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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신을 처리하는 공무원
작가 : 설헌
작품등록일 : 2020.8.7

신을 죽이면 그 능력을 얻는다. 수도의 지방 경찰청의 모든 청사에 아무도 모르게 존재하는 검열과. 그것은 귀신이나 신, 괴이, 도시전설과 같은 기묘한 일을 해결하는 특수한 과이다. 경찰관 한서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 일에 얽히게 된다. 악마나 천사, 괴이나 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격리하고 지워버리는 일을 맡는 그 과에서 그는 이상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5화 - 빛을 거두는 신
작성일 : 20-08-18 19:24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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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차오른다. 한서진, 그는 온 힘을 다해 달린다. 경찰청의 당직실에서 나와 빛을 잃은 수도의 중심으로.

 그는 숨을 끝까지 끌어마신다. 그러면 조금 더 뛸 수 있으리라. 좋아.

 

 수도 서울에 생긴 거대한 어둠의 기둥.

 달리며 주변을 돌아봐도 어디에도 빛이 없다.

 도시의 네온사인도, 핸드폰도, 심지어는 가로등조차 작동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

 

 모두가 자고있는 새벽 세시 쯤. 사람들은 켜지지 않는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차량 근처에서 발을 동동거린다.

 

 그는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다시 숨을 들이마신다.

 

 지하철도 차량도 움직이지 않는다.

 달리는 것만이 가장 빠른 이동법인 이상한 세계.

 그렇지만, 어쩌면 이게 ‘당연한’ 일일지도. 왜냐하면 사람이 차량을 타고 이동한 역사는 고작 200년도 되지 않으니까.

 

 한서진은 무전기를 든다.

 

 [상황은 좀 어때.]

 [.....................]

 

 무전기를 쳐다보며 답변을 기다려도 치지직거리는 소리만 돌아올 뿐 대답이 없다. 한서진은 입술을 앙다물고는 손을 꼭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한 걸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뭔가.. 뭔가가 이상했다. 치지직거리는 소리도, 갑작스러운 수도의 대규모 정전사태도 전부.

 

 한서진은 다시 손을 꼭 쥐었다 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가 회신이 들어오는걸 포기할 때쯤 TRS가 치지직거리며 작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한 신호를. 한서진은 황급히 TRS를 귀에 가져다 댔다.

 

 [...별로...별로 좋지는 않습니다.]

  

 치지직거리며 회신이 돌아온다. 그는 안도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게.

 도대체 모든게 다 박살이 난 이곳에서 어떻게 이 구식 TRS만은 작동하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좋지 않아요. 벌써 몇몇 일선 경찰서에서는 시민들의 항의전화를 받고 있어요... 그리고...]

  

 주저하는 목소리.

 

 [그리고?]

 

 그는 대답을 재촉한다.

 

 [그리고...SNS에서

 ‘켜져 있는 불을 모두 소등하고, 조용히 집 안에서 대기해라’

 라는 행동 강령이 퍼지고 있어요.. 저한테도 와 있는데, 행정안전부장관 명의로 된 재난대비 정전 훈련이라고.]

 

 부하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는 숨이 찬 것을 들키지 않게끔 조심하며 TRS의 송신 버튼을 눌렀다.

 

 [...상부에서 그런 지침, 받은 적 있어?]

  

 이런 일이 있으면 적어도 몇일 전 쯤, 아니면 최소한 한시간 전 쯤에는 당직 계통으로 연락이 올 테였다. 아무리 새벽 세시를 지나는 새벽이라고는 해도 당직은 그러한 비상시를 대비해서 있는 제도니까.

 

 평소가 아닌, 이른바 ‘일반적이지 않은’ 사태를 대비해서.

 그러니까, 정상이 아닌, 요컨대 올바르지 않은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서.

 이 사태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쎄,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무전기의 회신에 다시 집중한다.

 

 [아니요. 경찰 본청의 동기에게 물어봐도 그런 지침은 받은 적이 없댜고 합니다. 그리고 몇번이고 본부에 답변을 요구해도 아무런 회신이 돌아오지도 않고요. 이건 정말 이상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혼란스러운 목소리였다.

 

 [새벽이라 읽은 사람은 적지만 적어도 적지 않게 퍼지고 있는 건 확실해요. 아무리 요청해도 본부는 어떠한 회신도 하지 않고...]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일이 생기면 그 일의 뒷면을 읽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건 어쩔수 없다.

 대규모 정전 사태에,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는 정부.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해도 정상이다.

 경찰 청사에 아무도 없는게 아닐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일단 알았어. 상황이 변하면 다시 회신해.]

 

 한서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리곤, 달리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미지근한 바람이 도시를 메아리쳤다. 적어도 6월의 새벽에 불 만한 바람은 아니었다.

 

 모든게 회색인 도시. 사람들과 차량이 수도 없이 지나다녀야만 하는 8차선의 거대한 도로에는 지나다니는 차 한대 없다. 번화가의 상징과도 같은 X자의 스크램블드 교차로는 신호등마저 전부 꺼져 있었고, 새벽과 밤의 분위기를 내는 주황빛 가로등 하나 켜져 있지 않았다.

 

 모든게 회색빛이었다.

  

 그래, 이걸 회색 도시라고 하자. 회색 도시.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선배! 미쳤어요?]

 

 미친 짓인가? 무전기 너머에서 부하가 계속 떠들고 있었지만 그는 무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있을리 없는 걸 쫒는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걸 쫒는 형사는 자신 하나만이면 충분하니까.

 

 있을리 없는 걸, 그러니까 일반적이지 않은 일을, 비정상적인, 요컨대 이상한 것들을 쫒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경찰서장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

 

 CCTV에 선명하게 찍힌 범인이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광경.

 현행범을 체포했는데 다 썩어 문드러지는 시체라던지.

 만월이 뜨는 날, 괴물과 같은 각력으로 도시의 새벽에 활개치는 이상한 동물들.

 밀실에서, 인간에 몸에 있는 혈액이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없어지거나 하는.

 

 그런, 사건들.

 

 서장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악몽처럼.

 

 그 때로부터 몇 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그 사건현장이 눈에 선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동료들의 만류를 저지하고 현장으로 들어갔을 때, 아내가 죽어 있었다.

 의사나 검사와 같이, 남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직업들은 자신을 피해자로부터 떨어뜨려놓고 생각한다.

 자기는 그럴 일이 없을 것처럼.

 완벽한 타인을 상대하는 것처럼 쓸 데 없는 공감을 하지 않는다. 이건 경관 연수에서도 모든 경관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다.

 

 남을 구하기 위해서는 공감하면 안 된다라고 가르치다니.

 

 아무튼, 그렇지 않으면 감정소모가 너무나 심하기 때문에 의사나 경찰이라면 꼭 필요한 내용이라고 한다.

 밤새워 잠을 설치고,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눈물흘리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야위지만, 그것도 지나다 보면 몇 주에 한번씩 악몽을 꾸는 정도로 바뀌게 된다.

 

 이런것도 적응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뭐, 어쩔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인간이니까.

 끝없는 죽음에, 누군가의 불행에 점점 무뎌져가는 것이다.

 그건 경찰이라는 직업도 똑같다.

 

 그녀가 발견되었을때, 사건 현장은 난장판이었다.

 들어가는것을 말리는 동료들을 억지로 떼어내고 현장에 들어갔을 때, 아내는 죽어 있었다.

 

 토막나서.

  

 정말 평범한 집 안이었다. 그녀가 왜 거기 있었는지는 아직도, 몇년이고 그 사건에 매달려 있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집에서 수십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흔한 아파트였다.

 

 그는 차오르는 숨을 내뱉었다.

 

 피는 바닥에 철철 흐르다 못해 베란다에 흘러 아랫층으로 흘러내렸고 팔과 다리는 몸에서 잘린 채 구석에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마치 캠프파이어 할 때 장작을 쌓아 올리는 것처럼, 가지런히.

 

 한쪽 다리는 제대로 자르지 못한 건지 부자연스럽게 치마 밖으로 나와있었고, 이상한 방향으로 다리가 구부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정말, 현실적이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런 현장을 봤을때 그는 이상하다는 것 부터 느꼈다. 보통 토막살인은 시체가 한 곳에서 발견되는 게 드문데, 이건 이상하다. 그점부터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시체는 살아있을 때 손질, 이런 말을 써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손질 된 것이었다.

 그때 그는 역지기가 올라왔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

 

 추후에 들었을 때 아내는 살아있는 채 온 몸이 토막나며 고통스러워 했다고 한다.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아무에게도 닿지는 않았지만.

 

 그 때부터 그의 생활은 바뀌었다.

 

 주변 사람들은 곁눈질하며 수근거리고, 제발 공감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도 제 멋대로 동정한다.

 그들이 정말로 공감했을까?

  어림도 없다. 마음속 깊이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그들의 동정은 어찌보면 과분했다. 그렇잖아? 아내에 대한 연민과 분노보다도 형사로서의 감이 우선이였다니.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 강하게 깨물어 피가 날 정도였다.

 숨이 찰 만도 했지만 숨이 하나도 차지 않는다.

 분노 때문인지 자신의 체력 때문인지 그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으아아아!"

 

 그는 더욱더 속도를 높이며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 아내가 살해당한 그 사건 현장에는 어떤 한 소녀가 있었다.

 아니,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일어날 때면 언제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람들이 앉기만 하면 정신을 잃어버리는 의자가 나타나 신고를 받았을 때도,

 아무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10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사람의 혈액을 깔끔히 빨아 내 용의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연히 낀 짙은 안개가 뒤덮은 마을에서, '이상한 것'들이 흘러 올라와 마을을 포위했을 때도,

 그 모든 순간에 그녀가 있었다. 웅성웅성 모여있는 사람들 옆을 스쳐 지나가듯, 무심한 눈초리로 훑고, 관심없는 표정으로 도도하게 지나갈 뿐이지만.

 

 정말 기묘한 일이다.

 

 그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 소녀가 나타난 뒤, 그 누구도 그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문서의 오탈자 하나도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보고에 철저하신, 경찰 본부 꼭대기의 높으신 분들도 쥐죽은 듯이 쉬쉬하는 그 소녀는 대체.

 코를 들이대기 좋아하는 언론도 입을 앙다물고 보도하지 않는 이상한 사건도.

 사건에 대해 파해치면 파해칠수록 이상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너무나도.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이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회색 도시. 신이 강림한 도시에는 분명, 그 소녀가 있을 거라고.

 

 분명히.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리고는 멈춰서 자신의 앞에 놓여진 광경을 올려다본다.

 눈 앞에 펼쳐진 암흑의 기둥. 모든 빛을 집어삼키는 암흑은 점점 그 범위를 확대해 수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밖에서는 도저히 안이 보이지 않는 기묘한 공간.

 마치 안개처럼 서서히 미끄러지듯 그 영토를 넓힌다.

 그 경계에서, 그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그 어둠의 안개는 하늘에까지 닿는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어둠.

 저건 이른바 경계였다. 그는 그런 직감이 들었다.

 여기까지, 회색 도시는 이상하지만 적어도 현실의 공간이다.

 

 하지만 저 안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한 미지의 공간.

 

 도대체 뭘까.

 회색 도시의 무채색과는 완벽하게 다르다.

 그는 숨을 내뱉고는 암흑의 기둥 속으로 발을 집어넣는다.

 

 이번에는 그 소녀를 붙잡을 것이다.

 무조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한서진, 그는 무심코 그의 부하에게 묻고 싶어졌다.

 이런 사태가 일어났을 때의 당직근무에 관한 행동강령이 있는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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