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신을 처리하는 공무원
작가 : 설헌
작품등록일 : 2020.8.7

신을 죽이면 그 능력을 얻는다. 수도의 지방 경찰청의 모든 청사에 아무도 모르게 존재하는 검열과. 그것은 귀신이나 신, 괴이, 도시전설과 같은 기묘한 일을 해결하는 특수한 과이다. 경찰관 한서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 일에 얽히게 된다. 악마나 천사, 괴이나 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격리하고 지워버리는 일을 맡는 그 과에서 그는 이상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4화 - 빛을 거두는 신
작성일 : 20-08-16 19:54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01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도대체 뭘 격리시켜 놓은거야...”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녀의 숨소리만이 이상하리만치 크게 들리는 기묘한 고요. 지긋지긋했다. 차라리 시끄러웠으면 좋겠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런건, 말이 안된다. 그냥 말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문이 없는 방으로 다가갔다.

 한발짝, 한발짝.

 사람이 지나가지 말라고 소리지르는 듯, 금줄이 칭칭 얽혀있는 기묘한 방. 그 모습에는 긴박함마저 느껴졌다.

 이 곳 너머는 지나가지 말아라.

 이 곳 너머는 들어가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때, 전구가 깜빡였다. 그녀는 흠칫 놀라 몸을 떨었다.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간신히 살아난 전구. 그녀는 깨달았다.

 자기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그녀는 그 순간 전구가 자기 생명인 것 처럼 느껴졌다.

 엄청난 고요.

 시간으로 따지자면 몇 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겠지만 그녀에게는 수십분이나 될 정도로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하늘이 빛을 잃은 지금, 이 곳의 빛이라곤 저 허술해보이는 백열전구 뿐이니까.

 저 불이 꺼진다면.

 저 불이 꺼져서 어둠 속에 같힌다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심연에 같히면.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깊게. 폐 깊숙히까지 공기를 채워 넣었다.

 그리곤 그녀는 그 방 앞에 섰다.

 "하......"

 그녀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중앙에 존재하는 칠흑의 큐브.

 모든 빛을 흡수하는 이상한 물건.

 인어의 피나, 순혈의 은, 아니면 악마의 유황가루 같은 것들은 정말로 구하기는 힘들지만, 구하는 방법과 구하는 곳을 제대로 알고있다면, 구할수는 있다.

 물론 지불할 합당한 대가가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이런 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도 알 수 없다.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차마 이해할 수 조차 없는 물건.

 인간의 하찮은 지성으로는 감히 파악할 수 조차 없는 물건.

 인간의 지식을 넘어선 물건.

 신에, 관련된 물건.

 신이 만든 물건.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은 것이다.

 손을 벗어난 이야기다. 자신의 손을 벗어났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렸다. 이 곳에서 나가기 위해.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귀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 뜨거운 숨결마저 느껴질만한 거리에서.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후우...훗...후우...훗.’

 그르릉거렸다.

 축축하고 뜨거운 숨소리.

 ‘후우...하..후웃.’

 온몸이 얼어붙었다. 너무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정도로.

 눈을 감고 싶었지만 눈조차 감을 수 없다. 그런 법이다. 핸드폰은 몇 초간 이상하리만치 밝은 빛을 발하더니 결국에는 빛을 잃었다.

 ‘크으으윽...하...후욱...후...하아....“

 그녀의 귀 바로 옆에서 가느다랗게 숨이 이어졌다. 언제 홀린걸까. 아니, 언제 기어온걸까.

 일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숨이 가쁜것도 아니다. 불규칙하고 소름끼치게나 축축했다. 당장이라도 침이 흐를것 같이.

 ‘후우...후...후욱...훅.’

 그건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감아도 찔꺽찔꺽. 질척질척. 여전히 그 끔찍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어슬렁거리며, 그녀의 주변을 돌았다. 철퍽거리는 소리,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축축하고, 기분나쁠정도로 미지근한 숨소리.

 지옥에서 방금 뛰쳐나온 것처럼 끔찍한 것들도,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많은 것들을 봐온 그녀지만 이렇게 소름끼치는건 처음이었다.

 ‘후욱...휴우우욱...크르륵...후우...‘

 그리고는... 입이 벌어지는 소리가 났다. 정말 끔찍하지만 그렇게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크에에에엑...'

 쩌어어억..

 뭔가 점액질의 어떤 것이 오랫동안 붙어있었다가 떨어지는 소리. 끈적끈적한 어떤 것이 질질 흐르는 소리, 그런 소리가 났다.

 목에 가래가 잔뜩 낀 무언가가 부글거리며 말하면 이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 바로 옆에서 속삭였다.

 “...그걸 내 놔.”

 손이 떨린다. 사람은 약하다. 가련하리만치 약하다.

 물가에 사는 것들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고, 위험하다. 축축한 물가를 돌다니며 사람을 놀래키기도 하고, 때로는 가져가 버리기도 한다.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이 깜빡거렸다.

 가로등이 깜빡일 때마다 그림자의 일렁거림이 점차 늘어난다.

 끼익거리며 기분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몸을 돌린다.

 그리고 돌아서자,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의 시선이 자신을 샅샅히 훑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묘한 감각.

 여전히 그녀의 귀 주변에서는 철퍽거리는 소리와 그 끔찍한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곳에 있는 건 오직 그림자 뿐이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아주 아름답거나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길 없이 기묘하게 생겼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

 도저히 설명할 길 없는 것들.

 가로등이 깜빡이면서 그림자의 형체가 기묘하게 깜빡인다.

 하늘을 바라보자 도시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빛이 점점 무언게에 의해 빼았기고 있는 듯했다.

 "아......"

 그녀는 입을 연다. 입을 열고 가만히 있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열린 입에서 영혼이 조금씩 빠져나가는것 같았다. 그것이 영혼을 조금씩 깎아 가고 있었다.

 초월적인 무언가를 앞에 둔 무력함.

 부조리함에 대응하지 못하는 절망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것을 올려다 본다. 점점 그것의 덩치가 커졌다. 끝없는 악의. 그 거리를 다 덮을 것처럼 커진다. 그림자에 형체가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연. 그림자가 그녀를 덮치고 거리 또한 덮친다.

 거대한 위압감이 그녀를 억눌렀다. 도저히 뭐라고 말해야 할 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이란 것은 부조리하기 때문에.

 그리고는 침묵이 찾아왔다. 고요한 분위기. 짜증날 정도로 너무나 고요하고, 너무나 음산한 분위기.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풀벌레조차도 울지 않는 고요함.

 하늘을 바라보자 저 멀리 도시의 고층건물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기묘한 골목 역시 서서히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골목의 끝이 서서히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골목을 비추는 아주 미세한 불빛의 가로등과 시설의 백열전구만이 간신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

 한숨도 아니고 헛웃음도 아닌 그 중간의 무언가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얼마만큼의 침묵이 흘렀을까.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런 침묵 이후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는....."

 '그것'은 아무런 기척도 보이지 않고 이 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맞을까. 정말 이 선택이 옳을까. 정말 모르겠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떴다.

 "...나를 못 해쳐. 맞지?"

 잠시의 침묵. 아마 자기가 뭘 들었는지 의아해할 걸. 그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녀는 그것을 마음껏 비웃어 주고 싶었다. 그것도 잠시, 침묵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

 “그걸 이리 내!”

 이리 내 놓으라고! 그렇게 소리지르며 그것은 스스로 분에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주변을 손톱으로 긁기 시작했다. 피묻은 손톱들, 그녀의 주변에 생겨나는 핓빛 손톱자국들.

 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

 “그걸 내 놔! 그걸 이리 내! 그걸 내 놔! 그걸 이리 내! 그걸 내 놔! 그걸 이리 내! 그걸 내 놔! 그걸 이리 내! 그걸 내 놔!”

 크흐흐흐, 그녀는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크하하하, 누가 보면 미친 사람처럼 보이려나. 그렇지만 상관 없었다. 더욱 더 웃고 싶었다.

 “절대 못주지...”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그런 하찮은 이유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이렇게 고생하고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화가 나니까. 너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조심스래 손을 펼치자 그 안에 기다렸다는 듯 검은 큐브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주머니에 들어있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크기의 입방체. 무게감은 없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냥 공기를 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걸 내 놔!!”

 악의가 점점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빼앗겨 그녀는 ‘그것’에 신경도 쓰지 않은채 이리 저리 큐브를 돌려 본다. 시설의 전구 빛을 비춰 보아도 빛을 반사하는 기색조차도 없었다. 빛을 없애는 물건. 그녀의 시선이 집중된다. 아마 물건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냥... 공간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무게감도, 광택도, 심지어는 질감까지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왜인지 흘러나오는 미세한 냉기도 그런 생각을 부추겼다.

 하늘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 날 것 같았다. 대기가 웅웅거렸다. 빼앗기기 시작한 거리의 빛은 점점 사라져서 이제는 간신히 시설의 백열 전구 근처만을 겨우겨우 비출 뿐이었다.

 암흑은 서서히 다가왔다. 이미 시설의 근처를 간신히 비출 뿐으로 그녀는 이미 반쯤은 어둠 속에 잠식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신의 물건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짙은 어둠 속에서는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을 감고 있는 것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간의 깊이도,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챌 수 없는 정말 짙은 어둠.

 딸깍. 시설이 나타날 때와 똑같은 소리가 나며 시설의 백열 전구가 깜빡였다.

 깜빡, 깜빡, 깜빡...깜...

 전구가 깜빡일 때마다 어둠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한 번, 한 번 깜빡일 때마다 어둠이 닥쳐왔다.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곤 그 백열 전구는 더 이상, 빛을 얻지 못했다.

 그 큐브를 감시하는게 목표였을, 절대로 꺼지지 않게끔 전임자가 설계했던 이 시설의 전구가,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 그녀는 코웃음 쳤다.

 질퍽질퍽, 어둠이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에 감싸이며 그녀는 생각했다. 어둠에 휩싸이는 걸 느낀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까드득

 "...그걸 이리 내."

 제발, 그녀가 생각한 것만은 아니었기를.

 그게, 내가 생각한 건 아니었기를.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7 6화 - 빛을 거두는 신 2020 / 8 / 31 212 0 6105   
6 5화 - 빛을 거두는 신 2020 / 8 / 18 198 0 5114   
5 4화 - 빛을 거두는 신 2020 / 8 / 16 209 0 5011   
4 3화 - 빛을 거두는 신 2020 / 8 / 13 208 0 5240   
3 2화 - 빛을 거두는 신 2020 / 8 / 11 205 0 6486   
2 1화 - 빛을 거두는 신 2020 / 8 / 9 221 0 6484   
1 프롤로그 2020 / 8 / 7 358 0 717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