 봐도 되죠?”

 

 거참 감사하군. 리웨이가 이를 악물었다.

 

  “알겠습니다.”

 

 #

 

 도윤은 몽글몽글 폭신한 깔개 위에 누워 있었다. 주변은 어둑했고, 아주 조용했다. 아무래도 이 곳엔 도윤 혼자 있는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여긴 어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지금 도윤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누운 자리가 몹시 폭신폭신하다는 것과, 무언가, 뼈저릴 정도로 그리운 존재가 있다는 것 뿐.

 

  “왕.”

 

 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왕!”

 

 도윤이 놀라서 일어났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개소리와 비슷한 게 답답할 정도로 좁은 목구멍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왔을 뿐.

 

  “왕왕! 왕!”

 

 도윤은 이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기이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도저히, 두 발로 뛰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아래를 내려다 본 도윤은 기겁을 했다.

 발이 네 개라니.

 더군다나 이 북실북실한 갈색 털은.......

 순간 삑삑 삑, 하며 현관문의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벌컥, 문이 열렸다.

 도윤의 눈앞에 거대한 구두 한 쌍이 나타났다. 그 구두 위로는 거목처럼 두꺼운 인간의 발목 쌍이 보였다. 이게 대체?

 

  “살구야!”

 

 벼락처럼 큰 목소리. 귀가 아프다. 도윤이 놀라서 몸을 움츠리는데, 커다란 손이 그를 들어 올렸다. 땅이 미친 속도로 멀어진다. 도윤이 버둥버둥 대자, 손의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요 녀석! 누나 없을 때 짖으면 안 된다고 했지?”

 

 도윤은 그제야 나빈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 분명 나빈의 얼굴이긴 하다.

 평소 보던 크기보다 여섯 배는 더 큰 것 같지만.

 

  ‘말도 안 돼. 나.......’

 

  “살구야! 우리 저녁 먹자. 많이 배고팠지?”

 

 나빈의 품에 안긴 도윤이 절규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왕왕왕! 왕왕! 왕왕왕왕! 왕왕!”

  “어휴, 시끄러워. 살구! 조용히 해! 조용히 안 하면 밥 안 준다?”

 

 나빈이 도윤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부엌 쪽으로 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밥을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개가 된 거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도윤은 고함을 내질렀지만, 그것은 유난히 큰 낑낑거림으로 들릴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이건 꿈일 거야.

 그래. 이건 꿈이야.

 빨리 깨야 해.

 

  “악! 살구야!”

 

 나빈은 너무 놀라서 살구의 밥그릇을 떨어트렸다. 살구가 있는 힘을 다해 벽으로 돌진하더니 그대로 머리를 박았기 때문이었다. 쿵!

 

 낑낑! 낑!

 

  “살구야! 왜 그래!”

 

 나빈은 살구를 안아들고 다친 곳이 없는지 살폈다. 겉으로 보기엔 별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머리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닌지 걱정됐다.

 

  “살구 괜찮아? 많이 아파?”

 

 살구, 아니 동윤은 나빈의 품에 안긴 채 아직도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머리가 띵 한 것 보니 아무래도 엄청나게 사실적인 꿈인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리가 아파서 다시 같은 방법을 시도해 볼 생각은 나지 않았다.

 

  ‘모르겠다.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가는 깨겠지.’

 

 그러고 보니 나빈의 품은 제법 따듯했다. 잘 말린 보송한 빨래에서 나는 섬유유연제 향기도 났다. 도윤은 자신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이거 원래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가?’

 

 도윤의 마음과 상관없이, 살구의 혀는 어느 새 나빈의 손을 핥고 있었다. 꼭 자동 프로그램이 입력된 인형 같았다. 도윤은 혀에 와닿는 생생한 나빈의 피부를 느꼈다.

 그런 도윤의 심정을 알리 없는 나빈은 계속해서 살구를 걱정했다.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살구가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자 조금은 안심이 된 것 같았다.

 

  “살구야! 괜찮은 거 맞지? 어서 밥 먹자.”

 

 도윤의 코 끝에 진한 음식 냄새가 스쳤다. 평소의 도윤이라면, 비릿한 사료 냄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살구의 몸에 깃든 도윤에게 그 냄새는 갓 지은 쌀밥과 묵은지를 넣어 푹 끓인 김치찌개 냄새처럼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멍멍!”

 

 도윤은 밥그릇에 머리를 박고 순식간에 사료를 먹어치웠다.

 

  “어휴, 맛있어?”

 

 살구의 꼬리가 프로펠러라도 단 듯이 빙글빙글 돌았다. 도윤은 멍하니 나빈의 웃는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 각도에서 본 나윤의 모습은 평소에 보던 각도보단 왠지.......

 

 너무 예뻐.

 

 뭐라고?

 내가 미친 건가?

 

 도윤은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가 고쳐 떠 봤다.

 미치겠네.

 아직도 너무 예뻐.

 아니, 예쁘다기보다는.......

 

 사랑스러워.

 

 그 표현이 옳았다. 퍼즐 조각이 제자리에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도윤이 지금까지 나빈을 보면서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던 감정이었다. 그는 나빈을 보면 기본적으로 짜증이 났고, 이해할 수가 없었으며, 간혹 좀 어이없었다. 그게 다였다.

 

  ‘사람 싫어한 벌을 이렇게 받나?’

 

 벌이라면 이쯤이면 된 것 같으니, 제발 깨어나게 해 줘. 도윤이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내일도 일이 엄청나게 밀렸는데 이딴 거지 같은 꿈을 꾸느라 피곤하면 될 일도 안 될 것 같았다. 나 대체 몇시에 잠이 든 거지.

 

 섬뜩한 기분에 도윤이 모든 생각을 멈추었다.

 

 그래. 난 퇴근한 게 아니었다.

 분명 외근을 나가고 있었는데......엘리베이터가 흔들렸고......

 내 차를 트럭이 덮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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