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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왈왈로맨스
작가 : 슈가팟
작품등록일 : 2020.8.20

성질 더러운 상사와 약간 맹한 부하직원의 로코

 
트럭에 치였어도 출근은 해야죠!
작성일 : 20-08-20 01:06     조회 : 306     추천 : 1     분량 : 4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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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 시간. 송도윤 실장은 이마를 지푸렸다. 개인 사무실 앞에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하직원인 이나빈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예. 조 과장에게 들어와서 일정 브리핑하라고 전해요.”

  “아, 네. 그런데.......”

 

 이나빈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송도윤 실장은 냉정하게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이나빈은 그 자리에 서서 망설이다가 실장실의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십시오.”

 

 빼꼼 열린 문 사이로 이나빈이 들어왔다. 송도윤의 이마 주름이 더 깊어졌다.

 

  ‘아. 저 굼뜨고 맹한 친구. 아침부터 보기 싫은데 왜 자꾸 따라다니는 거야?’

 

 하지만 성격 더러운 송도윤이라도 아무 잘못도 안한 사람에게 대뜸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송도윤이 말했다.

 

  “무슨 일이죠? 조 과장은?”

  “그게......조미진 과장이 사고가 났는데요.”

  “사고요? 무슨 사고?”

  “오늘 출근길에 전화가 왔어요. 출근해서 자리 정리하고 있는데 조 과장님이 차에 치이셨다고 연락받았거든요. 제가 전화 받았는데......송 실장님께 직접 보고를 드리라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답답해 미치겠군. 송도윤이 한숨을 내 쉬곤 날카롭게 말했다.

 

  “간략히 좀 말하세요. 간략히! 그래서 조 과장 몇 시에 출근합니까?”

  “못할 거 같으시다고.......”

  “뭐라고요? 이렇게 바쁜 시즌에 아무리 차에 치여도 그렇지. 출근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나빈은 여전히 겁먹은 눈으로 더듬더듬 말했다.

 

  “하지만, 트럭에 치이셨는데요.”

  “...트럭이든 뭐든 간에! 지금이 쉴 땝니까? 휴가를 내려면 적어도 2주 전에 휴가계, 상식이잖아요?”

  “트럭에 언제 치일 줄 알고 휴가계를 미리.......”

  “됐습니다. 가서 박대리 불러오세요. 대신 브리핑 좀 하라고.”

  “박경아 대리는 오늘부로 사직하신다고.......”

  “뭐라고요?”

 

 송도윤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이나빈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한두 번 성질을 받아준 게 아닌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제가 아침에 전화 드려서 조 과장님이 장기 병가내셔서 대신 업무 보셔야 할 거 같다고 하니까, 사직서 내신다고.......”

  “이게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이나빈은 여전히 몸을 움츠린 채 대답했다.

 

  “그러게요. 안되네요.”

  “대답하라고 한 말이 아닙니다!”

  “네. 죄송합니다.”

  “하. 정말.......”

 

 송도윤은 꾸물대는 이나빈을 힐끗 보고는 넥타이를 느슨히 했다. 미치겠군.

 

  “나가보세요.”

  “하지만, 일정 브리핑을.......”

  “됐으니까 나가보세요.”

 

 송도윤은 이나빈이 나가자마자 사내 메신저를 켜서 인사팀 백팀장을 클릭했다.

 

  - 잠시 시간 되십니까.

 

 메시지가 ‘읽음’ 상태로 바뀌자마자 도윤은 백팀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백팀장님? 송도윤 실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메시지 보내셨길래 막 대답하려고......”

  “좀 급해서요. 비서일 소화할 수 있는 내부 직원 중에 인사이동 가능한 인력이 있습니까?”

  “직접 전화하신 걸 보니 급하신 건 알겠는데, 왜 그러시는지부터 말씀 주셔야 할 거 같네요.”

  “저희 팀 조미진 과장이 트럭에 치였습니다.”

  “세상에. 괜찮으신 건가요?”

  “모릅니다.”

  “.......”

  “대체 인력 좀 찾아 주십시오. 빠를수록 좋습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송 실장님. 지금 인사이동을 신청한 관련 직군 인력은 없고요. 지원자를 찾으려면 사내 공지 올려서 최소 3주 이상 모집하는 게 원칙입니다.”

 

 도윤은 머리가 터져 나갈 것 같았다. 3주! 중요한 미팅에 계약 건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동안 비서가 없이는 버틸 수가 없다. 도윤에게 눈앞의 3주는 3년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말 급하시면 계약직 공고를.......”

  “아뇨. 끊겠습니다.”

 

 계약직 공고를 당장 내도 1~2주는 그대로 버릴 것이다. 도윤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 업무파악이 가능한 인력이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인가. 도윤이 신경질적으로 메신저에 글씨를 쳤다. 나빈이 달려왔다.

 

  “네, 실장님. 부르셨어요?”

  “자리, 조 과장 데스크로 옮겨요.”

  “네? 조 과장님 자리로요?”

  “아니면 호출기를 당신 자리로 갖다 놓든가! 단번에 비서를 부를 수 있어야 일이 될 것 아닙니까?”

  “제가 메인 비서 일을 해야 하나요?”

  “그러면 여기 다른 사람 있습니까?”

 

 나빈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도윤은 올라오는 짜증을 참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수인계가 제대로 안 되어 힘들겠지만, 그래도 대강 업무파악 가능하지 않습니까? 서포트하던 프로젝트도 있고.”

  “그렇긴 하죠.”

  “가능하단 소리죠? 제발 말 좀 명확하게 합시다. 숨이 넘어갈 것 같아요. 급한 게 저뿐입니까? 오늘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느끼는 게 저뿐이냐고요.”

 

 나빈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자신이 없어서요.”

  “그거 말고 다른 문제는 없죠?”

 

 다른 문제가 없느냐니……. 자신이 없는 게 제일 문제인 건데……. 나빈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조 과장님. 제발 돌아와 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물론 그런 나빈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없었다.

 

  “그냥 마음을 고쳐먹으면 해결되겠네요. 자, 이제 나가서 일주일치 일정 브리핑 자료 전부 들고 와요. 전부! 맘대로 빼거나 고치지 말고 하나하나 검토해 봅시다. 늦어도 8시 50분까진 종료해야 합니다. 9시에 사내 미팅이 있으니.”

 

 나빈이 툭 치면 눈물을 줄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사무실을 나갔다. 도윤은 긴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정말 긴 하루가 되겠군.’

 

 #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나빈은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침대로 쓰러졌다.

 

  ‘조 과장님은 사람이 아니었나 봐.’

 

 말도 안 되는 업무량이었다. 업무가 많은 것은 둘째 치더라도, 진행해야 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다. 상사인 도윤이 워낙 일 중독인 데다 성격이 급해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는 듯하면 용서가 없다. 오늘 하루만 해도 벼락같은 질책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셀 수도 없었다.

 

  “미치겠네. 그냥 퇴사할까.”

 

 침대에 엎드려 있는 나빈의 발치에 뭔가 작고 촉촉한 것이 닿았다. 나빈이 미소지었다.

 

  “살구야! 침대에서 자고 있었구나?”

 

 포메라니안 한 마리가 나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몸을 나빈의 가슴께에 비비더니, 낑낑 소리를 내며 배를 보인다. 나빈은 강아지의 배를 살살 긁어주었다.

 

  “누나 오는 소리도 못 듣고, 그냥 자고 있었어? 응? 응? 우리 귀염둥이.”

 

 꼬리가 빠져라 흔들던 살구가 벌떡 일어나 침대 위를 좌우로 뛰기 시작했다.

 

  “응? 살구야. 왜 그래? 내려줄까?”

 

 나빈이 살구를 침대 밑으로 내려주자 살구는 쏜살같이 방을 나갔다. 그리고 빨간 가슴줄을 물고 나타났다.

 

  “아......산책하자고?”

  “왕왕! 왕!”

  “어쩌지...살구야. 오늘은 누나가 너무 힘든데.......”

  “왕왕! 왕왕! 왕왕왕 왕!”

  “으응,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갈게. 간다고.”

 

 나빈은 자정에 가깝도록 야근하는 날에도 살구의 산책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긴 것도 불쌍한데, 그 좋아하는 산책이라도 매일 시켜주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이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 나빈의 머리와 발을 잡고 걸레 짜듯 쥐어짜 모든 피를 짜낸 기분이었다.

 그래도 가긴 가야지. 간다니까 저렇게 신나 하는데.

 나빈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는 살구에게 가슴줄을 매주었다. 그리고 출근했던 복장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신발만 겨우 구두에서 운동화로 바꿔 신었다.

 

  “가자, 살구!”

 

 나빈의 투룸은 주택가 깊은 곳에 있었다. 골목길을 10분 정도 걷자, 작은 동네 공원이 나왔다. 살구는 신이 나서 나빈을 끌고 공원을 몇 바퀴 돌았다. 내키는 곳에 코를 박고 한참 냄새를 맡기도 했고, 들어가기 힘든 구석을 쑤시고 들어가기도 했다. 한참이나 공원을 뒤진 살구가 드디어 나빈에게 다가왔다.

 

  “응, 살구야. 다 놀았어? 이제 들어갈까?”

  “낑낑! 왕!”

  “으음, 싫다고? 그래도 가야지. 한밤중인데.”

 

 나빈은 살구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공원 옆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서오......왔어??”

  “응.”

  “오늘은 늦었네.”

 

 나빈은 라면 두 봉지와 편의점 도시락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포스기 앞에 서 있는 것은 나빈의 동네 친구인 선아였다. 체크카드로 물건을 계산한 나빈이 힘없이 말했다.

 

  “나 갈게.......”

  “야! 잠깐 가지 말고 있어봐. 나 곧 교대야.”

 

 10분 뒤, 나빈과 선아는 편의점 앞에 놓인 테이블에서 맥주 한 캔씩을 놓고 마주 앉았다. 살구에게는 편의점에서 파는 간식 한 조각을 물려 놓았다. 선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힘드냐?”

  “응.....”

  “그 팀장인가 실장인가가 아직도 난리니?”

  “.......”

  “취업 된 건 진짜 잘 된 건데, 어디서 거지 같은 놈이 있어서 널 그렇게 힘들게 하냐.”

 

 나빈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맥주만 들이켰다. 함께 취업 준비를 하다 나빈만 취직하고 선아는 실패했을 때, 미안해서 차마 취직했다 말을 못 했던 작년 생각이 났다.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선아는 조심스레 나빈을 위로했지만, 나빈은 아직도 알바를 하는 선아 마음이 다칠까 하소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빈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최소 1년은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버텨. 그래야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쓴다.”

  “응.”

 

 두 사람은 맥주 한 캔씩을 비우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빈은 은은한 가로등 불빛을 보며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주변은 고요했다. 품속에 안긴 살구의 온기가 느껴졌다. 선아의 조심스러운 위로와 살구의 온기가 나빈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일까? 나빈은 퇴근했을 때보다 훨씬 더 힘이 나는 걸 느꼈다.

 

  ‘그래......힘 내야지. 일단 집에 가서 샤워하고, 푹 자자.’

 

 나빈의 투룸은 2층이었다. 살구를 안고 계단을 오르던 나빈은, 자신의 집 앞에 웬 덩치 큰 남자가 서 있는 걸 알고 순간 긴장했다. 대체 누구지? 계단을 모두 올라와 그 남자의 정체를 확인한 나빈은 까무라칠 정도로 놀랐다.

 

  “시...실장님?”

  “이 시간에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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