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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톡홀름 신드롬
작가 : 새이
작품등록일 : 2020.8.10

계약작입니다. 공모전 기간 종료 후, 업로드된 회차는 삭제처리됩니다.
감사합니다:)

 
18. 그의 첫사랑.
작성일 : 20-08-18 08:14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5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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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역시 아닌 것 같아.’

 

 왔을 리가 없지. 나는 권희성을 이번에 처음 봤어. 게다가 보육원 봉사도 많이 다녔다는데, 설사 그가 햇님 보육원에 왔었다 해도 나를 기억한다는 보장도 없잖아? 보육원 아이들이 몇 명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난 권희성이 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인질을 자처하는 건지 아직 알아내지 못 했어. 이 남자가 정말 아버지에 대한 앙심을 품고 원수인 내게 복수하려고 정보를 캐내려는 걸 수도 있잖아. 권희성은 인질임을 잊지 말자. 온이원, 정신차려.

 

 “...그렇군요.”

 

 ‘뭐가 당신을 망설이게 하는 겁니까’

 

 희성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한 이원의 작은 입술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결국 이원은 망설임을 그만두기로 한 듯, 입을 닫아버렸다.

 

 “...이원 씨는, 첫사랑 있습니까?”

 

 웬 첫사랑? 나처럼 어두운 삶을 사는 사람한테 그런 게 어딨어.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런데 권희성 씨는 있는 눈치네요.”

 

 “네, 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봉사 갔던 보육원에서 동화 속 공주님 같은 여자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제 첫사랑입니다.”

 

 희성은 천천히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저 묘한 웃음 속에 무언가 답이 있는 듯했다.

 

 “몇 살 땐데요?”

 

 “음...10살이요.”

 

 10살? 참내. 쪼만한 게 뭘 안다고 사랑 타령이야. 괜히 진지하게 들었네.

 

 나도 모르게 진지한 태도로 희성의 첫사랑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10살이라는 말에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허탈감이 밀려왔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는 법인데, 내가 쓸데없이 예민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그것도 ‘인질’의 첫사랑한테.

 

 “10살이 사랑에 대해 뭘 안다고 첫사랑이라고 확신해요?”

 

 내가 피식거리며 웃자 희성은 그런 나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 당시에는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는 건 몰랐습니다. 하지만 분명 좋아했어요. 그 여자애, 제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재수 없었거든요.”

 

 뭐야, 첫사랑이라며?

 

 “...재수 없는 여자가 이상형입니까? 뭐 얼마나 재수 없었길래.”

 

 “이기적인 데다 사람 말은 끝까지 듣지도 않고, 호의를 악의로 답하는 사람이었죠.”

 

 “...완전 나쁜 여자네요. 그런 사람이 정말 첫사랑이라구요?”

 

 “네, 그게 참 매력인 여자라. 그래서 지금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뭐야, 이 기분? 내가 첫사랑 물어봐놓고 왜 내가 기분 나빠해? 권희성 정도면 얼굴도 꽤 잘생긴 데다 키도 크고 나름 애교도 많고...여자들이 좋아할 만하잖아? 말하는 거 보니 좀 질 나쁜 여자한테 걸려든 것 같긴 하지만…지가 좋다는데 어쩔 거야. 그리고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갑자기 왜 첫사랑 얘기가 나온 건데!

 

 대체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것도 짜증나네. 재수 없으면 없는 거지, 그게 어떻게 매력이라는 거야. 진짜 여자보는 눈 없네. 아니면 뭐, 엄청난 미인인가? 그래서 저러는 거야? 하여튼, 남자들이란.

 

 “지금까지 좋아할 정도..라니, 그 정도로 그 여자가 예쁩니까?”

 

 “네. 제가 살면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예쁩니다. 그런데...그 여자는 절 기억 못 합니다.”

 

 이럴 줄 알았어. 예쁘니까 저렇게 푹 빠진 거였네. 세상에 예쁜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10살 때 반한 걸 아직까지 첫사랑이라 믿어? 아직 한참 어린애였네, 권희성 씨.

 

 “그럼 권희성 씨가 기억나게 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거 완전 연애 상담 아니야? 나도 애인 없는 처지에 뭐 좋다고 친절히 남의 짝사랑 상담까지 해주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이 남자, 은근히 그 여자 자랑하는 것 같은데? 뭘 자꾸 예쁘대, 짜증나게. 어차피 자기를 기억하지도 못 하는 무심한 여자를!

 

 “이원 씨라면 그렇게 하실 건가요?”

 

 “여전히 좋아한다면서요? 그걸 그 여자는 모르고.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그럼.”

 

 - 당신이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알아챕니까? 게다가 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그걸 모르는 여자도 꽤 똑똑한 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원이 까칠하게 뒷말을 덧붙이자, 희성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두 눈을 반달처럼 예쁘게 휘며 ‘그러네요. 이원 씨 말이 맞아요. 역시 말을 해야 아는 거겠죠?’ 라는 말과 함께 웃었다.

 

 그러더니 희성은 그의 앞에 있는 이원의 두 손 위에 제 손을 겹쳐 잡고는 천천히 제 얼굴에 갖다댔다.

 

 얼결에 희성의 얼굴을 맞잡은 채 마주보는 자세가 된 이원은 그저 저를 예쁘게 올려다보는 희성을 향해 멍하니 눈을 껌뻑였다.

 

 ‘갑자기 뭐하자는 거지?’

 

 어딘가 진득한 시선이었다. 희성의 황갈색 눈동자 속에 비친 내 얼굴은 꽤 당황스러운, 그렇지만 어딘가 상기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잠시만, 내 표정 뭐야? 저 표정은 마치...

 

 “그럼, 기억해주세요.”

 

 “...뭐라구요?”

 

 “나를 기억해줘요. 온이원 씨. 내 첫사랑.”

 

 마치,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 같잖아, 당신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기를...

 

 * * *

 

 “부사장님.”

 

 출근하자마자 급하게 사장실로 직행한 듯, 어딘가 헝클어진 모습을 한 윤 비서가 찾아왔다. 밤 사이 제대로 잠도 못 잔 건지, 허여멀건 안색이 꽤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녀의 양 손에 가득히 쌓아 올려진 서류 더미들이 그 증거였다.

 

 “와, 윤 비서님, 하룻새에 안색이 엄청 나빠지셨네요. 마치 야근이라도 하신 것처럼.”

 

 - 물론 전 제 부하 직원분들께 함부로 야근을 시키는 악덕업주는 아니지만요.

 

 혜성이 뒷말을 덧붙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자, 윤 비서의 깨끗하고 예쁜 미간에 일순간 주름이 잡혔다.

 

 “...서류 맨 위에 있는 제 사직서부터 처리해주시죠.”

 

 “재밌는 농담 감사합니다, 윤 비서님. 덕분에 아침부터 웃음꽃이 피네요. 조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윤 비서가 내게 내민 건 불과 하루 전에 내가 부탁했던 검찰의 사건 조사 기록과 별장 cctv의 복사파일이었다. 덕분에 깨나 고생한 듯이 다크서클이 턱 아래까지 내려온 윤 비서는 내가 ‘서류 맨 위는 절대 읽지 않겠습니다.’라고 유쾌하게 말하자, 나를 향해 눈으로 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윤 비서를 애써 고개를 돌리며 외면했다.

 

 윤 비서를 통해 보고 받은 사건 당일 조사 기록에 따르면, 그날 별장 내부에 있던 사람 수는 나와 희성이, 아버지를 제외하고 총 7명이었다.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한 청소부 두 명, 본인 숙소에서 쉬고 있던 고용인 네 명, 부엌에서 다음 날 식재료를 준비 중이던 셰프 한 명.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저녁식사 이후에 희성과 마주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별장 바깥에 있던 경호원들은 총 10명이었지만, 그들은 각자 자리에서 경호를 섰음이 cctv를 통해 알리바이가 증명되었다. 하지만 이들도 희성을 보지 못 한 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경호도 잘 안 서는 별장 뒤쪽까지 순찰을 돌았는데도 희성을 본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어디로 빠져나간 거야?

 

 cctv 파일을 보니, 오후 11시 24분에 청소부 두 명이 3층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그들의 증언대로 카메라에 찍혀 알리바이가 확실했다.

 

 나는 3층에 있던 내 방에 있었지만, 정말 그러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3층에는 카메라가 없는지라, 알리바이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희성이는 저녁을 먹은 후 3층에 올라가는 모습이 찍힌 것을 마지막으로, 그 후의 행적이 묘연했다. 나처럼 본인 방에 있었던 것 같은데…이에 대한 진실은 권희성, 본인밖에 모를 터였다.

 

 밖에서 경호를 서던 한 경호원의 말에 따르면, 희성이의 방 불이 10시쯤 꺼졌다고 했다. 불이 꺼졌다는 건 잠에 들었다는 뜻인데, 이게 사실이라면 희성이는 정말 이번 사건과 무관했다. 아니,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납치를 당했으니 피해자였다.

 

 그런데...정말 납치 당한 걸까? ‘그’ 권희성이?

 

 보통 납치범들은 시일 내에 인질을 담보로 조건을 요구해오기 마련이다. 그게 돈이든, 회사의 기밀이든. 하지만 납치범이 희성이를 데려가서 얻는 게 뭐가 있지? ...돈? 희성이는 사장직 내정자일 뿐, 아직 이렇다 할 재산은 없는데. 아버지께서도 딱히 희성이에게 물려준 재산은 없었다. 공증 유서가 발견된 지금 시점이라면 몰라도, 그땐 희성이에게 ‘한성 그룹’이라는 막대한 재산이 생길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비록 희성이가 사장직 내정자임을 알았다 해도, 사실 언제 사장직을 물려 받을지도 미지수였으니 이또한 희성이가 납치된 이유가 되긴 힘들었다. 후에 희성이가 유서로인해 아버지의 재산을 전부 물려받는다는 것을, 아버지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던 나조차 알아채지 못 했는데, 제 아무리 희성이라도 아버지의 공증 유서가 존재했다는 건 분명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말 권 희성을 납치할 만한 타당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돈을 뜯어내기 위함이라기엔 너무 무모하기도 했고…

 

 아버지가 강원도 별장으로 요양 여행을 가신다는 것도 정말 최측근 외엔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진정 타살이고, 희성이가 정말 납치된 거라면, 이는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는 말도 되었다.

 

 어쨌든, 진짜 납치당한 거라면 지금쯤이면 희성이를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납치범 자신이 원하는 대가를 요구하는 연락이 와야하는데, 일주일이 한참 지난 지금 시점까지도 연락은 일절 오지 않고 있었다.

 

 아니면, 정말 죽은...걸까?

 

 ...아니, 권희성의 체스 판은 늘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로 상대를 천천히 장악했어. 이번에도 반드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해. 절대 단편적으로 생각해서 함부로 권희성의 체스 말을 건드려선 안 돼.

 

 “윤비서님.”

 

 “네 부사장님.”

 

 비서실 호출을 누르자 윤 비서의 목소리가 곧바로 응답해왔다. 사직서 제출한 사람치곤 꽤 성실하시네. 보아하니 사직서는 제대로 적지도 않았던데. 그냥 반항해본 건가? 사실 사직서가 진심이었다면 조금 곤란할 뻔했는데 말이야. 윤 비서의 반항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자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역시 재밌는 여자야, 우리 윤 비서님.

 

 “아주 어릴 적에 말입니다. 희성이 곁에서 온갖 수발을 들던 최측근 경호원 있지않습니까? 이름이, 글쎄요. 최..뭐였던 것 같은데.”

 

 “‘최재웅’입니다. 입도 가볍고, 돈에 미친 자라 얼마 못 가서 경호직을 박탈 당하고 쫓겨난 질 나쁜 남자입니다.”

 

 “네. 맞습니다. 우리 윤 비서님은 기억력도 참 좋으십니다. 그런데 제가 그 ‘최재웅’이 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이요.”

 

 “...왠지 오늘도 퇴근은 힘들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런 약한 소리 하셔도 제출하신 사직서는 수리 거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 부탁드립니다 윤비서님.”

 

 내가 유쾌하게 웃자, 윤 비서는 한숨을 쉬며 호출을 끊었다. 늘 마시는 투샷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내 욕을 하고 있을 게 뻔히 보였다. 괴롭히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나중에 윤 비서가 자주 먹는 달콤한 것들로 조공을 좀 바쳐야하나.

 
작가의 말
 

 우리 윤 비서님 극한 직업...!ヽ(*>∇<)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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