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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7합-아귀도 속에도 사천왕이 있으니.
작성일 : 20-08-18 19:21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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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바로 다음날. 노인은 일본군 막사 앞에 잘린 모가지 하나를 던져놓았다.

 

  “원서계 막사에 있던 이 녀석이 배후요. 잡는 데 꽤나 고생했소.”

 

  일본군 장교들은 물론 다른 병사들도 크게 놀라면서 조선 노인이 가져온 사람 모가지를 가까이 가서 확인했다. 원서계 진영에서 가장 강한 권법가인 왕정위의 목이었다.

 

  “저 자라면 원서계 군의 2인자?! 손에 닿는 모든 걸 먼지로 만들어버린다는 흡성공법의 일인자가 죽었다고?!”

 

  “저 인간 무슨 수로 왕정위를 죽인 거지? 정말 믿을 수 없는데.”

 

  일본군들 사이에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오가는 가운데, 한 남자가 천천히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보다 반 뼘 정도 큰 키에, 비수같이 날카로운 눈과 콧날. 그리고 꽉 다물려 있어 진지함이 가득한 입가. 진지함을 그대로 새겨 넣은 것 같은 얼굴에, 길쭉한 팔다리의 ‘일본인’답지 않은 젊은 장교였다.

 

  노인은 그가 전에 자기가 쏴 날린 구슬을 베어 넘겼던 그 장교라는 걸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키 큰 장교는 노인에게 왕정위의 목을 받아 든 뒤,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까 확실히 그런 모양이군.”

 

  “아 히로시 대위님!”

 

  일본군 병사들은 일제히 히로시 대위에게 경례를 했다. 노인은 그의 가슴팍에 사카이 히로시라는 이름표가 붙은 걸 확인했다.

 

  사카이 히로시 대위는, 왕정위의 머리통을 자세히 확인했다. 그리고 다른 병사 한 명을 시켜서 대나무 장대를 가져오게 했다.

 

  병사가 대나무 장대를 가져오자, 그는 왕정위의 머리통을 하늘 높이 던져 올린 뒤, 바로 그 위로 대나무 장대를 던졌다. 그리고 여유롭게 한발 물러나자, 잠시 후 왕정위의 머리통을 꿰어버린 대나무 장대가 히로시가 서 있던 곳 발 앞에 직선으로 떨어졌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신기한 묘기를 부린다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조선 노인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상대방의 기량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내공이나 무림의 비급 같은 게 하나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나같이 우습게보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가는 내 목이 날아가겠군.’

 

  노인은 목을 쓸어내리며 두어 번 정도 헛기침을 했고, 거구의 일본군 장교 히로시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유심히 지켜봤다.

 

  노인이 삿갓을 슬쩍 아래로 내려 얼굴을 가리자, 히로시는 씩 웃으면서 뒤로 돌아섰다. 동시에 사령관이 달려 나오면서 왕정위의 목이 문 앞에 걸려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설마 원서계 측의 왕정위를 죽이고 오다니?!”

 

  “자 배후를 찾아냈으니, 보수를 주시오.”

 

  사령관은 어안이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노인에게 두둑한 지폐 다발을 넘겨줬다.

 

  노인은 일본군 사령관에게 짭짤한 보수를 받고 그대로 사라졌으며, 히로시는 사령관에게 두어 마디 이야기를 건넸다.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사라져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몇 초간 주시했다.

 

  “원서계 이 더러운 돼지 새끼”

 

  일본군 병사들은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돌을 주워 왕정위의 머리통을 때려댔다. 사령관은 바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히로시는 그때에도 사령관에게 한 마디를 더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말을 마친 히로시는 막사 안의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사령관은 욕심에 가득 절어있는 표정을 지으며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 다음에 우리가 할 일은 원서계 놈들의 ‘수금’을 훼방 놓아서 본때를 보여주는 거다!”

 

  사실 말이 좋아 본때지, 원서계 군벌은 항상 ‘수금’을 할 때마다 누구도 손댈 수 없었던 흡성공법의 왕정위 때문에 뺏어갈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당장 병사들의 눈빛만 봐도, 다음 먹잇감을 맛보려는 굶주린 짐승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령관은 몇몇 병사들에게 하나의 명령을 더 내렸다.

 

  “그리고 방금 저 노인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찾아내라! 그리고 만약 놈에게 가족이 있다면, 그 가족을 붙잡아서 인질로 삼아라.”

 

  일본군 병사들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사령관은 비릿한 미소를 띠며 한마디 던졌다.

 

  “너희들은 조센징을 끝까지 믿는 건 아니겠지?”

 

  창문 너머로 사령관이 그렇게 지시를 내리는 걸 본 사무라이 같은 장교 히로시는, 코웃음을 친 뒤 책상에 앉아 등에 찬 기다란 일본도를 만지작거렸다.

 

  ‘조국이고 군대고 저런 남자와 맞붙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왕정위와 겨뤄볼 수 없는 건 좀 아쉽게 되었지만, 아직 마적 두목도 남아 있으니까. 이런 쓰레기 군대 따위를 갖다 바칠 수 있다면 하나도 아쉬울 게 없어.’

 

  그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검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몇 년 전일지 모를 눈 내리는 겨울날. 히로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고, 장대를 휘둘러도 거칠 것 없이 휑한 방 안에서 빨간 종이를 뚫어질 정도로 쳐다봤다.

 

  “몰락한 사무라이 집안의 차남에게도 이런 걸 보내는 건가? 그것도 장남을 전장으로 보내서 그런 꼴로 돌려보내 놓고서 말이지.”

 

  그리고 그는 방 옆에 세워둔 형의 목발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옆에 앉아 있던 그의 형은 다리 하나가 허벅지 절반 위치까지 잘려나가 있었다. 히로시의 형은 아무 집착 없는 태도로 히로시에게 한마디 했다.

 

  “그게 국가라는 거다. 개인의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거지. 알 필요도 없고. 애초에 우리 집안을 몰락시킨 게 어디인지 잊지는 않았지?”

 

  히로시는 형이 내뱉은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히로시의 형은 목발을 짚은 채 어딘가로 잠시 나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힘겹게 돌아온 그의 손에는 지나치게 기다란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히로시의 형은 그의 등에 직접 칼을 채워준 뒤, 히로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그를 밀어 보냈다.

 

  “우리 집안의 가보다. 이제 이 집안은 네게 맡겨야 할 것 같다.”

 

  히로시는 형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칼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히로시의 형은 길을 떠나려 하는 히로시에게 한마디 더 했다.

 

  “히로시! 거기 놈들이 조국과 조직을 앞세워서 금수 같은 짓을 벌이려고 할 거다! 너는 끝까지 인간. 아니 긍지 높은 사무라이로 남아라!”

 

  히로시는 뒤로 돌아서 형 앞에서 한 번 절을 한 뒤, 다시 등을 돌려 눈 덮인 하얀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환멸.’ 직접 전장에 참여하게 된 히로시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일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무인의 긍지라거나 인간다움은 웃음거리만 될 뿐이었다. 병사. 간부 누구 할 것 없이 군인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죄다 피와 강간에 굶주려 있고, 틈만 나면 약탈로 배를 채우는 도적떼들이었다.

 

  “이따위 아귀도를 군대라고 부르다니.”

 

  이번에도 병사들은 간부들과 한데 모여 약탈과 살인을 즐기고 있었다. 타오르는 불길 특유의 냄새와 구역질이 치솟는 피비린내. 칼에 살이 베이는 소리. 젊은 여성들과 어린애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히로시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짓을 벌이는 걸 애국자라고 부른다면, 차라리 비국민이 되는 게 낫겠군.”

 

  히로시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순간 자기 몸에 일부러 상처를 입혔다. 그렇게 다른 병사들이 벌이는 학살에서 물러났지만, 히로시는 자신이 그걸 막지 못하는 것에 입술을 질끈 씹어버렸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현실로 돌아온 히로시는, 한숨을 내 쉬면서 다시 등에 칼을 차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꽤 높은 곳인데도 사뿐히 내려앉은 그는, 다른 병사들 모르게 조용히 막사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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