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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폭군과의 산책
작가 : 호랑이손
작품등록일 : 2020.7.31

재계 1위 제국그룹 신입사원 소요진.
연수중이던 그녀에게 그룹의 유일한 황태자 조대환 총괄사장이 찾아온다.
"자넨 내 전생의 원수야. 소요진씨."
대환의 입에서 나온 뜻 밖의 한 마디.

그러나 그건 모두 사실이었다.

 
폭군과의 산책 14
작성일 : 20-08-19 17:12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6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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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서 오세요.”

 

 가게 주인 요진이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프로레슬러 아이유가 주변을 휘휘 훑더니 뒤따르던 청년에게 턱짓했다.

 청년은 자리에 앉은 여중생들에게 다가갔다.

 

 “박진숙. 야, 너.”

 

 청년이 명찰을 호명하자, 이름 불린 학생이 화들짝 놀랐다.

 

 “예?”

 

 “그만 먹고 학원 가.”

 

 “예?”

 

 진숙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체 이 남자 누구길래 자신의 계획을 눈치 챘을까?

 떨리는 와중에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

  참에 맞은 편 친구가 후다닥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진숙아 가자.”

 

 “엉? 어.”

 

 진숙도 덩달아 일어섰다.

 그 사이 빡빡머리의 시선이 계속 쫓아왔다.

 아이들은 스테인리스 컵을 벌컥벌컥 들이켜곤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갔다.

 

 “안녕히 계세요.”

 

 “너네 꼭 학원가라? 안가면 이 오빠랑 사귄다?”

 

 빡빡머리가 농담 삼아 말하자, 겁에 질린 학생들이 ‘안녕히 계세요’ 배꼽인사를 하곤 멀어졌다.

 

 “아니, 그 보다...”

 

 그 순간, 요진은 갑자기 돈 안 받은 일이 떠올랐다.

 

 “학생! 4천원...”

 

 “내일 받어.”

 

 프로 레슬러 아이유가 털 숭숭 난 커다란 손으로 요진의 시선을 가렸다.

 

 “예?”

 

 “내일 받으라고.”

 

 요진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대체 이 한눈에 봐도 불량스러운 사람들이 왜 하필 이 시간에 몰려와서 영업을 방해하는지.

 

 “저기..무슨 일로?”

 

 “여기 보증금 얼마야?”

 

 “예? 혹시 누구?”

 

 “보면 몰라? 우리 누군지?”

 

 “아..그게. 잘.”

 

 “차 수리비. 모자란 거 받으러 왔잖애. 6천.”

 

 “예?”

 

 [꽈릉!]

 

 또 다시 벼락이 떨어졌다.

 동시에 요진의 심장도 덜컹 내려앉았다.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의 정체가 결코 자신과 가족들에게 좋진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

 그녀의 입술이 갑자기 덜덜 떨려왔다.

 

 “아. 그, 그건...어, 엄마가 오셔야...”

 

 “못 오면?”

 

 “예?”

 

 “엄마 못 오면? 그땐 언제 줄 건대?”

 

 프로레슬러가 세숫대야만한 낯짝을 바짝 들이밀며 말했다.

 사투리 억양 표준어였다.

 두 사람 얼굴이 대비되는 탓에 요진의 얼굴은 조막만했다.

 

 “지, 지금 배..배달 가셔가지고...”

 

 “우덜도 알어야. 근깬 못 오신다고. 쯔으짝 멀리 가셔서.”

 

 “예?”

 

 “으따, 이 아가씨, 사람 말 못알아먹네. 어? 이짜네, 어무이 돌아오시게 하려면, 당장 이 자리서 우리한테 6천을 줘야한다니께? 오늘 중으로. 당장, 이 자리서!”

 

 “예?”

 

 [우르릉!]

 

 천둥과 번개가 교차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내밀어진 프로레슬러 얼굴과 그 뒤에 선 빡빡머리 청년의 얼굴이 희게 빛났다.

 두 개 모두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인상이었다.

 

 “안그럼... 그짝 어무인.”

 

 “....”

 

 “아주 멀리, 머얼리. 떠나실거시여. 알긋지? 시방 내 말 뜻 뭐신지?”

 

 [번쩍!]

 

 유리창 밖 하얀 번개 한 가닥이 프로레슬러의 동공에 반사중이었다.

 그 속에서 요진은 끔찍한 악몽을 꾸는 듯 했다.

 배달가신 엄마가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흉한 일에 휘말리셨을 거라는.

 

 “어, 엄마...”

 

 요진의 두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들어찼다.

 이상하게도 그리움과 두려움. 두 감정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순간.

 그 표정을 본 두 사내들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입가에 패인 주름 사이, 이런 일 쯤 수 없이 겪어본 관록이 담겨 있었다.

 

 “허나, 방법이 있어. 어무이 다시 볼 방법.”

 

 레슬러가 두터운 손가락으로 요진의 아래턱을 툭 걸어 올렸다.

 요진의 새하얀 얼굴이 하늘로 기울었다.

 

 “뭔데요? 그게?”

 

 요진이 턱을 잡힌 채 되물었다.

 

 ‘걸려들었구만.’

 

 프로레슬러 아이유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릴라 닮은 두터운 입술이 꿈틀거렸다.

 

 “계약해. 우덜이랑. 연예인 계약.”

 

 “계약? 그게 무슨?”

 

 “그치? 감이 안 오지? 응?”

 

 산만한 덩치에서 수다가 시작됐다.

 

 “우리가 사실 이짝 일보단 기획사 알지? 엔터테인먼트. 응? 조선 말로다 유흥. 방송국 말고, 룸이나 주점. 응? 그짝 연예인들을 공급하거든. 그니깐 우리 회사서 니를 데뷔 시켜줄랑께. 끝발 좋은 룸으로다가. 이제 이해가 될랑가?”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음지로 향한 첫걸음이구나.

 

 두려움 속에서도 요진의 머릿속 계산기는 여전히 돌아가는 중이다.

 

 “근게, 여기 사인만 혀. 막둥아, 그거 가져오그라잉.”

 

 “예. 형님.”

 

 빡빡머리 청년이 품 안에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근로계약서>였다.

 요즘엔 업소 여자들도 이런 걸 쓰는 모양이구나. 생전 처음 보는 양식이었다.

 

 “사인 혀. 우린 다 법적으로 문제없이 하니껜, 아무 걱정말고.”

 

 프로레슬러 아이유가 요진의 턱을 흔들며 다짐을 뒀다.

 

 “아..아뇨.”

 

 요진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비록 궁지에 몰렸지만, 그래도 나름 대기업에 입사했고,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까짓 6천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저기요. 죄송한데 저 직장 다녀요.”

 

 “스으...”

 

 남자가 아랫니에 혀를 대곤 쇳소릴 냈다.

 

 “아까 내말 못 들었냐? 오늘 중으로 돈 주란 말. 응? 아가, 느 지금 돈 있어? 6천?”

 

 “아뇨.”

 

 “근께! 칵!”

 

 사내가 손바닥을 흔들었다.

 조그만 액션에도 요진은 현기증이 나도록 공포감이 몰려들었다.

 

 “니가 여기 싸인허면, 그 즉시 우리 회산 네게 계약금을 주고, 우린 그걸 너그 채무 변제에 쓰겄단 말이시. 내 말 이해 못하긋냐?”

 

 “아니, 그냥 제가 벌어서...”

 

 “쌍!”

 

 프로레슬러 아이유가 요진의 턱 쥔 손을 말아 테이블을 쳤다.

 테이블 위에 있던 넵킨 통과 수저통이 이만치 튀어 올라 굴러 내렸다.

 

 “꺅!”

 

 “느가 내 말을 안 들어야? 아니면 일부러 쌩까는 겨? 엉?”

 

 아이유가 주머니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날 선 칼이었다.

 

 “헉! 왜, 왜 이러세요?”

 

 “야, 우린 길게 말 안혀. 응? 느! 당장 울 돈 주던가 아니면 여 사인하고 끝내던가. 둘 중 하나만 혀. 왜? 찍을 자신 없냐? 그렇더라도 니는 걱정 하나도 하지마라. 우리가 손가락 잘라서 여기 지장 찍어줄꼬구만. 이렇게!”

 

 [꽝!]

 

 요진이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입이 다물어졌다.

 

 파르르르...

 

 날 선 칼 하나가 코끝을 테이블에 묻은 채 눈앞에 서 있었다.

 칼날에 서린 요진의 얼굴엔 진한 공포가 묻어 나오고 있었다.

 

 “아..아...나...어, 엄마...”

 

 요진은 서 있기조차 힘 들었다.

 생전 처음 겪는 공포에 지금껏 돌아가던 머릿속 계산기조차 얼어버렸다.

 기절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 순간.

 

 [짤랑!]

 

 유리문이 열렸다.

 기다란 그림자 하나가 번쩍! 하는 번개를 등에 지고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꽈릉!]

 

 뒤늦은 천둥이 새로 등장한 사내의 등짝을 우렁차게 감쌌다.

 

 “흥! 모자란 것.”

 

 금관 위로 뻗은 기다란 봉황의 깃, 신단수 잎사귀 세갈래로 형상화한 머리띠, 눈처럼 새하얀 용포, 허리춤서 발목까지 비껴 찬 장검까지.

 3천 년 전 대쥬신 제국 황제가 보였다.

 하늘의 천손이자, 천손 중 가장 높은 자이며, 제국의 유일한 군주 환이 궁지에 몰린 전생의 원수이자 반역자 여인 요를 쏘아보는 중이었다.

 

 “그 나이에 사채까지 썼어?”

 

 백옥을 깎아 만든 듯 새하얀 그의 차가운 얼굴이 신기하게도 그녀를 조롱하고 있었다.

 

 “폐, 폐하?”

 

 요진은 태어나 한 번도 담아본 적 없는 단어를 떠올렸다.

 자기도 모르게.

 지금 그녀의 눈에는 분명 3천 년 전 폭군의 모습이 보였다.

 

 “아...어째서...지금...”

 

 동시에 그녀가 느낀 공포감은 눈 앞 불량배 따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런지 지금으로선 알 수 가 없는 노릇이었다.

 

 부들부들부들....

 

 요진의 입술과 손발이 불량배 두 사람이 보기에도 간질발작 환자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얼래? 이거시 왜 이래? 아그야? 니 시방 쇼 허냐?”

 

 “아!”

 

 요진이 털썩! 바닥에 무너졌다.

 갑작스런 남자의 등장과 여성의 혼절에 돈 받으러 온 두 남자는 서로의 얼굴을 향해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곤 둘이 동시에 커다란 얼굴을 출입문 쪽으로 돌렸다.

 

 “니는 또 뭐시여?”

 

 길에 마주쳤으면 피하고 싶은 얼굴 두 개.

 그 속에 박힌 네 개의 눈동자가 감히 3천 년 전 고대 임금을 똑바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흥!”

 

 어느 덧 최고급 슈트 차림으로 돌아온 환이 왼쪽 입술을 움찔거렸다.

 

 *

 

 연지고 이사장 이연지는 제국그룹 세 번째 대주주이자 투자회사 라스트 펀드 대표 김건진과 담소중이었다.

 테이블엔 그윽한 향기를 내는 녹차 두 잔이 정성스레 다과와 함께 놓였다.

 건진은 찻잔 옆에 하늘의 방울 천령을 내려놓곤, 다과를 집어먹었다.

 

 “이모. 전 이해가 안 되요. 풍백, 우사, 운사. 어째서 3사를 하늘서 거두지 않는지.”

 

 입술을 오물거리던 건진이 말했다. 맞은 편 이연지 이사장이 대꾸했다.

 

 “응. 그건 나도 궁금해요.”

 

 “환 왕검이야 지상서 태어 난 자라 쳐도, 3사는 원래 하늘님 직속이셨잖아요? 품계도 원래 우리보다 높은데.”

 

 “그랬지요. 서자이신 인 왕검을 호위하라 보냈으니깐.”

 

 “그러니깐요. 인 왕검께서 곰족 여인 사이에 단군 왕검 낳고, 나라 열게 하고. 그럼 임무 끝 아닌가?”

 

 “무슨 말이 하고 싶죠? 조카님?”

 

 연지가 차 한 모금을 마신 다음 물었다.

 

 “아니 뭐. 그냥 업무적으로다.”

 

 “업무적으로다?”

 

 사신이 업무적이란 말을 꺼내는 게 우스웠던지, 어느 새 연지의 입가엔 웃음이 고였다.

 

 “천손의 환생, 이제 끝내고 싶은데. 저도 자꾸 파견 나오기 귀찮고 해서.”

 

 말을 흐린 건진이 연지의 눈치를 살폈다.

 

 “흠... 왜 내가 자꾸 천손을 점지하는가? 그 이유가 궁금한 모양이네. 그렇죠?”

 

 연지가 건진의 속내를 짐작했다.

 건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들었다.

 

 “뭐,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고.”

 

 “그전에 왜 그 방울 원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나요? 조카님은?”

 

 연지가 건진 앞에 놓인 방울을 보며 물었다.

 건진이 ‘아, 이거요?’ 하며 방울을 쥐어보였다.

 

 “주었으니깐. 주우면 임자 아닌가요?”

 

 “훗!”

 

 연지가 피식 웃었다.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세요. 영혼을 부리는 보물이지만, 만일 천손 아닌 산 자가 사용하면, 그 자리서 모두 죽습니다.”

 

 “그거야 알죠. 저도 윗동네 출신인데.”

 

 건진이 손가락으로 천정을 가리켰다.

 

 “그래요?”

 

 연지가 피식 하며 다시 웃었다.

 건진은 뭔가 꺼림직 했다.

 

 “뭐 문제 있나요? 제가 쓰면? 업무 때문인데.”

 

 “문제랄 것까지야. 다만.”

 

 “다만?”

 

 건진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켰다.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그걸 사용한 가짜 주인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아하하. 그렇구나. 그걸 몰랐네. 아하하하.”

 

 건진이 어색한 웃음소리로 표정을 감췄다.

 그러나 연지의 얼굴을 보며 조금씩 딱딱하게 변했다.

 

 “죽음이 정해지지 않은 천손을 하늘의 보물로 거둔다는 게, 어찌 보면 그걸 만드신 분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 수 있으니깐.”

 

 그 분의 뜻을 거스르는 일.

 

 역천.

 

 “!”

 

 건진의 머릿속에 두려운 두 글자가 떠올랐다.

 죽음을 정하는 사신 입장에서 천손의 환생들이란 귀찮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하여 3천 년 전, 불에 탄 성터에서 우연히 주운 천령을 지금껏 잘 써먹어 왔다.

 특히 늙은 천손들의 마지막에. 그렇지 않으면 죽지를 않으니깐.

 

 “요즘 말로, 무리한 법집행이라고도 하죠?”

 

 “예?”

 

 건진이 잠시 한 눈 팔다 연지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연지는 건진을 차갑게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조심하세요. 어쩜 이 이모가 자꾸 천손들을 환생시키는 이유가, 바로 그 무리한 법집행 때문일 수도 있으니.”

 

 연지가 말을 마무리 지었다.

 바닥에 살짝 고인 나머지 녹차를 꼴깍 들이켰다.

 

 “무리한 법...집행?”

 

 맞은편 건진이 연지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동시에 그와 정 반대되는 생각 하나가 쑤욱 튀어나왔다.

 

 ‘지상에 태어나면 죽는 게...당연하지. 안 죽으면...죽여야 하고!’

 

 [꽈르릉!]

 

 열린 창밖으로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짖었다.

 연지가 자리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삼신과 사신이 만나 차 한 잔을 나눴으니, 오늘 천손 주변 사람 중 제 명에 못 죽을 사람 생기겠네요.”

 

 “아마, 삶이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사람일 겝니다. 이모님.”

 

 건진이 테이블에 놓인 천령을 집으며 일어섰다.

 

 “그런가요?”

 

 연지가 이번에도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번쩍!]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밝기는 조금 전보다 훨씬 센 번개 한 마리가 하늘을 갈랐다.

 건진은 연지고 이사장 실을 한 바퀴 휘둘러 본 다음, 연지를 향해 까딱 조아렸다.

 

 “전 뭐 다음 일정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멀리 안 나가갈게요.”

 

 연지가 가볍게 끄덕이며 건진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건진이 천령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연지의 비웃는 듯한 눈초리가 쫓아가고 있었다.

 

 *

 

 영등포 일대서 사채, 인신매매, 비밀 도박장을 운영하는 국선이파 조직원 일명 아이유가 인상을 쓰고 있었다.

 다름 아닌 조금 전 미소 김밥 문을 열고 들어온 훤칠한 사내 때문이다.

 

 “뭐여? 니는 시방? 여, 지금 영업 기시기 한 거 안 뵈냐?”

 

 프로레슬러 아이유가 대환을 보며 말했다.

 

 [꽈릉!]

 

 한 발 늦은 천둥이 비웃는 대환의 얼굴 뒤에서 요란스레 짖어댔다.

 

 “형씨 대체 뭐시여? 엉?”

 

 “대체 행실이 어쨌길래 그 나이에 사채까지 썼어?”

 

 대환이 천천히 다가오자 두 건달이 슬쩍 긴장했다.

 

 “니는 뭐시냐니께?”

 

 “야! 너 안 서?”

 

 빡빡머리 청년이 급히 막아섰다.

 

 “몇 번을 태어나도 천박하고 궁핍한 삶이로구나. 하긴 나라를 팔아먹었으니. 당연하겠지.”

 

 대환은 그냥 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가로막은 청년과 프로레슬러 아이유는 공기나 마찬가지인양.

 빡빡머리 청년이 화가 치밀어 오른 모양이었다.

 야! 하는 소리와 함께 따귀를 올려붙였다.

 

 “어?”

 

 짝! 소리가 나야 정상이거늘, 대환은 어느새 빡빡이를 지나 프로레슬러 코앞 까지 도착해 있었다.

 

 “뭐, 뭐야? 방금?”

 

 빡빡머리 청년이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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