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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톡홀름 신드롬
작가 : 새이
작품등록일 : 2020.8.10

계약작입니다. 공모전 기간 종료 후, 업로드된 회차는 삭제처리됩니다.
감사합니다:)

 
11. 이별과 재회.
작성일 : 20-08-14 08:32     조회 : 167     추천 : 0     분량 : 5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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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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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크도 다 먹었겠다, 슬슬 작업을 시작해볼까.

 

 내게서 산세베리아를 홀랑 뺏어간 희성이 뭔가 생각하는 듯 조용해진 틈을 타, 나는 미뤄왔던 시놉시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아, 역시 로맨스는 나랑 안 맞는 건가…’

 

 중간중간 글이 막히자, 괜한 도전을 했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게다가 잘 알지도 못 하는 사랑에 대한 글을 적으려니 괜스레 오글거리기만 했다. 담당자님이 주셨던 ‘그 책’이라도 봐야하나.

 

 이런저런 고민 속에 어느덧 시놉시스는 거의 완성되고 있었다. 문득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져 앞을 보니, 희성은 심심한 듯 애꿎은 산세베리아 잎을 거칠게 매만지며 괴롭히고 있었다.

 

 “권희성 씨, 심심하면 저기 꽂혀있는 책이라도 보시죠.”

 

 조용히 작업에 열중하던 내가 말을 걸자, 희성은 내심 말 걸어주기를 바랐었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책은 됐고,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됩니까?’라며 희미한 웃음을 보였다.

 

 뭐, 지금까지 얌전히 기다려줬으니 질문 정도야. 내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곧바로 희성은 물음표를 던져왔다.

 

 “지금까지 쓴 추리, 스릴러 소설들은 전부 실화를 바탕으로 쓰신 겁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대개 그런 편입니다.”

 

 “그럼, 이번 사건도 책으로 쓰실 겁니까?”

 

 “...글쎄요.”

 

 이미 이번 사건을 토대로 시놉시스를 작성 중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 그것도 이번 사건의 당사자한테. 나는 그의 질문에 모르는 척 대충 얼버무렸다. 그가 알게 되어도 나중 일이지, 지금은 말해주기가 살짝 곤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르가 로맨스니까 더더욱 말해주기 싫었다.

 

 희성은 내 대답에 ‘흐음.’ 하며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 후,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놉시스를 쓰는 데만 집중하자, 희성은 궁금한 게 더 있다며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지금 쓰는 소설은 무슨 내용입니까?”

 

 “출간 전인 소설 내용을 당신 같은 열혈 독자에게 말했다간, 수입이 줄지 않겠어요?”

 

 내 딴엔 나름 농담을 던진 거였는데, ‘원한다면, 전국 서점에서 당신의 모든 책들을 품절 대란에 휩싸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라며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걸 보니 희성은 전혀 농담으로 듣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전국에 서점이 몇 갠데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해? 겉만 보면 완전 다 큰 어른 같아보이는 희성도 결국 아직 애는 애구나 싶어 슬며시 웃음이 비껴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사재기하는 거, 불법이거든? 이 철부지야.

 

 “이제 막 스무살인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께서 말은 잘하시네요.”

 

 ‘어라, 도련님?’

 

 ‘도련님’이라는 단어를 뱉고나니,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도련님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순간 머릿속에 작고 익숙한 느낌이 드는 남자아이의 실루엣이 스쳐지나갔다. 앞을 보니 희성은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이라고 부른 것이 불만인 듯 나를 보며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도련님이라니, 저 그 말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당신에겐 예외지만.”

 

 희성과 그 남자아이가 일순간 겹쳐진 듯 보였으나, 찰나였다. 알 수 없는 찝찝한 기분에 나는 결국 쓰던 걸 멈추고 노트북을 닫았다.

 

 “벌써 다 쓰신 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집에 가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만 집에 가죠, 권희성 씨도 심심해보이고.”

 

 ‘어, 이원 씨 지금 저를 생각해주신 겁니까?’ 라며 기분이 좋은 듯 실없이 웃던 희성은 내 짐을 자기가 들겠다며 받아들었다.

 

 ‘본인 집도 아니면서 그만 집에 가자는 말이 저리도 좋을까.’ 나는 내 짐을 들곤 빠르게 카페 밖으로 빠져나가는 희성을 보며 느껴지는 이유 모를 익숙함과 동시에, 올라오는 위화감을 애써 떨치며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

 

 다음 날, 나는 오늘도 카페를 갈 예정이었다. 오늘은 어제 쓰다 말은 시놉시스를 완성해야 했다. 나는 ‘5분 뒤에 카페에 갈 겁니다.’라고 소파에 누워있는 희성을 향해 넌지시 말했다. 어차피 어제처럼 따라오려 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하라는 뜻에서 한 말이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희성은 딱히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네, 좋다고 따라나설 줄 알았는데. 답지않은 그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오늘은 왜 조용합니까?’ 라고 묻자, 그는 ‘어제 저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 하시는 것 같아서요. 오늘은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라며 이불 속에서 빼꼼히 얼굴만 드러낸 채 말했다.

 

 하루만에 태도가 이렇게 바뀌다니. 어제 진짜 지루했나보네. 뭐, 나한텐 잘 된 일이려나. 사실 어제 희성이 신경쓰여 제대로 작업에 집중하지 못 했던 건 사실이니까.

 

 “싱겁긴, 알겠습니다. 서랍 안에 감자 과자 채워놨으니까 그거 먹어요.”

 

 집에 희성이 혼자 있을 땐 족쇄를 채워야해서, 나는 누워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제처럼 위에서 절 덮치려고 오는 겁니까?”

 

 “아니, 내가 언제 당신을 덮쳤다고...!”

 

 희성은 돌돌 말고있던 이불을 쫙 펼치며 ‘오늘은 카페 가지 말고 나랑 있어요.’ 하며 제 품을 향해 손짓했다. 안기라는 뜻임을 알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됐으니까 가만히 있어요.”

 

 나는 그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 후 사고치지 말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으라며 신신당부한 채 쫓기듯 밖을 나섰다.

 

 요새 조금만 방심하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같아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뭐 저리 자연스럽게 수작을 거는지. 나는 가끔씩 그의 수작에 대차게 걸려든 후에야 ‘아차’하며 빠져나온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제도 욕실에서 씻던 희성이 샴푸가 없다고 해서, 나는 새 샴푸를 욕실 안으로 밀어넣어줬다. ‘이원 씨, 샴푸에 손이 안 닿습니다.’ 라는 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린 채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글쎄 아래만 아슬하게 가린 채로 그가 내 앞에 떡하니 서 있었다.

 

 희성은 탄탄한 잔근육과 보란듯이 새겨진 복근을 보인 채 ‘온이원 씨, 너무 노골적으로 절 훑어보시는 거 아닙니까? 변태.’ 라며 샴푸를 받아들곤 휑하니 욕조로 들어가버렸다.

 

 슬쩍 보니 샴푸도 가득 차있어서 새 샴푸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의 장난질에 또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욕실 불을 꺼버리는 걸로 소심하게 복수를 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침 어두워졌으니, 같이 씻을까요?’ 라는 음험한 말이나 해댔다. 뭐 이렇게 뻔뻔한 변태가 다 있어!

 

 사실 유신은 집에 감시 카메라도 설치하길 바랐다. 나도 처음엔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지만, 희성이 내게 보이는 맹목적이고 당연한 듯 보이는 호의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를 무르기로 했다. 요새 나는 매일같이 희성의 처우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유신은 희성을 죽이거나, 그가 잘 때 어딘가에 내다 버려서 내 곁에서 희성이 사라지길 바랐다. 반대로 나는 그런 무력보다는, 평범하게 그를 집에 돌려보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정작 희성은 스스로가 본인 집에 돌아가는 것을 꺼려했다. ‘아직 때가 아니다’ 라며. 나는 그 이유를 물어볼 기회가 많았지만, 딱히 물어보지 않았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은 희성의 입에서 대체 무슨 말이 나올지, 솔직히 조금은 겁이 나서.

 

 “...어.”

 

 잡다한 생각에 빠진 채 걷다보니 어느새 내 시야에 카페가 보였다. 그리고 카페 앞에 있는 커다란 이삿짐 트럭들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이사라도 가나?

 

 옮길 짐이 꽤 많은 편이었는지 짐을 싣는 트럭이 두 대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카페 앞에서 작은 산세베리아 화분들을 정성스럽게 뽁뽁이로 감싸고 있는 사장님을 발견했다.

 

 “사장님, 이게 다 뭐예요?”

 

 “어, 이원 씨! 놀라셨죠? 하하... 좀 갑작스럽지만, 더 좋은 곳으로 확장 이사를 가게됐어요. 어떤 돈 많은 분이 매매가에 10배나 더해서 사가셨거든요.”

 

 매매가에 10배라니, 아무리 이 곳이 서울치곤 좀 노후한 지역이긴 해도, 결국 서울 중심부였다. 요새 서울 땅값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던데 이걸 10배나 더 얹어주고 사갔다니. 이 근방은 그렇게까지 급하게 살 정도의 메리트가 없을 텐데...이 건물에 한이라도 맺힌 사람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사장님은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 웃음꽃이 완연해 있었다.

 

 “어디로 가시는 건데요?”

 

 “여기, 이거 받아주세요. 새로운 카페 위치예요. 근처 올 일 생기시면 꼭 한번 들러주세요. 그동안 단골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내게 새로운 카페 위치가 적힌 작은 명함을 건네준 사장님은 포장이 끝난 산세베리아 화분들을 품에 소중히 안고는 이삿짐 센터 직원에게 “조심히 다뤄주세요!” 하며 건넸다. 부산하기 짝이 없는 흔한 이사의 풍경이었다.

 

 건네 받은 주소를 보니, 카페가 새롭게 자리를 잡게 된 곳은 꽤 부자 동네였다. 진짜 돈 많이 받으셨나보네.

 

 “근데 왜 이렇게 급하게 가시는 거예요?”

 

 “새 건물주 분이 최대한 빨리 가게를 비워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마 이 곳에서 다른 사업을 하시려나봐요. 게다가 제 카페가 새로 자리 잡을 만한 좋은 위치도 소개해주셨어요. 그러다보니 속전속결로 당장 이사를 가게됐네요. 덕분에 아침부터 엄청 바쁘게 됐어요. 그런데 오늘도 이원 씨가 오실 줄 알았다면 당장 이렇게 안 갔을 텐데... 그냥 내일 갈 걸 그랬나 봐요. 너무 아쉬운 거 있죠.”

 

 카페가 새로 이사갈 곳까지 소개해줬다고? 새로운 건물주가 누군진 몰라도, 진짜 이 건물에 집착 심한가 보네. 여기 뭐, 나중에 땅값이 엄청 오르는 일이라도 생기는 건가?

 

 그때 뒤에서 누군가 사장님을 불렀다.

 

 “우리 다음에 또 꼭 만나요. 그땐 제누와즈 더 맛있게 구워드릴게요!” 라고 작별 인사를 빠르게 한 사장님은 정말로 바쁜 듯 곧장 짐을 나르러 갔다.

 

 그래도 그렇지 뭐 이렇게 갑자기 가시는 거야? 3년 넘게 이 곳에서 잘만 장사하시던 분이! ...나, 이제 소설 어디가서 쓰지? 집에서 쓰기엔 권희성 씨가 거슬려서 곤란한데… 근처에 이 카페처럼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는 없을 텐데. 갑자기 심란하네.

 

 일순간 주변이 어두워진 기분에 슬쩍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가 오려는 듯 서서히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비 오는 날에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작업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은 없는데. 이거 진짜 아쉽네.

 

 어휴, 비 오기 전에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마침 권희성 씨가 따라오지 않아서 다행인 건가… 그 사람이랑 같이 나왔으면 둘 다 헛걸음할 뻔했네.

 

 “히요코!”

 

 사장님이 이사간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나? 갑자기 환청이 다 들리네. 일본에 있는 유신의 목소리가 왜 갑자기 들리는 건지...

 

 후비적, 귀를 파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던 내 시야에 저 멀리서 유신 특유의 짙은 노란색 머리가 들어왔다.

 

 이제 하다하다 헛것이 다 보이네.

 

 “병아리! 거기 멍하게 서서 뭐해?”

 

 어, 진짜 유신이잖아? 뭐야, 일 있어서 당분간 일본에 있겠다고 한 사람이 왜 한국에 있어?

 

 

 

 
작가의 말
 

 전방에 출몰한 유신! 한국 이름은 수혁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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