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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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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42 밝은 곳의 그대와 함께 (2)
작성일 : 20-08-16 17:14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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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모든 영혼은 태어날 때부터 작은 빛과 그 빛이 그리는 궤적을 품에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다른 영혼과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저주에 눈이 가려져 길을 잃지만, 보이지 않는 궤적을 따라서 언젠가 맞이할 끝에 다다른다. 그건 첫 번째 창세가 일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영혼의 법칙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렉은 자신의 궤적이 다른 사람들의 궤적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영혼, 그의 빛에는 큰 흉터가 있었으니까. 반쪽이 뜯겨나간 상처를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아물게 한 뒤에 남은 흉터였다. 그 상처가 처음 생겨난 곳으로 그렉은 자신이 걸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눈을 감아도 보이는 강렬한 빛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모든 길이 그곳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아, 저곳이 바로 모든 것이 시작된 순간이구나. 그렉은 곧바로 이해했다. 영혼이 상처 입은 때를 찾기 위해서는, 찬란한 창세의 빛을 마주하며 시간을 거슬러야 했다. 피할 수 없이 뜨거운 태양의 열기와 같은 그것을 마주할 각오가, 그렉에게는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얼마를 걸었을까. 그렉은 자신의 허리와 다리가 이제 아프지 않았다. 그렉의 몸은 점점 젊어지고 있었다. 조지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 뒤에도 상처가 생긴 순간은 나오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기억으로 돌아간 뒤에도 그렉은 계속해서 길을 걸었다. 그러자 눈앞에 펼쳐졌던 창세의 빛이 갑자기 그 세기를 키웠다.

 

  다시 빛이 잠잠해졌을 떴을 때, 그렉은 다시 늙은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가 그렉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의 삶을 살기 이전에, 그가 겪었던 삶. 이번에는 그의 영혼이 상처 입은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렉은, 아니 그렉 이전의 삶을 산 누군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그 영혼이 맞이했던 무수한 죽음과 탄생, 그리고 삶들을. 얼마나 걸었을까. 그렉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길옆에 나타난 작고 여린 가지를 바라보았다. 저것도 누군가의 길. 팔을 멀리 뻗으면 손끝에 닿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길과 그렉의 길 사이에 벌어진 거리는 조금씩 좁아지고 있었다.

 

  이 길의 주인을, 그렉은 알고 있었다. 그렉은 다리를 움직였다. 때로는 너무 늙어버리거나 너무 어려져서 걷기 힘들어도, 그는 계속 걸었다. 저 너머의 여린 길을 걸어간 이를 만나기 위해서. 때로는 가깝고, 때로는 멀리서 함께 숨 쉬며 살아갔던 제 반쪽을 찾기 위해서.

 

  그는 끝내 갈림길에 도착했다.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영혼이 상처 입고 둘로 쪼개진 자리가 여기였다. 그렉은 길이 갈라지는 거대한 줄기를 타고 내려와, 뒤를 돌았다.

 

  북쪽 대산맥에 사는 어느 엘프 부부가 있었다. 첫 번째 창세가 막 끝나 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주위의 축복 속에서 짝을 맺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아내는 태동을 느꼈다. 쌍둥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은 한 아이를 잃어야 했다.

 

  하나의 영혼은 그때 갈라져, 둘이 되었다.

 

  부부는 슬픔을 딛고 아직 살아있는 쌍둥이의 남은 한쪽을 낳는다. 심성이 착한 남자아이였다. 몇 해 지나고 그들은 다시 아이를 낳는다. 부모보다도 첫째를 잘 따르는 여자아이였다.

 

  “오빠.”

 

  그렉은 어느새 어린 여자아이의 몸이 되어, 이제는 두 영혼이 되어버린 제 반쪽을 찾았다.

 

  “여기 있어.”

 

  은은하게 빛나던 여린 가지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그렉은 그곳으로 갈 수 없었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간다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렉은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렉은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리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 자신을 구하고 남쪽 해저의 심연에 가라앉는 그를 언니라고 불렀다. 그는 그렉의 사랑스러운 막냇동생이었고, 요정의 대삼림에서 함께 늑대인간을 몰아내는 전우이기도 했다.

 

  때로는 형제였고, 자매였고, 남매였다. 언젠가는 피로 이어진 부모와 자식이 되고, 새로운 세대를 여는 부부의 연을 맺고, 충성심을 다한 주군과 신하의 예를 갖추고, 가끔 잔인한 운명의 뒤틀림으로 원수가 되어 서로를 죽였다.

 

  단 한 번도,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채로 살아간 적은 없었다. 이르든 늦든,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마주하고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겼다. 가끔은 이유도 알 수 없이 잊을 수 없는 사람인 것으로 만족했지만, 그렉은 그에 안도했다.

 

  “단 한 번도 너를 잊은 적이 없다는 거니까.”

 

  거슬러 왔던 만큼의 탄생과 죽음을 다시 거치며, 그렉은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건너편의 길에 다시 빛이 돌아왔다. 그 자리에 조지는 없었다. 하지만 상냥한 목소리가 그렉의 주변에 감돌았다.

 

  “잠에서 깰 시간이야, 그렉 형.”

 

  그렉은 눈을 떴다. 주변이 어째서인지 어수선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들 왜 그러십니까?”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그렉을, 침대에서 안식을 찾은 그의 육신이 아닌 사람들의 등 뒤에서 반짝이는 그의 영혼을 보았다. 그렉은 두 팔을 벌려 조지를 만났을 때처럼 젊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애도의 울음소리를 잠재웠다.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됩니다. 긴 여정이 끝났을 뿐이지 않습니까.”

  “그렉 형!”

 

  두 팔을 벌린 그렉에게 조지가 날아들었다. 이제야, 그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다. 우리가 걸어온 그 길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세월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삶은 길다. 그 시간 동안 홀로 자신을 기다려온, 나의 반쪽. 그렉은 조지를 끌어안았다. 다시 하나의 영혼이 될 수는 없지만, 둘은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언제나 그러했듯.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렉은 다른 사제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앞에서 진한 사랑을 나눈 것이 어쩐지 뒤늦게 부끄러웠다. 하지만 곧장 위엄과 연륜을 갖춘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비록 죽었으나 영원한 빛이 되었고, 이에 관한 옛 관습대로 후임이 정해지기 전까지 대사제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공의회에서 제가 세운 안건과 그 표결은 유효합니다.”

 

  대사제들은 그렉의 말에 수긍했다. 그들은 끝을 앞둔 공의회의 회의장으로 향했다. 괜찮아. 여기서 기다릴게. 조지는 어서 일을 끝내고 오라며 그렉이 잠든 방에 남았다.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미처 깨닫지도 못했던 정말 긴 여정을 함께했다. 이렇게 잠시 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렉이 공의회에 나타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영원한 빛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사제들의 짧은 환호가 이어졌다. 대사제들이 모두 모였기에, 투표의 결과를 확인할 시간이 다가왔다. 목소리가 좋고 힘 있는 젊은 사제가 그들에게 예를 표한 다음 공의회장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영예로운 일을 맡겨주어 감사하다는 말로 짧게 인사를 올렸다.

 

  “아홉 대사제와 여기 계신 저의 스승이시자 또 다른 부모이신 신실한 사제들께서는 다음과 같은 안건에 대해 우리 교단의 전통과 교리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결정하셨음을 선포합니다.

 

  비적성의 안건, 요정의 늑대인간 토벌에 적극 지원. 가결.

  예학성의 안건, 사제의 예술적 책무에 대해 탄력 조정 허가. 부결.

  성직성의 안건, 각 지역의 성소를 운영과 연대를 활성화하는 관리체계 개편. 가결.

  시성성의 안건, 각 과정에서 요구되는 과정을 더욱 엄격하게 변경. 부결.

 

  “교리성의 안건, 모든 영원한 빛 개인을 섬기는 행위를 이단에서 제외.”

 

  가결.

 

  표결 결과의 발표를 마치는 젊은 사제의 선언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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