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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드림앰버서더
작가 : 자유론
작품등록일 : 2020.8.2

어느 날 그들은 홀연히 자신 앞에 나타난 한 광고지를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어젯밤 꿈 속에서 만난 그 무엇을 만나게 해 드립니다 -By. 드림 앰버서더>

드림 앰버서더를 운영하는 신비로운 남자 아벨과 대한민국 최초의 여사제를 꿈꾸는 마리아.
각기 다른 사연을 하나 둘 해결하다 보니 다다르게 된 단 하나의 관계.

 
疲[피곤할 피]
작성일 : 20-08-17 00:32     조회 : 246     추천 : 0     분량 : 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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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 돌아온 재광은 언제나처럼 미호를 침대에 앉혀 놓았다. 오랜 시간동안 굳어진 습관이었다. 단 한 번도 인형으로 보인 적이 없던 미호였다. 하지만 꿈에서 진짠 미호를 만난 뒤로, 이 인형은 더 이상 미호가 아니었다.

 

 아니 그 전까지 미호의 혼은 이곳에 담겨 있었을 것이다. 마치 이 인형 속에 담겨 있던 미호가 어딘가로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재광은 인형을 붙잡고 간절히 부탁했다.

 

 “미호. 다시 꿈속에서처럼 내게 웃어줘. 나한테 입 맞춰줘. 응?”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제발 대답 좀 해봐. 응? 아까까지만 해도 내가 말했잖아.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재광은 그대로 쿠션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병신. 나 지금 뭐하는 거지.’

 

 꿈속에서 깨어날 때처럼 몸을 웅크려보았다. 절망이 뜨겁게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혹여나, 이렇게 잠들다 깨어나면 다시 그 곳으로 갈 수 있을까하는 희망을 품어보았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며칠을 먹지도, 씻지도 않은 채 누워있었음에도 재광은 의식은 집요하게 단 하나의 감정을 붙잡고 놓아주질 못했다.

 

 ‘맞아. 그 이상한 헤드셋. 그래. 그걸 가져 오는 거야.’

 

 재광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며칠을 굶었더니 속이 쓰리고 온몸이 누군가에게 발길질이라도 당한 듯 뒤틀리 듯 아파왔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워 세면대 앞에 서 거울을 보니 움푹 팬 눈이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 속에서 구린내가 밀려왔다.

 

 재광은 온몸을 정성들여 구석구석 씻고 나와 집밖을 나섰다. 며칠 만에 보는 해가 너무나도 눈이 부셔 얼굴이 찌푸려졌다. 버스를 기다리며 재광은 그 남자에게 정중히 부탁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쉽지 않겠지만 그 남자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몰래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다보니 어느새 익숙한 건물 앞까지 도착했다. 반드시 그 헤드셋을 가져오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버튼을 눌렀다. 얼마 안 있어 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문 틈 사이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굳게 닫혀 있던 철제문이 활짝 열려져 있었다. 피아노 소리는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문 위에‘마리아 음악교습소’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며칠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처럼 책상이 나타나길 바라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빈 복도였던 문 앞의 공간에는 양 옆으로 작은 방들이 있었고 아이들이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 재광이 앉았던 소파가 있던 자리에서 며칠 전에 보았던, 그 남자를 닮은 여자가 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불쑥 들어온 재광을 본 그녀가 현란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져들 것 같이 오묘한 눈동자가 재광을 직시하고 있다.

 

 “무슨 일이신지?”

 “아니 저, 그게……, 그러니까. 원래 여기 있던 그 남자는 어디 간 건가요?”

 “원래 여기 있던 이라니요…? 저희 학원에 레슨 받는 지인분이 계시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그 남자 있잖아요. 그쪽이랑 닮은!”

 “실례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수상했다. 갑자기 발밑에서 발견된 광고지도, 낡아빠진 건물에 어울리지 않게 넓게 펼쳐진 공간도, 그 이상한 빛을 뿜어내던 등도, 그 남자도. 하지만 가장 화가 나는 건 자신의 사랑을 잃어버렸다는 점이었다.

 

 “여기 원래 주인 어디 갔어요?”

 “원장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제가 이 학원의 원장이긴 한데. 누굴 찾으시는 건지.”

 “여기 원래 피아노 학원 아니잖아요! 이상한 마법사 사무실 같은 곳이잖아요! 그 남자 어딨어요? 아니 여기 언제 이사했어요?”

 

 울먹이며 소리치는 재광의 목소리에 방문을 열고 아이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대답해 봐요. 그쪽 며칠 전에 나랑 여기 앞에서 마주쳤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여기 피아노 학원 아니었잖아요!”

 “아저씨 우리 선생님한테 왜 그래요!”

 

 갑자기 아이들이 우다다 달려 나와 재광의 앞을 막아섰다.

 

 “아저씨 누구에요? 왜 자꾸 우리선생님한테 뭐라 그래요?

 “우리 유치원 때부터 여기 다니고 있는데 아저씨가 왜 자꾸 이상한 소리해요!”

 “자꾸 우리 선생님 괴롭히면 우리 아빠한테 전화할 거예요!”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보며 난감해하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모든 걸 빼앗긴 건 자신인데, 항상 피해자는 자신이었는데 왜 모두들 이런 눈으로 자신을 보는 걸까. 꽉 쥔 주먹이 바르르 떨려왔다.

 

 “언젠가 꼭 밝혀내고 말거예요. 난 안 속아요.”

 

 재광은 뒤돌아 서, 뛰듯이 그 곳을 빠져나갔다. 여자는 뒤돌아서 멀어지는 그런 재광을 안쓰럽다는 듯이 보며 중얼거린다.

 

 “부디 신의 은총이 당신과 함께하길.”

 

 

 **

 

 

 오늘도 역시 이 곳이다.

 두려움에 심장이 쿵쾅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에, 어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야했다.

 

 주원이 달리기 시작하자 붉은 하늘은 마치 살아있는 듯 꿀렁이기 시작하더니 곧 긴 포효를 뱉어냈다. 뒤이어 끼익, 끼익- 소리를 내며 어김없이 그녀가 쫒아오기 시작했다.

 

 주원은 공포에 질려 그저 미친 듯이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주원을 조롱이라도 하려는 걸까. 그녀는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멈춰서길 반복한다. 그리고 그녀가 멈춰 설 때마다 주원과 그녀와의 간격은 점점 좁혀져만 갔다.

 

 주원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그녀와의 간격을 확인한다. 짓이겨진 얼굴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으악! 저리가! 꺼지라고!”

 

  주원은 중심을 잃고 나자빠지자 기다시피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앞의 길은 어느새 끊어져 검은 물웅덩이로 변해있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길은 없다. 주원은 눈을 감고 그 검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막은 코와 입으로 쇠 맛이 나는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허우적거리며 눈을 뜨자 어느새 웅덩이는 핏빛으로 변한 채였다. 그리고 멀리서 그녀가 천천히 주원을 향해 긴 머리를 흩뜨리며 천천히 헤엄쳐오고 있었다.

 

 “악!!”

 

 주원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났다.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 사이로 투둑, 투둑하고 빗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원은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조용히 욕설을 내뱉었다. 문득 고개를 돌리니 의자에 걸쳐져 있는 크림색 카디건이 보였다. 이틀 전, 꿈을 떠올리며 몸서리치는 주원에게 소녀가 가져가면 도움이 될 거라며 건넨 옷이었다.

 

 자꾸 도려지고 뭉개진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맨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문지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카디건을 걸치자 포근한 감각이 등 뒤로부터 전해져오며 조금씩 두려움이 사라져갔다.

 

 사실 주원의 악몽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 된, 꽤 오래된 악몽이었다. 그 시작이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지만 주원의 기억으로 아마 대여섯 살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딱히 어떠한 계기나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어린 주원에게 찾아왔다.

 

 대학병원에 가보고 심리치료를 받아보아도 특별히 이상한 점이나,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의사들은 그저 학령전기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며, 곧 괜찮아질 거라며 주원과 부모를 위로했다.

 

 그러기엔 너무나 끔찍한, 해결책이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악몽은 주원이 사춘기가 찾아올 무렵부터 천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꿈은 어김없이 주원을 다시 찾아내었다.

 

 도대체 그 여자는 누구일까. 반복되는 꿈이었지만 차마 여자의 얼굴을 확인할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언제나 주원은 도망치기 급급했고,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 역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짓이겨져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원의 마음속에는 여자에 대한 공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아이와 소녀, 할머니 같은 특정연령대를 제외하고는 여자들이 불편하고 무서워졌다.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인구의 절반이 여자인 세상을 살아가는데, 여자를 두려워하니 일상생활이 제대로 영위될 리 만무했다.

 

 그나마 여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남중, 남고, 공대로 진학을 했지만 성인이 되고나서는 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상, 어쩔 수 없이 여자들과 부딪쳐야만 했다.

 

 주원은 노골적으로 여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주원의 이러한 특징을 파악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특히나 여자들은 오직 여자를 향한 주원의 적의를 금세 눈치 챘다.

 

 ‘저 사람 게이야? 여자들한테 왜 저래? 왜 남자하고만 이야기하고, 남자하고만 다녀?’

 ‘왜 여자한테만 저렇게 무례하게 굴지? 인터넷에서만 보던 그 여성 혐오증 걸린 사람 아니야?

 

  그저 두려웠을 뿐인데, 어느새 주원은 가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주원은 점심 식사 후 회사 앞 전봇대에 붙은 한 광고지를 보게 됐다.

 

 <꿈속에서 만난 그 사람을 만나게 해드립니다 –드림앰버서더->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그럼, 그 귀신도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주원은 전단지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다시 만나게 해준다는 건, 이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게 해준다는 이야기인가? 아님 다시 꿈속에서 보게 해준다는 건가.

 

 그때, 회사 여직원들이 수군거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은 저기 음침하게 서서 뭐한데? 진짜, 괜히 찝찝해.”

 “야! 들리겠어. 조용히 말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자업자득일지도 몰랐다. 먼저 적의를 드러낸 건 주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젠 지긋지긋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공포를 극복하고 싶었다.

 

 평생 이렇게 여자들을 피하고 두려워하며 살 순 없었다. 주원은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드림앰버서더입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앳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전화기를 쥔 손으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기껏 용기를 내서 전화했는데 또 여자였다. 두려움에 입술에서 작은 경련이 이는 듯 했다. 떨리는 입술을 아랫니로 잘근 깨물었다. 그때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설여지시는 거라면,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돼요.”

 

 소녀의 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주원은 당황스러워져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아니, 저, 그게.”

 “결심이 서면, 그때 다시 전화주세요. 기다릴게요~”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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