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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넌 어디에서 왔니
작가 : 해글님
작품등록일 : 2020.8.1

가출한 가을이의 영혼을 찾습니다!
소원을 이루기까지 단 하나의 악령만 남았는데, 다른몸에 빙의되어 버렸다.
진짜영혼을 찾고 모든걸 제자리로 돌려야한다.
그런데 가을이의 약혼자에게 마음이 계속 끌린다. 난 원래몸으로 돌아가야하는데...
파면 팔수록 수상한 가을이의 과거. 그녀의 영혼을 찾을 수 있을까?
#로맨스#추리#기억상실#기억찾기#까칠남#다정남

 
17화. 이가을
작성일 : 20-08-13 22:36     조회 : 232     추천 : 2     분량 : 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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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을아, 잘 지내고 있었어?]

 가을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다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렸다.

 "응, 다희 너도 잘 지내지? 근데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시간은 오후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목소리로 봐서는 심각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늦은 시간이지? 빨리 물어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혹시 미주 기억해?]

 "아, 다희야 내가 아직 기억이 안 돌아왔어"

 [아차차, 내가 깜빡깜빡한다니깐. 미주라고 우리 고등학교 때 셋이 단짝이었었는데, 결혼한다고 연락 와서 계속 톡 중이었거든. 얼굴도 볼 겸 밥 사준다고 서울로 올라오라고 해서 약속 잡는 중이야. 근데 미주가 너 연락 안 된다고 해서]

 "폰 고장 나서 연락처 바뀐 걸 아무도 모를 거야."

 [응 그래서 내가 말하기도 그렇고, 너 기억 잃은 것도... 이번 주말에 서울 올라갈 생각인데 같이 볼래?]

 가을은 미주가 누군지 모르지만 진짜 가을의 고등학교 단짝이었다면 그녀의 학창 시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응, 주말에 시간 괜찮아. 장소하고 시간 톡으로 남겨줄래?"

 [그럼 내가 미주하고 약속마저 잡고 보내놓을게. 아 참! 그때 내가 말했던 악몽 있지.]

 "기억났어?"

 [흐흐, 아니 난 기억 안 나는데 미주가 기억하는 것 같아. 그것도 톡으로 보내놓을게]

 악몽의 내용을 들어봤자 진짜 가을이 아니라면 책을 읽는 것 같겠지만, 그래도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를 알면 좀 더 찾는 데 도움이 더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응 고마워."

 [얼른 쉬어.]

 "너도, 주말에 보자"

 [응]

 다희와 전화를 끊고 가을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옆쪽 벽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확히는 벽 너머 옷방의 상자를 생각한 거였다.

 "열어 볼까?"

 순간의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울컥거렸다. 잔상처럼 영정사진이 떠오르자 속이 답답해졌다.

 "오늘만 날이 아니니깐"

 겨우 울음을 삼키듯 침을 꼴깍 삼키고는 가을은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드라이기의 백색소음을 조금 더 강하게 냈다.

 

 꿈속이다. 가을은 꿈이었지만 지금 상황이 꿈이라는 게 인식되었다. 매일 영화처럼 보여주기만 했는데, 오늘은 현장에 있는 것 마냥 현실적인 감각이 그대로 느껴졌다.

 핸드폰이 울렸다. 시선이 움직이자 가을도 함께 시선이 따라 움직였다. 소리 없이 핸드폰 불빛만 반짝이는 걸 한번 힐끗 보고는 가을은 망설이듯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발신자는 엄마였다.

 '... 여보세요.'

 [... 바쁘니?]

 엄마의 목소리가 주눅 들어있었다. 하지만 가을은 모른 척 건조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네, 많이 바빠요. 무슨 일이세요.'

 [아빠 오늘 진료 있어서 병원 왔는데, 점심이라도 같이 먹지 않을래?]

 말투가 조심스러웠다. 가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성은 용서가 안되는데, 감정은 엄마의 목소리에 약해지고 있었다.

 '죄송해요. 바빠서 못 나가요.'

 [그... 래. 많이 바쁘지? 그래도 점심은 챙겨 먹어.]

 '... 네. 그리고 당분간... 연락 주지 마세요.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연락드릴게요.'

 [... 아, 미안하다.]

 보이지 않아도 힘없이 웃고 있을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가을은 애써 냉정해지려고 더 차갑게 말을 뱉었다.

 '끊을게요. 조심히 가세요.'

 일부러 마지막 목소리를 듣지 않고 통화 종료를 눌렀다. 눈물이 나려는 것 같아 오히려 눈동자를 부릅뜨고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

 장면이 스르르 바뀌었다. 회사 직원들과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입맛이 없는지 입안으로 들어오는 밥알이 꺼끌 거렸다.

 '어머! 어떡해'

 옆에 있던 동료가 밥을 먹다 말고 티브이에서 나오는 뉴스에 놀란 듯 숟가락을 탁자 위에 올렸다.

 '어휴, 사고가 크게 났나 봐'

 '쯧쯧 졸음운전 아니야?'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고개를 들고 뉴스를 봤다. 뉴스에서는 터널의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 소식이 긴급 속보로 전해지고 있었다.

 '...... 지금 화재 진압 중에 있지만, 버스는 완전히 연소되어 모두 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의 앵커가 안전모를 쓰고 터널 옆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렸다.

 '버스는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고속버스로 오후 11:30분에 서울고속 터미널에서 출발해 춘천으로 가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사망자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가을은 춘천이라는 소식에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에 동료가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시선조차 느끼지 못하고 멍하니 티브이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손끝으로 화면 밑으로 지나가는 사망자 명단의 이름을 놓치고 싶지 않기라도 한 듯 꽉 쥐었다.

 '이문석... 조윤아...'

 엄마, 아빠 이름이었다. 가슴이 꽉 막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하늘이 하얗게 변하면서 가을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가을아, 미안하다.]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가 너무 슬퍼 숨이 막혀왔다.

 

 "허억!!!"

 가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허억.. 하아.."

 숨이 갑갑한 듯 잘 쉬어지지 않자 심호흡을 하려고 애썼다. 그때 폰에서 불빛이 깜빡거리며 다희에게서 톡이 들어왔다. 내일 확인해도 되지만 가을은 자신도 모르게 톡의 창을 열었다.

 [가을아. 늦어서 미안. 미주 답변 붙였거든 확인해봐 봐

 내가 기억하기로는 자주 꾸던 악몽에서 여자아이가 울고 있고, 초록색 철문의 소름 끼치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고 한 것 같아.

 미주 답변이 그런데, 나도 너테 그렇게 들은 것...]

 "우욱!"

 가을은 차마 글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속이 울렁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입을 막고 그대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에엑!!"

 변기를 붙잡고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냈다. 저녁에 먹은 게 없기에 신물만 올라왔지만, 모든 걸 다 뱉어 버리고 싶은 듯 가을은 계속해서 게워냈다.

 "욱!... 흐윽... 흑흑"

 속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위부터 시작해서 식도까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에 가을은 가슴을 움켜잡았다. 통증은 조금씩 번져가며 장미의 가시가 퍼져나가듯 시리도록 아팠다.

 "흑흑.... 엉엉엉!! 흐엉!!"

 가을은 그대로 타일 벽에 기대어 입조차 막지 않고 울었다. 소리는 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해내기라도 하듯 점점 커졌다.

 "어엉!! 엄마!! 아빠!! 어엉엉!!!"

 나였다. 그렇게 찾아 헤매던 가을이는 나였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좀 더 다정하게 말할걸.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가을아. 미안하다'

 모든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라벤더의 보랏빛 향기가 퍼져나가는 순간들, 대학을 합격했을 때, 첫 남자친구와 우연히 보게 됐을 때, 그리고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늘 맑게 미소 지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허엉엉엉!! 아빠... 아빠..."

 다정하게 엉덩이를 토닥여 주던 아빠 목소리는 다시 듣지 못했다. 그날이 마지막 기회였다.

 "왜 그랬어. 왜...!"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가을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끄윽, 끄윽"

 눈물은 말라버렸는 듯 멈췄지만 감정은 딸꾹질처럼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가을은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을 바라봤다. 눈은 퉁퉁 부었고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에 머리카락이 지저분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쏴아아

 머리를 질끈 묶고 찬물에 세수를 하니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았다. 한 번 더 거울을 바라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 가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볼 때마다 조금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매일 봐온 얼굴처럼 익숙했다. 손가락으로 한쪽 뺨의 보조개를 터치했다.

 "다 나였어."

 퍼즐의 조각이 하나하나 맞춰지고 있었다. 아직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도 많았지만, 가을은 자신이 가을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억을 찾았다고 다 좋은 게 아니었다.

 "하아.... 흑."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그대로 세면대 위로 뚝 떨어졌다. 한꺼번에 밀려온 기억은 힘들었던 순간도 함께 떠밀려왔다. 방금 전 통화한 것처럼 아직도 부모님의 목소리가 맴도는데 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걸 생각할 틈도 없이 가을은 그게 가장 힘들었다.

 

 가을은 거실로 나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어 마셨다. 머리까지 찡할 만큼 차가운 물을 마시자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실컷 울어서 그런 지 두 달을 건너뛴 시간만큼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 들었다. 먹먹한 가슴만 남아있었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생기자 제일 처음 떠올랐던 건 진짜 가을이라 생각했던 영혼이었다.

 "그럼, 그 영혼은 뭐였지?"

 닮았을까 하고 의심은 한번 했었지만 정말로 자신과 닮은 영혼이었다.

 "도망이라도 가는 중이었나..."

 몸을 차지하려고 했지만 실패해서 도망가는 중이라고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맞지 않았다. 그리고 가을은 임무 또한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나지 않는 소원이 이뤄졌다기에는 앞뒤가 너무 맞지 않았다.

 "아, 모르겠다 정말."

 듬성듬성 구멍 나 있는 기억이 말썽이었다. 기억의 연속성이 사라지니 왜 엄마에게 화가 났었는지도 가을은 알 수 없었다.

 "더 답답하네"

 가을은 손에 얼굴을 묻고 씁쓸히 웃었다.

 무엇이든 기억을 찾게 되면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기억나는 건...

 "어?! 그러고 보니..."

 '이가을, 당신이 먼저 제안했지.'

 한쪽 입꼬리를 얄밉게 올리며 웃던 지혁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을은 그것은 정확히 기억을 해 냈다. 왜 계약 연애를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날 속였어?"

 계약을 한건 맞지만 첫 시작이 자신이라고 거짓말한 지혁을 떠올리자 가을은 어이없음에 헛웃음이 났다. 지금은 그 사실이 그다지 의미 없어진 것 같지만...

 "으악!"

 가을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쥐구멍이 있다면 어디든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나중에 나 잊으면 안 돼요.'

 혼자서 열심히 삽질을 했었다. 그것도 자신에게 질투까지 해 가면서.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가을은 너무 창피해서 속으로 스스로에게 욕을 했다.

 바보, 멍청이, 아무도 모르겠지? 지... 운이는 내가 지혁 씨 좋아하는 거 아는데... 아마 이런 거 모를 거야. 몰라야 해.

 혼자서 신파 찍은 걸 누군가 알았다가는 한동안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말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떠오르자 가을은 한동안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덕분에 복잡했던 생각이 가을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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