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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넌 어디에서 왔니
작가 : 해글님
작품등록일 : 2020.8.1

가출한 가을이의 영혼을 찾습니다!
소원을 이루기까지 단 하나의 악령만 남았는데, 다른몸에 빙의되어 버렸다.
진짜영혼을 찾고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야한다.
그런데 가을이의 약혼자에게 마음이 계속 끌린다. 난 원래몸으로 돌아가야하는데...
파면 팔수록 수상한 가을이의 과거. 그녀의 영혼을 찾을 수 있을까?
#로맨스#추리#기억상실#기억찾기#까칠남#다정남

 
18화. 때론 달콤하게
작성일 : 20-08-15 10:02     조회 : 235     추천 : 2     분량 : 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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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을은 그 후로 한숨도 못 자고 회사로 출근했다. 점점 기억의 조각들이 채워지면서 감정이 수십 번은 널뛰었고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화장으로 가리긴 했지만 붓고 퀭한 눈은 어쩔 수가 없어 일찍부터 출근해 보안경으로 얼굴을 가릴 생각이었다.

 "이 대리, 일찍 출근했네?"

 영준이었다. 가을은 차마 얼굴을 다 보여줄 수 없어 손으로 대충 가리고 꾸벅 인사를 했다. 영준은 그때처럼 철야라도 했는지 편안한 추리닝 차림이었다.

 "또 철야하셨어요?"

 "아니, 어제는 와이프가 집에 없어서 회사서 잤지요. 근데 이 대리 얼굴이..."

 "엄마야!"

 "윽!"

 갑자기 쑥 접근한 영준의 얼굴에 가을은 놀라서 손으로 그의 코를 쳤다. 코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영준의 모습에 가을은 찔끔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어투로 말했다.

 "그러게 예전부터 말했지만 갑자기 얼굴 들이미는 습관 좀 고치세요."

 "아니, 이 대리 말고는... 어?! 뭐야 이가을! 기억 찾았어?"

 벌게진 코로 환하게 웃는 모습이 우스워서 가을은 소리 내어 웃었다.

 "쿡, 부분부분요. 이제 일 분담해 주셔도 될 것 같아요."

 "축하해 이 대리! 이사실 지혁이도 알아? 아니지, 얼른 전화해야겠다."

 "아... 아뇨. 주대표 님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아차차! 괜한 오지랖이었네."

 가을의 어깨를 툭 치면서 영준이 코주름을 만들며 찡긋했다.

 "그래도 오늘까지는 쉬어. 얼굴 보니깐 업무 줘도 머리에 들어갈 공간이나 있겠어?"

 사연을 대충 알고 있는 영준은 티 내지 않으면서 가을을 배려했다. 그 마음이 고마워 가을은 오히려 더 싱긋 웃었다.

 "그럼 오늘까지 휴식 잘 받을게요. 그런데 얼른 집에 다녀오셔야 할 것 같은데?"

 "헉,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이 대리, 나중에 봅시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출입문으로 출근하는 걸 보고 영준은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가을은 얼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가 싶어 손거울로 한 번 더 체크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박 비서님"

 점심시간이 끝나고 가을은 커피를 사들고 대표실을 방문했다. 미리 박 비서에게 1시간 정도 지혁의 스케줄이 빈다는 걸 확인하고 지혁 몰래 대표실을 찾아왔다. 커피를 책상 위에 올리자 박 비서가 손을 잡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대리님, 이제 기억 찾으셨다면서요? 형, 아니 박 팀장님께 들었어요."

 이렇게 마주 잡은 손이 어색하지 않아 가을은 피식 웃었다. 박 비서와는 기억을 잃기 전까지 제법 친했던 사이였다. 그것도 그런 것이 지혁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고부터 대표실을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서로 얼굴을 익혔고, 그리고 박 비서와 함께 지혁의 험담을 하면서 더 친하게 지냈다. 수다를 좋아하고 감성적이었기에 박 비서를 동성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네, 다행히 돌아왔어요. 기억이."

 "얼마나 이렇게 얘기하고 싶었는데요. 그동안 대표님 눈치 때문에 말도 잘 못하고..."

 박 비서도 남자인지라 어느 순간부터 박 비서와 즐겁게 수다를 떠는 모습이 지혁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그의 눈치에 지혁이 있을 때는 서로 말도 못 하는 사이가 되었었다.

 "이제 눈치 보지 말고 쉬는 시간에 수다 떨어요."

 박 비서는 주대표 험담을 할 동료가 다시 생김에 기뻐하며 얼굴색이 밝아졌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자 둘은 후다닥 손을 때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척 문 앞에 나란히 섰다. 문을 열고 류 사장이 먼저 밖으로 나왔다.

 "그럼, 주대표 잘 부탁합니다."

 "네. 곧 회신드리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개인적인 만남이라 따로 비서를 대동하지 않고 온 류 사장은 문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무심하게 힐끗 보고는 다시 한번 지혁에게 눈인사로 감사를 표했다.

 "들어갑니다."

 그리곤 가볍게 인사를 하는 지혁을 보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했다. 지혁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을 듣지 않았다면.

 "어, 이 가을. 퇴근 안 했나?"

 "스케줄 빈다길래 잠시 들렸어요."

 류 사장은 그리운 이름에 지혁과 대화를 나누는 여직원을 바라봤다. 싱긋 웃는 옆모습에 보조개가 낯이 익다고 느낌과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급히 가을이라 불린 여직원을 불렀다.

 "자네!!"

 "네?!"

 갑자기 다가온 류 사장에게 가을은 깜짝 놀란 눈을 하고 그를 바라봤다. 가을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 듯 그는 흥분한듯하면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혹...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나? 부모님은 계시고?"

 "네? 아... 29살입니다. 부모님은 최근에 돌아가셨긴 하지만..."

 "부모님이 혹시..."

 "아저씨."

 지혁이 류 사장의 어깨를 잡고 굳은 얼굴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제서야 실수를 깨달았지만 류 사장은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표정이었다.

 "미안하군. 너무 닮아서... 허허. 이제는 환각까지 보이는가."

 자세히 바라본 가을의 얼굴은 그녀와 닮았지만 달랐다. 류 사장은 힘없이 웃고는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미안합니다. 가을 양. 착각했나 보군요."

 사람 좋게 웃지만 슬퍼 보이는 표정에 가을은 알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가슴이 순간 찡하고 아파졌지만 단순히 중년 남성의 힘없는 표정에 안쓰러움이 느껴졌나 싶었다.

 "괜찮습니다."

 자세한 사연을 알지 못하기에 선뜻 위로의 말을 건넬 수가 없어서 가을은 최대한 밝게 미소 지었다. 가을의 볼에 걸리는 보조개를 잠시 바라보며 류 사장도 따라 웃었다.

 "그럼 다음에 또 봅시다."

 가을은 힘없이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걸어가는 류 사장을 아무 말 없이 잠시 동안 바라봤다. 그 뒷모습이 아빠의 모습과 겹쳐져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지혁이 말을 걸지 않았다면 분명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근데, 정말 웬일이야 이 시간에?"

 당연히 가을이 먼저 퇴근한 줄 알았던 지혁은 그녀가 서프라이즈로 찾아오자 내심 좋았지만 한편으론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됐다.

 "할 얘기가 있어서요."

 순간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에 지혁은 덩달아 입매가 굳어졌다. 자세히 보니 가을의 얼굴이 부은 듯 좋지 않아 보였다.

 "들어와. 박 비서 들어오는 연락 잠시 차단해."

 "넵"

 그 말에 박 비서는 충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걸 지혁은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형을 통해 들었기 때문에 사무실 문이 닫히자 박 비서의 표정이 바로 풀어졌다. 지혁이 당황할 걸 상상하니 속이 펑 뚫리는 것 같았다.

 

 자리에 앉을 동안 가을은 말이 없었다. 지혁도 가을이 풍기는 공기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침묵을 깨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왜 그랬어요?"

 "뭘... 말이지?"

 "왜 거짓말했어요?"

 알 수 없이 왜라고 질문만 하는 가을이 답답했지만 지혁은 그녀를 독촉하지 않았다.

 "그러니깐 뭘..."

 "우리 계약이요. 왜 내가 제안했다고 거짓말했죠?"

 "그거야... 잠... 잠깐 당신, 지금 그게 기억이 난다는 거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까와는 다르게 개구지게 가을이 씩 웃고 있었다.

 "물론 기억하죠. 이건 정확하게! 누구테 뒤집어 씌... 꺅!!"

 가을은 그를 흘겨보다 갑자기 꽉 끌어안는 지혁에게 놀라 가볍게 비명을 질렀다. 그리곤 정말 기뻐하는 지혁의 얼굴을 보곤 자신도 모르게 입가가 스르르 풀렸다.

 쪽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가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자신도 모르게 문이 잘 닫혀있는지 바라봤다. 하지만 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 번 더 가을에게 입맞춤했다.

 "당신 이제 다 기억나는 거야?"

 "다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드문드문... 잠깐, 여기 회..."

 지혁이 한 번 더 가을의 입을 막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깊은 입맞춤이었다. 그리곤 입가에 그대로 속삭였다.

 "뭐 어때, 내 회산데."

 입술 바로 앞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따뜻했다. 지혁은 가을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 여린 피부를 씹어 먹기라도 할 듯 잘근 씹다가 이내 가볍게 빨아 당겼다. 가을은 간지러운 감각에 눈을 감고 지혁의 목에 팔을 둘렀다.

 열린 입술을 침범하듯이 지혁은 조금 거칠게 가을의 치열을 훑으며 혀를 휘어감었다. 조금 굳어있는 혀를 달래 듯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이내 가을의 뒤통수를 조금 강하게 당기고 그녀의 입안 더 깊숙이 침투했다. 여린 천장을 훑는 감각에 가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목에서 흘러나왔다.

 "흐응"

 소리가 자극이 된 듯 입안을 샅샅이 파헤칠 것처럼 조금 더 집요한 움직임에 가을은 몸을 들썩였다. 더운 숨결이 오고 가고 타액이 얽히면서 지혁은 그녀의 갈빗대를 가볍게 쓸었다. 찌릿한 감각에 가을의 목에서 신음이 울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못하고 지혁의 입안으로 삼켜졌다. 지혁의 손이 그녀의 여린 옆구리를 한 번 더 훑고 조금 더 위로 향했다.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잡자 가을은 짜릿함에 신음이 절로 나왔다.

 "으응!"

 하지만 신음을 뱉으며 그대로 지혁의 손목을 잡았다. 지혁도 그녀의 손길의 의미를 알고 아쉬운 듯 혀를 한 번 더 강하게 당기고는 느슨하게 입술을 맞대 곤 입술을 가볍게 빨았다.

 "하아... 하아..."

 "하아..."

 바로 앞에 느껴지는 더운 호흡에 가을은 숨을 가다듬으며 눈을 떴다. 가볍게 뜨는 가을의 눈가가 발갛게 젖어있어 지혁은 한 번 더 아쉬움을 느끼고 가볍게만 입술을 부딪히고는 떼었다. 더 이상 했다가는 여기서 일을 치를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 해명 안 했어요."

 "응, 그래."

 쪽 쪽

 여운이 남는 듯 가을을 끌어안고 입술 여기저기 뽀뽀를 하는 지혁 때문에 가을은 좋으면서도 대화가 되지 않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대표님. 대화 좀 하시죠?"

 막은 손바닥마저 혀로 가볍게 핥자 가을은 얼른 손을 등 뒤로 숨겼다. 발개진 얼굴로 자신을 흘겨보는 가을의 표정에 지혁은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웃었다.

 "말해."

 "해명도 하셔야죠?"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 한건 아닌 것 같지만..."

 가을의 눈을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 짓는 지혁의 모습에 미인계에 넘어가 이대로 대화가 마무리될 것 같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누가 시작했던 이제 상관없잖아."

 "그렇지만 우리, 아직 정산이 남았잖아요."

 가을은 처음 시작한 단추를 다시 고쳐잡고 싶었다. 하지만 지혁은 정산이라는 말에 처음 계약을 제의했을 때 얘기되었던 2배의 보너스를 떠올렸다.

 "아... 맞아. 그게 있었지. 좋아, 지금 당장 입금하면 되겠지. 계좌번호 보내봐."

 "아니! 그거 말고요."

 당장 가을의 입장에서 큰 금액을 입금하려고 폰을 꺼내드는 지혁의 행동에 가을은 놀란 표정으로 막았다. 이럴 때면 지혁도 계산이 확실한 사업가인 게 티가 났다.

 "왜?"

 "아니... 진짜 돈 받으면 애인대행 한 느낌이라서 싫어요. 그냥 거기서 계약이라는 단어만 삭제하고 싶어요."

 가을은 자신이 진짜 가을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느꼈던 감정의 깨달음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빙빙 둘러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애인 사이해요 우리."

 "아..."

 가을이 직설적으로 말할지 몰랐기에 지혁은 한방 맞은 표정으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곤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미소 지었다.

 "이가을. 이건 내가 먼저 얘기할게. 좋아해 아주 많이."

 하얗게 퍼져가는 미소에 가을은 절로 볼이 발그래졌다.

 "저도 많이 좋아해요."

 그리곤 지혁의 목을 감고 말캉한 입술에 입맞춤했다. 눈을 감기 전 본 시간은 아직 30분이나 여유있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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