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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9 합-아무도 그를 붙잡을 수 없으니
작성일 : 20-08-19 07:1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5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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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하는 사람들을 당장 끌고 와! 저 노인네를 잡아 오려면 그 두 사람이 필요하다고! 저항하면 팔다리 하나 정도는 잘라도 되고 끌고 오기 전에 뭘 해도 되니까 일단 무조건 잡아 오란 말이야!”

 

  원서계는 잔뜩 겁에 질린 투로 소리를 질러댔고, 병사들은 총사령관의 겁먹은 모습에 당황해 너나할 것 없이 빠르게 막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사이. 긴 칼 찬 일본군 장교 히로시가, 미망인의 집 앞에서 마을의 젊은 남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마을의 젊은 남자들은 일본군이라도 된 것처럼, 미망인의 집 안으로 쳐들어가 그녀와 그녀의 아들을 포박한 채 다시 집 밖으로 나왔다.

 

  미망인의 몸과 얼굴 곳곳에 멍자국과 상처가 나 있었고, 마을 젊은이들의 손과 뺨에 할퀸 상처와 물린 흔적이 가득한 것으로 봐서는 상당한 저항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반면 어린아이 쪽은 미망인이 미리 말을 해둔 탓인지, 별 저항도 없이 그냥 울먹이면서 끌려왔다. 히로시는 기분이 팍 상했는지 불쾌함이 담긴 신음을 흘리며 얼굴표정을 확 일그러트렸다. 그때 마을 젊은이들은 두 사람을 히로시에게 넘겨주면서 두 손을 벌렸다.

 

  “헤헤 여기 데려왔습니다. 그래서 약속한 보수는?”

 

  히로시는 마을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썩은 음식을 입안에 넣었을 때와 비슷한 역겨움을 느꼈다. 그리고 속으로 한 가지 추측을 떠올렸다.

 

  ‘분명 저 마을 놈들이라면, 원서계한테도 일찌감치 정보를 팔았겠지. 지금 와서 미리 저 둘을 거둬간 게 다행일지도.’

 

  거기까지 생각해낸 히로시는, 바로 그 자리에서 토하고 싶을 정도로 속이 느글거리는 걸 눌러 참았다.

 

  ‘우리 군대나 저 마을의 젊은이들이나 기분 같아서는 확 다 베어버리고 싶군.’

 

  “보수는 여기 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개인적으로 얼굴 안 마주쳤으면 좋겠군.”

 

  히로시는 마을 젊은이들에게 지폐 몇 장을 던져줬고, 마을 젊은이들은 시체 앞에 모인 까마귀나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돈을 챙겨갔다. 히로시는 혀를 차면서 미망인과 어린아이를 군용차에 태웠다.

 

  “내가 미리 말해뒀다. 해를 끼치지 말라고. 잠시 끌어올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하는 거니까 양해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미망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히로시를 노려봤고, 히로시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어린 아이에게 건빵이 담긴 자루를 건네줬다.

 

  아이 쪽은 머뭇거리면서도 자루에 든 건빵을 집어먹었고, 미망인은 그가 어딘지 모르게 노인과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이에 군용 차량은 일본군 막사 정문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원서계 군의 병력들 중, 화살 폭우를 맞지 않은 일부가 원서계와 함께 미망인의 집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원서계의 사병들은 미망인의 집 안 곳곳을 쥐구멍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그 두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 딱히 가져갈만한 귀중품이나 식량 같은 게 있을 리도 없었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어디로 간 거냐고 빌어먹을! 그 년을 따먹어서 화풀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왜 없냐고!”

 

  원서계는 반쯤 미친 사람처럼 발작하며, 그녀의 집에 있던 기물들을 깨부수는 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했다. 결국 원서계 군은 화풀이로 미망인의 집에 불이라도 지르려 했지만, 주변 일대가 목조 건물인 걸 깨닫고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다시 본대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원서계의 막사에 화살 비를 퍼부은 노인은, 바로 미망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집 안이 난장판이 되어 있고, 미망인과 어린아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 동안 집 안을 뒤진 끝에, 식탁 밑에 일본어로 ‘그 가족은 우리 군 막사에 있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만 남아 있었다.

 

  ‘이거 원 이러면 내 존재 자체가 역병이나 다름없는 건가?’

 

  노인은 글이 적힌 종이를 보자마자 바로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일본군 막사 앞까지 쭉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막사 정문에는 일본군 병사들이 미망인과 어린아이를 잡은 채, 총과 칼을 겨누고 있었다. 맨 앞에는 사령관으로 보이는 자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데, 사령관은 노인이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붙잡아! 천천히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고문해! 그래야 있는 거 다 털어놓고 마적이랑 원서계 놈들을 조질 거리를 얻을 수 있을 거다.”

 

  그러자 병사들은 곧바로 노인을 붙잡았다. 노인은 저항 한 번 하지 않고 순순히 병사들에게 끌려갔고, 미망인은 끌려가는 노인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나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붙잡히지 않았으면 이렇게 쉽게 잡힐 사람이 아닌데.’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일본군 사령관은 미망인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군침을 흘렸다.

 

  “그건 그렇고 이 여자. 애 하나 딸린 것치고는 반반한….”

 

  사령관이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 하자, 히로시가 기다란 칼을 뽑아 들어 그를 겨눴다. 동시에 십 수 명의 병사들이 히로시에게 총을 겨눴다.

 

  “그쯤 해두시죠. 우리가 도적떼입니까 군대입니까? 당신도 기무라 그 인간이 벌이는 망나니 짓을 욕해놓고 똑같은 자리에 오르니까 같은 짓을 하는 겁니까?”

 

  사령관은 자기 권한으로 히로시를 즉결처형 하라고 말을 하려다,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인지 입을 다물고 미망인에게서 멀어졌다. 히로시는 몇몇 병사들과 함께 미망인과 그녀의 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했다.

 

  “이 새끼. 지가 사령관인지 알고 있어. 조만간 저 새끼도 적당히 엮어서 없애버리고, 이 마을에서 얼마 안 남은 노른자를 쪽 빨아먹어야지. 어차피 지금 우리는 군대도 아닌데 무슨 규율 같은 게 어디 있어 개자식!”

 

  새 사령관 츠지 마사노부는 히로시를 향해 침을 뱉으며, 그를 씹어 먹을 것처럼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히로시는 곁눈으로 힐끔 사령관 쪽을 쳐다본 뒤, 마치 예전 사령관 기무라에게 보고를 할 때처럼 코웃음을 쳤다.

 

 

  노인은 일본군 막사 지하실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머리가 물통에 처박혀 있었다. 뒤이어 몇몇 일본군 병사가 노인을 조롱하면서, 물을 잔뜩 먹인 천으로 그의 등이나 가슴팍 등을 후려쳤다.

 

  “이 조센징! 어디서 위대한 일본 제국의 신민에게 손을 대!”

 

  “당장 털어놔! 네놈이 원서계와 마적단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우리와 싸움을 붙였지?!”

 

  하지만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일본군 병사들은 빨갛게 달군 숯과 인두 몇 개가 들어있는 화로를 가져왔다.

 

  “이래도 털어놓지 않을 거냐?”

 

  일본군 병사들은 새빨갛게 달궈진 인두로 노인의 몸 곳곳을 지졌다. 하지만 살타는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찌르고, 노인의 몸이 화상에 문드러지는데도 그는 아무 눈썹 하나 꿈쩍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본군 병사들이 살이 타는 누린내에 질려, 구역질을 하거나 코를 틀어막을 지경이었다. 그때 히로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 아직도 고문중이냐?”

 

  그제야 바깥 공기가 들어오면서, 살타는 냄새가 밖으로 빠졌다.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위에게 질문했다.

 

  “예 히로시 대위님 무슨 일입니까?!”

 

  “교대하러 왔다. 앞으로 이 자의 심문은 내가 맡도록 하지.”

 

  병사들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위에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게 딱딱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경례를 했다.

 

  “예 그러면 수고하십시오!”

 

  경례를 마친 병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병사들이 전부 다 빠져나가자마자, 히로시 대위는 등에 찬 기다란 일본도를 꺼내 물 흐르는 움직임으로 몇 번 휘둘렀다. 동시에 노인을 묶고 있던 포박이 전부 다 끊어지며, 그는 바닥에 내려앉을 수 있었다.

 

  “응? 어째서 나를 풀어주는 것이오? 일본인들이라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람 괴롭히고 고문하는 걸 즐기지 않소?”

 

  노인이 의혹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히로시에게 물어보자, 히로시 대위는 그에게 평소 입던 하얀 옷과 도롱이. 삿갓을 던져주면서 대답했다.

 

  “일본인이라고 전부 다 마귀 같은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슬프게도 이곳에는 마귀 새끼들밖에 없지만 말이지.”

 

  “그러면 무슨 바람이 분 것이오?”

 

  “척 봐도 굉장한 내공이 있는 고수 같더군.”

 

  “그게 날 풀어주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소?”

 

  “그런 사람이랑 만전의 컨디션으로 한번 싸워보고 싶으니까.”

 

  노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히로시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조국이랑 군대는? 나는 엄연히 적국 사람이 아니오?”

 

  “알 바 아냐. 그딴 충성심. 조국이랑 군대 꼴이 멀쩡해야 충성심이 생기는 거라고. 이런 지옥 밑바닥의 아귀들하고 같이 다니는 것 자체가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히로시의 표정을 읽은 노인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려. 혼자 이 일을 벌이는 것이오?”

 

  노인의 질문에 히로시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내 계획을 돕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노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사람만 해도 일본군 안에서는 거의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는 일본군 안이 아니라 바깥의 다른 세력에서 돕는 거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미망인과 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네가 나가는 동시에 두 사람을 풀어줄 생각이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도 도와줄 테니 안전은 문제없을 것이다.”

 

  노인은 거의 허리 근처까지 닿는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일어났다.

 

  “좋소. 그러면 결투를 벌일 때 지장이 없을 정도로….”

 

  노인은 일본군 장교의 팔과 어깨 그리고 복부를 가볍게 쳤다. 대위는 얻어맞은 부위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힘이 쭉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적을 방심시킬 때 스스로 내 몸을 이렇게 때려서 부상을 입은 척했었소. 이러면 자네도 날 풀어줬다는 의심을 살 일은 없을 것이오.”

 

  히로시는 고통을 참으면서 피식 웃는 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인에게 한마디 남기며 쓰러지는 척을 했다.

 

  “도롱이 안쪽에 특별한 선물 몇 개를 준비했다. 돌아가는 길에 확인해보길.”

 

  노인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뒤 고문실 문밖으로 나가 일본군 막사를 빠져나갔다. 그때 노인은 온몸을 검은 옷으로 감싼 거구의 남자가, 미망인과 아이를 데리고 일본군 막사 밖으로 나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익숙한 불기운이 풍겨오는 것으로, 그의 정체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전에 마적 두목에게 맞았던 등이 다시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과연. 서로 그렇게 짜고 움직였다는 말이구려.”

 

  노인은 씩 웃으면서 건물 그림자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마적들 본거지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그 중간에 키 큰 대위가 말한 대로, 도롱이 안쪽을 살펴봤다.

 

  그리고 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곰방대에 불을 붙이려다, 도롱이에 매달린 걸 떠올리며 불 안 붙인 곰방대를 입에 물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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