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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왈왈로맨스
작가 : 슈가팟
작품등록일 : 2020.8.20

성질 더러운 상사와 약간 맹한 부하직원의 로코

 
개 잡아요!
작성일 : 20-08-20 01:08     조회 : 185     추천 : 1     분량 : 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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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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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빈은 확 주눅이 들었다가 순간 열이 뻗쳤다. 회사에서 쫓아다니며 괴롭혔으면 됐지, 퇴근 후에 내가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나빈의 입술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는 가냘프기 그지없었다.

 

  “퇴, 퇴근 후에는 개, 개인시간......인데요.”

  “비서한테 개인 시간이 어딨습니까? 임시로 맡은 일이라고 대충하려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요.......”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네?”

  “내일 오전에 계약하기로 한 중국 바이어가 오늘 밤 사교모임에 나온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가서 얼굴 도장 찍어야 합니다. 곧 시작할 시간입니다. 서둘러 주세요.”

 

 맙소사. 비서는 이런 데까지 따라가야 하나? 나빈이 입을 약간 벌렸고 도윤은 설명이 부족하다 느꼈는지 다시 말했다.

 

  “여성을 동반해야 합니다. 사적인 자리라서. TPO에 맞게 입어요.”

  “네.......”

 

 난처해하는 나빈의 품에 안긴 살구가 이를 살짝 드러내며 으르릉, 소리를 냈다. 자신의 주인에게 위해를 가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크, 살구야. 그럼 못써.”

 

 나빈이 살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사교모임... TPO.......”

 

 그런데 입고 갈 옷이 있을 리가 없잖은가? 나빈은 면접을 볼 때 입었던 검은 정장을 꺼냈다. 나빈이 가지나 가장 비싼 옷이기도 했고, 검은색이라면 어느 자리에나 무난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옷을 꿰입고 스타킹을 신은 뒤 나빈은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앞에 서 있던 도윤이 나빈을 보았다.

 

  “......그런 옷 뿐입니까?”

  “정장...입으면 안 될까요?”

  “비즈니스용 정장 외에 없습니까? 격식 갖춘 옷이?”

 

 나빈은 도윤의 찡그린 얼굴을 보며 또 기가 죽었다. 나빈의 발치에 붙어 있던 살구가 짖기 시작했다.

 

  “왈! 왕왕! 왕!”

  “살구! 조용히 해!”

  “크르......크르르.......”

  “그 옷은 아무래도......아앗!”

 

 도윤이 펄쩍 뛰었다. 살구가 총알같이 뛰쳐나가 도윤의 발목을 문 것이다. 나빈이 외쳤다.

 

  “악! 실장님! 괜찮으세요?”

  “개, 개 잡아요!”

 

 아니나 다를까 제풀에 놀란 살구가 복도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있었다. 나빈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스타킹을 신은 맨발로 살구를 쫓았다.

 

  “살구야! 살구야! 착하지, 이리 와. 이리 와!”

 

 하지만 살구는 쏜살같이 다세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달려가던 나빈은 누군가가 주차할 때 바퀴 밑에 괴어 놓았다가 방치한 돌멩이를 밟고 넘어졌다. 나빈의 눈에 점점 멀어지는 살구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살구야!”

 

 나빈은 벌떡 일어나 다리를 쩔뚝이며 달렸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저 앞은 큰길인데. 살구가 그냥 뛰어들면 어떡하지.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다시 못 찾으면 어떡하지.......

 

 그 때, 뒤에서 누군가 맹렬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수트 차림의 도윤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나빈을 스쳐서 계속해서 달렸다. 나빈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큰길로 나가기 직전,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코너에서 나빈은 도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손에는 털뭉치같은 살구가 들려 있었다.

 

  “살구야!”

 

 나빈은 살구를 받아들고 눈물을 흘렸다. 도윤은 그런 나빈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울 시간 없습니다. 지금 출발해야 합니다.”

  “훌쩍......이렇게요? 살구를 데리고요?”

 

 도윤은 골목을 돌아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타세요. 내 차까지 돌아갈 시간 없어요.”

 

 도윤은 택시에서 건물 주소를 댔고 약 30분 뒤 두 사람은 불이 꺼져서 어둑한 방배동의 한 골목에 내렸다. 나빈이 살구를 안은 채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

 

  “여기가 모임 장소인가요?”

  “아뇨. 이쪽으로.”

 

 그러고 보니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가기 전 작게 조성된 상가 구역에 불이 켜진 샵이 하나 있었다. 도윤이 다가가자 샵 안에서 키가 훤칠한 여자 직원이 문을 열고 맞이했다.

 

  “송 실장님, 어서 오세요.”

  “늦은 시간 미안합니다.”

  “무슨 말씀을요. 박 선생님께서도 곧 나오신다고 하셨어요.”

  “안 나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이, 그러실 순 없죠. 어서 들어오세요.”

 

 샵 안은 고급 의류와 가방, 신발 등이 세련되게 진열되어 있었다. 나빈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눈에 봐도 비싼 가게다. 송 실장님이 A그룹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 중 하나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고급 샵을 드나들 정도로 연봉을 많이 받으시는 줄은 몰랐다. 난 가방 하나도 몇 달을 고민하고 사는데......나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윤이 말했다.

 

  “저희 직원입니다. 파트너 동반 사교 모임에 갈 겁니다. 어울리는 거로 좀 골라주십시오. 구두랑 다른 것들도 적당히 챙겨 주시고요. 모임 장소는 T호텔 홀이니 거기 스타일도 좀 고려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흐음.”

 

 직원이 나빈을 보며 미소지었다. 매우 친절하긴 했으나, 자신의 새 일거리를 파악하는 눈이었다.

 

  “헤어는 이대로 가시나요?”

  “옷에 어울리게 좀 만져 주세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해볼게요. 죄송하지만 성함이.......”

  “이나빈입니다.”

  “네, 나빈씨. 이쪽으로 오세요.”

 

 잠시 후 나빈은 홀터넥 스타일의 잿빛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도윤 앞에 나타났다.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워낙 글래머시라 스타일이 사시네요.”

 

 도윤은 뭔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빈 씨.”

  “네? 네.”

  “평소에 이런 옷 잘 안입죠?”

 

 입을 일이 있겠냐? 나빈은 고개를 저었고 도윤은 연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스타일은 안 될 것 같습니다. 평소에 안 입던 게 너무 티 나요. 어색합니다. 이거 말고 무릎까지 오는 펜슬 스커트에 블라우스, 트위드 자켓 매치해 주세요.”

  “그 스타일이면 머리는 올리는 게 단아한데요. 그렇게 할까요?”

  “부탁드립니다.”

 

 직원이 나빈에게 옷을 입혀 주고 헤어스타일을 만지는 동안 밖에서 희미하게 도윤과 중년 여성의 대화가 들렸다.

 

  “도윤 씨! 이게 얼마만이에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박선생님.”

  “사모님 어제도 다녀가셨어요. 도윤 씨 칭찬에 침이 마르시던데, 지금 A그룹에 계신다고.......”

  “그렇습니다.”

  “오늘은 시온 씨랑 온 건가요?”

  “아닙니다. 회사 직원입니다.”

 

 시온 씨? 그게 누구지? 나빈은 생각했다.

 여자친구인가?

 여친 있단 얘기는 못 들어봤는데.

 하긴, 있다고 해도 부하직원에게 사생활을 미주알고주알 말할 사람이 아니다.

 

  “어머, 귀염둥이가 있네. 누구 따라왔니?”

 

 아차! 살구를 그냥 뒀네. 나빈은 헤어 손질을 마치자마자 룸에서 나갔다. 밖에는 세련된 스타일의 중년 여성과 도윤이 서 있었다. 살구는 넉살 좋게도, 중년 여성의 품에 안겨 있었다.

 

  “살구야! 이리 와!”

  “귀염둥이, 이름이 살구구나? 안지 말아요, 아가씨. 이제 파티 갈 건데 개털 묻으면 곤란하잖아요? 내가 데리고 있을게요. 다녀와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잘 알지도 못하는 분에게 개를 맡기고 모임에 가다니, 너무 실례가 아닐까? 나빈이 망설이는데, 도윤이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두 시간 안에는 돌아오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아, 유라씨. 차 좀 불러요. T호텔까지.”

  “알겠습니다, 박 선생님.”

 

 두 사람은 샵에서 불러 준 검은 세단을 타고 T호텔로 이동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빈이 흘깃 도윤의 옆얼굴을 보았다. 언제나처럼 빈틈없는 헤어 세팅에 고급 수트 차림이었지만, 눈 밑에 연한 다크서클이 비쳤다. 피곤한가 보네.

 

  “송 실장님.”

  “네.”

  “전화 제대로 못 받아서 죄송해요. 침대에 두고 나갔었거든요.”

  “그런 것 같았습니다. 벨이 빈 집안에서 울리더군요.”

  “살구가 문 데는 괜찮으신가요?”

  “.......”

  “근데 살구, 광견병 예방주사는 맞았거든요.”

  “.......두 군데나 물렸습니다. 안 그래도 예방주사 안 맞았으면 어떡하나 걱정되더군요.”

 

 도윤이 펼쳐 보이는 손등에는 살구의 조그만 잇자국이 선명했다. 도윤이 살구를 잡을 때 물린 게 분명해 보였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잘 좀 해봐요.”

 

 도윤은 비서일을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나빈이 시무룩한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솔직히 자신이 없거든요.......”

  “해 봐요. 하나하나 가르쳐 줄 테니.”

  “그래도.......”

  “3주입니다.”

  “네?”

  “더 안 바랍니다. 앞으로 3주가 중요하니, 그 동안이라도 버텨 봐요. 그 후로 그만둔다고 해도 뭐라 안 하겠습니다.”

 

 3주라......여전히 자신은 없었지만, 나빈은 눈 앞에 펼쳐진 암흑 속에서 가느다란 빛줄기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감이 정해져 있으니 버티기가 그나마 나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거의 다 왔군요.”

 

 세단이 T호텔 정문에 섰다. 도윤은 먼저 차에서 내려 나빈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리시죠.”

 

 나빈은 도윤의 손을 잡고 내렸다. 그의 손은 생각보다 크고 따듯했다. 도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호텔 로비로 들어서 나빈이 속삭였다.

 

  “근데 전 모임에 가면 뭐 하죠?”

  “딱히 할 건 없어요. 제가 누굴 인사시키면 웃으시고, 우아하게 인사하시면 됩니다.”

  “저 중국어 할 줄 알아요, 실장님.”

  “보통화(표준어)?”

  “네.”

  “소용없어요. 바이어 출신이 그쪽이 아니라서 탐탁지 않아 할 겁니다. 성격이 괴팍하거든요. 차라리 영어로 해요.”

  “.......”

 

 와. A그룹 입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배웠는데. 바이어가 상해나 광동 사람인가? 나빈은 도윤이 자신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여기까지 불려온 이상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윤이 중국 바이어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유창한 광동어를 하는 동안, 나빈은 방긋방긋 웃으며 영어 인사를 건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칵테일을 한 잔 받아들었지만,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지 영 먹히지가 않았다. 음식 쪽은 쳐다도 보지 못했다. 편의점 도시락과는 비교도 안 되는 퀄리티인데도.

 도윤이 중국 바이어와 함께 가 버리고, 혼자 남은 나빈은 홀 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행사 분위기가 무르익고, 홀 한쪽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가 들려왔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넘길지 모르겠으나,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나빈에 귀에는 그 연주가 정확하게 꽂혔다.

 

  ‘와,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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