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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황야의 권법가
작가 : ATRS03
작품등록일 : 2020.8.14

일제 강점기. 추악한 일본의 만행을 피해 정착한 만주. 하지만 그곳 역시 일본인에 못지 않은 악귀들이 살고 있었으니. 세상의 온갖 고통을 맛본 한 노인이 그 마귀들에 맞서 싸운다.

 
제 1합-세상은 어딜 가나 황량하다.
작성일 : 20-08-14 21:47     조회 : 403     추천 : 0     분량 : 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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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모래먼지가 가끔씩 휘몰아치는 누런 땅 위에, 드문드문 소갈머리 없는 중년 남자의 머리카락처럼 돋아난 녹색 풀. 그리고 그 주변에 세워진 목조 건물들은 한글과 한자. 그리고 일본어 간판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목조 건물들 사이에 드리워진 비포장 거리에는, 백 수십여명이 바쁘게 다녀간 것 같은 발자국이 너저분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더럽고 찌든 일본군 군복을 입은 이들이, 한글과 한자 간판이 붙은 건물에서 각자 먹을 것과 귀금속. 그리고 젊은 여자들을 잡아끌고 왔다. 일본군 병사들은 손에 별로 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불평을 늘어놓다가, 미처 도망가거나 숨지도 못한 늙은이 하나를 붙잡고 윽박질렀다.

 

  “이거 왜 이렇게 남는 게 없어? 네놈들 식량이랑 돈을 어디다 숨겼어?!”

 

  “저, 저기 그게 이미 두 번이나 약탈을 당해서…. 남은 게 없습니다.”

 

  늙은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본군 군인은 철로를 잘라 만든 군도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그 칼로 늙은 남자의 목을 힘껏 내리쳤다.

 

  늙은이의 목이 잘리면서 잠시 공중에 떠오르다가 썩은 과일처럼 길바닥을 굴렀고, 목 절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가 누런 길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마을 사람들은 일본군 낙오병이 사람 하나를 허수아비처럼 베어버리는 모습에, 벌벌 떨면서 조용히 문을 닫고 아무것도 없는 척 했다.

 

  그리고 일본군 낙오병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을 사람들을 비웃었지만, 단 한 명 기다란 일본도를 등에 차고 있는 사관 하나만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뒤로 슬쩍 물러나 있었다.

 

  “거짓말 마라! 너희 같은 놈들은 탈탈 털면 꼭 뭔가 하나씩은 꼭 나오게 되어 있다. 몇 놈 아무나 더 끌고 와! 앞으로 한 집 털어서 하나 나올 때마다 한명씩 목을 베어서 마을 입구에 전시해주마!”

 

  그리고 다른 병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바람만 불어도 흔들릴 정도로 허름한 집 안에 일본도와 총검을 앞세워 무참하게 쳐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풍경은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거의 도축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기다란 일본도를 찬 사관은 굶주린 개새끼들처럼 약탈에 눈이 뒤집힌 병사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 일부러 사람 하나 살지 않는 건물을 골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일본군 패거리가 약탈을 벌이고, 기분 내키는 대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기회의 땅은 개뿔! 만주나 조선이나 뭐가 달라!”

 

  “저 더러운 쪽발이놈들.”

 

  “쪽발이만 문제가 아니잖아. 중국 군벌이랑 마적놈들도 다 똑같다고!”

 

  마을 사람들은 늦은 밤에 한 패거리가 더 올 것을 알고 있어, 그들은 무슨 행패를 부릴지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 중, 일본군의 행패에 총을 뽑아들거나 목소리라도 내려는 젊은이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렇게 일본군들이 이주민들이 모여 만든 마을을 뜯어먹는 동안, 한자로 ‘점심’이라는 글자가 붙은 건물 입구 앞에 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의 옷차림은 황야의 색에 그대로 스며들 것 같은 누런 도롱이와 삿갓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리고 삿갓 안으로 드러난 머리 모양새로는 어디가 고향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일본군이라고 보기에는 머리가 길었고, 그렇다고 중원 사람들처럼 변발로 묶고 다니지도 않았다.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특징이 하나 더 있다면, 누런 도롱이와 삿갓 아래로 늘어진 하얀 수염 정도가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곰방대를 입에 문 채 입구의 발을 걷어내면서 조용히 밖으로 나갔고, 그 때 일본군 병사들이 마침 젊은 여성 한 명의 옷을 다 찢은 채로 끌고 가는 걸 보게 되었다.

 

  “참 안 되었어. 남편은 원서계의 사병들한테 맞아죽고, 자기는 일본군 낙오병들한테 끌려가게 생기다니.”

 

  “일본군들은 특히 잔인해서 애까지 다 죽이고, 여자도 즐기다 질리면 토막을 쳐서 삶아먹는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본군 병사 중 한 명은 바로 칼을 들어, 어린애를 베어 죽이려 들었다.

 

  “애새끼가 더럽게 시끄럽네!”

 

  노인은 그 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붙잡혀서 울부짖는 미망인의 모습에서 오래도록 잊지 못하고 있던 사람의 얼굴이 겹쳐졌다.

 

  “에잉 다 늙어서 이게 뭐하자는 건지. 허허 늙으면 아이가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군 그래.”

 

  차마 그 미망인을 외면하지 못한 노인은 발에 달린 구슬 하나를 조용히 뜯어낸 뒤, 어린애를 베려는 일본군 쪽을 겨누고 손가락으로 튕겼다. 동시에 나무를 깎아 만든 구슬 하나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가, 칼로 막 어린애를 베어 죽이려는 일본군 병사의 손을 칼 손잡이와 함께 그대로 뚫고 지나갔다.

 

  “으아아악! 누구야?! 누가 총을 쏜 거야? 마적단 놈들? 아니면 원서계의 병사들이냐?!”

 

  일본군 군인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지만, 얼마 안 가 총소리가 단 한발도 들리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변에 화살 같은 것조차 보이지 않는 걸 보며 더욱 크게 놀랐다.

 

  “총성이 없었어?! 총성이 없는데도 총에 맞은 것처럼 다쳤다고!!”

 

  “화살도 아냐?! 그럼 대체 뭐가 다나카 하사의 손을 뚫고 지나간….”

 

  노인은 당황한 일본군 무리를 보며 큰 웃음소리를 내려는 걸 꾹 눌러 참았다. 그리고 잠시 어딘가의 빈 집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걸 눈치 챘다. 노인이 그곳에도 구슬을 하나 뜯어내서 튕기자, 은회색의 빛이 번득이며 날아오는 구슬을 베어버렸다.

 

  “호오 생각보다 뛰어난 칼솜씨를 가진 자가 있었군. 이런 곳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달인을 보게 될 줄이야. 꽤나 골치 아파지겠군.”

 

  하지만 노인은 내뱉은 말과는 정 반대로, 수염 너머의 입 꼬리를 높게 올렸다. 잠시 후 그는 방향을 바꿔서 구슬을 튕겼고, 이번에는 어린 아이를 죽이려고 했던 병사의 앞니를 정통으로 맞췄다.

  그 병사의 앞니가 부러지며, 구슬과 함께 목구멍으로 들어갔고. 앞니와 구슬에 목이 막혀버린 병사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다른 병사들이 달라붙어 그를 치료하려 했지만, 목 안에 깊이 박힌 앞니를 빼낼만한 수단이 없어 그 병사는 숨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뒤이어 노인은 마지막으로 딱 한 개의 구슬을 더 뜯어내, 젊은 여성을 붙잡고 있던 병사의 다리 사이를 맞췄다. 그의 바지 한 가운데가 붉게 물들면서,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입에 피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쯤 되자 일본군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면, 정체를 알 수 없고 날아가는 위치조차 짐작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저격에 크게 당황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당장 어깨에 짊어진 식량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고 앞장서서 달아났다.

 

  “다들 도망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저격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손실이 벌어지기 전에 약탈품 다 내려놓고 도망가라고!”

 

  일본군들은 억지로 끌고 왔던 여자. 그리고 쌀가마니와 귀금속들을 내려놓고, 재빨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중위 이상의 간부들은 말을 타고 다녀, 빠르게 도망갈 수 있었지만. 일반 병사들 대부분은 오로지 두 다리로만 달려가야만 했다.

 

  일본군 병사들은 말까지 탄 주제에 자기들 먼저 꽁무니 빠지게 달아나는 것을 욕하면서도, 그들의 뒤를 따라 목구멍에서 피 냄새가 날 정도로 달려갔다.

 

  단 한 사람. 등 뒤에 긴 일본도를 찬 사관 한 명만이 모두가 다 달아날 때까지 남았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이 전부 도망가자, 노인이 숨어 있는 곳을 향해 공손히 인사한 뒤. 문 앞에 걸려 있던 천을 찢어 젊은 여성에게 준 다음, 그녀에게 사죄의 인사를 하고 난 뒤에야 느긋하게 걸어갔다.

 

  “헛 참. 일본군에 저런 사람이 있던가?”

 

  의외의 모습에 노인은 적잖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일본군이 전부 다 빠져나간 뒤, 젊은 여성은 일본군 사관이 준 천 한 장으로 자신의 알몸을 가렸다. 그리고 아직 말도 못 할 나이로 보이는 어린아이는 울다가 지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젊은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그녀를 부축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도와주거나 상태를 봐주러 나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아니 오히려 허술한 천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맨몸을 보고 휘파람을 불거나, 노골적인 표정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들이 몇몇 있을 뿐이었다.

 

  노인은 잠시 눈을 감고 한참 지나간 옛날 일을 떠올렸다.

 
작가의 말
 

 헤비 메탈 포 버서크의 다음 권 분량을 리마스터 할 때까지 잠시 시간을 때울 겸 올립니다. 이쪽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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