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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나무 아래에서 명상을 하는 로봇
작가 : 유라
작품등록일 : 2020.8.2

술 취한 박사는 로봇에게 '잘못된 명령코드'를 주입한다. 이로 인해 로봇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하고, 전쟁 중 탈영을 하고만다.

탈영한 로봇은 여러 행성을 떠돌다 '습지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만난 수도승 '발룬다'는 로봇에게 인간의 고통과 감정을 가르치고, 명상을 통해 대상을 미루어 이해하는 법을 익히게 한다.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로봇은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궁극적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지구 정보국은 탈영한 로봇을 체포하기 위해 요원 '마혜인'을 파견하여 추적하는데…

 
[1부 사문과 로봇] 4장 습지행성의 사문
작성일 : 20-08-18 16:22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3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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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 시선,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활, 바른 노력, 바른 사상, 바른 집중. 괴로움이 소멸에 이르는 길.

 

 - 습지행성의 이름 모를 철학자 -

 

 

 ***

 로봇은 습지행성에 불시착했다. 우주문명이 없는 원시행성이었다. 얼마 전, 적색 거성으로 향하던 로봇은 근처를 통과하는 혜성의 중력에 휘말렸다. 로봇은 중력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했지만, 설상가상으로 태양풍까지 정통으로 맞으면서 모든 시스템이 정지되었다. 쫓기는 신세였던 터라 GPS와 항법장치를 모두 꺼 버려 우주기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로봇은 태양풍을 맞고 멀리 날아갔다. 로봇의 경로는 가까운 원시행성인 습지행성으로 뒤틀렸다.

 

 로봇은 습지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했다. 그는 지상까지 빠르게 추락했고, 늪지에 곤두박질을 쳤다. 그리고 두어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시스템 복구에 성공했다. 그렇게 로봇의 첫번째 자살시도는 실패했다.

 

 신체조직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로봇은 자신의 몸을 자가 진찰했다. 흉복부에는 총탄 자국이 가득했고 비행 엔진은 완전히 먹통이었다. 기상정보시스템, 지문인식 장치, 5.1 블루투스 스피커 등. 로봇의 기능의 절반 이상이 작동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행 엔진과 자동항법 장치가 고장난 것은 치명적이었다. 로봇은 한동안 습지행성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로봇은 긴급치유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손상은 결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전문설비가 있다면 반년. 전문설비가 없다면 삼 년, 아니, 삼 년도 충분한 기간은 아니었다.

 

 로봇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숲과 습지로 가득했다. 여긴 우주의 어디쯤일까. 적색 거성의 몇 번째 행성일까. 신체조직을 수리할 전문설비가 있는 행성일까.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웠다. 로봇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로봇은 며칠 동안 숲과 습지를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조그마한 마을에 당도했다. 지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오래되고 아름다운, 낡은 마을이었다. 마을에는 나무와 돌로 만든 오래된 집들이 가지런하게 지어져 있고, 고목들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 듬성듬성 좁은 거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마 점심식사를 할 즈음이었으리라. 아궁이마다 불이 떼어져 있고, 돼지고기와 향신료를 넣어 푹 끓인 국 냄새가 마을에서 진동했다. 아낙들이 나르는 나무 소쿠리에는 감자가 넉넉하게 담겨져 있고, 대문 앞에는 버섯과 고추들이 질서 없이 누워 몸을 말리고 있었다. 노란색 피부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원주민들이 보였다. 어미로 보이는 원주민은 젖가슴을 내놓은 채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작은 원주민 아이들은 짚으로 엮은 인형을 들고 방정맞게 뛰어놀았다. 애완동물처럼 보이는 작은 털뭉치들이 데굴데굴 구르며 아이들을 쫓아가고 있었다. 장년들은 평상에 모여 앉아서 일찍이 대낮부터 술기운이 올랐는지 껄껄껄 대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다가 마을의 입구에서 멍하니 정신을 뺏긴 로봇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와! 지구인이다, 지구인!” 하며 소리쳤다. 그 소리를 들은 마을의 노인들이 집 밖으로 나왔다. 노인들은 곰방대를 물고 어기적거리며 로봇을 보고 “참말로 지구인이구마이” 하며, “지구인이 이 쬐깐한 마을에는 어인일인교?” 하며 로봇을 반겼다.

 

 ‘이 원주민들이 지구인을 어찌 알고 있을까?’

 

 로봇은 의아했다. 이 원주민들이 지구인을 알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이상한 일이었다. 우주헌법은 항성 간 항법을 갖지 못한 원시 생명체에 대한 문명적 보호를 법률로 명시하고 있었다. 지적 생명체가 독자적인 문명을 가질 수 있도록 우주인들의 간섭을 금지한 법이었다. 그러니까, 이 원주민들은 지구인을 만난 적이 없어야 했다.

 

 로봇이 “어떻게 지구인을 알고들 계십니까?”라고 묻자, 원주민들은 “거 촌사람이라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교? 지구인을 모르는 바보가 어디가 있네?” 하며 로봇에게 핀잔을 주었다. 꺄르르 웃으며 다가오는 아지매들, 로봇의 단단한 장단지를 쿡쿡 찔러 보는 어린 아이들. 로봇은 마침내 마을 사람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었다. 그들은 “지구 말 한번 해 보슈!”, “지구인들은 괴상스러운 옷을 입는구먼!” 하며 자기들끼리 떠들고 웃다가, 갑자기 자기네 집에서 머물지 않겠냐고 권유를 하고 서로 자기 집에서 재우겠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로봇은 여기가 몇 번째 행성인지, 도대체 우주의 어디쯤인지, 지구인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근처에 공항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기가 어딘지 몰러? 여는 우타베나골이여. 우타베나골이 우타베나골이지 어디여!” 또는 “우리가 왜 지구인을 몰러, 우리가 바보인교?” 또는 “몰러! 여기는 없녜! 공항은 도읍이나 그쯤있것지” 하고 엉뚱한 대답을 들을 뿐이었다. 그러고는 “우리 마을에 지구인도 있고 하니 참 좋구만요!” 하며 껄껄껄 웃었다. “뉴욕은 가봤는교? 거긴 어떤교?”, “야 이 사람아, 뉴옥은 화성에 있는 것이요! 금성이었등가···”, “지구 음식 같은 건 없는가?”, “거 이 양반은 먹을 것만 밝히고 말이여”, “아따, 지구인은 훤칠허니 멋있네!” 하며 로봇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로봇은 그들의 물음에 하나같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고 싶었지만, 서로 앞다투어 말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전부 대답해 주지는 못했다.

 

 사실 이 원주민들이 지구인을 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구인들에게 그 법은 있으나 없으나였다. 지구인들은 연구의 목적으로, 관광의 목적으로, 경유의 목적으로 어디든 발을 뻗었고, 조그마한 습지행성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원주민들은 먼 하늘에서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내려온 거대하고 강력한 지구인의 우주선을 보며, 두려움과 거부감 그리고 배척심을 느꼈지만 반대로 그 놀라운 광경에 동경과 부러움을 느꼈다. 우주에서 가장 강대한 종족이라는 지구인에 대한 소문은 달콤하고 위대한 이야기로, 한편으로는 쓰고 역겨운 이야기처럼 온 행성에 퍼져 나갔다.

 

 행성의 방방곡곡에 퍼진 이 멋진 이야기가 이 작은 우타베나골이라고 전해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충격적인 이야기는 역병처럼 온 행성을 휩쓸었고, 사람들은 지구인을 전설 속의 영웅처럼 또는 빼어난 연예인처럼 마음속에서 떠받들었다.

 

 로봇은 그렇게 한참을 마을사람들에게 잡혀 있었다. 로봇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려고 마음 먹을 때쯤, 사람들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선생님이 왔어요!”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로봇에게 집중관심을 보이던 사람들이 “아이고, 선생님이 오셨구먼”, “사문(沙門)* 께서 벌써 오실 때가 되셨구먼!”, “오늘은 지구인도 오고 선생님도 오셨네. 경사구만, 경사여!” 하며 하나 둘 로봇을 떠나 마을의 입구로 몰려갔다. 몇몇 지구인의 열성팬만이 로봇의 곁에 남았다.

 (*불문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 사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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