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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9화
작성일 : 20-08-14 23:52     조회 : 257     추천 : 1     분량 : 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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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랄 맞은!”

 

  크게 베인 상처가 팔에 새겨져 피를 머금었다. 쓰라린 통증에 괴인이 욕을 뱉는다.

  한 쌍의 갈라진 뿔과 새처럼 긴 입을 지닌 도마뱀 인간이었다.

  그는 팔을 부여잡고 주변을 살폈다. 첩첩산중이 눈앞을 가려 어디인지도 구분이 가질 않는다.

  울창한 숲 속 가운데 디딜 틈조차 없는 수풀은 허벅지를 긁어댔다. 거기다 진득하게 달라붙는 벌레는 그의 신경을 건들었다.

 

  “엿 같군.”

 

  그는 솟구친 짜증을 꾹꾹 누르며 숲 속을 돌아다녔다.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시각.

  해 질 녘이 되고 붉은빛이 나무 사이에 도사린다. 어스레한 어둠이 곳곳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때, 풀숲 한구석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섬뜩한 빛을 가지고 괴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릭

 

  그는 고개를 까닥거리더니 날라 온 물체를 잡았다. 손아귀에서 꾸물거리는 물체는 위험도가 중급등급의 몬스터인 낫 뱀이었다.

  주로 깊은 수풀지대에 서식하는 낫 뱀은 상당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어, 근처에 물체가 있으면 낫 모양 팔로 무조건 베는 것이 특징이었다.

 

 -우드득.

 

  괴인은 순간적으로 격해져 낫 뱀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씹는 소리가 검붉은 피와 함께 넘친다. 잘근잘근 씹히는 낫 뱀의 형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으깨졌다. 낫 팔은 분리돼 바닥에 떨어졌다.

 

  “후….”

 

  고깃덩어리가 목구멍에 넘어가자 기분이 살짝 풀린 듯 긴 숨을 내쉬었다.

  아무렇지 않게 낫 뱀을 먹는 그의 정체는, 바로 스론기동대 엄호수이자 용족 길건이었다.

  그는 찢긴 반바지 차림에 한쪽 어깨에 견갑을 차고, 사마귀 앞발을 닮은 날개로 방해물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제길.”

 

  왼쪽 옆구리에 난 흉터를 풀잎이 건들자 길건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신경이 곤두선 상태라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일찌감치 울프나이트가 철수하기 전, 그는 이미 보로고로스 오크령 마을에서 생체병기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단서도 없고 라프숲 경계는 낫 뱀 서식 지역이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유일한 단서는 수상한 여자들이 라프숲으로 들어갔다는 목격 외에는 없었다.

  불확실성과 위험도 때문에 울프나이트도 수색에 난항을 겪어 결국 포기하였고, 결국 길건 혼자 조사한답시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렇다 할 소득 없이 수풀만 헤치고 다니는데 몇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런 데다 심심하면 낫 뱀이 튀어나와 성질을 빡빡 긁었다.

 

  “하아…하아….”

 

  호흡은 어느새 거칠어지고 피부에 크고 작은 생채기가 생겼다. 길건은 뭔가 한 것도 없이 지치자 부아가 치밀었다.

  결국 한숨 돌릴 겸, 포켓에서 시가를 꺼내 들었다. 그윽한 풍미를 가진 향이 은은하게 퍼져 코를 자극했다.

 

 -치직.

 

  부싯돌로 시가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내뱉었다. 달달한 향이 뿌연 연기와 함께 허공에 흩어진다.

  길건은 시가를 물고 숲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하고 발소리를 최대한 죽였다.

 

 -쉬릭 쉬릭!

 

  주변에서 바람 빠진 공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낫 뱀 소리임을 짐작한 길건이 몸을 낮췄다.

  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이면서 미세한 비릿한 향을 맡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살며시 수풀 사이로 얼굴을 넣었다.

 

  “이 피비린내. 맡아본 것 같군. 낯설지가 않아.”

 

  길건은 처음 맡았음에도 낯익은 혈 향에 석연찮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것이 생체병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생체병기가 들어왔단 게 사실일지도 모르겠군.”

 

  길건은 입맛을 다시며 긴장을 태웠다. 말라붙은 혈흔 주변에 낫 뱀 무리가 기어 다녔다.

  눈길은 천천히 혈흔을 쫓았다. 그 끝에 붉은 뼈가 나뒹굴고 있었다.

 

  “제길…죽은 지 꽤 됐어.”

 

  그는 시신만 있단 걸 확인하고 뒤로 살금살금 빠졌다.

  하늘은 어둠이 슬슬 찾아오고 낫 뱀 무리가 시신을 뜯어먹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단서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그나마 얻은 건 피 냄새 하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었다.

  길건은 턱을 짚고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가자니….”

 

  뒤로 빼기엔 뒷덜미가 너무 뒤숭숭했다. 시신이 생체병기가 맞다면 라프숲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걸 알아낼 의무는 이미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낫 뱀은 저녁에 더욱 극성을 부리는 몬스터이다. 언제 어디서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움직이기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라프숲은 엘프들이 사는 곳이다. 발각될 경우, 생체병기는 고사하고 잡혀 끌려가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몰랐다.

  선택의 고리는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달군.”

 

  시가의 불꽃이 들이마시는 숨만큼 밝게 발했다. 그의 안광이 서리고 손톱이 늘어났다. 몸을 일으켜 손으로 선을 그었다.

 

 -비조칼날

 

  칼날형태 참격이 수풀을 베고 낫 뱀 무리를 관통했다.

  쉬릭거리는 소리가 멎고 주변 일대가 일제히 고요해졌다.

  정적이 이어지고, 길건은 시가를 하나 더 꺼냈다.

 

 -치칙.

 

  불을 피워 태우려는 순간.

 

 -끼릭!!!

 

  한곳에 얽힌 괴소리가 터져 육편이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지면에 절단된 덩어리가 뒤섞인 핏물이 스며들었다.

  길건은 고깃덩어리를 하나 들더니 그대로 씹어 먹었다.

 

 “배고팠는데 잘됐군.”

 

  먹을 것도 마땅찮았던 터라 그는 낫 뱀을 제거할 겸, 저녁겸용으로 영양을 보충했다.

  낫 뱀이 사라지자 시신이 드러나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상당히 뜯어 먹혀 형체는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이번엔 벌레 떼가 시신 주변에 기어 나왔다. 고여 있던 검은 기운에 몰려들더니 흡수하기 시작했다.

  벌레 떼는 죽음의 벌레라 불리는 데드 버그였다. 주로 죽음의 기운을 먹고 살기에 시신이 많은 곳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길건은 데드 버그를 집어 꽉 쥐자, 검은 연기가 흩어졌다.

 

  “누가 들어온 건 확실하군. 하지만 부족해.”

 

  그는 생체병기가 맞다고 단정 짓지 못했다. 생명이 삶이 끊어지거나 죽기 직전이면 죽음의 기운이 나기 때문이다.

  피 냄새를 맡고 확신했던 맘은 어느새 회의감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길건은 더는 얻을 것이 없는 걸 깨닫고 발길을 틀었다. 아쉬운 감이 남았지만 숲 속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늘은 짙은 청색에서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길건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주변 공기가 서서히 차가워졌다. ‘후두둑’ 거리는 소리가 숲을 메우고,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혔다.

  바람소리에 숲 전체가 어수선해졌다. 금세 굵어진 비가 우수수 쏟아져 내리자 바닥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거지같이 엿 같은 상황만 터지는군.”

 

  물고 있던 시가가 젖자 길건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나무 밑에 들어가 비를 피했다.

  그는 지친 듯 나무기둥에 등을 기댔다. 냉한 기운이 맞닿자마자 번지자 저절로 몸을 떨었다.

 

  “후….”

 

  깊은 한숨의 입김이 뿌옇게 서리면서 빗줄기 사이로 사라졌다.

  그는 포켓에서 시가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여 빨아들이는 한 모금의 입김에 힘겨움을 담았다.

 

  “나쁘진 않군.”

 

  시간이 지나자 등줄기부터 서린 추위가 조여 왔다. 바닥은 비가 많이 온 탓에 질퍽였다.

  이때, 수풀 사이로 초록색의 빛덩어리가 생겼다. 빛덩어리는 점차 늘어나 빛무리를 구성해 반딧불처럼 발했다.

  숲 속에 가득 찬 빛무리는 빗속에서 춤을 추듯 자리를 맴돌았다. 그는 빛의 움직임 따라 주변을 훑어보았다.

  길건은 뭔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에 표정이 굳었다. 경계심이 일자 매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느낌의 원인이 가까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끼릭! 끼릭!

 

  이때, 낫 뱀이 길건을 공격해왔다. 낫 팔을 휘두르자 섬광이 일었다.

  갑작스런 상황에도 그는 눈 하나 깜짝 않고, 낫 뱀을 잡아 지그시 밟았다. 괴음이 터지자 머리를 손으로 뜯었다.

 

  “움직여야겠어.”

 

  숲은 초록빛 물결로 인해 상당히 밝아졌다.

  길건은 밝은 곳 위주로 신속히 움직였고 눈에 띄는 큰 나무에 도달했다.

 

  “정령수.”

 

  높이 뻗은 나무꼭대기는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기둥 둘레만 해도 엄청난 크기였다. 느낌이 마치 공허한 느낌을 주는 나무였다.

  길건은 고개를 들어 나무주위를 잠깐 서성였다.

  정령수라면 정령이 깃든 나무이지만 그는 좀처럼 살아있다는 느낌이 받지 못했다. 되레 위화감이 감돌자 탐탁찮은 표정을 지었다.

 

  “정령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지.”

 

  그는 갑자기 뒤통수에서 강한 시선을 느꼈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해 급히 뒤돌았다.

 

 -크아앙!

 

  그때, 거대한 검치 흑표 한 마리가 튀어나와 길건을 덮쳤다. 노련한 맹수답게, 긴 송곳니로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길건은 바닥에 뒹굴며 흑표의 공격을 간신히 피한다. 벗어나려 애써보지만 엄청난 힘에 속수무책이었다.

 

  “제길!”

 

  숲의 사냥꾼이라 불리는 검치 흑표는 라프숲에 사는 유일한 맹수였다. 머리가 좋고 육중한 몸에 비해 재빨라 엘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흑표가 턱을 벌려 삼키려 들자, 길건이 입을 잡고 버텼다.

 

  ‘엄청난 악력이군.’

 

  누구에게도 힘에 밀리지 않는 길건이지만, 흑표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대로 가다간 목덜미가 뜯기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고 손톱을 길게 늘였다. 살을 파고든 느낌이 나자 그대로 뜯었다.

 

 -끼야앙!

 

  흑표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입이 찢어지자 피를 쏟으며 뒤로 물러섰다.

  흑표의 덩치는 최소 길건의 몸집에 3배 이상이었다. 어지간한 소형 드래곤 못지않은 크기다.

  흑표는 그의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봤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밀릴 경우 길건은 목숨을 장담키 어려웠다.

 

  “어쩔 수 없군.”

 

  길건은 날개를 펼치고 위협모드로 들어갔다.

  황색 안광이 발해 동공이 사라지고 이빨이 길게 튀어나왔다. 그의 근육이 굵어져 몸집이 좀 더 커졌다.

  그의 변화에 흑표가 당황했는지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는 이 기세를 놓치지 않고 외쳤다.

 

  “꺼져라!”

 

  결국, 흑표가 기가 꺾여 꼬리를 내렸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자세를 낮추고 다시 숲 속으로 사라졌다.

 

  “하….”

 

  길건은 긴장이 풀리자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몸은 변화가 풀려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는 한참 동안 서성이다 근방의 오솔길로 향했다. 이내 굴곡진 길가에 있는 수풀에 몸을 숨겼다.

  멀리서 길 따라 이동하는 하얀 빛이 있었다. 길건이 빛을 유심히 보자, 로브를 입은 무리가 포승줄에 묶인 소녀를 앞세워 가까이 오고 있었다.

  길건은 전신이 찢겨 힘겹게 걷는 소녀를 보자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녀에게는 검은 기운이 김새듯 옅게 뿜어지고 있었다.

 

  “죽음의 기운.”

 

  소녀에게 나오는 냄새에 그는 역겨움이 올라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냄새 한번 지랄 맞는군. 쳇.”

 

  길건은 딱 봐도 생체병기인 게 보이자 부아가 치밀었다. 비참한 꼴의 소녀 모습에 경멸감이 들었다. 하지만 바닥에 침을 뱉은 후 치민 감정을 억지로 눌렀다.

  그는 맘이 조금 가라앉자, 생각하며 몸을 굳혔다.

  길건이 소녀에게 느낀 기운은 16년 전 나타났던 생체병기들과 똑같은 기운이었다. 그 느낌은 아까 데드 버그가 흡수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

  생체병기의 실체는 다시 살아나서 활보하는 좀비와 같은 맥락의 생명체들이다. 하지만 차이점도 확실했다. 생체병기는 죽음의 기운을 역류시켜 생긴 존재였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의 등장은 지금이나 그때나 그에게는 기분 나쁘게 더러울 뿐이었다.

  죽음의 기운은 길건에게 뜻밖의 단서를 제공했다. 바로 엘프가 생체병기와 연관이 깊다는 것.

 

  “의외로 일이 빨리 풀리겠군.”

 

  그는 로브를 입은 무리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 안에 발소리를 숨기고, 빗소리에 맞춰 은밀하게 움직이며 지형을 파악했다.

  오솔길을 중심으로 거대한 정령수가 드문드문 서 있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키 큰 나무들이 주변을 장식했다.

  주변을 배회하는 빛무리가 많아져, 밤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이 사그라졌다.

 

  “제길.”

 

  몸을 숨길 수풀이 없어지자, 길건은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거기다 바닥이 질척거려 발이 빠져들자, 은밀히 움직이기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쉬어갈 겸 시가를 하나 물고 돌멩이를 주웠다.

  ‘딱, 딱’소리가 숨죽여 들리더니 시가의 끝에 불꽃이 스며든다. 빛이 발하자 깊은숨이 폐부를 건들고 수풀 사이에서 흩어졌다.

  길건은 뭔가 생각난 듯 나무 위를 쳐다봤다. 밝은 아래쪽과 달리 어둠으로 메워져 있었다.

  그는 손바닥을 펴고 힘을 강하게 주자, 손가락 끝에서 손톱이 길게 나와 살짝 휘어졌다. 그리고 손아귀를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좋아.”

 

  만족스런 표정의 길건은 가장 가까이 있는 나무에 다가섰다. 기둥을 손톱으로 긁으면서 껍질을 조금씩 벗겼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군.”

 

  나무가 단단한 걸 확인하자 그는 손톱을 기둥에 찍었다. 강한 완력으로 나무에 올라 날개를 펼쳐 끝 부분을 기둥에 박았다.

  길건이 지상에서 이동이 힘들 자, 생각한 방법이 나무를 타서 이동하는 것이었다. 초록빛으로 점철된 지상과 달리 나무 위는 어두워서 은밀히 이동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나뭇가지에 어둠이 드리워지자, 아래를 보는 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작아진 숲의 공간은 높이 올라왔다는 방증이다.

  안광에 비친 초록 물결이 바다를 이뤘다. 그러나 빛에서 받은 꺼림칙한 느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길건은 나무를 올라가다 가지에 기생하고 있는 풀을 발견했다.

 

  “마력초인가.”

 

  마력초는 주로 크기가 큰 나무에 기생하면서 마나 에너지를 축적하는 풀이었다. 크기가 앙증맞고 작아서 마법사들이 필수로 가지고 다니는 물품이기도 했다.

  길건이 마력초를 뜯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는 전신에 옅고 푸른 오오라가 발해 차가운 기운이 스며드는 걸 느꼈다.

 

  “마나량으로는 아무래도 한 시간이 한계겠군.”

 

  마력초는 마나 에너지를 보충해주면서, 간단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효능을 지녔다. 그렇지만 사용하는 만큼 제한시간이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깨물었다. 이빨 자국 위로 핏방울이 올라서자, 손등에 마법진을 그렸다.

 

  “물체이동.”

 

  마법이 발동하자 마법진에서 가루가 생겨 덩어리로 뭉친다. 천천히 모양을 갖추더니 거울로 변했다.

  그는 손톱으로 거울 표면을 긁더니 손가락을 멈췄다.

  거울 속은 어느 방 안에 있는 푸른 유리구를 비췄다. 그 안에 검은 물체가 떠 있고 주변에 물의 정령 실피드가 빛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길건은 물체를 보더니 놀란 기색이 눈가에 드리워졌다.

  유리구 안에 있던 것은 몸이 만신창이가 된 칼자르트였다. 그는 물속에 잠겨 죽은 듯 자고 있었다.

  길건은 얼굴이 굳어져 조용히 읊조렸다.

 

  “저 녀석…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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