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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5합- 남의 칼로 사람을 죽인다.
작성일 : 20-08-18 07:09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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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일본군 우두머리를 죽인 지 이틀이 지난 아침. 조선 노인은 이번엔 일본군 낙오병들이 거주하고 있는 막사로 향했다.

 

  일본군 병사들은 곳곳에서 히로폰을 수저에 놓고 녹여가며 주사하고 있었고, 다른 구석에서는 어디서 잡아 온 마을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목 베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막사가 절반 이상 불에 타고, 정문까지 박살 나서 기우뚱거리는데도 말이다.

 

  ‘보아하니 그 친구들이 혼란을 틈타서 한 번 쓸고 갔나 보군.’

 

  자세히 보니 일본군의 것으로 보이는 피와 육편이 벽에 들러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일본군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누가 먼저 50명을 베는지 내기할까?”

 

  “모가지로는 탑을 쌓고 나머지 부위는 솥에 넣고 삶아 먹자고!”

 

  진짜로 몇몇 일본군 병사들은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은 환호성을 지르며, 시체들을 토막쳐 거대한 솥에 넣거나 쇠막대에 꿰어 모닥불에 굽고 있었다.

 

  그리고 사령관으로 보이는 남자는, 거의 다 뜯어 먹은 사람 팔이 담긴 접시를 내밀며 큰소리로 외쳤다.

 

  “맛있다 여기 한 그릇 더!”

 

  긴 세월 동안 온갖 꼬락서니를 다 보고 살아온 노인마저도 구역질이 나올 참상이었다.

 

  ‘에잉 저 금수만도 못한 새끼들. 역시 섬나라 짐승들답군. 예전 전쟁에서도 재미로 사람을 잡아먹던 놈들 핏줄이 어디 가나!’

 

  그 밖에도 어디서 사들이거나 납치한 여자들을 에워싸고서 즐기는 등. 군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난장판’이었다.

 

  그런 난장판 안에 조선 노인이 들어오자, 히로폰에 취해 있던 병사 몇몇이 노인을 향해 총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런 조센징 아냐!”

 

  “조센징이 위대한 대 일본제국의 신민들이 거주하는 구역에는 무슨 일이냐!”

 

  일본군들은 아라사키 소총과 남부 권총으로 노인을 겨눴다. 그리고 그의 발밑을 향해, 위협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노인은 발가락 하나 꿈쩍하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일본군들은 크게 경악하며 노인 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노인은 두 손을 빠르게 움직여가며 날아오는 총알을 맨손으로 잡고 꽉 쥐어서 찌그러트렸다.

 

  잠시 후 총알이 다 떨어져서 일본군 병사들이 재장전을 할 때가 되었다. 일본군 병사들이 당황하면서 탄약을 새로 갈아 끼우려 하는 순간.

 

  노인은 태양이 가려질 정도로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남부 권총의 새 탄창을 끼우고 있던 장교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힘껏 쳐올렸다.

 

  그 장교의 등이 터지면서 피와 내장 그리고 척추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갑자기 얼굴과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병사들은, 기겁하면서 뒤로 물러났고. 몇몇 병사는 아침에 먹었던 걸 바닥에 쏟아냈다.

 

  “전장에 익숙한 군인들이라면 이런 건 어렵지 않게 보는 게 아니었나?”

 

  뒤이어 노인은 번갯불이 지나가는 것 같은 속도로 뒤에 서 있는 일본군 병사의 머리통을 돌려찼다.

 

  머리가 토마토처럼 너무 쉽게 뭉개지면서 안구와 뇌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일본군 병사들이 헛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토하기도 전에, 그는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여 남은 일본군 병사 세 명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그리고 팔꿈치로 병사 한 명의 명치를 찔러, 입에서 간과 내장 일부가 튀어나오게 만들어 날려버린 뒤. 그 옆에 있는 병사는 당수로 턱을 올려쳐서 턱을 아예 두 동강 내버렸고, 마지막 한 명은 무릎을 발로 밀어 차서 다리를 반대 방향으로 꺾어 부러트렸다.

 

  “조센징이고 뭐고 간에 너희들한테 도움을 주러 온 사람한테는 기본 예의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느냐? 네놈들은 임진란 때부터 앞뒤 안 보고 버르장머리 없기로는 한결같구나!”

 

  그는 자신을 비웃었던 일본군 병사들을 전부 다 도륙낸 뒤, 그대로 뒤돌아서 막사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일본군 사령관으로 보이는 장교가 노인을 붙잡았다.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봐!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그냥 가지 말고 기다려봐!”

 

  도롱이에 삿갓을 덮어쓴 조선 노인은 그 자리에 멈춰 선 뒤, 천천히 등을 돌려 일본군 고위 장교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일본군 사령관은 어색하게 웃으며 노인의 옷깃을 붙잡고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자네 보통 실력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쪽으로 들어오지 않겠나? 국적이나 그런 거 상관 없이 우리 일본인들과 똑같이 대우해주겠네.”

 

  이에 노인은 그냥 짧고 간단하게 한마디 툭 던졌다.

 

  “나는 너희들과 그렇게 쉽게 손잡고 싶지 않다. 방금 전 네놈들 모습을 보고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게 아니라 요 며칠 전에 지휘관이 살해당해서 말이야. 어차피 지휘관 놈이야 매일같이 히로폰에 취해 있던 놈이라서 내가 조만간 갈아 치우려고 했지으니까.”

 

  “중요한 건 그때 얼굴을 가린 도적놈들이 쳐들어와서 기관총이랑 탄약을 많이 뺏겨버렸거든. 아쉽게도 놈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만한 증거조차도 못 잡았지.”

 

  노인은 ‘자랑이다 자랑이야.’라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뭘 원하지?”

 

  “우선 그 배후를 캐 내오고, 다음엔 적당한 복수를 해줬으면 싶어서 말이지. 그리고 겸사겸사 기관총도 찾아오면 더욱 좋고 말이야.”

 

  조선 노인은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며, 더욱 낮게 깔린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너무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주문하는 거 아닌가?”

 

  “어차피 겸사겸사라고 했으니, 그중 하나만 해결해도 성공한 걸로 쳐 줄게.”

 

  일본군 장교의 대답에, 노인은 영 믿기 힘들다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돈은 얼마를 줄 텐가?”

 

  일본군 장교는 잠시 어딘가로 가더니, 지폐 한 다발을 그의 손에 쥐어줬다.

 

  “이 일을 꾸민 놈이 누구인지 알아오면 이정도. 그놈의 모가지를 가져오면 두 배. 기관총까지 찾아오면 세 배를 주지.”

 

  “좋아. 이 정도면 충분히 뛸 마음이 생기는데.”

 

  그리고 노인은 일본인 장교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그건 그렇고 군복 한 벌만 받아갈 수 있나. 보다시피 옷이 좀 너저분해서 말이야. 갈아 입을만한 옷이 한 벌 정도 필요하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시체들을 힐끔 쳐다봤다. 일본군 장교는 노인이 뭘 원하는지 바로 알아차리고, 거지에게 적선이라도 하는 투로 대답했다.

 

  “적당히 한 벌 가져가.”

 

  “기왕 받아가는 김에 칼도 한 자루 가져가지. 설마 일본군은 암살자나 용병을 고용하는 데 무기 한 자루도 안 쥐어 주고 보내는 조직은 아니겠지?”

 

  장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인은 승낙한 것으로 알아듣고, 바로 시체에서 일본도까지 가져가 허리에 찼다.

 

  그리고 조선 노인은 일본군 장교에게 손도 흔들지 않고, 바로 뒤돌아서 가버렸다. 뒤이어 따라온 일본군 낙오병들이 장교에게 물어봤다.

 

  “저 조센징 안 잡습니까? 그냥 돈만 받아가고 도망갈지 어떻게 압니까?!”

 

  “조센징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러자 사령관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저놈이 어디 가는지 잘 봐봐.”

 

  조선 노인이 원서계의 본진 쪽으로 향하는 걸 보는 다른 일본군 병사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장교 역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원서계 군의 본진에 간다고? 죽여 달라고 자살 신청을 하는군 그래!”

 

  “원서계의 본진에 ‘그놈’은 우리도 차마 건드릴 수 없어서 손도 못 댔는데! 사카이 녀석마저도 그 녀석이랑은 안 붙으려고 했는데 말이지.”

 

  장교는 코웃음을 치며 병사들과 함께 뒤로 돌아섰다.

 

  “저 멍청한 조센징이 원서계의 본진으로 가는데 살아 돌아올 리가 없지. 아마 원서계 놈들도 미친 놈 하나가 죽으러 왔구나 하고 별 신경도 안 쓸걸.”

 

  그렇게 말하며 일본군 낙오병들은 다시 바닥에 퍼질러 앉아 히로폰 주사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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