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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8 합-마른 하늘에 비를 뿌리겠소
작성일 : 20-08-19 07:07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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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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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일본군에게 두둑한 지폐 다발을 받고, 마적 패거리를 다시 찾은 노인은 다소 황당한 부탁을 했다. 그리고 마적 패거리 두목 쑹 웨이는 조선 노인의 어깨룰 붙잡고 흔들어댔다.

 

  “그게 무슨 소리야 형씨? 우리가 아무리 도적 패거리라고 해도 체면 같은 것도 내던질 정도로 막 나가는 놈들은 아니라고.”

 

  “나머지 돈은 안 받겠소. 내가 그리 돈이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말이오.”

 

  쑹 웨이는 혀를 차면서 노인의 도롱이 안에 원보 몇 개를 집어넣었다.

 

  “에이 안 받으면 의리가 아니지. 받아둬. 그냥 받아 두라고.”

 

  그러자 노인은 원보를 도로 꺼내, 식탁 위에 쏟아내듯 올려놓았다.

 

  “아 말을 잘못 한 모양이군. 나머지 돈으로 전부 다 화살을 사겠소.”

 

  그 한마디에 모두 크게 놀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쑹 웨이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노인에게 반쯤 웃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 많은 화살을 어디에 쓰려고 그러나?”

 

  노인은 적당히 웃으면서 그 질문을 받아넘겼다.

 

  “좋은 일에 사용할 생각이오.”

 

  쑹 웨이는 한참 동안 노인의 눈을 쳐다봤다. 그리고 얼마 안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며 노인의 어깨를 두들겼다.

 

  “뭐 그렇게 한다면야 좋아. 우리가 가진 화살을 다 주지. 우리한테도 총은 있고 총알도 딱히 모자라지는 않으니까. 전부 다 당신 덕분이니 말이야. 그런데 정말 그걸로 좋아?”

 

  “당신들이 입는 옷하고 활도 몇 자루 더 준비해 주시오. 이거면 충분하지 않소?”

 

  노인은 말을 마친 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쑹 웨이는 손가락으로 원보를 튕겨 노인에게 날려 보냈다. 노인은 가볍게 팔을 뻗어내서 쑹 웨이가 날린 원보를 전부 다 붙잡았고, 서로 포권 인사를 했다.

 

  “그 정도는 그냥 가져가! 아무튼 쪽발이 새끼들 덕분에 총도 새로 싹 다 갈아치우게 되었으니, 화살 정도야 크게 중요하지도 않아.”

 

  쑹 웨이가 통 크게 전부 다 내주는 모습에, 노인은 피식 웃으며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멀건 대낮부터 불어오는 모래 먼지에 노인의 삿갓과 도롱이가 흔들렸다. 그렇게 노인이 객잔 밖으로 나가자, 젓가락 같은 부두목이 쑹 웨이에게 원망이 가득 담긴 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두목! 지금 우리 마적단의 재산들을 너무 가볍게 넘겨주는 것 아닙니까?”

 

  이에 쑹 웨이는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그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투로 대답했다.

 

  “우리가 일본군들의 무기창고를 털어서 필요한 무기는 다 갖췄는데 화살과 활이 아직도 필요할 정도인가? 원서계나 일본군 병사들은 전부 다 총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활로 맞설 건가?”

 

  그러자 젓가락 같은 부두목은 쑹 웨이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다가, 간신히 그의 신경을 긁을 수 있는 대답을 꺼냈다.

 

  “두목! 그게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이 마적단은 우리 모두의 것. 단지 두목이 조금이라도 기분을 내려고 이렇게 우리 마적단의 재산을 마구 날리면, 우리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그리고 마적단 단원들이 일제히 쑹 웨이를 노려보자, 쑹 웨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술을 한 잔 넘겼다. 그 모습을 본 젓가락과 다른 마적패들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긴장을 풀고 다시 연회를 즐겼다.

 

  ‘이제 더 이상은 참아줄 수 없군 그래. 두고 보자고 이 양아치 도적놈들.’

 

  쑹 웨이는 술잔을 계속 기울이며 속으로 이를 바득바득 갈아댔다.

 

 

  한편 마을 젊은이 한 명이 그때 원서계의 방문을 두들겼다. 그는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뭔가 한몫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원서계의 방문이 열리고 원서계가 직접 그를 맞이했다.

 

  “무슨 일이냐?”

 

  “원서계 어르신에게 팔 정보가 있어서 왔습니다.”

 

  원서계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얼른 털어놓으라고 재촉했고, 마을 젊은이는 씩 웃으면서 원서계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흘렸다.

 

  “그래서 조선인 노인이 마적과 한패를 먹고 일본군 막사랑 우리 구역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이야기인가?”

 

  “아 그렇다니까요.”

 

  “뭐 좋아. 다 믿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그 이야기는 값을 치러주지.”

 

  그렇게 말하며 원서계는 방 안에 있는 테이블 서랍을 열고, 원보 몇 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줬다. 마을 젊은이는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원보를 쓸어 담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원서계는 병사 몇몇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

 

  “저 실실 쪼개면서 가는 놈 잡아서 죽이고 그 녀석의 몸을 뒤져서 원보를 다시 가져와.”

 

  그렇게 병사들은 원서계의 지시를 받고 빠르게 달려갔으며, 잠시 후 몇 발의 총성과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원서계는 호랑이 가죽 카펫을 쓸어내리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내 방에서 처리하면 이 귀한 카펫에 피가 묻으니까 곤란하지. 어차피 애들 몇 명 풀어서 적당히 협박하고 고문하면 나올 걸 돈까지 주기도 아깝고.”

 

  원서계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터트리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잠시 후 병사 몇몇이 마을 젊은이에게서 뺏은 피 묻은 원보를 다시 원서계의 방 안에 갖다 놓았다.

 

 

  한편 원서계가 점령한 구역. 그곳에서는 ‘원서계가 고용한 병사.’ 정확히는 원서계의 밑에서 약탈과 학살을 즐기기 위해 몰려온 ‘도적’패거리들이 모여 있었다.

 

  “넌 또 뭐야?!”

 

  경비병이 마적단의 옷을 입고 있는 노인에게 총을 겨누며 그를 제지하자, 노인은 손날로 총신을 올려쳐서 마치 엿가락 자르듯 총을 두 동강 내 버렸다. 경비병이 크게 놀라면서 칼이라도 뽑아 대항하려는 순간, 노인이 그의 가슴팍을 발로 차 날렸다.

 

  그 때문에 훈련을 받던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조선 노인에게 쏠렸다.

 

  “침입자인가. 딱 봐도 그 마적 새끼 딱갈이인 것 같은데?”

 

  “돈은 없어 보이는데. 신삥이라서 담력 시험이라도 하러 왔나?”

 

  “뭐 어때. 간만에 사람 하나 죽이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는데.”

 

  병사들이 동네 건달 같은 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에, 노인은 코웃음을 치며 화살이 잔뜩 담겨 있는 관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낸 뒤, 재빨리 관 위에 올라타서 같이 하늘을 활강했다. 뒤이어 그는 하늘에 높이 떠오른 관을 박차고 뛰어오른 뒤, 발뒤꿈치로 관뚜껑을 내리찍어 관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리고 관 안에 들어있던 화살 중 몇 개를 집어 들어, 한꺼번에 활에 재우고 쏴 날렸다.

 

  동시에 원서계의 병사들 네닷 명이 한 번에 화살을 맞고 나가 떨어졌다. 뒤이어 노인은 몇 개의 화살은 주먹이나 발로 차서 날리고, 또 바닥으로 떨어지는 화살을 발판 삼아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원서계의 병사들은 재빨리 총을 들어서 대응 사격을 했다. 하지만 사방에서 활로 쏘고 주먹이나 발로 차 날리는 화살이 날아들고, 또 노인이 허공을 딛고 복잡하게 뛰어다니는지라 쉽게 조준조차 할 수 없었다.

 

  수많은 병사들이 공중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화살에 도륙날 때, 맨 윗층 중앙의 창문이 열리며 피둥피둥 살이 찐 대머리 남자가 상반신만 내밀었다.

 

  “이, 이게 뭐야?! 이게 다 뭐지!!”

 

  노인은 그의 차림새와 비범한 살집을 보자마자, 이 남자가 바로 원서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원서계는 노인을 단순한 마적단 사람으로 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일이냐! 아무리 마적이라고 해도, 일본군을 서로 눈앞에 둔 상태에서 이따위 짓을 벌이는 게 용납될 것 같아?! 원래대로라면 쪽발이들한테 쏴야 할 총알을 동포들에게 날리고 싶지 않단 말이다!”

 

  원서계가 말만 번지르르하게 내뱉는 걸 본 노인은 혀를 차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병신 새끼! 내 고향도 너희같이 안쪽에서 피를 빨아먹는 괴물 새끼들 때문에 그 꼴이 났다! 그래놓고는 민족이 어쩌고 조국을 되살리자는 말만 앞세우고! 나는…. 나는…. 너희 같은 놈들을 가장 미워한단 말이다!’

 

  노인은 일부러 경고하듯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원서계의 머리 바로 위를 향해 화살을 쏴 날렸다. 노인이 쏜 화살은 원서계의 정수리를 스치며 곧바로 벽에 걸려 있는 은쟁반을 맞춰버렸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던 은쟁반은 정 가운데에 화살을 맞자마자, 마치 칼로 가른 것처럼 정확히 둘로 쪼개져 버렸다.

 

  이건 ‘마음만 먹었으면 네놈 머리통을 이 자리에서 쪼갤 수도 있다.’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원서계의 발밑에 뜨듯한 김이 피어올랐고, 그는 다리가 축축해지는 걸 느끼며 바로 창문을 닫고 몇 겹으로 걸어 잠가버렸다.

 

  ‘저런 놈들의 본질이 그렇지. 네놈에게도 아주 고통스러운 죽음을 안겨주고 말겠다. 원서계.’

 

  허공에 뿌려진 화살을 거의 다 사용한 노인은, 마치 깃털이 내려앉는 것처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 바닥에 박힌 화살 하나를 발로 차 날려서, 아직 살아남은 병사 한놈의 이마 가운데에 화살을 박아버렸다.

 

  막사 안에 있었던 원서계의 병사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마적. 아니 마적 옷을 입은 조선 노인의 학살극에 차마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했다.

 

  덕분에 노인은 아주 느긋하게 걸어 원서계의 막사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조, 조선 노인! 조선 노인이었어! 마적 옷을 입고 있었지만, 분명 그놈이 말한 조선 노인이었다고! 그 미망인을 인질로 잡아서 조선놈에게 복수할 거야! 복수할 거라고!”

 

  원서계는 반쯤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병사들을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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