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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2합-약자는 어디를 가도 똑같다.
작성일 : 20-08-17 07:14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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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주시오! 누구라도 좋으니 도와달란 말입니다! 우리 가족들을 살려주시오!”

 

  수염도 없고 머리카락도 새까맸을 시절의 노인 옆에는 총과 칼에 맞아 처참한 시체로 변한 젊은 남자. 그리고 더 옆에는 거의 다 죽어가는 젊은 여성과 어린아이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도 노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노인을 몽둥이로 두들겨 패면서 온갖 모욕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저리 가라고 이 자식아! 괜히 일본군을 건드려서 우리 마을을 다 엎어놓을 생각이냐?”

 

  “죽으려면 너랑 네 가족만 죽으란 말이야! 왜 우리까지 휘말리게 만드는데?”

 

  노인은 그때 얻어맞았던 곳들이 다시 욱신거리는 걸 느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면서 마을 사람들을 다시 한번 죽 둘러봤다.

 

  “내 조국도 그리고 이 마을도 그냥 도축장이나 다름없군. 사람들은 전부 다 거세당한 소나 돼지고 말이야.”

 

 

  결국 보다 못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와, 걸치고 있던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씌워주듯 입혔다. 젊은 여성은 노인이 덮어준 외투로 몸을 가리면서, 노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노인은 아직 마르지 않았던 눈물을 참기 위해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

 

  “자 이것으로라도 몸을 가리시오. 아이가 있다고 해도, 아직 한창 나이의 여성인데 너무 보기 안쓰럽소.”

 

  “가, 감사합니다.”

 

  조선 노인은 그 다음 어린 아이의 상태를 살펴봤다. 잠시 맥도 짚어보고 숨을 쉬는지 가슴에 귀를 대 본 노인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젊은 여성에게 그의 상태를 알렸다.

 

  “잠시 정신을 잃은 것뿐이구려. 다만 몸에 기력이 별로 없는 것 같소. 아마 굶고 산 지 좀 된 모양인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밥을 한 번 먹여야 할 것이오.”

 

  노인의 진단에 젊은 여성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노인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쓴 약을 삼킨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수염을 한 번 쓸어내린 뒤. 상의 주머니에서 그의 팔뚝만큼 기다란 곰방대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건 그렇고 이 마을에도 젊은 남자들이 제법 많은 것 같은데, 다들 너무 조용하지 않소? 방금 전 왜놈들이 날뛸 때 가만히 있던 건 이해라도 하겠지만, 전부 다 정리가 되었는데도 아무 관심도 없어 보이는지?”

 

  노인의 말에 마을 젊은이들은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있는지, 모두들 창문을 닫고 문을 꽉꽉 걸어 잠갔다. 그 모습에 노인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담뱃재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뭐 상관없나. 아무튼 이곳에서 며칠 쉴 생각인데 괜찮겠소?”

 

  미망인은 노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녀는 노인의 눈빛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모습을 유지하는 걸 보고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먹을 건 거의 없지만 그래도 들어오신다면….”

 

  노인은 마을 사람들이 전부 다 문을 걸어 잠근 걸 보고, 수염을 쓸어내리며 식량 자루 몇 개를 가볍게 들었다.

 

  “일본군 놈들을 쫓아낸 보수로 가져가도 좋을 것 같소. 어차피 찾으러 나올 사람들 같지도 않고, 이대로 냅둬 봤자 마적이나 군벌 녀석들이 다 주워갈 것 같은데.”

 

  말을 내뱉은 노인은 주변을 둘러보며, 아직도 창문을 열거나 문을 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주먹 크기의 강아지가 자기 팔을 물었을 때처럼,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참으로 한심한지고. 조국에서 봤던 그 추잡한 모습을 여기에서도 또 보게 되다니. 참으로 죽으면 늙어야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구만.”

 

  노인이 미망인을 따라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자, 그제야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씩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마을의 젊은 남자들은 일제히 노인을 욕했다.

 

  “저 조선 노인네는 뭐 하러 우리 마을 일에 참견이야?! 우리가 가만히 버티고 있는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 선에서 끝나는 건데 아주 우리 마을을 박살 낼 일 있나?!”

 

  “저, 저! 저 노인네 우리 집 식량을 가져가버렸어! 아오 진짜 오지랖 하고는!”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노인을 비난하며, 일본군이 버리고 간 약탈물들을 주워 담는 데 바빴다. 심지어 몇몇은 남의 집 물건까지 제 것처럼 가져가다 싸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한편 멀리 떨어진 객잔점에서 만주족 특유의 복식을 갖춘 두 남자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 말리십니까 형님?”

 

  비쩍 마른 젓가락 같은 남자가, 아무렇게나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바위산 같은 체구의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런 모질이 같은 놈들의 아귀다툼을 말려서 뭐 하게. 게다가 저런 건 우리가 담아갖고 가 봤자 모습만 추해진다.”

 

  형님이라고 불린 거구의 사내는 코웃음을 치며, 더 이상 술잔을 기울이지 않고 젓가락을 테이블 위에 내리치듯 놓았다. 비쩍 마른 남자는 남은 술과 요리를 챙겨 옆 테이블로 달아났다.

 

  거구의 남자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시자, 손에 불타는 것 같은 황금빛의 기운이 맺혔다. 그가 숨을 내뱉는 것과동시에 식탁을 힘껏 내리치자, 마치 벼락이 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단단한 나무 테이블이 두부를 베는 것처럼 가볍게 두 동강이 나 버렸다.

 

  ‘그래도 방금 앞에 나선 그 노인은 제법 괜찮아 보였어. 그가 도와준다면 내 목적도….’

 

  거구의 사내는 비쩍 마른 젓가락 쪽을 먼저 노려보고, 뒤이어 더욱 뒤쪽에서 술에 찌들어 있는 너저분한 무리를 훑어보며 혀를 찼다. 그는 더 이상 젓가락과 그 뒤의 패거리들을 보기 싫어, 조용히 객잔 밖으로 나가 반으로 갈라진 달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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