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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을 머금은 열쇠
작가 : 제이벤
작품등록일 : 2016.10.19

직위 해제라는 중징계를 당한 강력계 형사 브라이언 앞에 갑자기 외삼촌의 유산이 상속되고 상속 조건 때문에 그는 6개월 동안 힐덴 마을에서 지내며 ‘골드 바’를 경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중년의 여성이 찾아와 약속대로 24년 전에 죽은 자기 아들, 마이클을 살려달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하고 브라이언은 미친 여자의 헛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여자가 내밀은 쪽지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 아들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자 서재에 열쇠를 꽂아 돌리는 그 순간 거짓말처럼 24년 전 과거로 타임 슬립하게 된다.

 
1화. 직위해제?!
작성일 : 16-10-19 21:37     조회 : 647     추천 : 0     분량 : 4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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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잡힌 경찰 정복을 쫙 빼입은 브라이언은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앉아있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마지막 변론을 마치고 나와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의자 하나 달랑 놓여있는 이 삭막한 회색의 방보다 브라이언이 내뿜는 기가 더 차가워 보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한 줄기 빛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왔다.

 

 “경위 브라이언 클랜필드 따라오도록” 굳은 인상의 남자가 딱딱하게 말했다.

 

 브라이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위의 정모를 바르게 고쳐 쓰며 남자를 따라갔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징계 위원회가 열리는 작은 회의실이었다. 브라이언의 징계수위가 결정된 모양이었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윌 경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윌 경감은 브라이언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휙 하고 눈길을 피해버렸다.

 

 ‘젠장, 잘 안 풀린 모양이군. 감봉 3개월? 아니 6개월은 각오해야 하나?’

 

 징계는 브라이언에게 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브라이언은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고 독단적으로 총기를 사용하여 동료뿐만 아니라 선량한 시민까지 위험에 빠뜨린 점은 묵과할 수 없는 행위이다. 그래서 징계 위원회는 가중처벌을 결정했다. 경위 브라이언 클랜필드 직위해제 6개월에 처한다.” 징계 위원장은 근엄하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뭐? 직위해제? 6개월?” 브라이언이 거칠게 말하며 징계 위원장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윌 경감이 재빨리 달려와 브라이언을 잡았다.

 

 “브랜, 진정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소란이야? 너 이러면 상황만 더 악화시키는 거야. 제발 좀~”

 

 윌 경감은 브라이언을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이는 브라이언에게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내가 총을 쏘지 않았으면 그 여자는 죽었어. 당신들이 두려워서 허둥지둥 거릴 때 내가 정확히 판단 한 거라고! 그 여자를 살린 거라고!” 브라이언이 소리쳤다.

 

 “판단? 그걸 판단이라고 하나?” 징계 위원장은 냉소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하루 전 -

 

 “움직이지 마! 한발만 더 다가오면 이 여자 머리는 날아간다.”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건물 옥상에서 위협을 하고 있었다. 여자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지만 두려움 때문인지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속으로 삼키고 있었다.

 

 이들 맞은편에선 형사 4명이 대치하고 있었다. 형사들은 총을 뽑아 겨누고 있었지만 총의 안전장치를 푼 상태는 아니었다.

 

 “놈이 당장에라도 여자를 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먼저 처리해야 합니다. 총기 발포 허락해 주시죠?” 형사 1팀의 베테랑 형사 존이 본부에 무전을 보냈다.

 

 “안 돼! 여자가 다쳐서는 절대 안 돼! 우리 쪽에서 발포했다가 만에 하나 여자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감당 못 해! 다른 방법을 찾아! 찾으라고!” 진 국장의 깐깐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들려왔다.

 

 “젠장, 우리가 뭘 어쩌란 거야?” 막내 형사 에디는 미리 풀어두었던 총의 안전장치를 다시 잠그며 투덜거렸다. 현장 상황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곳에 있던 다른 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봤지? 거봐, 내 말이 맞잖아. 내가 네 머리에 총을 겨눠도 다들 네가 무서워서 나한테 총 쏠 생각조차 못 해! 내가 무서운 게 아니라 너, 네가 무서운 거야. 그래서 다들 본부에 무전치기만 바빠. 왜일 것 같아? 네가 다칠까 봐. 경찰이 쏜 총에 잘못해서 네가 맞아버리면 큰일 나거든. 그런데 내 형한테는 그러지 않았어. 거침없이 쏴 버렸어. 왜냐면 안타깝게도 내 형은 경찰청장 같은 아버지를 두지 않았거든.” 남자는 자신의 총구 앞에서 떨고 있는 여자에게 속삭였다.

 

 그의 분노는 총을 잡은 손을 통해서 고스란히 여자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잠시 후 현장 형사들의 무전기에 본부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협상팀이 곧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도 인질은 무사해야 한다. 어렵겠지만 안전에 최선을 다하라. 이상”

 

 “손, 발 다 자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합니까?” 존은 푸념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옆에 있는 다른 형사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들의 이 미묘한 행동에 남자는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협상팀을 보냈나 봐? 그런데 이걸 어쩌나? 협상팀은 필요 없을 거야. 난 요구 조건이 없거든.”

 

 남자의 총구 아래에서 벌벌 떨던 여자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자식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사진 보내 준 지가 언젠데 아직도 멀었어?” 존이 무전기 너머의 산드라를 닦달했다.

 

 존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범인의 사진을 찍어서 산드라에게 보내주었다. 하지만 범인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신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니, 얼굴만 알면 그 사람 신상 정보가 ‘쫙’하고 쏟아지는 줄 아나 보지? 그리고 사진이라고 보낸 것도 눈이랑 코 밖에 안 나온 거면서” 산드라의 까칠한 목소리가 무전기를 통해서 전달되었다.

 

 “산드라!” 존이 버럭 이름을 크게 불렀다.

 

 “오케이! 찾았어. 이름은 잭 비에라, 나이는 33살, 이탈리아 출신이야. 커피 프랜차이즈 마케팅부서 평사원이고 오! 여기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 있네. 형이 한 명 있었는데….”

 

 “있었다고?”

 

 “6개월 전에 은행 인질 사건 때 경찰이 쏜 총에 맞아서 사망했어.” 산드라가 말했다.

 

 “이거군.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가.” 존은 잭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잭도 존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왜? 보고만 있지? 난 지금 연약한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그럼 경찰들은 나를 향해서 총을 쏴야지 안 그래? 인질을 구해야지? 어째서 그냥 보고만 있느냔 말이야?” 잭은 살살 약을 올리며 비꼬고 있었다.

 

 “기다려, 내가 곧 네놈의 대가리를 갈겨줄 테니깐” 에디는 총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그는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겨버릴 듯한 기세였다.

 

 “팀장님,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면 인질을 죽일 거예요. 이렇게 가만히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존이 다급하게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놈은 유도하는 거야. 경찰이 또다시 인질을 쏘는 걸 유도하는 거라고! 총기 사용은 절대 안 돼. 협상팀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윌 팀장은 완고했다.

 

 빌딩 옥상에서 벌어지는 인질극의 무전을 브라이언은 빌딩 밑 차 안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듯 관심도 없어 보였다. 그는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며 윙크를 해 보이기도 하고 담배를 물고 조금 열린 창문으로 그 연기를 내뱉고 있었다.

 

 ‘어휴~ 그냥 쏘면 되지 뭘 물어보고 있어? 답답하게’

 

 브라이언은 차 문을 열고 나와서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툭 하고 버렸다. 마침 그 앞을 막 지나가던 한 할아버지와 눈이 ‘딱’하고 마주쳤다.

 

 ‘내가 경찰이 되고 나서 제일 짜증이 나는 게 바로 이거야. 나쁜 짓을 못 해요. 나쁜 짓을’

 

 브라이언은 허리를 숙여 담배꽁초를 집어 근처 휴지통에 넣었다. 그리곤 유유히 빌딩 옥상으로 올라갔다.

 

 “역시, 경찰 네놈들은 못 쏴! 못 쏜다고! 여기 있는 이 여자가 바로 경찰청장의 딸이니깐. 안 그래? 근데 왜 그랬어? 내 형은? 불쌍한 내 형은? 은행 강도에게 잡혀있을 때 내 형한테는 왜 그랬냐고? 부모도 없는 고아라서? 그래서 고민도 없이 그렇게 쏴버린 건가? 그런 거냐?” 잭은 분을 못 이겨 폭주하기 시작했다.

 

 “팀장님!” 존이 다시 다급하게 무전에 대고 소리쳤다. 무조건 발포는 안 된다며 버티는 상부에 결정을 촉구하는 압박이었다.

 

 그때였다. 존의 뒤에서 ‘철컥’ 하고 총의 장전 소리가 들렸다. 존은 소리 나는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인질범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브라이언이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와 부리부리한 눈이 그의 다부진 인상 한층 더 짙어 보이게 만들었다. 매사가 귀찮다는 듯 건들건들했지만 묘하게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상대를 압도하는 뭔가가 있었다.

 

 “네 말이 맞아. 여기 이 녀석들은 못 쏴! 여기저기 눈치 보는 데가 많거든. 하지만 나는 눈치 볼 때가 없어.” 브라이언은 남자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들었다.

 

 갑자기 등장한 브라이언의 모습에 잭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번졌다. 자신의 계획대로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지 마! 너 이제 죽을 거거든” 브라이언은 차갑게 말했다.

 

 “브, 브, 브랜! 너 뭐하는 짓이야? 아직 상부의 명령이 안 떨어졌어. 단독 행동하지 마!” 존은 다급하게 외쳤다. 브라이언은 동료 형사에게 브랜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걱정하지 마! 내가 과녁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추잖아.” 브라이언이 존을 바라보며 씽긋 웃었다.

 

 존은 이 미소가 신호탄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황급히 브라이언을 제지하려 팔을 뻗었지만, 브라이언이 더 빨랐다.

 

 ‘탕’ 단발의 총성이 옥상을 흔들었다.

 

 브라이언을 말리러 달려오던 존도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동료 형사들도 모두 얼어붙은 듯 그대로 멈췄다. 정말 시간까지 멈춰 버린 것 같았다.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푹’하고 쓰러지기 전까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현재-

 

 “뭐? 6개월 직위 해제? 미치겠군.” 브라이언은 각 잡힌 모자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내가 너 이럴 줄 알았어. 요새 계속 아슬아슬 줄타기하더라. 그래서 내가 올라오지 말라고 했던 거잖아. 이번 사건은 끼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와서 사고를 쳐! 왜 총을 쏘냐고?” 존이 옆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 상황에서 인질범에게는 총기 사용은 정당한” 브라이언을 두둔하려던 에디는 말을 마칠 수 없었다. 자신을 째려보는 존과 윌의 눈빛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었다.

 

 “저번에 사고 쳐서 징계 받은 감봉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어. 그런데 또” 윌 경감을 말을 속으로 삼켰다. 화를 내기 싫은 거였다. 그는 잠시 감정을 다스리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6개월만 차분히 있어. 그럼 내가 책임지고 복직시킨다. 알았어?”

 

 “그래도 6개월은 너무 하잖아요.”

 

 브라이언은 볼멘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난 이상 그걸 번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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