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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10화
작성일 : 20-08-17 23:39     조회 : 239     추천 : 1     분량 : 8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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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거울 구석에서 괴인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다. 볏 달린 도마뱀 모습이다. 그는 능글맞게 이죽거리며 리볼버 총으로 유리구를 톡톡 쳤다.

   길건은 못마땅한 눈초리로 괴인과 칼자르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벨, 골, 로.”

 

   낮고, 정확하면서도 강한 발음이다.

   괴인이 비웃는 것 같아 목소리에 불쾌함이 들어가 있다. 이를 느낀 괴인은 옅은 미소로 표정을 바꿨다.

   그는 바로 스론기동대 사격수 벨 골로였다.

 

   “거참- 어지간히 기분 나쁜 모양일세.”

   “엿 같으니깐 신경 긁지 마.”

   “여기도 꽤 비슷한데 말이야.”

 

   길건이 칼자르트를 보며 물어보았다.

 

   “저 녀석 어쩌다 저리 된 거야?”

   “꽤 한바탕 한 거 같더라고 뭐, 저리 보여도 잠만 잘 퍼 자고 있지만.”

   “어쩌다가?”

   “생체병기가 습격한 거 같더라고.”

   “혼자서 싸운 건가?”

   “드래곤하고 뱀파이어 아가씨도 같이 왔는데. 자세한 건 이들한테 묻는 게 더 빠를 거야. 기튼 가든.”

 

   ‘기튼 가든’ 한마디에 길건은 눈매를 날카롭게 치켜세웠다.

   기튼 가든은 길건의 애칭으로, 스론기동대 일원이 즐겨 불렀다. 그러나 정작 애칭을 듣는 본인은 거북함을 얼굴에 한가득 담았다.

 

   “그럼 거기는?”

   “엘프가 운영하는 잡화점의 비밀장소이지.”

   “엘프?!”

   “정령술사이던데. 뱀파이어 아가씨하고 친한 것 같더라고.”

   “거기에 누구누구 있는데?”

   “드래곤 두 명, 뱀파이어 아가씨, 공작하고 칼자르트. 그리고 나 빼고 갈리자비스.”

   “갈리자비스는 어디 있는데?”

   “바깥에 있어. 조금 있으면 들어오겠지. 그럼 기튼 가든 너는 숲으로 들어간 거야?”

   “지금 숲 안으로 들어온 상태.”

   “그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가니?”

   “지랄 맞아.”

 

   길건이 시가를 물더니,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어낸다. 그리고 손으로 포켓을 들고 흔들었다.

 

   “그래도 이놈이 있으니깐 버틸 만은 해.”

 

 -또각, 또각.

 

   그때, 굽 소리가 들렸다. 벨이 옆을 보더니 자리를 비켜줬다.

   검붉은 긴 생머리가 찰랑거리며 거울 안쪽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틀어 씁쓸한 웃음을 짓는 그녀는 카시네였다.

 

   “누구하고 얘기하고 있나 했더니 기동대분이셨군요. 반가워요.”

 

   길건은 탐탁찮은지, 카시네를 아니 꼰 듯 쳐다보았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주실까?”

   “생체병기의 습격이 있었어요. 칼자르트는 싸우다 저렇게 되었는데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하더군요.”

   “꽤 골치 아프게 되었군.”

 

   그는 유리구를 보고,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카시네가 동질감을 느꼈는지 한숨을 지었다.

 

   “칠칠치 못한 친구라서 이렇게 됐네요. 이해해주세요.”

   “그쪽은 벌써 일이 벌어졌나 보군.”

   “네.”

   “나도 생체병기를 발견했는데 로브 입은 자들이 끌고 가고 있더군.”

   “로브 입은 자들이요?”

 

   카시네의 얼굴에 동요가 일었다.

 

   “그래.”

   “그럼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

   “내가 그 뒤를 쫓고 있지.”

   “확실한 건 없군요.”

   “그렇긴 나도 여유 있는 편이 아니라서 짧게 하지. 벨 너는 이쪽 근방에 생체병기가 추정되었다는 여자가 나타났다는 소리는 들었을 거야.”

 

   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길건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숲 깊숙이 들어갔는데 정령수가 살아 있는 기운이 없더군. 정령이 없을 리는 만무 할 테고 꽤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

 

   카시네가 물어봤다.

 

   “생체병기는 확실하던가요?"

   “어떤 여자 애기였는데 죽음의 기운이 나오더군. 덤으로 피 냄새도 낯익었어.”

   “그럼 마경석 기운은 있던가요?”

   “전혀.”

   “그렇다면 생체병기가 가능성이 크군요.”

 

   벨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지고, 리볼버 돌리던 손놀림이 멈췄다. 길건은 시선을 다른 쪽으로 틀며 생각한 추론을 꺼내 들었다.

 

   “문제는 여자 애기를 데려가던 놈들이야. 아직 확실한 건 없지만 정령하고도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정령수를 볼 때 죽음의 정령이 끼어들었을 가능성이 있지. 정확한 건 좀 더 파고 나서 알려주도록 하지.”

 

   추론을 들은 카시네가 정확하게 요점을 짚었다.

 

   “그렇다면 엘프도 생체병기와 연관이 생긴 거로군요?”

   “그래. 라프숲엔 엘프 외에는 다른 종족은 거의 못 들어오니깐.”

   “알겠습니다.”

 

   카시네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평소의 여유와 달리 짐짓 고민하더니 거울 바깥쪽으로 사라졌다.

   길건은 벨에게 말했다.

 

   “갈리자비스 한 테도 상황을 전달해줘. 여기 생각보다 귀찮은 곳이라 만약 내가 못 나올 경우면 십중팔구 엘프한테 붙잡혔다 생각하면 될 거야.”

   “오케이.”

 

   상황전달이 끝나고 거울은 검게 변했다. 모양을 잃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헤이스트

 

   길건은 오솔길을 보며 마법에 시동을 걸자, 양발목에 옅은 빛이 서서히 발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담는 건 그만큼 발각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더 이상 지체할 생각이 없던 터라 위험을 감수하고 움직였다.

   길건이 발을 박차 도약했다. 높이 뛰어오른 몸은 새처럼 가벼웠다. 한 번에 나무 두세 그루를 넘기며, 착지하자마자 뛰어오르기를 반복했다.

   그가 이동할수록 오솔길은 넓어져 양쪽에 정령수가 나열되어 서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마나가 점차 떨어지면서 점프간격이 점점 좁아졌다.

   길건은 높은 나뭇가지에 착지했다. 마나량이 완전히 바닥나자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벌써 약빨이 다됐군.”

 

   그는 로브 입은 무리의 뒤를 간신히 잡았지만, 이동이 쉽지가 않았다.

   다른 나무와 달리 정령수는 발 디딜 나뭇가지가 없던 탓이다. 나무 위에서 이동하려면 기둥을 탈 수밖에 없었다.

   길건은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다시 내려갔다. 정령수 뒤쪽에 몸을 숨겨 움직이는 거로 방식을 바꿨다.

   처음에 올라온 것처럼 내려가는 것도 똑같이 손톱을 치켜세웠다. 나무가 상당히 높아 내려가는데 시간을 많이 소모하자 맘이 급해졌다.

 

   “이러다 한도 끝도 없겠군.”

 

   지상에 가까이 다다르자, 길건이 망설임 없이 뛰었다. 몸이 바닥에 착지하는 동시에 앞으로 굴러 충격을 완화시켰다.

   그는 풀숲을 이용해 몸을 최대한 은폐했다. 아직, 눈치를 못 챘는지 로브 입은 무리는 오솔길 따라 걸어갈 뿐이었다.

   길건은 그들을 주시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축지법이라도 쓴 모양이군.”

 

   그는 최대한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기둥에 달라붙어 풀숲의 마찰을 줄이고 나무와 나무 사이는 낮은 자세로 이동했다.

   한참이 지나, 오솔길 끝자락에 넓은 공터가 있었다. 그 뒤에 거대한 크기의 정령수가 떡하니 서 있었다.

   길건은 발걸음을 멈췄다. 눈어림으로 공터에 모여든 이들 숫자를 셌다.

   그곳엔 로브의 무리 말고도 다른 이들이 모여 정령수를 향해 절을 하고 있었다.

   정령수 앞에는 유리구 하나와 십자가 다섯 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소녀들이 각각 매달려 있었다. 그는 한눈에 생체병기란 걸 알아챘다. 다만 엘프의 의도를 알 길은 없었다.

   길건은 어쩔 수 없이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엎드린 자세로 움직였다. 마찰 소리를 최대한 줄여 공터 근방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나무에 몸을 숨겨 공터에서 일어나는 일을 유심히 보았다.

 

 -콰쾅!

 

   이때, 천둥이 일면서 공터에 번갯불이 발했다. 한순간이지만, 그들의 로브 안에 감춘 얼굴이 보였다. 대부분 긴 귀를 가지고 곱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길건의 눈매가 얇아졌다.

 

   “역시 엘프였군.”

 

   로브 입은 엘프들이 끌고 온 소녀의 족쇄를 풀었다. 그사이 공터에 있던 엘프들은 가운데 십자가에 매달려 있던 소녀를 끌어내렸다.

   소녀들은 힘없이 끌려갈 뿐, 어떤 비명도 내지 않았다.

   엘프들이 끌고 온 소녀를 십자가에 눕혀, 양팔을 벌리고 다리를 모았다. 부들부들 떠는 소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누군가를 불렀다.

   제법 건장한 체격을 가진 엘프가 못과 망치를 들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못을 손과 발에 박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다 죽어가던 소녀의 앳된 비명이 공터에 울렸다. 망치질 한번 할 때마다 고통을 담은 비명은 처절했다.

   소녀는 눈물을 보이며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를 보는 길건은 혀를 끌끌 찼다.

 

   “조금은 불쌍하군.”

 

   망치 소리가 끊기고 빗줄기가 굵어졌다.

   길건은 잠시 나무에 기대어 시가를 꺼내 들었다. 부싯돌로 작은 불꽃을 내고 시가의 끝은 빛을 자아낸다. 한 모금 길게 빨더니 뿌연 연기를 풀숲에 뿌렸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추론에 들어갔다.

 

   ‘엘프들 하고 생체병기하고 연관이 있었군. 그런데 제물로 바치려는 것인가? 뭘 하려는 걸까…적어도 뭔가 있다는 건 확실한 것 같군.’

 

   길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결국 엘프들의 행동을 좀 더 지켜보기로 판단했다.

   십자가에 박힌 소녀가 가운데에 세워지자, 맨 앞에 있는 자가 알 수 없는 말로 외쳤다. 그러자 엘프들은 끌어내린 소녀를 유리구를 향해 던졌다.

   소녀의 몸 유리에 닿자 검은 촉수가 튀어나와 감았다. 크게 놀란 소녀는 발악해보지만 그대로 유리구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힘을 짠 비명이 공터를 퍼졌다.

 

   “꺄아아악!!!”

 

   몸이 반쯤 삼켜지자 소녀는 눈물을 보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검은 촉수가 소녀를 완전히 뒤덮자 비명이 잦아들었다. 살기 위해 뻗은 팔은 떨면서 빨려 들어갔다.

   유리구 안에 있던 검은 기운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그 움직임이 점차 역동적이고 크게 변하면서 안개처럼 새어 나왔다.

   검은 기운이 점점 퍼져 십자가를 타고 올라갔다. 이내 촉수로 변해 유리구와 연결되었다.

   그 순간, 기운이 치솟고 소녀들은 각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보던 길건은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눈동자를 굴려 공터 부근 풀숲을 둘러보자, 나무 사이에 그림자가 드문드문 있는 걸 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시선이 느껴지자 빠르게 몸을 숨겼다.

 

   “제길.”

 

   로브에 후드를 쓴 자가 롱보우를 든 채 풀숲 사이를 돌아다녔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경계 어린 움직임을 갖췄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 바람이 숲 속을 지나다녔다.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들이찼다.

   후드를 쓴 이는 숨을 죽인 채, 자기가 본 자를 찾고 있었다. 그는 소리에 몸을 숨기고 샅샅이 수색하였다.

   메케한 향이 나무둥치에서 났다. 나무 뒤쪽에 연기가 약하게나마 올랐다.

   수색하던 자는 후드를 벗고 얼굴을 드러냈다. 제법 잘생긴 엘프 청년이었다.

   매의 눈으로 수색하던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자세를 낮추고 나무 뒤쪽으로 신속히 움직였다.

 

   “찾았…엇?!”

 

   엘프 청년에게 당황함이 그려졌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혹시 나무 위쪽에 있나 찾아보았지만,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날 찾나 보군.”

 

   그때, 낮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엘프 청년이 뒤돌자 섬광이 목을 강타했다. 그는 정체를 확인하기도 전에 정신이 끊어졌다.

   길건은 주변을 살폈다. 임시방편으로 엘프를 나무 구멍 속에 옮겼다. 그는 깊은숨을 몰아쉬며 불안한 감을 애써 억눌렀다.

 

   “은밀히 움직이는 것도 힘겹군.”

 

   길건이 다시 한 번 공터를 확인하자, 이미 상황은 다 끝나있었다. 엘프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십자가와 유리구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입가에 주름을 잡고, 그는 곤란한 듯 손을 이마에 짚었다.

 

   “벌써 끝난 건가?”

 

   길건은 하는 수 없이 주변을 경계하며 공터로 향했다. 조심스레 움직이는 발걸음에 긴장이 놓여 있었다.

   십자가 앞에 다다르자 그는 소녀들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기절하여 미동조차 없었다. 이런 상태라면 몇 시간 못 버티고 죽을 게 뻔했다.

 

   “칼자르트하고 비슷한 상태군.”

 

   그는 턱을 매만지면 이를 깨물었다. 많은 의구심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엘프에게 뒤 밟히기 전까지만 해도 유리구가 소녀들의 기운을 흡수하는 걸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길건이 유리구를 보자, 검은 기운의 흔적은커녕 투명하기만 했다.

 

   “뭘 하려던 거지? 좀처럼 알 수가 없군.”

 

   그는 유리구를 향해 다가섰다. 소녀를 흡수한 부분에 손을 대본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응답도 없었다.

   그저 반지르르한 유리표면만 매끄럽게 느껴졌다.

 

   “죽음의 기운에만 반응하는 건가?”

 

   그가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흡수당한 소녀의 흔적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있을 턱이 없었다.

 

   “뭔가가 부족해.”

 

   뒤숭숭한 감이 길건을 붙들고 있었다. 이대로 가기엔 찜찜한 여운이 지속될 것 같았다.

   길건이 여기까지 와서 얻어낸 답이라곤 `유리구가 생체병기를 흡수했다` 하나였다. 엘프들이 무엇 때문에 생체병기를 제물로 삼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길건은 정령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위를 보자 어두워서 꼭대기는 보이지 않았다. 여느 다른 정령수와 달리 위압감이 차원이 다르다. 마치 어둠을 일부로 머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흠….”

 

   길건은 이리저리 둘러보다 십자가 가운데 매달린 소녀를 향해 안광이 발했다.

 

   “어쩔 수 없군.”

 

   그는 소녀를 십자가에서 내리기로 했다. 어차피 공터에 있어 봐야 얻을 게 크게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는 직접 생체병기에게 정보를 얻는 게 빨랐다.

   꼿꼿이 서 있던 십자가 밑 부분을 발로 크게 찼다. 둔탁한 타격 음이 짧게 났지만 미동조차 없다.

   길건은 턱을 긁적이며 혀를 끌끌 찼다.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십자가는 생각보다 단단했다.

 

   “생각보다 탄탄하군.”

 

   그는 날개를 펴고 칼날을 드러냈다. 등에서 뼈마디를 빼고, 뾰족한 끝을 십자가를 향해 겨누었다.

   날개가 번뜩이자 자비 없는 난도질이 시작됐다. 양쪽이 번갈아 십자가 밑 부분을 후려쳤다.

 

 -슥! 슥!

 

   바람 가르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얼마 안 가 기둥이 금세 깎여 조각이 날아다녔다.

   이내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십자가는 힘없이 쓰러졌다.

   길건은 소녀의 상태부터 보았다.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이미 초죽음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반 죽은 상태군.’

 

   소녀의 눈은 죽은 사람처럼 초점이 없었다. 이 상태라면 간단한 얘기조차도 쉽지 않았다.

 

   “제기랄.”

 

   그는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이렇다 할 소득이 없자, 답답함이 밀려왔다.

   기도 다 빨렸는지 소녀에게 죽음의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될 바에는 숨통을 끊는 것만이 생체병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군.”

 

   길건은 손톱을 치켜세워 그녀의 가냘픈 목을 노렸다.

 

   “멈추시게.”

 

   그때,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길건이 뒤돌아보자, 숲에서 궁수대가 사격자세를 취한다. 아까 봤던 로브 입은 엘프들이 공터에 다시 나타났다. 이들 중 체구가 작은 사람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길건 앞에 온 그자는 로브를 바닥에 살포시 벗었다. 지팡이를 든 늙은 엘프였다. 깊게 팬 주름과 쳐진 눈매가 인자해 보이는 인상을 심었다.

 

   “리자드족인가? 내가 알고 있는 리자드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군.”

   “비슷하다고 쳐 두지.”

   “여기는 어쩐 일로 왔는가? 라프숲은 엘프들의 땅임을 안다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 텐데.”

 

   늙은 엘프의 부드러운 말투에서 위압이 느껴졌다. 이걸 느낀 탓인지 길건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좀 알아보러 왔소.”

   “여기는 엘프의 땅인 만큼 여기서 일어난 일은 우리 엘프가 책임을 지네. 그러니 다른 종족이 신경 쓸 필요는 없네.”

 

   길건이 십자가에 매달린 소녀들을 가리켰다.

 

   “그럼 이것들은 뭐지?”

   “침입자들일세. 그에 맞춰서 벌을 준 것뿐이네. 바로 자네와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엘프의 문제일세. 더 이상 입을 놀리면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네.”

 

   늙은 엘프의 경고에 길건은 눈을 째지게 떴다.

 

   “그럼 몇 가지만 묻게 하면 순순히 잡혀가 주지.”

   “말해보게.”

   “내가 여기 왔다는 걸 어떻게 알아챈 거지?”

   “우리 엘프는 정령과 교감을 나누고 있네. 이 초록빛도 숲의 정령 드라이어스가 낸 것 중에 하나이지.”

 

   늙은 엘프가 주변을 둘러보라는 듯 손바닥을 펴 보였다.

   숲에서 꺼림칙한 느낌의 정체를 알게 되자, 길건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즉, 라프숲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감시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공터를 둘러보더니 물어봤다.

 

   “그럼 여긴 뭐 하는 곳이지?”

   “전부 과정을 보았는가?”

   “그래.”

   “그렇다면 보여주는 수밖에.”

 

   말이 끝나기 무섭게 늙은 엘프가 지팡이를 찍었다. 그러자 로브 입은 엘프 들이 양쪽으로 대열을 맞춰 섰다.

   그들이 하나같이 알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자, 땅바닥에 오색찬란한  바닥을 차지했다. 영창소리가 커지자 푸른 오오라가 허공에서 뭉치고 유리구는 검은 기운으로 메워졌다.

   길건은 갑자기 뒷덜미에서 시선을 느꼈다. 늙은 엘프가 손으로 가리키자, 고개만 살짝 돌려보더니 조용히 읊조렸다.

 

   “역시 그렇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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