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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3 합-솥발처럼 갈라선 촌구석
작성일 : 20-08-17 07:16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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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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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시각. 노인은 자신이 구해준 미망인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면서, 식량이 담긴 자루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저녁밥부터 챙겨주시오. 나도 요 며칠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으니.”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젊은 여성은 곧바로 주방의 솥과 그릇. 식칼 등에 묻은 먼지부터 바쁘게 털어냈다. 그리고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성냥을 찾았지만, 성냥조차 쉽게 찾을 수 없어 결국 노인이 아궁이 근처까지 걸어갔다.

 

  노인이 장작에 성냥을 갖다 대려다가, 장작이 눅눅한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젊은 여성 몰래 장작더미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고, 잠시 후 장작에 연기가 일면서 불이 확 붙었다.

 

  “천천히 준비해줘도 좋소.”

 

  노인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식탁에 앉아, 한가했을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젊은 미망인은 노인에게 다시금 몇 번이나 절을 하면서 감사를 표했다.

 

  “저,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그렇게 젊은 미망인의 집 굴뚝 에서, 정말 며칠 만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마을 상황이 어떻다고 했소?”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한 노인과 젊은 미망인. 미망인이 설거지까지 전부 다 마친 뒤, 노인의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은 식사를 마친 직후 곰방대에 담배를 집어넣고 불을 붙였다.

 

  “최악이에요. 원래 이 마을은 군벌 원서계가 점령하고 있던 지역인데,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거의 매일같이 약탈하듯 식량과 재산을 가로채더니. 정작 일본군 낙오병 하나도 이기지 못해서 이 마을의 일부를 일본군들에게 내놓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마적 떼까지 모여들어서 역시 마을의 일부를 가져가 버렸죠.”

 

  “천하 삼분지계도 아니고, 이런 쥐똥만한 마을이 세 쪽이 났구려. 에잉 이런 누런 모래먼지만 가득한 곳에 뭐 해 처먹을 게 많다고, 파리떼가 몰려오는지.”

 

  아이를 데리고 있는 미망인은, 노인의 한마디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노인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곰방대를 재떨이에 털어냈다.

 

  ‘조선에서도 그랬지만, 이곳도 내가 발붙일 땅은 못 될 것 같구나.’

 

  “그러면 그 전까지는 어떻게 살았소?”

 

  젊은 여성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노인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오.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그래서 계속 이 마을에 남아 있고 싶소?”

 

  역시 젊은 미망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노인은 저 세 패거리가 있는 이상, 그녀가 마을 안에 사는 것도 마을을 벗어나는 것도 힘들다는 걸 직감했다.

 

  “그러면 내가 그 세 패거리에게 조금은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소.”

 

  조선 노인은 이번엔 곰방대가 아니라 굵은 구라파식 시가를 입에 문 채 씩 웃어 보였다.

 

  “예?! 그게 무슨….”

 

  “우선 이 마을의 마적 패거리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 어디인지 알려주시오.”

 

  젊은 미망인은 한참을 머뭇거리면서도, 노인의 강한 눈빛에 질려 마적 패거리가 자주 모이는 객잔점의 위치를 알려줬다. 하지만 그녀는 설명해주는 와중에도, 노인이 무사히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걱정 마시오. 나는 그 때와는 다르게 강해졌으니. 젊은 미망인과 어린 아이 하나 정도는 위험에서 지켜내고, 가시밭길을 걷어낼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하겠소.”

 

  노인은 곰방대를 입에 문 채, 씩 웃어 보였다. 젊은 미망인은 대체 노인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을 내뱉는지, 그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리고 도롱이를 벗은 그의 두꺼운 손등. 걷어 올린 굵고 단단한 팔과 칼도 안 들어갈 것 같은 목덜미 근처에 흉터가 잔뜩 나 있는 걸 그 모습을 발견했다. 게다가 두 팔은 마을에 있던 그 어떤 젊은이보다도 굵고 단단해 보였다. 그녀는 저 남자가 옷을 벗으면 그 안에도 단단한 근육과 상처가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 남자. 굉장히 많은 아수라장을 거치고 살아남은 거였구나.’

 

  동시에 젊은 미망인은 노인의 눈빛을 다시 한번 보며, 뭔가 납득한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녀는 ‘저 사람이라면 나를 맡길 수 있겠어.’라고 중얼거린 뒤, 노인의 손을 잡고 조용히 자신의 방까지 그를 안내했다. 그리고 그 날 밤. 미망인의 방에는 밤새도록 촛불이 켜져 있었다.

 

 

  노인이 젊은 미망인과 한 침대 위에서 밤을 보낸 다음날 초저녁 무렵. 노인은 술과 매콤한 향신료. 그리고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객잔 앞에 서 있었다. 그 안에는 아직도 변발을 하고 다니고, 청나라 특유의 유목민 복식을 한 남자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다른 마을에서 털어온 것으로 보이는 약탈품들. 금은보화부터 시작해 막 피를 빼고 칼로 토막 치는 중인 양과 닭 같은 짐승들. 그리고 노예로 팔아치울 여자와 아이들까지 서로 분배하고 있었다.

 

  단 한 명. 두목으로 보이는 거구의 남자는 잔치 분위기인 다른 마적패들과는 다르게, 구석진 곳에 떨어져 앉아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적단과 상관없는 사람이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적들은 일제히 조선 노인을 노려보면서 각자 총과 칼을 뽑아 들 준비를 했다. 다만 저들이 들고 있는 총이라고 해봤자, 모신나강 소총과 나강 리볼버 정도의 낡아빠진 총기 서너 개 정도가 고작일 정도로 무기가 빈약해 보였다.

 

  젓가락을 이어붙인 것 같은 외모의 남자가 바로 공격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순간. 두목으로 보이는 수염 덥수룩한 남자가 다른 마적패들을 말리면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노인이 빈자리에 앉자 그의 옆에 앉으면서 슬그머니 말을 걸었다.

 

  “자네 조선인이구만.”

 

  “사람 잘못 봤소. 나는 조선인이 아니오.”

 

  노인은 유창한 중국어로 대답하며 손을 내 저었다. 그러자 마적단의 우두머리가, 노인에게 사람 머리통 크기의 술병 하나를 통째로 넘겨줬다. 노인은 술병을 받아드는 순간, 이 안에 술만 담긴 게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노인은 항아리를 흔들어, 그 안에 들어있는 금속 조각들이 시끄럽게 울게 만들었다. 그리고 술 항아리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마적 두목에게 물어봤다.

 

  “이건 무엇이오?”

 

  “뭐긴 뭐야. 자네한테 큰일을 한 건 맡기고 싶은 거지. 저기 일본군 낙오병들 있는 데에 보낼 생각이라고.”

 

  노인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마적 두목에게 한마디 던졌다.

 

  “혹시 내가 조선인이라고 생각하고. 또 조선인이라면 일본인을 죽이는 데 열이 올라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소만? 그렇다면 착각도 보통 큰 착각이 아니오.”

 

  마적단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적단 두목은 술 한 잔을 목구멍으로 넘긴 뒤, 노인의 등을 가볍게 두어 번 두들겼다. 그 때 노인은 마적단 두목의 손바닥에서 타들어갈 것 같이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는 걸 느꼈다.

 

  ‘역시 저 자도 내공을 쌓은 자인가? 굉장히 높은 상승 내공을 갖춘 권법가가 도적 두목이라니 한심하군.’

 

  노인은 일부러 눈치채지 못한 척하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도적떼. 그것도 이미 망한 나라의 도적들이 민족이니 뭐니 하는 걸 신경이나 쓰겠나. 그냥 뭔가 무술이라도 익힌 것 같아서 일을 맡기려고 한다만. 뭐 무술을 쓴다는 것도 내가 잘못 본 건가?”

 

  이에 노인은 곰방대를 입에 물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뒤이어 노인이 심호흡을 한 번 하자, 곰방대 밖에까지 드러날 정도로 꾹꾹 눌러 담은 담배가 눈 한 번 깜박일 사이에 전부 다 타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연기를 한꺼번에 내뿜으니 그의 머리 위로 진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니오. 그건 제대로 봤소.”

 

  “그럼 마시게.”

 

  노인이 병을 들어 올리자, 병 안에 금속 파편이 짤랑거리는 소리가 그의 귀를 흔들었다. 노인은 어린 아이의 머리만한 병에 담긴 독주를 단숨에 다 마신 뒤, 술 항아리를 바닥에 내던졌다. 항아리 안에는 은으로 된 원보가 여러 개 담겨 있었다.

 

  “선 착수금이야. 우리한테 필요한 건 쪽발이의 모가지거든.”

 

  “어디에 있는 누구요.”

 

  “이 객잔에서 왼쪽 앞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일본어로 된 간판들이 잔뜩 붙은 구역이 있어. 그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맨 꼭대기 층에 일본군 장교 기무라 헤이타로라는 놈이 있더라고. 아마 그 새끼가 지금 일본군 낙오병의 우두머리일 걸.”

 

  “그놈을 죽이고 오면 되는 것이오?”

 

  “그렇지! 아마 놈들 특징상 우두머리가 죽으면 새 우두머리를 뽑긴 하겠지만, 그동안은 혼란에 빠져서 이 마을에서는 당분간 깝치지 않고 조용히 있겠지.”

 

  “일본군 낙오병 무리가 잠잠해지면 당신들을 무엇을 할 것이오?”

 

  마적 두목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활과 화살을 집어 들었다.

 

  “그거야 쪽발이놈의 무기창고라도 털어야지.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무기가 별로 좋지 않으니까 말이야. 탐관오리 원서계 놈들이랑 쪽발이들을 죽이려면 좋은 무기가 필요하잖아.”

 

  “알겠소.”

 

  조선 노인은 술병 안에 들어있던 원보를 도롱이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적패 두목에게 이름을 물어봤다.

 

  “당신 이름이 무엇이오?”

 

  “쑹 웨이. 그냥 그것만 기억하면 돼.”

 

  마적 두목의 이름까지 들은 노인은 조용히 객잔 밖으로 걸어 나가다가, 객잔 뒤편으로 슬그머니 돌아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몇몇 마적들이 술에 곯을 대로 곯아 벽에 기댄 채 코를 골거나, 길바닥에 토하다가 정신을 잃고 실신하는 놈들도 몇몇 있었다.

 

  “군기 따윈 기대할 수 없는 도적들이 다 그렇지. 그러면 하나만 잠시 빌려 가겠네.”

 

  노인은 곧바로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 마적의 활과 화살을 뺏어가고, 그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적당히 옷을 뭉쳐서 어깨에 매단 뒤, 곧바로 높이 뛰어올라 객잔 지붕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 때 마적 두목 쑹 웨이가 소변을 누러 밖으로 나오는 걸 봤다.

 

  쑹 웨이는 소변을 다 본 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노인은 그런 쑹 웨이의 모습이 수상해서, 도롱이 두른 몸을 최대한 납작하게 엎드린 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봤다. 잠시 후 지나치게 기다란 칼을 등에 찬 일본군 장교가 그의 등 뒤로 다가갔다.

 

  노인은 그 일본군 장교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노인이 미망인을 구해줄 때, 쏴 날린 구슬을 베어내고 또 미망인에게 천을 덮어 씌워줬던 ‘사무라이’였다. 쑹 웨이는 주변을 죽 둘러본 뒤, 부하들이 술과 고기에 정신이 다 팔린 걸 확인하고. 일본군 장교를 조용히 뒤쪽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노인은 일본군 장교와 마적 두목 쑹 웨이가 나누는 이야기를 전부 다 들어버렸다. 노인은 두 사람의 대화를 다 듣고 나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거 생각보다 일이 더 잘 풀릴지도 모르겠군 그래.’

 

  잠시 후 일본군 장교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건물 벽과 그림자 사이로 스며들 듯 이동했고. 쑹 웨이는 술에 취한 척 하며 다시 객잔으로 돌아갔다. 노인은 이제야 진짜로 일본군 낙오병들이 거주하고 있는 본거지를 향해, 보름달 특유의 시리도록 차가운 빛을 받으며 건물 지붕 사이를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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