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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심연
작가 : 소설판타지
작품등록일 : 2020.8.3

돔 아래 인공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류, 인공태양이 갑자기 빛을 잃다.
태양이 사라지고, 빛 하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재난물]

 
episode 1 : 그 날의 기억(6)
작성일 : 20-08-17 14:18     조회 : 241     추천 : 1     분량 :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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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딸 민아…! 민아 어디 있어!!!”

 

 뒷문의 펜스를 흔들고 있던 남자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는 펜스를 부술 듯 세차게 흔들었다.

 쾅 – 쾅 – 쾅

  쇠와 쇠가 부딪혀 울리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엄마!!!”

 

 펜스의 건너편에도 소란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아버님, 일단 진정하시고.”

  “진정? 씨발 진정? 이 상황에 진정하라고!?”

 

 펜스 건너편 바로 앞에서 학생주임 선생님이 그들을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른 선생님 두 사람이 학생들을 말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너희는 일단 교실 가서 기다리고 있어.”

  “저희가 찾아보고 있으니까 기다려 주세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면 제가 애들 찾아서 올 테니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펜스 소리가 다시 울었다.

 

 “그 말만 씨발 벌써 몇 번째야!!! 이러다가 우리 애 잘못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 책일 질 거냐고!!! 벌써 씨발!!! 두 시간째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고!!!”

 

 그의 분노 어린 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맞아요!!! 우리 애들 어떡할 거에요!!! 우리 애들!!!”

  “엄마!!! 어디 있어!!! 엄마!!!”

 

 학생들의 소리와 어른들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시장통에 온 것만 같은 소리가 학교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말 그대로 뒷문은 아비규환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찾고 있었고, 아이들은 부모들을 찾고 있었다. 그들을 통제하는 선생님들은 더 힘들어 보였다.

 개중엔 서로를 찾은 듯 서로를 안고 울고불고 흐느끼는 사람들도 보였다.

 

 “웅아, 뭐고 이게…?”

 

 명석이가 눈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엄마…! 엄마!!!”

 

 순간 이슬이 누나가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로 달려갔다. 옆에 있던 선혜 누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잡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고 허공을 휘저었다.

 

 “이슬아!”

 

 수십 명이 달라붙어 인산인해가 된 뒷문에서 그녀는 엄마를 찾아다녔다. 그녀가 외치는 소리에 펜스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이 시선을 옮겼다.

 무수히 쏟아지는 불빛들이 우리들의 눈을 가렸다.

 

 “미연이니!?”

  “지호야!!”

 

 자신의 딸을 찾는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겹쳐 들리는 다른 목소리. 이슬이와 우리를 두고 온갖 이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혹시 이곳에 우리 부모님도 있지 않을까…? 오지 못할 걸 알지만 헛된 희망을 품었다.

 내 옆에 있던 두 사람 역시 이슬이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무리 속에 들어가 그녀처럼 부모님을 찾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겠지만, 선혜 누나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었고, 명석이는 그런 그녀에게 어깨를 빌려주고 있었다.

 나라도 무리 속에 들어가 부모님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두 사람을 위해 잠시 마음을 접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냥 두 사람을 위한 배려라고 느껴졌다.

 어느새 펜스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 절반가량이 뒷문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에게로 달려왔다. 그들은 보석상이 보석을 감정하듯 불빛으로 우리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곳엔 우리의 부모님도, 그들의 아이도 없었다.

 우리가 자신들의 아이가 아닌 걸 알아차린 사람들은 절망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는 거친 숨을 뱉어냈다.

 

 “혹시 너희 우리 가희 못 봤니…?”

  “미연이라고 혹시 키 작은 여자애 알고 있나!?”

  “창섭이!!! 창섭이가 어디 있는 지 알려다오!!!”

 

 그들은 우리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우리 누구도 그들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모르는 이름들도 있었고,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름만 안다고 해서 우리가 어떤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답을 재촉했다.

 우리가 침묵으로 대답하자 그들은 좌절에 빠진 얼굴로 다시금 뒷문의 펜스 앞으로 달려갔다.

 

 “우리 애 어디 있어요…!”

 

 내게 누군가의 행적을 물어보던 아주머니였다. 다시는 아이를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절망이 담긴 말이 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우리 어떻게 할래…?”

 

 선혜 누나의 목소리였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무리의 얼굴들을 살피는 명석이의 옆으로 선혜 누나는 침착한 얼굴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그녀의 의도가 전해졌다. 부모님을 찾자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곳으로 도망치자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 건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괜히 그녀의 침착한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뒷문의 펜스 쪽을 보았다.

 도저히 사람들을 뚫고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펜스 옆 사람 하나 지나갈 만한 문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굳게 닫힌 상태였고, 펜스 앞은 이미 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흐릿한 불빛 속에서 이슬이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무리를 뛰어다녔다.

 

 “아무도 없는 거 같아요.”

 

 우리가 있는 이 장소에 누구의 부모님도 자식도 없다는 의미로 던진 말이었다. 선혜 누나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뒷문으로 못 들어갈 거 같은데, 학교로 들어가는 길은 앞문 말고도 저기 벽 쪽에 개구멍도 있어요.”

 

 손으로 암흑 속의 벽을 가리켰다.

 

 “어떡하실래요…?”

 

 그녀에게 물었다.

 

 “언니…!”

 

 이슬이였다. 우리에게 다가온 그녀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앞문에…앞문에는 아빠가 오셨을 거야…! 이모부…! 이모부도 왔을 거야!”

 

 그녀의 얼굴에 작은 희망에 보였다. 하지만 선혜 누나의 얼굴엔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앞문…”

 

 명석이 역시 무리 속에서 부모님을 찾지 못한 듯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웅아, 우리 함만… 함만 앞문 잠깐 들리자. 웅아.”

 

 그는 긴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벌써 넷 중 두 명이 앞문으로 가자는 의견을 낸 상태였다.

 난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선혜 누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자신을 향하는 시선들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앞문 방향에서 작은 불빛이 반짝이는 거로 봐선 사람들이 있는 건 분명했다.

 그 순간 텅하며 묵중한 무언가가 쇠에 부딪혀 울리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아버님!!! 들어오시면 안 돼요!!!”

 

 소리를 쫓아 고개를 돌렸다. 펜스와 가장 가까이 있던 남자가 참다못해 펜스를 넘어가려 펜스 위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를 따라 몇 명이 더 펜스를 올라가려 펜스를 잡았다.

 그 너머에서 주임 선생님은 그의 발을 막았고, 다른 두 선생님이 넘어오려는 다른 사람들을 막았다.

 

 “비켜 씨발!!! 너희가 못하면 내가 할 테니까!!!”

  “넘어오시면 안 돼요!!!”

 

 선생님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박 선생님!!!”

 

 그때 펜스 너머 안쪽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펜스를 넘어가려던 사람들은 흠칫 그대로 멈췄다.

 

 “민아 찾았어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찾던 선생님인 듯했다. 그녀는 한 손엔 손전등을 들고 반대편에 키 작은 여자아이를 데리고 뒷문에 나타났다.

 그녀의 말에 펜스를 올라타던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민아야…!”

 

 한참을 시끄럽게 소리치던 그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었다.

 두 사람의 상봉은 극적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초조해 하는 사람들도 보였고, 희망을 품는 사람들의 얼굴도 보였다.

 그는 천천히 펜스를 내려왔고, 주임 선생님은 아이를 도와 펜스를 넘어가게 했다.

 남자는 민아라는 아이를 끌어안은 채 흐느끼는 소리를 내뱉더니 이내 인파를 헤치고 저 멀리 그가 가져온 차에 아이를 데려갔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저희가 아이들 찾아드릴 테니까. 저희 믿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무턱대고 들어오시면 더 혼잡해져서 아이들 찾기가 더 힘들어져요.”

 

 주임 선생님은 호소했다.

 다행히 다른 선생님이 데려온 아이가 효과가 있었는지 펜스 앞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그나마 사그라들었다. 펜스를 넘어가려던 사람도 일단은 펜스에서 내려왔다.

 그래도 소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빨리 앞문으로 가요.”

 

 소란 속에서 이슬이가 한 말이었다. 그녀는 불안에 떠는 얼굴로 우리를 재촉했다.

 

 “그래 일단 앞문으로 가자.”

 

 내 말에 세 사람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내가 앞장섰다. 내 뒤를 따라 세 사람이 가까이 붙었다.

 난 선혜 누나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고 싶었지만 다른 두 사람의 발은 너무 빨랐다. 심지어는 선혜 누나가 명석이의 속도에 맞추지 못해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굳이 불빛을 비추지 않아도 천천히 움직이는 차들의 조명이 도로를 밝혔다.

 도로는 온갖 차들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떤 차에선 쾌쾌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런 도로 사이에서 천천히 서행하며 움직이는 차들도 가끔 보였다. 그리고 학교의 벽을 넘어 탈출하는 학생들도 간간이 보였다.

 작은 소리와 충격에도 놀라는 우리였지만 빨리 앞문으로 가 부모님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 더 걷자 저 멀리 앞문이 보였다.

 앞문 역시 뒷문과 마찬가지였다. 아니, 앞문은 더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그들을 내뿜는 불빛은 경기장의 스포트라이트처럼 앞문을 밝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을 막는 선생님 역시 눈에 들어왔다.

 

 “빨리 가자…!”

 

 이슬이의 희망찬 눈빛이 느껴졌다.

 그녀는 쩔뚝이며 걷는 선혜 누나와 그녀를 잡아주는 명석이를 뒤로 먼저 앞으로 걸어갔다.

 

 “엄마!!! 이슬이 왔어!!!”

 

 그녀가 소리치기 무섭게 아까와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소리에 반응에 시선이 집중되었고, 사람들은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찾는 아이가 아니란 걸 깨닫고는 이내 우리를 향했다.

 한순간 집중된 불빛에 눈이 멀 것 같기도 했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무리 속으로 달려들었다.

 또 수많은 이름이 우리를 불렀다.

 익숙한 이름, 낯선 이름, 수많은 이름 가운데 우리의 이름은 여전히 들리지 않았었다.

 사방에서 비추는 불빛 속에서 아는 얼굴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난 알고 있었다. 우리 아빠는 오지 못할 거라는 것을. 그는 이 시간이면 타지로 나가는 시외버스를 운행했고, 지금 이곳으로 온다는 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엄마 역시 이 시간이면 이곳에서 못해도 2시간은 되는 거리의 일터에서 사무 업을 보고 있을 터였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애석한 마음 한켠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 굳이 나를 찾으러 오다가 사고라도 난다면 그게 더 위험할 것이었다.

 하지만 명석이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그는 툭 건들면 울 듯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그의 옆에 선혜 누나를 보았다. 침착한 그녀의 눈엔 애석함과 슬픔이 담겨있었다. 불빛을 반사해 빛나는 그녀의 눈은 이상하게 왠지 슬퍼 보였다.

 

 “기웅아…!”

 

 그때였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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