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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톡홀름 신드롬
작가 : 새이
작품등록일 : 2020.8.10

계약작입니다. 공모전 기간 종료 후, 업로드된 회차는 삭제처리됩니다.
감사합니다:)

 
14. 감춰진 진실 속, 비는 내리고.(3)
작성일 : 20-08-15 18:49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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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다른 루머들도 억울했지만, 내가 아버지께 대들며 싸웠다는 말 만큼은 정말이지 전혀 진실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별장으로 출발하기 며칠 전, 권희성도 이제 스무살이니 사장직을 넘겨주려한다며 나더러 ‘부사장으로서’ 희성이를 도우라 하셨다.

 

 내가 가진 부사장직은 어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구색 맞추기용으로 주신 거면서, 이제 막 스무살이 된 희성에겐 사장직을 덥석 주려하셨다. 나는 밀려오는 모멸감을 떨쳐내지 못 하고 홧김에 ‘저도 아버지 아들이다, 왜 저는 아들 취급 안 해주시냐’라고 물었다.

 당연히 아버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에 상처 받지 않았다. 그분은 늘 그런 분이셨으니까. 이게 어떻게 아버지와 싸웠다는 말로 변질되어 있던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친아들임에도 ‘양아들’, ‘미혼모의 아들에서 신분상승’, ‘현대판 신데렐라’, ‘낙하산’ 등의 갖은 오명을 쓴 채 살았다. 덕분에 나는 대외 활동은커녕, 안 좋은 시선만 받으며 홀로 자랐다. 어머니는 한성의 안주인 자리를 꿰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쇼핑과 도박에 빠져 살았다. 결국 내 곁엔 나를 보호해줄 어른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게 아버지는 단 한번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으셨다. 이는 내가 아버지의 눈에 들기엔 현저히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는 아버지께 인정받고 싶어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했다. 각종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휩쓸고, 모든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한국대 경영학과에 수석입학 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과탑을 손에 움켜쥐고 단 한번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24살이 된 작년, 무사히 대학을 졸업했다. 아버지는 그런 내게 수고했다며 부사장의 직책을 주셨다. 나는 고된 시간 끝에 드디어 아버지께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자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눈물에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아버지,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드시 한성에 큰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 아버지의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너도 내 아들이지 않으냐. 열심히 하거라. 부사장이란 자리는 보기보다 더 힘든 자리일 테니.”

 

 그 당시의 나는 ‘인자한 아버지의 미소’에 속았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다. 내가 가진 부사장직은 어머니의 잔소리에 마지못해 주신 거였다는 것을.

 

 어머니는 술에 취한 채 나를 보더니 ‘그래, 아버지가 네게 부사장직을 주셨다지? 그래도 아직 이 안소정을 사랑하긴 하나보네. 내 아들 사장 달아달라 한마디하니 이리 바로 주시는 걸 보면.’ 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이거 봐...그 여자보단 역시 나를 더 사랑하는 거야...’ 라는 혼잣말과 함께 실없이 웃었다.

 

 부사장이라는 직책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닦달에 못 이겨 주신 자리임을 알았을 때의 그 절망감은 내게 평생을 걸쳐도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유서에서마저 당연하다는 듯 내 언급은 없었다. 아버지는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나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으셨다는 뜻이었다.

 

 아버지는 대외적인 이미지는 중히 여기시면서, 정작 내부에선 한없이 차가운 사람이었다. sns에 퍼진 소문 중 진실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만 사람들은 진실 여부에 대해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윤비서는 다급히 내게 인터넷 상에서 퍼지고 있는 루머 자료들을 내밀었다.

 

 “...그 부분은 김재식 변호사님께 싹 넘기고 고소 처리하세요. 그런 유치한 루머들 일일이 들어줄 정도로 제가 지금 한가하지 않습니다.”

 

 “부사장님, 단순한 루머로 넘기기 힘든 수준입니다. 방금 속보가 떳는데…”

 

 윤비서가 들고 있는 패드 너머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별장 서재, 그러니까 사건 현장에서 내 ‘혈흔’이 나왔다고 한다. 그것도 아버지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밤 11시20분에서 25분 그 즈음에 흘린 것으로 보인다는, 그래서 내가 용의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는 속보였다.

 

 도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불행이 발생하는 거지? 내 곁에는 결국 아버지도 없었고 동생도, 어머니도 없었다. 나는 철저하게 모두에게서 소외된 채 혼자였다. 순간 치밀어오르는 화를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었던 나는 결국 책상에 있던 모든 것들을 팔로 거칠게 쓸어버렸다.

 

 와장창- 쨍그랑 -

 

 쓸려진 물건들이 바닥에 부딪쳐 처참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부사장님! 진정하세요!”

 

 “아아악!!”

 

 쨍그랑 -

 

 ‘그들은 죽고 나서도, 사라지고 나서도 기어이 나를 끝까지 괴롭히는구나.’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오히려 내 머릿속을 차갑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잠깐이나마 온전한 내 세계라는 환상을 느꼈을 뿐이었다. 마치 신기루 같이, 정신차리면 사라지는 그런 환상 말이다.

 

 나는 화낼 게 아니라, 이성을 붙잡아야 했다. 모든 정황이 나를 범인이라 가리키는 이 순간이, 마치 누군가 완벽하게 파놓은 함정인 것만 같았다.

 

 그게 누구든, 나는 절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주변에 휘둘려 살지 않을 테니까.

 

 “가짜 증언한 그 고용인들, 연락 됩니까?”

 

 “계속 시도는 하고 있지만 받지 않습니다. 잠적한 듯 보입니다. 주소지도 가 봤지만 전부 이사갔다고 합니다. 분명 누군가 뒤에서 그들을 부리고 잠적을 도와준 듯 합니다.”

 

 “후… 어머니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모님께서도 연락이 안 되십니다. 부사장님께 따로 연락을 드린다는 말만 마지막으로 하신 후 사라지셨습니다. 공항 출입국 기록을 알아보니, 유럽행 비행기가 예약되어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역시 어머니 답네. 혼자만 금세 빠져나가시는 걸 보니.’

 

 “...돈은, 아버지의 사망보험금입니까? 어머니는 수중에 돈이 없으실 텐데요.”

 

 어머니는 한성의 안주인이 되자마자 쇼핑과 자잘한 도박에 중독된 채 살았다. 덕분에 늘 돈이 부족했던 어머니는 회사의 비자금까지 손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가진 부사장의 직책 덕분에 그 사실은 늘 조용히 묻혔다. 그도 모자라 어머니는 도명계좌, 차명계좌, 가명계좌 등의 갖가지 불법 통장을 만들어 부동산까지 손을 뻗었다. 뒷처리는 당연히 내 몫이었다. 차라리 어머니가 보험금을 가지고 출국한 것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실만큼은 세간에 알려져서는 안 됐다. 그랬다간 한성 자체에 국세청의 강압적인 세무조사가 들어올 것이 뻔했으니까. 그런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면, 굳이 희성이가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사장직을 내려놓아야 할 상황에 놓일 터였다.

 

 “네. 회장님께서 서거하신 후 바로 보험사에 가셔서 보험금을 받으신 기록이 있습니다.”

 

 “최대한 기자들한테 안 새어나가게 막아주세요. 이 상황에 어머니 일까지 겹치면 제가 더는 추락할 이미지가 없을 듯 합니다.”

 

 어머니 일이 겹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지금처럼 조용히 살 순 없을 것임을 직감했다. 단독특종을 노리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기자들은 상당히 위험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못 한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책잡힌 채 마냥 붙잡혀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기자들은 변수가 커서 장담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김 변호사님께도 고소 리스트 방금 넘겨드렸습니다.”

 

 “어차피 영원히 묻을 순 없을 테니 당분간이면 됩니다. 우선은, 희성이에 대해선 좀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다른 일 생기는 즉시 보고드릴테니 조금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부사장님, 안색이 너무 안 좋으십니다.”

 

 “고맙습니다, 윤비서님.”

 

 언젠가 희성이 내게 체스를 둘 줄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한 내가 잘 못둔다며 얼버무리자, 희성은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며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

 

 “글쎄, 기본적인 룰은 알고 있지만 그리 잘 두는 편은 아냐.”

 

 “형이랑은 꼭 체스를 둬보고 싶었는데...시간 될 때 한판 하자. 꽤 재밌더라고.”

 

 “갑자기 웬 체스야? 너가 체스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판의 흐름을 읽고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상대를 파악하는 부분이 꽤 흥미있더라. 분명 형도 즐기게 될 거야.”

 

 “글쎄…그러려나. 그래, 그럼 남는 시간에 같이 체스 한판 하자.”

 

 ‘상대방의 수를 먼저 알아내고 그를 막던가, 아니면, 상대방이 내민 그 수를 역이용 하던가.’

 

 희성이 체스 판을 앞에두고 했던 말이었다.

 

 후에 윤비서를 통해 들어보니, 권희성의 체스 게임은 늘 희성의 체크메이트를 끝으로 상대를 무자비하게 함락시킨다고 했다.

 

 상대방의 킹을 피할 수 없도록 해서 꼼짝없이 죽게 만드는 ‘체크메이트.’

 

 그런 판을, 희성은 즐겼다.

 

 ***

 

 “부사장님, 내일 오전 9시에 검찰에 출석하셔야 합니다.”

 

 언제까지나 마냥 묻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을 받고 외국으로 ‘도망’ 갔다는 기사가 내 혈흔이 발견되었다는 속보가 뜬 바로 다음 날 오전에 단독으로 떠버린 덕분에, 더 추락할 곳도 없던 나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음산하기 그지 없었다. 내 어머니니, 내가 당연히 그 출국을 도왔을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행히도 사실이 아니었지만, 당연하게 사람들은 진실이라 믿었다.

 

 “어쩔 수 없네요. 입장문 준비해주세요.”

 

 “기자회견은 2시로 잡아놓겠습니다. 그 이후 거래처 일정은 모레로 미루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윤비서님,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네, 부사장님.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윤비서가 나가자 사장실은 적막으로 가득찼다. 회사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니었다. 내가 지나가면 다들 대놓고는 말하지 못해도 수군거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사장실도, 희성이가 돌아온다면 나는 사장실 뿐만 아니라 이 한성그룹의 건물 자체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임원들은 그저 나를 흘깃흘깃 바라보며 어느 줄을 타야하나 망설였다.

 

 그리고 이젠 혈흔에 대해 해명을 하든, 인정을 하든 더 이상 모른 체하며 묵비권만 행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더불어 전체적인 내 루머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도 참 궁금하네. 내 혈흔이 왜 거기서 나온 건지.’

 

 나는 밤 11시에 별장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시간으로 추정되는 11시25분 즈음에 나는 내 방에서 자고 있었다. 별장에 도착한 후, 나는 아버지의 서재로 눈길조차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 내 피가 발견되어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새 범인으로 확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최근에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 흔한 코피조차도 흘린 적이 없는데 대체 내 피는 어디서, 어떻게 그곳에 있었던 걸까. 더군다나 내가 마지막으로 헌혈한 지도 아주 까마득한 옛날 일이었다.

 

 여기저기 나를 죽이기로 작정한 듯 위험한 함정들로 가득한 이 판은, 과연 누구의 체스 판일까. 판의 흐름을 내 승기로 이끌기 위한 적절한 묘수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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