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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수박
작가 : 강원산
작품등록일 : 201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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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고유의 무예 수박.
그 전설의 완성을 위해 뫼문의 제자 북수산이 중원에 발을 딛었다.

 
제 2 화
작성일 : 16-07-13 09:21     조회 : 595     추천 : 0     분량 : 7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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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장 고려(高麗)에서 온 무인(武人)

 

 

 

 휘이이이이!

 강한 눈보라를 뚫고 험한 산을 오르는 청년이 있었다.

 평범한 무명옷을 입은 청년은 몸을 움츠리면서도 끊임없이 발을 움직였다.

 한 발, 두 발…….

 발이 눈 속으로 푹푹 꺼져 들어가도 전혀 개의치 않고 규칙적으로 발을 놀리던 청년은 마침내 정상을 향한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는 정상에서 한층 더 심해졌다. 하지만 청년의 눈빛은 더욱 빛을 뿜기 시작했다.

 ‘이곳인가? 한때 가우리의 땅이기도 했던 중원이라는 곳이…….’

 청년은 눈보라 뒤에 넓게 펼쳐진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꿈을 펼치리라… 한민족 전통의 무예가 중원의 것보다 우수한 것임을 당당히 알리리라.’

 청년은 웅지(雄志)를 품고 있었다.

 한민족 전통의 무예인 수박을 중원에 널리 알리고 우수함을 인정받기 위한 거대한 웅지를…….

 사박사박! 휘이이이잉!

 청년의 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런 청년을 방해하려는 듯 눈보라가 좀 더 거세졌다.

 ‘후후… 날 거부하는가! 중원이여…….’

 청년은 메마른 웃음을 흘리며 거센 눈보라를 힘차게 헤쳐 나갔다.

 그가 향하는 곳에 중원무림이 있었다.

 천하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보다 뛰어난 자가 없다 여기는 사람들이 모인 무인들의 세상, 무림.

 스물세 살의 청년, 북수산(北水山)이 처음으로 중원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을 듯 목석처럼 서 있는 청년.

 그의 주위에 늘어선 수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일 정도의 진한 긴장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벌써 예순다섯 번의 비무를 승리로 이끈 청년이었다.

 이번 비무까지 이긴다면 중원의 고수 예순여섯 명을 꺾게 되는 것이다.

 청년의 표정은 밝았다. 아니, 철없는 아이처럼 티 없이 맑은 표정이었다.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고 굳게 쥔 주먹은 바위라도 부술 듯 단단해 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을 뒤덮을 듯 쏟아져 내리던 폭설은 이미 멈춰 있었다.

 연무장 주위로 늘어선 전각의 서까래 위에도, 나뭇가지밖에 남지 않은 커다란 나무들 위에도 적지 않은 양의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비무를 구경하기 위해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의 발아래에도 솜이불처럼 푹신한 눈이 두 치(약 6센티미터)나 쌓여 있었다.

 뽀득!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청년의 발이 눈 위를 밟는다.

 뽀득!

 또 다른 발도 눈 위를 밟는다.

 설경의 일부분인 양 하얀 무명옷을 입은 이십대 초반의 청년.

 그는 중원인이 아니었다. 외모만 보면 중원인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의 몸속에 흐르는 피는 중원인의 것이 아니었다.

 호수의 깊음을 품은 것일까?

 심연과도 같이 깊은 눈빛을 지닌 청년. 그의 눈은 정면에 마주한 사십대 초반의 사내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흔들림 없는 청년의 당찬 모습에 사람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름은 북수산. 중원인이 천히 여기는 동이족이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은 동이족의 위대함을 보게 될 것이오!’

 예순다섯 번에 이르는 비무를 치르는 동안 청년이 비무 상대에게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했던 말이었다.

 올해로 스물다섯인 동이족의 청년 북수산은 한민족의 오랜 역사와 함께 전해져 내려온 전통무예, 수박의 고수였다.

 북수산이 첫 비무 상대인 검법의 고수 모용민을 꺾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북수산의 비무행은 화약을 안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고, 혈기왕성한 젊은이의 무모한 도전일 뿐이었다.

 모용민이 땅 위로 널브러지고, 권법의 고수인 도욱이 기절했어도 그저 지독히 운이 좋은 동이족 청년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처음엔 북수산이 펼친 무예를 사술(邪術)이라 여겼다.

 형식도, 틀도 없이 펼쳐지는 북수산의 현란한 움직임과 수십 년간 내공을 쌓아 온 고수를 가볍게 상대하는 실력은 결코 정상의 것으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북수산의 무예는 결코 사술이 아니었다. 살기 짙은 수법도 아니요, 비열한 암수도 아니었다. 사기(邪氣)를 풀풀 날리지도 않았으며 비무에 패한 사람을 단 한 명도 죽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북수산의 무공을 사술이라 단정 짓지 못했다. 대신 북수산의 행보를 주목했다.

 모용민과 도욱을 시작으로 비룡문(飛龍門)의 문주가 쓰러졌고 황보세가의 가주도 쓰러졌다. 남궁세가의 가주 또한 비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가운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렇게 이 년이 지났을 때 북수산은 어느새 예순다섯 명의 중원고수를 물리친 극강의 고수로 거듭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려웠다. 그가 중원인이라면 박수를 치고 환호했을 일이지만 그는 동이족이라 불리는 고려의 무인이었던 것이다.

 고려인이 중원의 고수를 물리치고 자신들의 위에 올라선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북수산의 행보를 멈춰 세우고 싶었다.

 중원의 무인들은 시기심과 질투심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북수산이 사악한 무공을 익힌 마두며 중원무림을 집어삼키려는 세외세력의 첩자라고 떠들었다.

 북수산을 무림 공적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몇몇 무림인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순다섯 명의 고수가 단 한 명의 동이족 청년에게 쓰러지는 동안 중원의 대문파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무림의 태두라는 소림도, 그에 버금가는 거력을 지닌 무당파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북수산의 무예가 결코 사술이 아니라는 것을…….

 보잘것없는 이, 삼류 무림인들이야 이미 알려진 정통의 무공이 아니면 무조건 사술로 몰아세우며 비방하기 바빴지만 대문파의 고수들은 달랐다.

 백도(白道)문파뿐만 아니라 흑도(黑道)와 마도(魔道)의 고수들도 북수산의 무예가 사술이 아님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 아닌 누군가의 치밀한 음모를… 누가 시작하든 음모가 시작되면 얼마든지 동조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중원의 대문파들이 그런 속셈을 숨기고 있는 사이 북수산은 이제 예순여섯 번째 비무 상대와 마주하게 되었다.

 상대는 단하(丹賀).

 운남성 대리에 위치한 단씨세가의 최고수였다,

 다지검(多指劍)이라는 별호를 보면 알 수 있듯 지법으로 펼쳐지는 단하의 ‘육맥신검’은 수많은 중원 무공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절정의 무공이었다.

 북수산은 그런 단하와 마주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삼 장(약 9미터). 고수들에게는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사십대 초반의 나이인 단하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북수산에게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자네의 도전을 받게 되다니… 영광이로군.”

 쌓인 눈을 미처 쓸어 내지도 못한 이른 시각에 단씨세가를 찾아든 북수산이었지만 단하는 북수산의 도전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이름은 북수산. 당신들이 천히 여기는 동이족이오. 하지만 지금부터 당신은 동이족의 위대함을 보게 될 것이오!”

 “나는 단씨세가의 가주인 단하일세. 소문대로 늘 같은 소개를 하는군.”

 “비무를 허락해 주어 감사하오.”

 “날 찾아 주어 고맙네.”

 두 사람에게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시작하지.”

 “좋소.”

 팍!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 북수산과 단하.

 피잇!

 단하의 우수에서 한 줄기 날카로운 경기(勁氣)가 뿜어져 나왔다. 목표는 북수산의 미간이었다.

 무엇이든 꿰뚫어 버릴 정도로 강한 기운이 북수산의 미간을 향해 쇄도했다.

 순간, 북수산의 발이 반 보 옆으로 움직이며 육맥신검의 경기를 흘려보냈다. 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

 하지만 단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두 번째 공격을 시도했다.

 피잇!

 피리릿!

 양 손이 동시에 움직이며 여러 개의 검과 같은 지력(指力)이 뿜어져 나왔다. 양 손에서 번갈아 가며 뿜어지는 날카로운 기운이 북수산의 전방위를 차단하려 했다.

 아무런 무기가 없는 북수산으로서는 지력이 닿지 않는 빈틈을 찾아 뒤로 물러서는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북수산은 예상과 달리 반대로 움직였다.

 스슷!

 종횡으로 전신을 뒤덮으며 쇄도하는 지력을 향해 무턱대고 뛰어든 북수산. 순간, 그의 신형이 환영처럼 움직였다.

 춤을 추듯 온몸을 꺾고, 비틀고, 뒤집으며 단하의 지력을 피해 낸 북수산은 이미 단하의 코앞에 이르고 있었다.

 “헛!”

 너무도 쉽게 접근을 허용하고 만 단하는 경악의 외침을 날리며 급히 우수를 일직선으로 뻗어 냈다. 동시에 그의 손가락 세 개가 쭉 펴지며 세 줄기의 지력이 한 번에 뿌려졌다.

 쩌러러렁!

 단하의 육맥신검이 무시무시한 음파를 일으키며 발출된 것이다.

 그때 북수산은 왼발을 크게 한 발 내딛었다.

 터엉!

 북수산의 왼발이 땅을 강하게 내리찍는 찰나, 주변에 쌓인 눈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땅이 하늘을 향해 눈을 토해 내는 듯한 신비한 광경에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때 앞으로 내디딘 왼발을 축으로 북수산의 몸이 빠르게 회전했다. 단하가 뿌린 지력은 비스듬히 숙여진 북수산의 등 뒤로 스쳐 가고 말았다.

 부웅!

 북수산의 회전이 끝나는 순간 단하에게 날아든 것은 강력한 내공을 담은 발뒤꿈치였다.

 퍽!

 단하의 오른쪽 어깨가 북수산의 뒤돌려 차기에 적중했다.

 “윽!”

 단하는 등줄기를 관통하며 전해지는 충격에 아찔함을 맛봐야 했다. 내공의 기운으로 오른쪽 어깨를 방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체가 크게 흔들릴 정도의 위력!

 단하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북수산의 오른발이 다시 한 번 땅을 내리찍었다.

 쿠웅!

 좀 전보다 더욱 큰 진동이었다.

 땅을 찍어 내리는 순간에 발생한 반동을 이용한 북수산은 단숨에 단하와의 거리를 좁혀 들었다.

 “놈!”

 단하는 일갈을 터뜨리며 양 손을 휘둘러 북수산의 가슴을 가르려고 했다. 그의 손에서는 여전히 육맥신검의 지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스윽!

 바닥으로 꺼져 들듯 북수산의 상체가 숙여졌다. 북수산의 머리 위로 헛손질을 하고 만 단하의 눈이 크게 떠지는 찰나였다.

 북수산의 허리가 쭉 펴지며 호랑이가 먹이를 덮치듯 단하를 덮쳐 갔다.

 단하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북수산의 공격에 맞대응하는 것이었다.

 쓰왕!

 손날을 꼿꼿이 세운 단하의 오른손이 무섭게 쇄도하는 북수산의 주먹을 향해 마주쳐 갔다.

 주먹과 손날이 정확히 맞부딪치기 직전.

 갑자기 북수산의 주먹이 활짝 펴지며 손목이 아래로 휙 꺾였다. 손목 위로 스쳐 가는 단하의 손날!

 그때 북수산의 손목이 위로 튕겨졌다.

 손끝에 내공을 집중했던 단하로서는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파악!

 북수산의 손목에 의해 위로 튕겨진 단하의 팔이 채 회수되기도 전에 구부러졌던 북수산의 손목이 확 튕겨지며 순식간에 단하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억!

 “억!”

 벌어진 입에서 답답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손바닥의 힘에 의해 허리가 구부러진 단하의 품으로 북수산이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을 얼굴 쪽으로 당기며 팔꿈치를 앞으로 내뻗었다.

 북수산의 오른발이 단하의 가랑이 사이로 빠르게 파고들었고 팔꿈치는 단하의 가슴 위로 꽂혀 들었다.

 뻐억!

 “크헉!”

 단하의 허리가 더욱 구부러지며 한 사발이나 되는 피를 토해 냈다.

 그때 북수산의 왼손이 뒤로 튕겨져 나가는 단하의 오른팔을 잡아당겼다.

 단하의 몸은 뼈 없는 연체동물처럼 힘없이 딸려 왔고 북수산의 오른손이 그대로 그의 목을 휘감아 버렸다.

 후두두둑!

 그제야 허공으로 떠올랐던 눈들이 땅바닥 위로 떨어져 내렸다.

 설명은 길었지만 북수산의 진각으로 눈송이들이 떠오르고 다시 떨어져 내리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끝이오.”

 단하의 목을 휘감은 북수산이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크윽!”

 털썩!

 그 말에 전의를 상실하고 만 단하는 입에서 폭포수 같은 피를 흘리며 차가운 바닥 위로 쓰러졌다.

 이를 구경하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은 경악과 두려움으로 순식간에 물들어 갔다. 육맥신검으로 명성을 떨치던 ‘다지검 단하’마저 너무도 어이없게 쓰러진 것이다.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사술로 여기고 있다 해도 경악할 만한 실력이었다.

 신기에 가까운 움직임과 틈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대를 놓아주지 않는 집요함은 두려움 이상의 것을 안겨주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북수산이 싸움을 위해 태어난 투왕(鬪王)으로 느껴졌다.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는 단하와 오연히 서 있는 청년 북수산. 누가 봐도 명백한 실력의 차이였다.

 북수산은 강했고 단하는 약했다.

 그뿐이었다.

 “훌륭한 대결이었소.”

 북수산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쓰러진 단하를 향해 포권지례(抱拳之禮)를 취했다.

 북수산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으나 중원에 발을 디딘 이후로는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단하의 대꾸가 있든 없든 예를 취한 북수산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단씨세가의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크윽… 바, 방금 펼친 무공이 수박인가?”

 단하는 극심한 고통을 억지로 참으며 북수산에게 물었다.

 북수산이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반쯤 돌린 채 입을 열었다.

 “맞소… 전신타격기, 수박이오.”

 전신타격기(全身打擊技) 수박(手搏).

 북수산은 그 한 마디만 남긴 채 단씨세가를 떠났다.

 스물세 살의 나이로 중원에 등장하여 단 이 년 만에 예순여섯 명의 중원 고수를 꺾어 버린 가공할 무예를 지닌 북수산.

 투왕 북수산의 이름은 그렇게 중원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

 

 푸욱!

 “커헉!”

 차가운 칼날이 가슴을 꿰뚫는다. 그것도 믿었던 사람의, 친구라 생각했던 사람의 손에 들린 검에 가슴이 꿰뚫렸다는 사실은 고통보다도 더한 경악을 안겨 주고 있었다.

 “미안하네.”

 단하는 시야가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친구의 목소리에 작은 떨림이 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왜 자네가 나를…….’

 묻고 싶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그 손으로 왜 자신의 목숨을 취하려는 것인지 이유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단하의 생각은 말이 되어 나오지 못했다.

 북수산과의 대결로 인해 실의에 빠져 있던 단하는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와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술잔을 들이켜다 벼락을 맞은 것이다.

 친구의 손에 들린 검에 심장이 관통되는 순간, 단하의 의식은 이미 꺼져 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네. 그들의 손에 죽는 것보다는 내 손에 죽는 게 낫겠지. 자네는 죽지만 가문은 보존될 것이네. 잘 가게. 대신 자네 아들을 강하게 키워 주겠네.”

 단하는 친구의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이미 생명의 불꽃이 꺼져 버린 단하는 탁자 위로 힘없이 쓰러져 숨을 멈춘 상태였다.

 단하의 심장을 꿰뚫은 사내의 검은 이미 회수되어 검집에 꽂혀 있었다. 검날에 묻은 친구의 피를 닦아 낼 수는 없었다. 날이 무뎌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대로 남겨 둘 생각이었다.

 단하는 그의 절친한 친구였으므로…….

 평범한 남색 무복을 걸친 사내는 단하의 시체를 침상으로 옮겼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옥병을 꺼내 단하의 몸 위에 붉은 액체를 뿌렸다.

 치이이익!

 빠르게 녹아 들어가는 단하의 시체. 사내가 뿌린 것은 화골산(火骨酸)이었다. 흔적이라고는 오직 의복만 남긴 채 인간의 육체를 한 줌 혈수로 만들어 버린다는 화골산인 것이다.

 이름만 있을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화골산이 단하의 육체를 지워가고 있었다.

 “단하… 자네의 죽음으로 중원의 명예가 지켜질 것이네. 부디 나를 원망하지 말게나. 그의 명(命)이 아니더라도 자네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네.”

 사내는 완전히 녹아 의복만 덩그러니 남은 단하의 흔적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투왕 북수산과 단하의 대결이 있은 지 정확히 삼 일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단씨세가의 가주인 단하. 그는 한밤중에 남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찾아온 친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목숨을 잃었으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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