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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숨은 달 Hidden Moon
작가 : 덧니
작품등록일 : 2020.8.14

"어둠 속에서 별을 찾으려면 달은 구름 뒤에 숨어서 적당히 비춰주면 돼.
그래야 별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잖아.
구름 뒤에 숨은 달이 되어서 길도 찾아주고, 별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Episode 1 : 색안경
작성일 : 20-08-15 01:36     조회 : 444     추천 : 1     분량 : 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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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분침이 6을 가리키자마자 “저 퇴근합니다!” 외치고 헐레벌떡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1초라도 늦었더라면 분명 팀장님이 일을 하나 더 맡겼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야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오전부터 열심히 일했다. 팀장님이 뒤에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실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3주째 야근에 주말 출근에, 이러다 사람 잡겠다.

 

 약속이 있어서 칼퇴근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우석 오빠 바(bar)에 가야지.

 

 딸랑 -

 

 “설이가 왔어요, 우석 오빠!”

 “설이?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어머, 오빠, 내가 많이 보고 싶었구나!”

 “일주일에 최소 2번은 오던 애가 3주째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무슨 일이 생겼나 하던 참이야.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3주 내내 야근에, 주말 출근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어. 일이 너무 많아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들고, 아침에 출근하다 보니, 3주가 훌쩍 지나갔더라.”

 “저녁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파스타라도 간단하게 해줄까?”

 “우와~ 파스타 좋지~”

 

 우석 오빠가 파스타를 요리하러 주방에 들어갔다. 파스타가 완성되길 기다리면서 사무실에서 다 보지 못한 공연 기획서를 꺼냈다. 3주 동안 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이 공연 기획서 때문이다.

 

 “데뷔한 지 4개월 된 아이들을 데리고 무슨 월드 투어 콘서트를 하겠다는 거야? 국내 인지도도 없는데, 국내에서 먼저 이름을 알려야지. 하지만! 나에게 그걸 결정할 권리는 없지.”

 

 나라마다 다른 팬들의 성향을 살려 이벤트 개최를 고심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팬들의 성향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만큼 서로 다른 이벤트를 기획 중인데, 이걸 나라마다 또는 도시마다 각각 다른 이벤트를 생각 중이니, 야근을 피할 수 없었다.

 

 “파스타 나왔습니다~”

 

 보고 있던 기획서를 가볍게 접어 가방에 넣고, 포크를 들었다.

 

 “우와! 오빠가 만들어주는 파스타 오랜만이야!”

 “퇴근해서도 뭔가 보는 걸 보니, 아직 일이 안 끝났나 봐?”

 “응, 아직 안 끝났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쉬고 싶어서 혼자 퇴근했어. 파스타 진짜 꿀맛!”

 “혼자 퇴근했다가 나중에 혼나는 것 아니야?”

 “아마도? 에이, 몰라. 주말에는 쉬게 해주지. 3주 동안 주말이 없었어.”

 

 남은 파스타를 돌돌 말아 입안에 넣은 후에야 포크를 내려놓았다.

 

 “후~ 살 것 같다! 역시 오빠 파스타가 최고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니, 팬 활동도 못했겠네?”

 “어… 그건 아니야… 그래도 퇴근 후에 SNS는 다 봤지. 실시간으로 떡밥을 수거하지는 못해도 몰아서 해야지. 아니면 나 진짜 죽어. 팬 활동 없는 삶은 삶이 아니야.”

 

 우석 오빠가 건너편 의자에 앉아 빈 그릇을 챙기며 물었다.

 

 “요즘 서진우 활동 안 하는 것 같은데. 티비에서 본 지 오래된 것 같아.”

 “아~ 서진우 원래 티비에 잘 안 나와. 오빠도 알잖아, 그 소속사 예능 스케줄 잘 안 내보내는 거.”

 “데뷔한 지 오래된 아이돌이어도 예능만큼 사람들한테 많이 노출되는 프로그램은 없잖아.”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예능에는 잘 안 나오더라. 아티스트 이미지가 깎이는 게 싫은 것 같아.”

 

 우석 오빠가 건네준 물을 마시며 가방에 넣어둔 서류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무슨 서류인지 물어봐도 돼?”

 “아, 이거? 우리 아이들 월드 투어 공연 기획안.”

 “그룹 이름이 뭐라고 했지?”

 “레어. 영어로 RARE. 데뷔한 지 4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월드 투어 공연 기획하고 있어.”

 

 갑자기 우석 오빠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아이돌 팬 활동 하는 네가 아이돌 공연을 기획한다고 생각하니까 신기해서. 그래서 애들은 잘될 것 같아?”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잘 되어야지. 우리 애들인데!”

 “서진우가 다시 데뷔했을 때는 잘될 줄 알았어?”

 “그때도 잘될 줄 알았다기보다는 잘되길 바랐어. 프로젝트 그룹으로 성공했으니, 원래 소속사에 돌아와서도 1등은 아니어도 상위권 정도로 잘되길 바랐지.”

 

 우석 오빠와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손에 들고 있던 기획안을 다시 접어 가방에 넣었다. 서진우에 관한 이야기는 간단하게 끝나지 않으니까. 아니, 간단하게 끝난 적이 없으니까.

 

 “내 주변에는 서진우 팬이 없어서 아이돌 보는 안목이 없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어. 너한테만 멋있어 보이는 것 아니냐 같은 말. 그런데 다수와 안목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내 눈에만 빛나면 되는걸. 어디서든 나한테는 서진우만 빛이 났어.”

 “지금도 8년 전처럼 서진우만 보여?”

 “응, 서진우만 보여. 서진우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아.”

 

 스마트폰 케이스 안에 넣어둔 서진우 사진을 꺼냈다.

 

 “오빠, 서진우는 달라.”

 “다른 아이돌과 어떻게 달라?”

 

 테이블에 놓인 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서진우는 한결같아. 공연이 끝난 후에 무대에 함께 오른 멤버들, 무대를 연출한 스태프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과 팬들을 언급하는 사람이야. 단순히 공연에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시상식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무대를 소중히 여기고,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하는 애야.”

 

 “그건 모든 연예인이 하는 말이잖아.”

 

 “말은 쉽지.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아. 하지만 서진우는 8년 동안 단 한 번도 스캔들에 휘말린 적도 없고, 아파도 무대에 올랐던 애야. 5년 전에 다리 수술했을 때도 한 달 만에 침대에서 일어났으면서 라이브 방송을 켰던 애야. 그런 애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

 

 스마트폰 케이스 안에 넣어두었지만, 서진우가 생각날 때마다 만져서 사진 모서리가 닳을 대로 닳았다. 사진은 OPP 봉투에 넣어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진우 사진을 인쇄해서 가지고 다녔다.

 

 “그 사진, 오랜만에 본다. 언제 사진이야?”

 “내가 서진우를 좋아하기 시작한 날 사진이지. 누가 찍은 사진도 아니고, 방송 화면 캡처 한 사진이야.”

 “늘 궁금했는데, 왜 방송 화면 캡처 한 사진을 인쇄한 거야?”

 “그냥 처음 그 느낌을 잊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띵 하고 얻어맞은 것처럼 순식간에 빠져들었어. 서진우를 팬 활동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때를 생각하면 뭔가… 순수하게 서진우에게 올인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만지작대던 서진우 사진 모서리를 양손 손바닥으로 꾹 눌러주었다. 이런다고 쉽게 펴지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가지고 다닐 사진이니, 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8년 전에 서진우한테 문자 투표해달라고 거리에 나간 적도 있지 않았니?”

 “악 그 흑역사를 왜 기억하고 있는 거야? 좀 잊어줘!”

 “아니,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애가 우리 바(bar) 앞에 있으니,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게 문자 투표 때문이었다니, 세상에…”

 “그날 월차 써서 휴일이었어! 내가, 어? 인생 아이돌을 발견했는데, 어? 월차 쓰고 투표 부탁할 수도 있지!”

 “그래서 그날 표는 많이 얻었었니?”

 “8년 전 일이라 이제 기억도 안 나. 서진우가 연예계 8년 차라니.”

 

 가방 옆에 둔 삼단우산을 접어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곧 저녁 장사 시간이니, 나는 먼저 갈게.”

 “오랜만에 와서 서진우 이야기만 하고 가는구나. 오빠 섭섭하게~”

 “서진우 이야기 꺼낸 건 오빠예요~ 갈게~”

 

 우석 오빠에게 손을 흔들며 가게를 나섰다.

 

 금요일 밤 9시의 연서동은 시끌시끌하다. 평일의 끝, 주말의 시작. 연서동을 들른 사람들에게 밤 9시는 시작이다. 오전에는 고요한 이 동네가 밤 9시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컨디션이 좋았더라면 조금 더 돌아다니다가 집에 가고 싶지만, 오랜만에 얻은 휴일이니, 집으로 향한다. 연서동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골목으로 걸어볼까?

 

 가로등만 반짝이는 골목을 걸으니, 8년 전이 생각난다.

 

 

 프로젝트 그룹 ONLY 멤버를 정하던 오디션 프로그램 ‘MAKE’ 최종화를 방송하던 날이었다. 사전투표 없이 오로지 문자 투표수로만 정했던 멤버 9명.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득표수였기에 당일에 거리를 뛰어다닐 생각으로, 나는 월차를 썼다.

 

 서진우에게 투표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 연서동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우석 오빠 bar 문 앞에서 오빠를 마주쳤고, 오빠에게 문자 투표를 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우석 오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말 너답다.”라며 흔쾌히 투표에 참여해줬다.

 

 투표 시작 1시간 전부터 뛰어다녔던 나는 결국 연서동 한복판에서 서진우의 데뷔를 확인했다. 스마트폰으로 데뷔를 확인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서진우 데뷔한다! 엉엉!”

 

 나처럼 투표할 사람을 구하러 다니던 서진우 팬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같이 얼싸안고 울었었다.

 

 “우리 진우 데뷔한대요! ONLY 진우로 데뷔한대요!”

 

 아, 지금 생각해보면, 흑역사가 따로 없지만, 당시에는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연서동 길바닥에 앉아 웃었다 울기를 반복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겠지.

 

 그때는 방송에 비친 서진우만 보고 좋아했다. 과거에 서진우가 어땠는지, 평소 서진우는 어떤 사람인지, 무대에 오르기 전 서진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는지 등은 팬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었다. ONLY 멤버로 데뷔한 후의 서진우는 더 진국이었다.

 

 

 프로젝트 그룹 ONLY 활동이 끝난 후, 서진우는 현 소속사로 돌아와 AB 멤버로 다시 데뷔했다. 이미 ONLY 활동으로 실력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AB는 1등은 힘들어도 상위권에 머무는 아이돌 그룹이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이돌 세계는 냉정했다.

 

 기대만큼 AB는 잘되지 못했다. 주변에서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대박이라고 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음악방송 1위는 AB를 탑 아이돌로 만들어주지 못했고, 소속사도 팬들도 그리고 아마 멤버들도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

 

 “ONLY 멤버 있는 그룹이라더니, 생각보다 성적은 저조하네.”

 “실력이 검증된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더니, 검증된 거 맞아?”

 

 사무실 내에서도 AB의 저조한 성적은 종종 나오는 이야기였고, 팬으로서 그리고 연예계 종사자로서 나 역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조롱을 비웃듯, 6년 전 어느 날,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세요, S 엔터테인먼트 해외 마케팅 이설 대리님. 저는 TOP MUSIC 김시준 과장입니다. 상의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연락 드렸습니다.”

 

 
작가의 말
 

 어딜 가던 네가 제일 빛나 내 눈에는 COLOR EY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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