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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복제인간 소녀 기억 되찾기 프로젝트
작가 : 차근
작품등록일 : 2020.8.3

아무도 없는 이곳에 나는 누구..?
병실을 나서자마자 목숨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들..!
그리고 초인적인 운동신경을 내뿜는 몸!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살고 보자!
탈출 중에 만난 남자가 완전 잘 생겼잖아?!
다 필요 없고 너만있으면 될 것 같아!
화끈한 복제인간 소녀의 기억 되찾기 프로젝트!
yjmllm132@naver.com

 
09. 비와 몸의 기억
작성일 : 20-08-13 22:5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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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숲길 한가운데로 차를 몰던 보라는 몇 번이고 자동차 천장에 머리를 박았다. 거친 길 때문에 운전이 쉽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허리까지 자란 풀 뿐이라 재준이 지나간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옆으로 빠져야겠어.”

 

 핸들을 돌리자 곧바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이렇게 편한 길을 놔두고 그 녀석은 왜 숲 한가운데로 들어간 거야?

 

  “그래도 차가 있어서 다행이야.”

 

 박사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찾은 건 행운이었다. 보라는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기시켰다.

 

  ‘만약 그를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

 

 박사의 죽음이 안타깝긴 했다. 그만한 사격 실력을 갖추고 있었으면서 왜 탈출하지 못했던 걸까.

 

  “결국, 내 정체만 확실해졌군.”

 

 복제인간 베이비1986. 아직도 믿기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태어날 때부터 신체와 두뇌가 완성된 인간.

 

  “게다가 늙지 않는 몸이라니.”

 

 늙지 않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죽을 때까지 발육이 멈추지 않는다는 걸까? 아니면 지금의 외모와 신체를 가지고 평생 산다는 걸까?

 

  “아 몰라. 20대로 쭉 살 수 있다니까 좋은 거겠지.”

 

 조금 답답해진 보라는 창문을 내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박사의 말을 들으면 뭐라도 기억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여길 나가면 생각나겠지.”

 

 햇빛이 얼굴로 쏟아졌다. 보라는 앞을 보려고 손을 들었다. 찝찝한 마음도 떨쳐낼 겸 눈을 보호할 것을 찾던 보라는 머리 위 콘솔박스를 눌렀다.

 

  “선글라스잖아?”

 

 선글라스를 낀 보라는 고민 따윈 없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차를 몰았다.

 

 .

 .

 .

 

 조금 전까지 해가 쨍쨍하더니 금세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전조등을 키고 창문을 올렸다. 바람을 타고 짭조름한 비린내가 들어왔다. 바다가 근처였다.

 

 바다와 가까워지자 아스팔트로 깔끔히 포장된 도로가 보였다. 맞은편 표지판에 키메라 1-헬기장과 키메라 2-항구가 각각 두 갈래 길 끝에 쓰여 있었다.

 

 아스팔트 도로 앞에 차를 세우고 재준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를 추월했을 가능성이 컸다. 답답한 공기에 에어컨까지 찾아 튼 보라는 비 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두 단어를 합쳐 널 부르기로 했지.’

 

 빗소리를 듣고 있자니 박사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베이비1986.’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치던 보라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1986은 년도를 뜻하는 거 같고, 베이비는 뭘까.”

 

  ‘재준 군과 꼭, 함께…. 있어야 한다.….’

 

  “그 녀석과 함께 있으면 고생뿐이라고요.”

 

 괜히 불평 어린 혼잣말을 뱉고 좌석에 몸을 눕혔다. 천장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재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녀석 잘 오고 있겠지? 도망칠 때 대부분의 폐기생명체는 내 쪽으로 끌어들였으니까.

 

 긴장이 풀리면서 눈이 절로 감겼다. 그리고 엄청난 갈증이 몰려왔다. 보라는 자신이 깨어난 후 한 번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안 되겠다.”

 

 벌떡 일어나 앉아 창문을 내리고 목을 밖으로 뺐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입을 크게 벌렸다. 비를 맞고 있으니 복잡했던 생각들도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가까스로 목을 축이고 자리에 앉은 보라는 옆좌석 밑에 뜯지 않은 생수병을 발견했다.

 

  “....”

 

 짜증스럽게 생수병을 집어 든 보라는 차 내부를 둘러봤다. 뒷좌석에는 더 어마어마한 게 실려 있었다. 개조된 뒷좌석에 슈퍼바이크 한 대가 실려 있었다.

 

  “이런 게 있었어?!”

 

 트렁크를 열어보니 바이크용 부츠와 헬멧도 있었다. 바이크를 이리저리 쓰다듬던 보라는 이걸 타고 재준을 마중 나가기로 했다.

 

 글러브박스에서 바이크용 장갑까지 찾아낸 보라는 생수를 챙긴 뒤 허리춤의 권총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바이크용 부츠를 신고 시트에 앉자 바이크의 묵직한 무게감에 마음에 들었다.

 

  “딱 내 거 같은데?”

 

 조이지도 헐렁하지도 않고 딱 맞는 헬멧에 신난 보라는 자세를 고쳐잡고 핸들 바를 잡아봤다. 자연스럽게 클러치를 잡는 손 모양이 신기했다. 클러치를 당기고 발을 움직여 기어를 바꿨다.

 

  “나, 이거 타본 적 있나?!”

 

  ‘드디어 아는 걸 찾았다!’

 

 시동 걸 준비를 마치고 꽂혀있는 키를 ON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렀다.

 

  “아?”

 

 엔진이 아주 잠깐 터덜거리고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방전된 것 같다.

 

  ‘젠장.’

 

 시트에서 내린 보라는 바이크를 밀고 아스팔트 도로까지 밀고 올라갔다. 휑한 도로에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보라는 기어를 바꾸고 있는 힘껏 바이크를 밀면서 뛰었다. 속도가 붙어 바퀴가 잘 굴러갈 때쯤 스위치를 누르자 엔진소리가 났다.

 

 그 틈을 노려 클러치를 풀고 스로틀을 감아 시트 위로 뛰어올랐다. 강제로 시동을 켠 것이다. 바이크는 보라를 싣고 빠른 속도로 달렸다. 헬기장으로 향하던 방향을 돌려 비포장도로로 꺾었다. 변속기를 바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왔던 길을 돌아가면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재준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재준에게 일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해.”

 

 바이크를 세우고 숲을 둘러봤다. 고요한 숲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폐기생명체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보라는 헬멧을 벗고 큰소리로 외쳤다.

 

  “김재준!!!”

 

 나뭇잎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보라의 외침이 섞였다. 보라의 얼굴에 맺힌 피딱지가 빗물에 씻겨 내렸다.

 

  “김재준!!!”

 

 다시 한번 외쳐봤지만, 재준의 대답도 폐기생명체들의 울음소리도 없었다. 숲속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등골이 서늘했다. 피범벅이 된 김재준의 모습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젠장!!! 김재준!!!”

 

 헬멧을 집어 던지고 풀숲에 뛰어들었다. 숨이 끊길 듯 말하던 박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준 군과 꼭….’

 

 시야를 가리는 풀들을 헤치고 재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재준이 이미 죽어버렸을까 봐 두려웠다.

 

  ‘무서워.’

 

 그 생각을 하자마자 숲속이 갑자기 아주 좁게 느껴졌다. 답답하고 어지러웠다.

 

  “김재준 어딨어!!!”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의 이름이 가슴에 걸린 것처럼 심장이 아렸다.

 

  “김재준!!!”

 

 그의 이름을 크게 외치고 그가 다시 소리쳐준다면 진정될 것 같았다. 그러나 들려오는 건 빗소리뿐. 좌절감이 덮쳤다.

 

  “흐윽…. 어디 있냐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온기가 아프다.

 

  ‘씨이…. 죽여도 내가 죽여야 하는데….’

 

 사이코패스 같은 생각을 하며 보라는 거칠게 눈가를 비벼 닦았다. 그녀는 아직 눈물과 두려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저건…!”

 

 무심하게 풀을 헤치던 보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로로 특이하게 자란 나뭇가지에 하얀 옷 조각이 걸려 있었다.

 

  ‘김재준?!’

 

 걸린 옷조각을 걷어내자 나뭇가지에 묻은 핏자국이 씻겨 내렸다. 보라는 옷조각을 쥐고 재준이 왔던 방향과 반대로 걸어갔다.

 

  “!!!”

 

 보라는 눈앞의 광경에 입부터 틀어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 그렉들이 모여있었다. 낮에 보는 그렉의 몸은 더 검붉었다.

 

  ‘뭐 하는 거지?’

 

 흥분하며 울부짖던 밤과 달리 그렉들은 가만히 서 있었다. 고개를 들고 혀를 길게 내빼고 있는 녀석도 있고 빗물이 모여 떨어지는 물줄기에 머리를 갖다 대고 있는 녀석도 보였다. 그중 한 마리와 보라의 눈이 마주쳤다.

 

 붉은 눈동자가 가만히 보라를 응시했다. 보라는 당장에라도 도망갈 태세를 취하며 녀석을 주시했다.

 

  “...?”

 

 그러나 그렉은 조용히 쳐다보기만 할 뿐 공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녀석의 붉은 눈동자는 공허했다.

 

 공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안 보라는 조심히 발을 옮겼다. 풀이 스치는 소리며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그렉들에겐 크게 들렸지만, 녀석들은 뿌리내린 나무처럼 가만히 비를 느끼며 서 있었다.

 

 자리에서 벗어난 보라는 왔던 방향으로 걸어갔다. 재준이 지나간 방향이었다. 빗소리를 배경 삼아 조용히 걷던 보라는 텅 빈 붉은 눈동자가 신경 쓰였다.

 

 .

 .

 .

 

 한편, 재준은 불쾌한 느낌에 눈을 떴다.

 

  “으윽….”

 

 눈을 뜨자마자 빗물이 눈으로 떨어졌다. 차가운 빗물이 안에서 퍼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흙더미 속에서 몸을 빼낸 재준은 자세를 고쳐잡고 혀를 내밀었다. 5일 만에 보는 물이었다. 허겁지겁 물을 받아마신 재준이 갑자기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흑흑….”

 

 갑자기 일어나려 해서인지 눈앞이 새카매졌다. 머리가 띵하고 뇌와 눈의 연결이 잠깐 끊기는 기분이었다.

 

  “후…. 후….”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눈을 떴다. 이미 체력은 바닥나서 팔조차 들기 힘들었지만 이대로 한 번 더 정신을 잃으면 다음엔 죽어서 깨어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죽어도 이 섬은 나가서 죽을 거야.’

 

 간신히 몸을 움직여 흙벽 속에 튀어나온 돌을 밟고 기어올랐다. 높이가 2m 이상 되는 것 같다.

 

  “윽!”

 

 반쯤 올라왔을 때쯤 발이 미끄러졌다. 중심이 흐트러지자 흙이 부서져 내렸다. 빗물을 머금은 흙이 진흙처럼 변했다.

 

  “이러다 산채로 묻히겠네.”

 

 재준은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올라갔다. 그러나 또 아래로 미끄러졌다. 다리는 돌에 긁혀 엉망이었고 흙벽 대부분이 흘러내렸다. 점점 땅 밑으로 꺼지자 재준은 발만 굴렀다.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렉이나 카타나에게 공격당할까 봐 침만 삼켰다.

 

  “김재준!!!”

 

 보라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떻게 찾은 건지 찢긴 옷조각을 흔들고 있는 보라가 보였다.

 

  “윤보라!!”

 

 반갑게 보라의 이름을 외친 재준이 손을 흔들었다. 고작 몇 시간 떨어져 있었는데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엄청 반가웠다.

 

 ‘보라의 눈가가 조금 붉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거긴 왜 들어갔어!”

 

 퍼붓는 빗소리에 보라가 소리쳤다. 엉뚱한 건 여전했다.

 

  “빠진 거야! 나 좀 올려!”

 

 재준이 진흙에 빠진 발을 가리켰다. 아래로 꺼지는 땅이 빠르게 재준의 다리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보라가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끌어올릴 만한 걸 찾나 싶었는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비를 많이 맞아서 몸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혔다. 점점 정신을 놓는 게 편할 것 같단 생각이 들 때쯤 보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재준!”

 

 고개를 들었더니 비에 젖은 그렉 한 마리가 커다란 손을 뻗어왔다.

 

  “!!!”

 

 당황한 재준이 몸을 버둥거렸지만 헛수고였다. 진흙에 무릎까지 빠져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커다란 손이 재준의 머리 가까이 내려왔다.

 

  ‘보라야!’

 

 재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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