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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세외취세전
작가 : 정위
작품등록일 : 2016.10.10

현무문의 장자인 '손정'은 황제의 친필 편지를 세외 세력인 서방 국가의 왕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치고, 우연히 서방의 한 무명 용병단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같은 방향, 다른 목적으로 수도 '알덱'으로 동행하게 되는데....

(작가 E-mail : 2ndvoice@naver.com)

 
5화 프렌강의 인연들
작성일 : 16-10-19 02:18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5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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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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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릭 일행은 반나절 만에 동남쪽에 위치한 문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크진 않지만 프렌 강 옆에 바로 자리잡고 있어서 배를 통한 교역이 활발한 곳이다.

 

  외부 유입이 있는 곳이니만큼 뭐든 기대할 만도 했지만, 언뜻 보기에도 용병이 많이 돌아다닐 곳은 아니었다. 해안 보호를 위한 병사 투입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용병들은 괜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왕실 파견군의 수가 많은 곳은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에서 조력자인지 뭔지가 누군 줄 알고 찾냐...”

 

  도시는 상인들과 구매자들이 만나 활기차게 흥정을 해대고 있었지만,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닌 입장에선 그저 정신만 사나울 뿐이었다.

 

  “어디 주점이나 길드라도 들어가 볼까?”

 

  로렌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프레드릭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에서 내려 궁수 두 명에게 나머지 말들을 보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로렌과 주점과 길드, 그리고 갖은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딜 가든 그의 눈엔 모든 사람이 다 비슷해 보였다.

 

  “어째 다 물건 비싸게 팔려는 떠벌이들 같게만 보이는데. 뭐라도 감이 오거나 물어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가서 말도 걸어보고 그래.”

  “감은 무슨...나라고 딱 보면 바로 아는 수가 있을까봐? 그보다 난 벌써부터 피곤해서 돌아가실 판이라구.”

 

  프레드릭은 가만히 서서 머리를 긁적이더니 입을 열었다.

 

  “야, 안되겠어. 이러다 하루 종일 시간만 보내지 뭐가 달라지겠어. 너는 여기서 충원할 용병들 좀 알아보고 있어. 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갔다 올게. 강 따라 내려가면 될 거야.”

  “여기서 더 내려간다고?”

  “뭐, 해보는 데 까지 해보는 거야. 돌아가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서 그냥 왔다’라고 하는 것보단 ‘끝까지 가봤는데 뭐가 없다’하는 게 맞지 않겠어? 어차피 강하고 바다가 만나는 지점까지만 다녀올 요량이니까 얼마 안 걸려.”

 

  로렌은 일단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대충 해질녘부터 주점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프레드릭은 궁병 한 명을 데리고 프렌강을 따라 하류로 말을 달렸다.

 

  막상 해상 교역도시 치고는 배가 많지가 않은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는 간데없고 그가 탄 말발굽 소리만 요란했다.

 

  한 시간 정도를 꼬박 달리자 돌밭이 나타났다. 프레드릭은 한눈에 그냥 평범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굵은 바위와 부러진 통나무 파편, 토사물 등이 가운데 강물을 끼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이건...무슨 전쟁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프레드릭과 동행한 궁수가 말했다. 프레드릭은 말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다. 자세히 보니 교역에 사용되었을 법한 나무 상자나 통들이 산산조각이 나서 흩뿌려져 있었다. 그 내용물이었을지도 모르는 옷가지들이나 식재료는 물론이다.

 

  “뭔진 모르지만 교역선들이 이동하다가 파괴된 것 같아. 물건들은 떠밀려 와서 쌓인 것 같고. 대체 무슨 일이...”

  “엇, 대장님, 저기 사람이 있는데요?”

 

  궁수가 가리킨 곳엔 정말 사람이 웅크리고 있었다. 둘은 가까이 다가가 그를 짓누르고 있는 통나무를 한 쪽으로 밀고 그를 흔들어 깨우려 했다.

 

  “안 일어나는데요...죽은 거 아닐까요?”

 

  궁수의 말을 들은 프레드릭은 그 사람의 목에 검지와 중지를 살포시 올렸다. 그의 손가락에 맥이 느껴졌다.

 

  “죽은 건 아니야. 잠깐 기절했겠지. 이 사람은 우선 문 마을로 데리고 가자. 저기 다리 쪽 잡아.”

 

  궁수가 쓰러진 이의 두 다리를 잡고, 프레드릭은 안 쪽으로 팔을 모으고 웅크리고 있는 쓰러진 사람의 겨드랑이 부근을 잡았다. 그리고 몸을 똑바로 펴기 위해 둘은 서로 자기 방향으로 쓰러진 이의 몸을 힘차게 당겼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건 뭐지? 몸이 굳어버린 것 같은데?”

  “물속에서 추워서 그런 것 아닐까요?”

  “뭔진 몰라도 이래서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그냥 일단 마을로 이대로 데리고 가자. 말 위로 올릴 수 있나?”

 

  프레드릭과 궁수는 말 위에 그를 올려보았다. 웅크린 틈 사이로 말의 등줄기가 딱 맞아 짐짝처럼 싣고 움직일 수는 있었다.

 

  “이러다 떨어지면...에이 씨 몰라 나도...가자!”

 

  프레드릭은 굳은 남자를 앞에 두고 조금 비좁게 말에 올라탔다. 말이 힘들어했지만 일단 사람 살리자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급하게 강을 따라 온 길을 되돌아갔다.

 

 ***

 

  “으응? 뭐야 이건?!”

 

  숲을 가로질러 정상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녀의 앞에는 여러 갈래로 뻗은 산맥이 아니라 쑥대밭이었다. 랑이는 눈앞의 아수라장과 자신의 지도를 몇 번이고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위치를 알아볼 수 있을만한 어떤 단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산은 무너져 가라않으며 높낮이를 잃고 다져놓은 모래밭처럼 평평했고, 그나마 제일 바깥쪽에 위치한 산들은 가운데 산들보단 영향을 덜 받아 조금 높았다. 그 모습이 꼭 고원이나 휴화산 꼭대기처럼 생겼는데, 차이는 그 평평한 땅이 둥그렇게 둘러 쌓여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아까 그게 지진이었나? 그래도 아까 떨림에 비해 이건 너무한데...아무리 멀다지만...”

 

  랑이는 평평해진 산지로 곧장 달려갔다. 과연 평지에 다다르자 오만 나뭇가지와 돌, 흙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녀가 밟는 땅은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축축한 느낌이었으며, 살짝만 밟아도 푹푹 꺼지기 일쑤였다. 굳지 않은 땅을 밟으며 나아가니 신발과 바지가 다 흙으로 더럽혀졌다.

 

  ‘아아 큰일이네. 방향이 모호한데. 해 지는 쪽으로 무작정 가는 수밖에 없나...’

 

  그녀는 옆에 박혀있는 바위덩어리를 차고 서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바닥이 워낙 민감하게 꺼지는 통에 그녀는 달리기 보다는 허공답보(虛空踏步)의 그것과 비슷할 정도로 내공을 소모하며 움직여야 했다. 당장 통째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반 한가운데에서 여유부릴 순 없었다.

 

  한 시진 가량을 뛰다가 만난 (원래는 산이었을)언덕을 단숨에 넘어가니 드디어 평지가 아닌 골짜기가 하나 나왔다. 지진의 직접적 피해가 닿지는 않은 곳인 듯 했다. 바위능선 아래로 보이는 이깔나무 군락지에서 제법 높아보이는 나무를 타고 오르니 골짜기 틈으로 작은 마을이 하나 보였다.

 

  ‘아 이런 곳에 마을이 있네! 꼼짝없이 밖에서 잘 줄 알았는데...“

 

  그녀는 이깔나무 꼭대기에서 다른 이깔나무로 옮겨 밟으며 마을이 보이는 방향으로 날다람쥐처럼 튀어갔다.

  마을 주변에 다다르니 막상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이들이 무너진 지붕이나 외벽을 손보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집이 온전히 무너져 임시로 다른 집에 얹혀살기도 했다. 덕분에 묵을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어이~ 거기 아리따운 아녀자분?”

 

  걷는 그녀의 뒤에서 껄렁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웬 덩치만 무식하게 큰 남자와 졸개들 몇 명이 어슬렁거리며 자기에게 접근하는 것을 보고 랑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마을에 어린 여자분은 오랜만인데...어쩐 행차신지?”

  “뭐야 이 자식들은?”

 

  불쾌하다는 랑이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한손에 굵고 기다란 몽둥이를 들고 땅에 비비며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랑이는 대충 낌새를 눈치 채고 남자를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가던 길을 걸었다. 그녀의 걸음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듯 가볍고 우아해보여 남자들의 시선을 빼앗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랑이가 작정하고 빨리 걷는 것은 남들이 뛰는 것보다 몇 갑절은 더 빨랐다.

 

  “저, 저것이 사람을 무시해?”

 

  장초는 씩씩거리며 그녀를 잡기위해 달렸고 졸개들도 그 뒤를 따랐다.

 

 ***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로렌은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허탕만 치고 주점에 들어와 프레드릭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을 마친 상인들은 주점에 들어왔다가 작고 귀여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모여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기와 술을 사주겠다는 바람에 로렌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에이, 나 나쁜 사람 아녜요~”

 

  상인들은 하나같이 자기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부터 하며 시작했다. 물건만 팔 줄 알았지 여성에게 어필하는 방법이라곤 코딱지만큼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하...누가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겠어요...그리고 나쁜 사람 같아서 말 안거는 거 아니고 제가 낯을 좀 가려서...”

 

  로렌은 우물쭈물하며 남정네들의 추파를 쳐냈다. 하지만 일곱 번째로 접근한 남자는 그래도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그녀의 테이블에 앉았다.

 

  “아이고 종일 돌아다녔더니 피곤하네...실례지만 좀 앉아도 될까요?”

 

  그 남성은 다른 남자들과 달리 뺀질뺀질하지 않고 중후한 아저씨였다. 전혀 적의가 없는 모습에 로렌은 얼떨결에 끄덕거렸다.

 

  둥근 테이블에 똑바로 걸쳐 앉아 맥주를 한 모금 시원하게 털어 넣은 남성은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들 원래 여기 사람들이 아녜요. 원래 자기들 있던 도시로 돌아가야 하는데 배가 다 망가져서 며칠째 머물고 있는 사람도 많고...”

  “배가 왜 망가져요?”

 

  로렌은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문 마을은 넓은 프렌 강에서도 중하류에 위치하고 있으니까 보통 배가 닿아서 대량으로 교역하는 상인들이 많은데...여기 상류는 사실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그것 때문에 토사물이 강을 타고 흘러 들어와서 배를 부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시간에 주점을 떠도는 사람들은 대개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아...그럼 아저씨도...”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면서 자기는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본인은 이 근방 거주민이고 원래 아내와 배를 타며 상인을 하던 사람인데, 강가에서 산사태로 떠밀려온 토사물에 뒤덮여 아내를 잃었다고 했다.

 

  로렌은 갑자기 심각한 얘기를 들어 짧은 위안과 함께 어쩔 줄 몰라 하다가, 화재를 돌리기 위해서 자기가 산기슭에서 기습을 당했고, 그곳을 돌파하기 위해 여기에 병사를 구해보려 왔다고 늘어놓았다. 남자는 이 주변엔 해군이 많아 용병들이 상주하며 활동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 남자는 자기가 오래 앉아있으면 로렌이 불편해 할까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고든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만날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그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로렌도 일어나 그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을 때, 프레드릭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어, 여기야 여기!”

  “아, 로렌, 잠깐 나와봐. 급해.”

 

  프레드릭은 오라고 손짓한 다음 밖으로 나가버리고, 로렌은 그를 따라 뛰어나갔다. 밖에서 프레드릭의 말 위에 한 사내가 웅크리고 걸려있었다.

 

  “으잉? 뭐, 뭐야 이 사람은?”

  “강 하류에 쓰러져있는 걸 발견했어. 맥박은 뛰는데 몸이 저대로 굳어서 펴지질 않아. 나는 여관에 방을 잡아 놓을 테니까 넌 빨리 가서 치료사를 불러.”

  “아, 알겠어. 그런데 누군 줄 알고 데려온거야?...”

  “몰라. 사람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 일단 서둘러.”

 

  로렌은 즉시 근처 치료소로 향했고, 프레드릭은 말을 궁수에게 맡기고 남자를 두 손으로 들어 여관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몰랐지만, 단단하게 굳어버린 정이의 몸은 차츰 풀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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