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녀의 황궁입성기
작가 : 청휘아
작품등록일 : 2020.8.8

황궁 안에서 황자님들과 어울리면서 놀았던
나의 철없던 시절이 지나가고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나는 혼기만 꽉 차버린 열여덟의 처녀가 되어 있었다.

막연하게 황자님들 중 한 명과 혼인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게 하필 생각도 없는 팔황자라니. 아, 내 인생. 정말.

"우리 백아, 나랑 둘만 있고 싶었구나. 알았어. 같이 있자."

이건 뭐라는 거야 또?
아무래도 인생설계를 다시해야하나 싶다.


#황궁 #정치싸움 #정략결혼 #궁정로맨스 #첫사랑
#새침하고 밝은 여주 #장난기 많은 남주

문의: rtw0796@naver.com
표지: 졔리님 커미션

 
4. 자각(自覺)
작성일 : 20-08-14 20:36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690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는 인사를 올리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사도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올리는 거지, 받아주지도 않을거면 왜 시킨 거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렇게 있는 건 너무나 어색했다. 뒤로 돌려는 찰나에 그의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연회가 즐거우냐?”

 

 생뚱맞은 소리에 나는 그를 올려다봤다. 내 쪽을 바라보지 않고 여전히 곧은 자세로 서있는 상태였다. 그의 갑작스런 질문에 뭐라고 해야 될지 몰라 그냥 솔직하게 답했다.

 

 “시끄럽기만 합니다.”

 

 “과연 네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있었군. 나는 지겹다.”

 

 “네?”

 

 지겹다고? 연회가? 항상 얼음 같은 표정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는 그였기 때문에 내 앞에서 처음으로 드러낸 감정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 자리는 막중한 임무가 따른다. 집안에서도 황궁에서도 귀여움만 받고 자란 너는 하나도 모르겠지.”

 

 분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자리에 서게 되면 큰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태자가 된 이후부터 열리는 연회는 형식적이고 딱딱하지만 하나라도 망쳤다간 내가 위험해지고 날 믿는 이들이 위험해진다. 그게 지겨운 연회라도 참석해야만 하는 이유고 내가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다.”

 

 말을 마친 태자는 먼저 정자를 떠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감정 없고 재수 없는 태자인줄만 알았는데 마음 한 구석에 아예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어쩌면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저런 걸까? 사람들 위에 서있는 통치자들이란.

 

 왠지 음울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내 앞에서 굳이 말한 거지? 무슨 의도로? 이때까지 재수 없게 굴다가 한번 착하게 보이고 싶었나? 미쳤다고 설마 그가 동정을 받기 원한 건 아닐 것이다.

 

 어릴 적, 호환마마 같았던 칠황자님은 더욱 더 높은 태자전하가 되셨다. 황궁에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 나는 황자님들에게 하대를 했었다. 그 사실 하나로 칠황자님에게 밉보여 그날부터 마주칠 때마다 나에게 호칭을 고칠 것을 이야기 했다.

 

 허나 그 당시의 나는 고집이 강해 얼굴을 팍- 돌리며 모른 척 했다. 다른 황자님들이랑 달리 유독 나에게만 못되게 구는 그가 싫었고 그는 신분을 망각한 채, 함부로 대하는 내가 싫었을 것이다.

 

 이 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었다. 어찌 보면 유치하고 철없을지도 모른다. 둘 다 서로의 자존심만 중요해서 아직까지 대화 한 번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

 

 추억이 방울이 되어 흩어졌다. 그가 나에게 속마음을 내비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정자 한 가운데 서서 고민하고 또 생각했지만 결국 답은 얻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태자는 알 수 없는, 나에겐 한 없이 어렵기만 한 상대였다. 허나 그의 마음이 가슴을 콕- 찔러와 고민에 잠기게 했다.

 

 ***

 

 재녀선발은 3년마다 실시되는데 비빈이 될 재녀를 뽑는 것이다. 비빈이 되면 궁에서 살 수 있게 된다.

 

 명문가의 자녀들은 이 재녀선발에 선발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여 어떻게든 황제의 마음에 들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황자마마나 공주마마와 친해진 다음 연줄을 통하여 접근하려는 사람들도 많다.

 

 열흘 후에 있는 재녀선발을 준비하려는 여식들로 인해 시장인 동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동시가 아무리 넓고 크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데 고위 관료의 여식들은 이 좁은 길에 가마까지 대동하고 왔다. 그 바람에 길은 완전히 막혀 있었다.

 

 꼭 저렇게 다른 이들까지 불편하게 해야 되나? 이런 날에는 가마를 두고 여종들이랑 나오면 될 것을. 옆에서는 순지가 나에게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아, 아씨. 저를 꼭 붙잡고 계세요. 어유, 뭐 이리 혼잡한지. 저희도 가마를 끌고 나왔어야 했는데.”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야. 처음부터 가마를 탔으면 내 옷이 이렇게 더럽혀지지는 않았을 거 아니냐.”

 

 “별로 깨끗하지도 않으면서.”

 

 무심코 혼자 중얼거린 소리였는데 어떻게 귀신같이 알았는지 바로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얼씨구? 하나뿐인 여동생을 위해 귀한시간 내서 왔더니만 아주 날 머슴으로 알지?”

 

 “누가 그렇대? 와, 오라버니 저것 좀 봐.”

 

 오라버니와 말하던 중 지나가는 거리에 장신구를 파는 곳이 보이자 잠깐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게에는 옥잠, 댕기, 노리개, 꽃신 등이 있었는데 도성의 장신구들은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하나하나 예쁘게 세공되어 있는 장신구들에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이런 나를 보았는지 오라버니가 옆에서 시큰둥하게 옥비녀를 하나 들었다.

 

 “하여간 여인네들이란. 어찌 이런 것들에 환장을 하는지. 그저 거추장스러울 뿐인데 말이야.”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는 샐쭉거렸다.

 

 “흥, 오라버니가 여인의 마음을 알거라곤 생각도 안했어. 그러니까 여인에게 인기가 없는 거 아냐.”

 

 “하, 나 참. 인기가 없어? 내가 혼인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여인네들이 날 가슴 속에 품었는지 모르나 본데…….”

 

 저놈의 못난 입방정. 새언니에게나 잘할 것이지. 어찌 입만 열면 저리도 쓸데없는 말만 하는지 머리가 다 아파왔다.

 

 오라버니의 얼굴을 살짝 흘겨보다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째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귀족자제의 복장을 하고 혼자 다니고 있었지만 분명 그가 맞았다.

 

 설마 돌아온 것인가? 나는 혹시나 그를 놓칠까 싶어 들고 있던 삼색노리개를 놓아두고 뒤를 돌았다.

 

 “……너 그거 아냐? 옛날에 말이야. 하, 말하려니까 힘드네. 잠시만.”

 

 가만히 서서 혼자 폼이란 폼은 다 잡고 있는 오라버니를 어이없어 하다가 가지고 온 짐을 떠맡기고는 나름 충고랍시고 한마디를 했다.

 

 “아, 나 지금 오라버니 이야기 들어줄 시간 없으니까 그런 건 순지에게 이야기하고 난 다녀올 데가 있으니까 먼저 집에 들어가거나 알아서 놀거나. 아! 쓸데없는 건 사지도 마.”

 

 “어? 야야! 어디 가는 건데? 내가 한가해서 온 줄 아냐고!”

 

 오라버니가 뒤에서 불러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가 간 곳을 따라 쫓을 뿐 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지나고 지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청색도포의 그가 멈추어선 곳을 따라 나도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곤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유난히 빛나 보이는 그를 소리쳐 불렀다.

 

 “강아!”

 

 둥실둥실 구름 사이에 있는 햇빛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내리쬐었다. 한창 더운 날씨에 애써 분칠한 화장이 녹아내리자 짜증이 몰려왔지만 부채로 더위를 식히며 참아보려고 했다.

 

 강이는 내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바쁜 듯이 앞만 향해 걷고 있을 뿐이었다. 하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가 아니면 누가 감히 황자의 이름을 부른다고 생각하겠어?

 

 그는 금세 저만치로 사라져갔고 나는 놓칠까 싶어 잠깐 귀족 체면을 내려두고 옷을 부여잡고 뛰어가며 소리쳤다.

 

 “강아! 강아! 나 백아야. 거기 서보라니까.”

 

 어이구, 저 사오정 같은 놈. 어찌나 더럽게도 못 듣는지 속이 다 탔다. 이건 최후의 방법이었다.

 

 “야! 예강!”

 

 최대한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 말을 태자전하 앞에서 했다면 난 관원들에게 넘겨져 옥에 들어갔을 것이다. 강이라는 이름은 그렇다 치고 황가의 성인 ‘예’씨를 쓰는 백성은 없었으니 저렇게 성까지 붙여 부른다면 돌아볼 만 했다.

 

 예상이 맞았다. 드디어 멈칫거리더니 강이가 멈춰 섰다.

 

 그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잠시 뒤를 돌아 나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찌나 사람을 못 찾는지, 결국 내가 나서야겠다 싶어 그가 있는 쪽으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그제야 놀란 얼굴로 내 모습을 살피다가 아무 말도 않는 그의 모습에 먼저 말을 건네었다.

 

 “으이구, 왜 이리 멍한 표정이십니까. 여국에 갔다 오시더니 거기가 살기 좋았나보죠?”

 

 “나 참, 너야말로 왜 여기 있는 거냐? 그리고 뭐? 예강? 그 이름 함부로 부르면 안 되는 거 몰라?”

 

 뒷말에 마음이 약간 찔려왔지만 정신을 수습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그건 내가 물어야 할 말인 것 같은데. 일국의 황자가 귀족차림으로, 그것도 시종한명도 대동하지 않고 저잣거리를 돌아 댕기는데 이게 더 큰일인거 아냐?

 

 “전하께서 진작에 돌아보셨으면 안 그랬습니다. 저야 조금 있으면 열리는 재녀선발을 준비하기 위해서죠. 황자님께서는 도대체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그 옷차림은 또 무엇이고?”

 

 내가 묻는 말에 그는 입만 뻐끔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치이잉- 하는 칼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시끄럽게 울렸다.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앞에 있는 강이의 모습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깜짝 놀란 내가 혼자 중얼거렸다.

 

 “뭐야, 어딜 간 거지?”

 

 사라졌던 강이의 모습은 한 기와집 지붕 위에서 나타났다. 그는 누군가와 대치하고 있었다.

 

 검은 도복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에게 집중하고 있던 강이는 사내와 칼을 부딪치며 싸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동공이 커다래졌다. 칼 소리는 점점 격해져만 갔다.

 

 지붕 끝에서 강이와 얼굴을 가린 사내는 달려가며 칼로 서로를 내리쳤다. 허나 간발의 차로 얼굴을 가린 사내는 운 좋게 피했고 강이의 오른쪽 팔에 칼이 스쳐 지나갔다.

 

 “꺅!”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강이는 중심을 잃고 밑으로 떨어졌다.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얼굴을 가린 사내는 급하게 몸을 날려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나는 서둘러 그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감히 어떤 놈이 다치게 한 겁니까?”

 

 강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매에 붙은 피를 닦았다.

 

 “걱정할 거 없어. 스치기만 한 거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는 더 이상 대답 못하고 우선 이곳을 벗어나자며 웬 객잔으로 발을 들였다.

 주인장이 안내해 준 방에서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가 의아하여 나는 앞에 있는 나무탁자를 탕- 하고 쳤다.

 

 “양갓집 규수를 이런 곳에 대동하고 왔으면 무슨 말이든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아까부터 왜 그런 얼굴을 하고 가만히 있는 겁니까? 방금 전 일은 또 무엇이구요?”

 

 그는 내가 소리치는 말에도 입을 꽉 다물고는 가만히 있었다. 그저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고서는 사람을 미치게 할 뿐 이었다.

 

 “후, 왜 그러는 건데? 말 좀 해보라고.”

 

 “갑자기 웬 하대야.”

 

 느닷없이 하대를 하자 그건 또 불만인건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야, 원래도 우리 둘만 있을 땐 이렇게 했잖아. 그리고 신분으로 따지자면 네가 높아도 태어난 년도로 보자면 내가 일 년은 더 살았거든.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드디어 말문이 트였구나. 아주 이래도 말 안하면 네 그 입을 찢어놓으려 했다.”

 

 “이것 봐라? 양갓집 규수는 무슨. 네 입으로 그런 소리가 나와? 감히 황자의 입을 찢어 놓는다고? 너 어디 가서 나 안다고 하지마라. 쪽팔리니까. 그리고 안 본 사이에 얼굴이 넓적해진 것 같은데 여기서 더 커지면 어쩌라는 거냐.”

 

 뭐 이런……. 강이는 내가 편하게 말하자마자 본래의 성격을 드러내보였다.

 

 그래. 내가 말하고도 양갓집 규수에 맞게 품격 있고 고상한 말투는 아니었다.

 

 그래서 뭐, 뭐? 내가 고상하면 어쩔 건데. 그리고 뭐? 얼굴이 넓적해져? 진짜 황자만 아니었어봐. 성격 같으면 넌 벌써 얻어맞고도 남았다. 철천지원수 같은 놈.

 

 “나 지금 화났다? 금세 말 바꾸는 거 봐라. 언제 돌아 온 거야?”

 

 그는 가만히 앉아서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돌아온 지는 조금 됐어. 이번 연회는 사정이 있어 참석 못한 거고.”

 

 “무슨 사정이길래 참석도 못했는데? 네가 온 줄 알았다면 내가 태자전하와 그런 일은……!”

 

 “그런 일이라니? 전하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봐?”

 

 능글맞게 웃으며 나를 놀리는 그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망할 것이 내가 어릴 적부터 태자전하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이리 놀리는 게 틀림없었다. 아, 또 그때 생각나려하네. 아아악!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 어여쁜 백아가 무슨 일로 이러실까? 형님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이리 난리법석이야.”

 

 “입 다물어. 지금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닐 텐데. 네 말이나 계속 해봐.”

 

 이게 어디서 주제를 감히 바꾸려고. 말투부터가 아주 마음에 안 드는 게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둘 다 그냥 짜증났다.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머리를 굴려보더니 결국 안 되겠다 싶었는지 입 밖으로 한숨을 후- 하고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감히 누굴 속이려 하려고? 내가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리자 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몇 해 전부터 태자전하를 노리는 놈들이 있어.”

 

 “……! 그게 무슨 소리야?”

 

 “질문은 내 말이 끝난 후에 해라. 네가 성격이 급한 건 알겠는데 나 지금 엄~청 중요한 이야기 할 거니까. 알겠냐?”

 

 나는 그 녀석의 기세에 살짝 눌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전하의 자리를 노리는 황자들 중 누군가가 뒤에서 시킨 짓이겠지. 네가 황궁을 오가면서 자랐다고 해도 이런 정치적 변화까지는 몰랐을 거다. 이건 정말 황실에서 자라온 우리들만 아는 이야기일 테니까. 하긴, 네가 뭘 알겠냐. 아직도 혼인걱정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 게.”

 

 “야, 본론만 말하자. 응?”

 

 혼인걱정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살아?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 녀석의 말투에 순간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물론 안다. 강이는 나보다 잘난 황자니까 황궁 안에서 교육도 많이 받았을 테고 주위에 마음에 안 든다고 노리는 이들도 있을 거다.

 

 

 그렇다고 해도 혼인 걱정하는 게 뭐가 나빠? 재녀 선발에서 이번에도 탈락되면 난 노처녀로 늙어죽는 거라고.

 

 “알았다고. 장난도 못 치냐. 황실은 지금 태자전하 편과 반대편으로 나뉘어져 있어. 물론 그들은 전하가 이미 있기 때문에 공식적으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리에 움직이지. 적이 떡하니 내가 적이오! 이러는 거 못 봤잖아? 나는 당연히 태자전하편이고 나를 비롯해 몇몇 황자들이 전하의 편에 서 있어. 우리는 아직 그가 누군지 몰라. 우리랑 반대편에 서 있는, 뒤에서 몰래 움직이는 그 배후에 있는 이를 알아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중이야. 이번 연회 때 빠진 것도 이런 비슷한 이유고.”

 

 말을 끝낸 그가 조심스레 내 표정을 살피는 게 느껴졌다. 그가 괜찮은지 물었지만 나는 정말 뜻밖의 사실에 놀라고 당황하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야야, 많이 놀랐냐?”

 “아니, 전하가 이미 있잖아? 근데 왜 그분의 자리를 빼앗으려 하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자는 이미 오래전에 세워졌는데 누가, 어째서 노리는 건지. 내 물음에 강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하지만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8 18. 알지? 거기선 절대 기가 죽으면 안 된다 2020 / 9 / 30 243 0 5463   
17 17. 홍염(紅焰)의 밤 2020 / 9 / 27 235 0 6055   
16 16. 패싸움 2020 / 9 / 27 227 0 4153   
15 15. 설마 나 심장병인가? 2020 / 9 / 20 229 0 5522   
14 14. 풍등축제가 시작되는 곳 2020 / 9 / 20 236 0 5325   
13 13.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2020 / 9 / 20 242 0 5483   
12 12. 서……방님? 2020 / 9 / 13 228 0 5106   
11 11. 오황자님 부부 2020 / 9 / 13 244 0 5895   
10 10. 첫날밤에는? 2020 / 9 / 6 229 0 5389   
9 9. 혼약의 맹세 2020 / 9 / 2 233 0 5834   
8 8. 그날의 아침내음 2020 / 8 / 29 245 0 5330   
7 7. 떨어지는 나비처럼 2020 / 8 / 23 240 0 6782   
6 6. 일침 (一鍼) 2020 / 8 / 21 238 0 5539   
5 5. 그녀의 강세 (强勢) 2020 / 8 / 16 239 0 4802   
4 4. 자각(自覺) 2020 / 8 / 14 239 0 6908   
3 3. 태화절(太華節) 2020 / 8 / 9 247 0 5262   
2 2. 그 소녀 2020 / 8 / 8 244 0 5517   
1 1. 일곱 살의 시작 2020 / 8 / 8 415 0 58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