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
 1  2  3  4  5  6  7  8  9  >>
 
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달콤한 휴식
작성일 : 20-08-13 22:32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855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달콤한 휴식

 

 [소잡는칼 : 아, 개년! 넌 보면 죽을 줄 알아!]

 [필라강사 : 돼지 새끼가 발정 나서 지랄하는 걸 받아줬더니 지가 인간이라도 된 줄 아나. 안 두려우니깐 언제든지 덤벼. 스킬 떨굴 때까지 죽여줄 테니까. 안 그래도 스킬 떨궈서 기분 젖 같은데. 짜증나게.]

 [허리케인 : 아, 하나 있는 공격 스킬 떨궜네.]

 [동네백수 : ㄴ 망했누. 그러게 그런 데 왜 갔냐. 그냥 나처럼 안전하게 사냥하지.]

 [대마도사 : 무림충들하고 입구에 있던 녀석 이름 뭐야? 너희들 걸리면 죽었어.]

 [이슬 : 무협 틀니 새끼들 내가 기억함. 천마, 십갑자. 너희들 이제 뒤졌음.ㅋㅋ]

 [근육남 : 입구에 있던 녀석은 만렙발컨(?) 인가 그럴걸.]

 [남해횟집 : 그 녀석 맞아. 내 딸도 납치해 갔다. 필라강사 님, 복수하고 싶은데 함께하면 안 되겠습니까?]

 [필라강사 : 응, 안 돼.]

 [다리미인 : 크흡, 아재 덕분에 좀 웃겼어여. 복수 잘해봐여. 뒤에서 보니 다 덤벼도 상대 안 되겠던뎅.]

 [천상여자 : 과연 그가 가진 스킬은 무슨 등급일까아-? 아-, 남친 삼고 싶다아-.]

 [황금가면 : 황금 스킬 가진 형님이 보기에 못해도 최소 희귀다.]

 [동네백수 : 희귀 스킬이면 너랑 딱 한 등급 차인데,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겠냐. 생각 좀 해라. 빙어야.]

 [행신지킴이 : 혼자 돌아다니는 아이를 보신 분은 위치를 알려주시면 저희 쪽에서 보호를 하겠습니다. 보상으로 음식을 드리겠습니다.]

 [수능탈출 : ㄴ 저도 보호해주면 안 될까요. 아직 청소년인데.]

 

 “채널창 보니, 난리도 아니네. 이슬 저년 보게. 우리가 뭔 잘못 했다고 저래?”

 “무시해. 남자가 싫나 보지. 빨리 카드나 주워. 어서 끝내고 좀 쉬자. 여기 더 있다간 정신병 걸리겠다.”

 천마의 말에 십갑자가 화답하며 카드를 줍는 걸 보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시체들 사이에서 카드를 줍고 있는 이나을이 있었다.

 “내가 납치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죠?”

 “개소리니,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안 그래도 떠날 기회 보고 있었으니까요.”

 차분히 답하는 나을의 모습에 더는 묻지 않고 시체들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카운터를 지나며 주변을 둘러보니 선반과 바닥이 온통 음식물 찌꺼기로 난잡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수많은 시체와 썩어가는 음식물로 인해 풍기는 냄새에 보통은 접근도 못 하겠지.

 쇠파이프에 꿰뚫린 채 벽에 달려 있는 좀비에게 향하자 바닥에서 에메랄드빛이 빛나고 있었다.

 업적 덕분인지 운 좋게 스킬이 드롭되었다.

 

 [사격의 명수 [황금] : 모든 원거리 무기의 명중률과 관통력을 극대화시킴 / 패시브]

 

 카드를 등록해 확인하니 역시 예상대로였다.

 아직 원거리 공격이 없긴 하지만, 투창만 해도 쓸만하니까. 그리고 차후엔 마법도 가능하고.

 거기에 좀비는 권총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사후경직 때문인지 권총이 쉽게 빠지지 않았다.

 퍽!

 손목에 배트를 내리쳐 권총을 빼내고 뒤를 돌아보았다.

 “카드 다 챙겼으면, 마트에서 필요한 거 챙기고 쉬러 가죠.”

 다른 이들을 부른 뒤, 멈춰 있는 에스컬레이트를 이용해 2층으로 향했다.

 이번 사냥으로 얻은 보상이 두둑해 배가 터질 듯했다.

 

 ****

 

 방구석에 마트에서 가져온 물건을 한가득 놓아둔 채 우리는 한데 모여 있었다.

 꿀꺽.

 긴장했는지, 십갑자는 침을 삼켰고.

 천마는 기대로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카드를 보았다.

 이나을 또한 여기엔 관심이 있는지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다들 그동안 수고했는데, 저 혼자만 다 먹기는 그렇죠. 대신 제 역할이 컸으니 61장은 제가 갖겠습니다. 각자 세 장씩 가져가세요. 가위바위보로 1등을 고른 뒤에 순서대로 한 장씩 가져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어떻게 해도 분배는 불만이 다 생길 테니, 그냥 내가 마음대로 정해버렸다.

 그러자 내가 인원수대로 나눌 줄 알았는지, 천마는 김이 빠진 듯 바닥에 손을 짚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불만이면 너 빼고 나눈다? 나을 양, 저랑 가위바위보 하시죠.”

 “아니, 뭐가 불만이래? 안 내면 꼴찌 가위바위보!”

 십갑자의 말에 화들짝 놀란 천마는 자세를 바로 세우곤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그 결과, 이나을이 이겨 1등을 했고, 둘의 결과도 십갑자의 승리로 돌아갔다.

 “아, 제길.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는데 운까지 그대로네.”

 “그러게 평소에 좀 베풀고 살지. 나을 양, 먼저 고르세요.”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그들이 카드를 다 고르고 나자 남은 카드들을 가져와 원래 있던 30장과 함께 한 번에 오픈했다.

 총 91장.

 카드들이 좌르륵 오픈되고.

 카드명이 나열됐다.

 액티브 카드는 31장.

 30%확률에 비하면 많이 나온 편이었다.

 종류가 많긴 했는데, 지금 쓸만한 건 강화 계열 12장이었다.

 ‘열두 장이면 강화 스킬을 최고 레벨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겠네.’

 스킬을 강화하는 방식 중에는 [요리]나 [숙련도]같이 새로운 걸 깨달아서 자연스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일 간단한 건 이처럼 카드를 바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음으로 업글이 불가능한 스킬도 많았고.

 강화 스킬의 종류가 여러 가지였는데, 나는 가지고 있던 1등급짜리 [강도 강화]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기로 마음먹었다.

 야구배트라는 무기와 잘 어울리기도 했고, 9등급보다 1등급 스킬을 차근차근 올리는 게 스킬에 랜덤 보너스나 부가 효과가 많이 붙기 때문이었다.

 8장을 이용해 9등급까지 강화했고.

 이후 4장을 더 소모해 맥스 레벨인 5Lv까지 올렸다.

 그 결과.

 

 [마력 담긴 무한 강화 [일반(5Lv)] : 물건 강화 시 마력이 담김

 개수 제한 없음

 유지 시간 15분 / 쿨타임 1분]

 

 이 정도면 백금 등급에 못지않았다.

 일반 등급에 마력이라니!

 게다가 원래 1개였던 개수 제한도 풀렸으며, 쿨타임도 확 줄어들었다.

 역시 잘 띄운 일반 스킬 하나 열 백금 스킬보다 낫다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만족한 나는 힐 스킬까지 2등급으로 올려 대기란에 지정하고 남은 스킬과들은 저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렇게 스킬창은 꽉 차버렸다.

 

 [등록 스킬 6(+1)]

 [신의 아바타 [유일]

 [우주의 성역 [전설(S)]

 [거인의 광포화 [전설(A)]

 [불의 손길 [희귀]

 [사격의 명수 [황금]

 [마력 담긴 무한 강화 [일반(5Lv)]

 

 [대기 스킬 1]

 [방어하는 치료의 빛 [일반(2)]

 

 대기 스킬에 있는 힐 이름에 방어가 붙은 이유는 힐을 쓰면 상처가 회복되며 방어막까지 생성되기 때문이다.

 랜덤인데 운이 좋았다.

 2등급 만에 방어도는 낮지만 방어막이 생성돼서 힐 스킬이 1장 더 남아있었지만, 3등급으론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이상한 랜덤 효과로 기존 효과가 바뀔 확률도 있었기에 업그레이드는 힐 관련 스킬이 좀 더 모이면 할 생각이었다.

 “으아! 등급 업글했는데, 개망했어. 앞에 성스러운이 붙어서 뭔가 불안했는데. 타격을 줄 때마다 상대에게 힐을 준다네? 아, 타격 스킬 2개 떠서 좋아했는데 이렇게 폭망하냐.”

 천마가 좌절해서 머리를 싸매고 있자, 십갑자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카드 두 장을 건넸다.

 “두 장은 네가 써라. 나는 당장은 스킬창 다 채웠으니까 너에게 줄게. 나중에 이자 한 장 쳐서 갚아.”

 “크, 고마워. 너밖에 없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피곤할 텐데 다들 이만 쉬세요. 망은 제가 설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도 번갈아서 망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대협께서도 쉬셔야죠.”

 십갑자의 말에 손을 저으며 방문을 열었다.

 “아, 스킬 때문에 쉽게 안 지치니 잠쯤이야 안 자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알람 같은 건 맞추지 마시고 푹 주무세요. 도중에 문제가 생기면 제가 소리쳐서 깨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방문을 나섰다.

 각성이나 피로를 줄여 잠을 줄이는 스킬은 있어도 잠을 안 자도 괜찮게 만드는 건 없었지만.

 방문을 조용히 닫고 마당으로 나와 마당에 걸터앉은 난 밝게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밤을 밝히던 빛들이 사라져서 그런지 보이지 않던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만에 보는 별자리인지...

 이걸 보니 지구의 인구가 외계 행성 중에서 인구가 많은 편이라 가점을 받아 내가 당선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곳곳에 가득 찬 사람들로 인해 시청자들이 즐기기에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끝없이 나올 테니 시청률을 올리기엔 참으로 좋지 않은가.

 확인할 게 있었기에 잡생각을 하며 잠시 기다렸다.

 잠시 후.

 “꺄아아아악!”

 “안 돼에에에!”

 밤하늘을 타고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었나 보네.

 역시나 생각대로의 상황이 그대로 벌어졌다.

 이래서 사냥을 더 안 하고 집을 찾아 들어왔지.

 그로 인해 방 안에서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며 문이 열렸다.

 “갑자기 뭔...”

 방에서 나온 세 명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다.

 

 [내가1인자 : 다들 밖으로 나오지 마. 밖에 괴.]

 [동네백수 : 뭔데 말을 끊어, 찝찝하게.]

 

 “살려줘어어어!”

 

 [황금백수 : 갑자기 무섭게시리 이게 뭔 상황이야? 불안하니 난 이만 방콕한다.]

 [수능탈출 : 방금 전 들린 비명 1인자 형 아닐까? 1초 컷 당한 듯. 누가 중계 좀 해줘요!]

 [여포 : 내가 잡고 말해주겠음.]

 [이슬 : 조선의 사내들 허세 쩔고요.]

 

 “......”

 부들부들.

 꿀꺽.

 셋은 요란한 채널창과 달리 침묵으로 일관했다.

 “끄아아아아악!”

 

 [대마도사 : 이럴 때 독식한 놈은 콕 박혀서 뭐 하나. 알아서 나서야 하는 거 아냐?]

 [황금가면 : 너라면 나서겠냐? 다들 말도 못하고 순삭당하는 것 같은데. 전 지존 형님 존중합니다.]

 

 그렇게 야밤에 채널창은 북적였고.

 수십 분간 이어진 비명에 셋 다 무기를 들고 석상처럼 서 있었다. 눈동자만 굴려 채널창만 볼 뿐.

 그렇게 비명에 먹힌 새벽이 얼마나 흘렀을까.

 비명 소리는 꿈이었다는 냥, 갑작스러운 정적에 셋은 더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채널창도 짧은 시간에 수많은 이가 죽어 나가자 이제는 뜨문뜨문 글이 올라왔다.

 다들 두려워서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듯했다.

 “이만 들어가서 쉬세요. 문제가 있으면 제가 부를 테니까요.”

 “어어어...”

 이제 상황이 일단락된 것 같자 나는 그들을 방에 밀어넣었고 문을 닫았다.

 불안하겠지만, 바보가 있지 않는 한 비명이 울려펴지던 밤에 더 이상 돌아다니지는 않겠지.

 역시 자정부터 동이 트기 전까지는 너무 위험했다.

 나라도 방심하고 있으면 당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녀석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시간이었다.

 밤하늘을 찢고 나온 존재들은 모두가 괴귀하고 예상치 못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그들을 사냥하기엔 리스크에 비례하는 보상도 없었기에,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사냥할 이유가 없었다.

 한국에 존재하는 녀석 중에는 혹부리영감이 있는데, 정면에 보이는 존재들은 입으로 빨아들여 혹 속에 넣어버린다.

 다른 능력 없이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흡입력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동 아이템과 스킬이 없는 한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어서 그만큼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혹은 타차원의 미로나 마찬가지라 나조차 빨려들어 가면 빠져나올 자신이 없었다.

 미로찾기 게임 같은 건 잼병이기도 했고.

 누가 녀석을 처치해주지 않는 한 스스로 미로를 빠져나올 수는 없다고 봐야한다.

 조용해지자 창들을 닫고 타차원화로 마루에 누웠다.

 타차원에 있어서 마루에 그냥 누워있어도 알이 배기지 않아 아바타란 게 노숙하기엔 최고의 스킬인 듯했다.

 혹 좀비나 사람이 쳐들어와도 자동 모드로 설정된 아바타가 해결해 줄 테니까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혹부리영감같이 자정이 지난 새벽에 활동하는 타계의 괴물들은 인공 건물 내로는 넘어오지 않으니 벽이 있는 한 안심하고 쉴 수 있었다.

 안전한 잠자리를 위해서 내일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소설처럼 이야기가 흐른다면 알아서 깨워줄 테지.

 

 ****

 

 -아침 해가 밝았어요~. 고양시 친구들 안녕. 다들 잠은 잘 잤어?

 

 짜증 나는 소리에 번쩍 눈이 떠졌다.

 어느새 동이 떠오르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새벽에 일어나 잠을 많이 못 잤지만, 피로는 하나도 없었다.

 창을 보니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담당자가 보였다.

 잠은 안 자나?

 

 [1초군주 : 잘도 잤겠다. 안 그러냐, 응?]

 [1초기사 : 맞습니다, 형님!]

 [1초법사 : 뚝배기 태워버리겠습니다, 형님!]

 [1초요정 : 형님 잠 방해하는 것들은 제가 다 족치겠습니다!]

 [1초군주 : 채널창에 있는 아그들은 우리 보게 되면 후딱 달려와라. 2군 시켜줄게.]

 

 ‘린저씨들의 1초 길드 등장인가. 화력이 장난 아니네. 뭔가 일수하던 이들이 모여 만든 것 같은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이들이 순식간에 채널창을 장악해버렸다.

 

 -이 몸의 인기란. 히히. 좀 이따 중요한 업데이트와 다음 에피소드가 진행될 거니까 어서들 눈 떠!

 

 “하암, 시끄러워서 잠 다 깼네. 대협은 좀 괜찮으세요?”

 문이 열리며 나온 십갑자의 모습에 아바타와 합체한 뒤에 아바타를 해제시켰다.

 아바타와 합체하면 아바타의 옷과 똑같아졌기에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좀 있으면 또 하루 종일 쉴 시간이 없을 듯하니 빨리 씻고 아침 먹죠. 제가 밖에서 씻겠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타차원에 있어서 몰랐는데, 옷에 찌든 냄새가 지독해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자전거 위에 묶어둔 가방에서 세면도구를 꺼내곤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로 향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호스를 연결해 찬물로 씻고 나니 한순간에 바뀐 세계에 한숨이 나왔다.

 “하아.”

 원래라면 지금쯤 버스에서 지하철로 환승해 출근을 서둘고 있었겠지.

 직장의 스트레스는 사라졌지만,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큰 줄기를 알고 있는 나도 이런데 다른 이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쓸데없는 잡생각이 계속 들자, 머리를 흔들어 물과 함께 털어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곤 검정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중앙에 신문지 위에 나무젓가락을 세팅하고 있는 십갑자가 보였다.

 “다 씻으셨어요?”

 “아, 전 어제 씻고 자서 세수만 했습니다. 물은 지금 끓이고 있으니 컵라면은 원하시는 거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버너 위에서 김을 뿜어내는 주전자 옆으로 컵라면들이 종류별로 있었는데, 그중에서 네모난 모양의 엄마맛 라면을 선택했다.

 그러곤 십갑자를 도와 반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김치부터 시작해 통조림에 담긴 각종 반찬들.

 라면하고 먹기엔 과할 정도였는데, 다들 마트에서 먹을 걸 과하게 들고 왔기에 줄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물병까지 각자 자리에 놓으니 다 씻었는지 남은 둘도 나왔다.

 이나을이 입고 있는 회색 티는 두 치수 큰 걸 입은 것처럼 헐렁헐렁했다.

 “오, 맛있겠다. 나는 짜장과 짬뽕 두 개. 크 먹고 남은 건 비벼 먹어야지.”

 천마에 이어 이나을까지 새우 라면을 가지고 자리에 앉자, 모두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을 따르곤 익기까지 기다렸다.

 

 -이제 업데이트 시간이 됐네. 다들 오늘도 재밌는 이야깃거리들 보여줘! 수익금과 후원금 등은 지급으로 입금될 거야. 아우, 바쁘다 바빠.

 

 [UC상점과 장착 스킬란이 업데이트됩니다.

 에피소드 1가 종료되고 수익금이 정산됩니다.

 에피소드 2가 30분 후에 시작됩니다.]

 

 “하, 이번 에피소드는 또 뭘까. 생각만 해도 두렵네.”

 “야, 밥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밥이나 먹자. 30분 뒤면 알겠지.”

 십갑자의 말에 천마는 장조림 뚜껑을 따곤 듬뿍 집어 입에 넣었다.

 “그래, 이 맛이지. 장조림 먹은 지 오랜만이라 맛도 까먹었네.”

 “그러게. 식비 떨어져 김치랑만 먹다가 이 정도면 황제 식탁 안 부럽네.”

 잠시 후, 앞에 놓인 반찬들과 함께 익은 라면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였다.

 그렇게 남은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우고 후식으로 황도 통조림을 까먹고 있을 때.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UC상점엔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명성을 높여서 더 좋은 것들을 구매해 봅시다. 에피소드가 오픈할수록 구매할 수 있는 종류가 늘어납니다.

 장착 스킬란엔 패시브 스킬만 넣을 수 있습니다. 상점에서 판매하는 생존 스킬을 활용해봅시다.]

 

 “으음, 스킬란이 더 늘어났네.”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한 십갑자가 입맛을 다시며 천마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 카드 등록 벌써 끝났어.”

 “누가 뭐래냐. 근데 넌 지갑에 에피소드 1 참여비 얼마 들어왔어? 난 100UC인데.”

 “너도? 나도 그래. 세상에 전 재산이 100원이라니.”

 “아니, 우린 원래 학자금 대출로 빚밖에 없었잖아. 오히려 지금은 플러스네.”

 “크큭, 그렇긴 해.”

 둘이 쓴웃음을 짓는 동안 난 UC상점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구매] [판매]창이 있었는데, [판매]창에 일반 1등급짜리 스킬을 한 번 올려보니 판매 가격은 20UC.

 1등급짜리를 100UC에 팔고 있으면서 이 가격이라니.

 가격이 이러면 역시 경매장이 나오고 나서는 스킬을 판매하는 이가 한동안 없겠지.

 괜찮은 게 있으면 미리 싹 쓸어버려야지.

 [구매]창엔 아이템과 스킬란으로 나눠져 있었다.

 스킬란을 살펴보니 수량에 제한이 없는 생식, 관찰, 농사, 채집, 낚시, 요리 같은 생존 스킬들을 개당 100UC에 팔고 있어서 하나씩 다 사버렸다.

 아이템창은 종류별로 나눠져 있었는데, 사려고 하는 건 두루마리창에 있을 것 같아 그곳을 봤더니 가격은 역시나 비쌌다. 강제성을 띠어서 그런지.

 그래도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꼭 필요했다.

 우선 1,000UC를 내고 한 장을 구매하자 허공에서 말린 두루마리가 생겨나 손에 쥐었다.

 그 모습을 이나을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두루마리를 풀어 한글로 되어 있는 기본 내용을 확인한 후 추가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생각하자, 두루마리에 글자가 추가되었다.

 필요한 내용이 모두 들어간 걸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습니다.”

 그러자 어떤 생존 스킬이 나을지를 두고 토론하던 둘이 나에게 집중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부터 계속 함께할지 말지 결정해야겠습니다. 결정은 이 종이를 읽고 내려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중간에 있는 십갑자에게 두루마리를 넘겼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7 생체 던전 (4) 2020 / 9 / 11 264 0 6560   
16 생체 던전 (3) 2020 / 9 / 2 273 0 5899   
15 생체 던전 (2) 2020 / 8 / 26 269 0 5300   
14 생체 던전 (1) 2020 / 8 / 26 271 0 6005   
13 테라포밍 (4) 2020 / 8 / 26 248 0 7512   
12 테라포밍 (3) 2020 / 8 / 26 271 0 6044   
11 테라포밍 (2) 2020 / 8 / 26 262 0 6398   
10 테라포밍 (1) 2020 / 8 / 26 269 0 7427   
9 달콤한 휴식 2020 / 8 / 13 268 0 8559   
8 이 구역의 미친놈 (4) 2020 / 8 / 13 274 0 7611   
7 이 구역의 미친놈 (3) 2020 / 8 / 13 284 0 7123   
6 이 구역의 미친놈 (2) 2020 / 8 / 12 272 0 5493   
5 이 구역의 미친놈 (1) 2020 / 8 / 10 279 0 5920   
4 공모전 (4) 2020 / 8 / 6 271 0 5913   
3 공모전 (3) 2020 / 8 / 3 288 0 5204   
2 공모전 (2) 2020 / 8 / 1 320 0 9181   
1 프롤로그+공모전 (1) 2020 / 7 / 31 506 0 820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