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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이 구역의 미친놈 (4)
작성일 : 20-08-13 22:31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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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구역의 미친놈 (4)

 

 “오빠, 저렇게 강한데 정말 잡을 수 있겠어?”

 “걱정하지 말라니까. 좀비 수가 좀만 더 줄면 뒤치기를 할 테니까. 앞뒤로 공격받으면 저 녀석도 별수 있겠어?”

 필라강사가 소잡는칼의 성질을 살살 긁으며 확답을 얻어내는 모습에 기가 찼다.

 ‘그럴 생각이었단 말이지.’

 둘은 내 쪽을 힐끔 바라보며 계속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었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십갑자로 인해 조금 물렁해졌던 마음에 다시금 고삐를 죄었다.

 좀 더 튼튼한 벽을 세워야 할 것 같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아바타와 합체한 뒤에 십갑자에게 말을 건넸다.

 “십갑자 님.”

 “네?”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줍던 십갑자가 멈추고 내 뒤에 서자 말을 이었다.

 “설명할 시간 없으니 이유는 묻지 마시고, 제가 신호를 주면 동료들하고 저를 지나쳐 옆에 있는 삼계탕집으로 들어가세요.”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료들에게 얘기해보겠습니다. 안 따라오면 저 혼자라도 가겠습니다.”

 십갑자가 동료에게 돌아가고 5분이 지났을 때.

 “십갑자 님, 지금!”

 내가 소리치자, 십갑자와 또 다른 한 명만이 내 뒤를 지나 달려갔다. 그리고 따라오지 않은 동료도 그 순간 뒤로 빠졌다.

 그러자 메울 수 없는 틈으로 좀비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씹! 이 새끼들! 갑자기 뭔 개지랄이야! 너! 너! 구멍 생긴 거 빨리 안 막고 뭐해!”

 출구 쪽이 구멍 사이를 혼란에 휩싸이자, 나 또한 좀비를 솥뚜껑으로 후려쳐 출구 쪽으로 날려 보내고 뒷걸음질 쳤다.

 혼자서 막고 있던 입구가 뚫리자 출구 쪽과는 상대가 안 되는 붕괴가 일어났다.

 막힌 둑이 뚫린 것처럼 좀비가 한꺼번에 주변을 채워버린 것이다.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뒷걸음질 쳐 사장과 딸 바로 옆까지 붙자 사장이 눈앞에 들이닥친 좀비를 향해 단검을 휘두르며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를 향해 난 미소를 지어주며 화답했다.

 “힐러는 제가 좀 빌리겠습니다.”

 그녀의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납치하듯 껴안아 앞을 막는 좀비를 해치우며 빠르게 달려 나갔다.

 “이, 씹!”

 사장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지만, 그의 욕설은 금세 좀비에게 파묻혀 들리지 않았다.

 좀 더 치욕적인 죽음을 주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변해버렸으니.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때 생각하지, 뭐.’

 직선거리의 좀비 두 마리만 솥뚜껑을 휘둘러 날려버리자 바로 앞이 뚫렸고, 십갑자가 목검을 들고 서 있는 입구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대협, 무사하셨군요.”

 검을 내리며 인사하는 십갑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입구는 제가 막겠습니다.”

 이나을을 풀어주곤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녀는 묻고 싶은 게 많을 텐데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대협, 여기 의자 있습니다. 상황을 보니 앉아서 망을 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의자를 내려놓은 십갑자는 병콜라를 내밀었다.

 “음료가 콜라밖에 없던데 괜찮으신가요? 다행히 아직 시원하더라고요.”

 “오, 좋죠. 고맙습니다.”

 병뚜껑을 손으로 따고 마시는데, 역시 운동(?) 후에 먹는 콜라는 꿀맛이었다.

 꿀꺽꿀꺽.

 한 번에 원샷하고 병을 바닥에 내려놓으니 십갑자가 카드 뭉치를 내밀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카드 서른세 장입니다. 빠짐없이 들고 왔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십갑자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일반 카드들이지만 그래도 저 정도 수의 카드를 가지고도 도망치지도 않고 솔직하게 말하니 점점 괜찮게 보였다.

 “고생하셨으니, 원하는 거로 세 장 빼고 주세요.”

 “아, 감사합니다!”

 고민하는 그를 향해 한마디 해주었다.

 “높은 등급 골라도 괜찮습니다.”

 안을 보니 십갑자의 동료는 어디서 찾았는지, 대롱과자를 안주 삼아 소주를 병째로 마시고 있었다.

 나를 보며 한숨을 쉬는 게 좀비와의 전투에 기운이 빠진 건지, 나를 보고 좌절한 건지 모르겠지만.

 힐러인 이나을도 무표정과 달리 사이다를 따른 컵을 계속 만지작거리는 게 심적으로 불안해 보였다.

 ‘기운 넘치는 이 녀석이 이상한 거겠지.’

 “여기 남은 서른 장입니다.”

 “이제 친구분하고 같이 뒷문을 열어서 좀비가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화장실을 지나면 뒷골목으로 이어질 겁니다. 골목길까지만 확인해주세요.”

 “네! 야, 술 그만 마시고 일어나. 네 닉은 소림 땡중으로 지었어야 했는데.”

 이 삼계탕집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답이 없을 땐 뒷문에 나 있는 뒷골목으로 도망치면 되니까.

 동네를 벗어나 안 가본 지역에 가면 전략적으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겠지.

 고개를 돌려 밖을 보니 좀비들에 둘러싸여 꼼짝달싹도 못 한 채 죽어 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 정리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겠네.

 ‘음, 나도 그럼 디펜스답게 뭐라도 준비해둘까.’

 “나을 양.”

 난 그녀를 불러 앞으로 해줘야할 일에 대해 빠르게 설명했다.

 

 ****

 

 ‘이 씹고자 새끼들! 할 줄 아는 거라곤 좆 대가리 흔드는 것밖에 없지.’

 윤지아는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묶은 고무줄을 풀고 고개를 흔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일이 잘 풀렸는데. 어떻게 녀석이 눈치챈 거지?

 저 녀석하고 너무 붙어있었던 게 실수였나?

 ‘휴, 개돼지 같은 게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니.’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돼지처럼 소리를 꿱꿱 지르고 있는 백정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막아! 넌 딜러가 된 게 왜 그것도 못 뚫어!”

 박동팔이 소리 지르자.

 욱한 딜러가 좀비를 상대하는 걸 멈추고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망치를 내질렀다.

 “뒤에서 말만 하는 게 뭐가 잘났다고. 백정 새끼가. 아, 몰라 그냥 같이 죽자!”

 딜러는 좀비에게 어깨를 물린 채 소잡는칼을 향해 달려들었고.

 “이, 미친 새끼가!”

 얼굴을 붉힌 박동팔이 거대한 푸주칼을 휘둘렀지만, 목숨을 도외시한 딜러는 왼팔로 칼을 막고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윽!”

 그러나 칼이 박히는 통증으로 딜러의 오른손이 흔들렸고, 망치는 어깨를 내리치고 말았다.

 “제기... 나중에 두고 보자.”

 딜러는 그 말을 남기고 죽은 뒤 좀비로 바뀌었다.

 그렇게 점점 동료는 줄어들고 좀비는 늘어만 갔다.

 박동팔은 인상을 쓰며 윤지아가 있는 곳으로 뒷걸음질 쳤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윤지아는 폭소했다.

 “풋, 크흐흐흑! 아, 웃겨 죽는 줄 알았네. 아아, 고자 새끼들하고 함께하는 게 아닌데. 내가 빙신이지.”

 “으윽! 자기야, 어깨 좀 빨리 치료해줘.”

 “풋! 계속 개그하고 자빠졌네. 내가 ‘자기야’라고 불러줬다고 애인이라도 된 줄 아나 봐?”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갑자기 왜 이래? 이번 위기만 벗어나면 다 잘될 거니까, 나만 믿어!”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에 박동팔은 당황해 순간 아픈 것도 잊고 그녀를 안으려고 했지만.

 “이 돼지 새끼가 어디에 더러운 손을 데려고 그래? 잠시 어울려줬다고 하층민이 맞먹으려고 드네. 이래서 처음부터 눌러줘야 하는데, 내가 길을 잘못 들였지. 미안, 앞으로라도 교육 잘 시켜줄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이만 꺼지자.”

 박동팔은 그녀의 말에 당황해 입을 벌린 채 어버버거렸다.

 윤지아가 손을 들어 박동팔의 머리를 향해 내밀었다.

 그녀의 손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곧이어 생성된 불이 화염방사기처럼 박동팔을 집어삼켰다.

 “으아악! 악!”

 불에 타는 고통에 땅을 구르던 박동팔은 이내 움직임을 멈췄고, 그가 죽자 화염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뭐야, 스킬이라도 내뱉고 죽든가.”

 순식간에 박동팔이 검은 숯처럼 바뀐 모습에 윤지아는 손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 공격력이 좋아서 아쉽긴 한데 너무 근접 공격이라 둘 중에 선택한다면 이게 맞겠지.’

 [얼음 꽃]과 방금 쓴 [불의 손길] 중 고민하던 그녀는 1개의 잠금 스킬에 [얼음 장벽]을 선택했다.

 ‘확률이 겨우 20%니 괜찮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자.’

 “다들 이게 무슨 꼴불견이야? 이왕 죽을 거 하나라도 더 죽여! 그래 가지고 앞으로 이 세상에서 살겠어?”

 주변을 바라보며 소리친 윤지아는 평소에는 운동 도구로 쓰는 철봉을 내밀었다.

 그러자 철봉 끝에서 얼음 알갱이가 맺히더니, 얼음 알갱이는 빠르게 날아 좀비를 향했다.

 좀비에게 붙은 그것은 순식간에 몸을 불리더니 주변의 좀비까지 먹어 치우며 커다란 꽃으로 만개했다. 희귀 등급의 스킬다웠다.

 역시 희귀 등급 2개를 얻은 자신은 바뀐 세상에서도 상위 1%라는 생각에 만족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시 살아나면 창녀와 노예를 제외하곤 괜찮은 연놈들만 받자.’

 그렇게 결심한 윤지아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양팔을 벌리며 방긋 미소 지었다.

 와득!

 

 ****

 

 “...미친년이네. 앞으로 상종하면 안 되겠어.”

 가지고 있는 스킬들이 장난 아니었지만,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차후에 같이 행동하게 되면 먼저 죽여버려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쓸만한 스킬들이 많이 떨어지면 좋겠는데.’

 한껏 기대하며 좀비들이 사람들을 죽여나가는 걸 바라보았다.

 필라강사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나자 남아 있는 이들도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남은 콜라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했다.

 “이제 곧 올 것 같으니 준비하죠.”

 무사히 뒷문 쪽을 확인하고 온 두 명이 입구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뒤쪽을 조사하는 동안 나와 나을은 입구 앞쪽에 가게에 있는 탁자와 의자를 이용해 간단한 방벽을 세워두었다.

 정면만 떡하니 비워두고.

 좀비의 지능으로는 처음엔 방벽을 넘기보단 입구로 몰려올 테니, 초반엔 다른 이에게 정면을 맡겨두고 다리 의자들을 과도로 깎아 만든 나무창을 던져 수를 좀 줄여보기로 했다.

 한 번 재미를 봤으면 응용해야지 않겠어?

 “말씀드린 대로 제가 나무창으로 좀비를 정리할 때까지만 잠시만 막아주시고, 위험할 것 같으면 무리하지 말고 빠져서 제 뒤에 서세요. 다들 아시겠죠?”

 “네, 머리에 확실히 새겼습니다.”

 “그럼 이제 작전대로 하죠.”

 둘은 고개를 끄덕이곤 나를 지나쳐 비어있는 공간 뒤쪽에 섰고, 이나을은 나무창을 들고 내 옆에 붙었다.

 대충 만든 방벽이라 좀비에게 밀려서 금세 무너져버리겠지만, 나무창을 다 쓸 때까지만 제 역할을 해주면 되니까.

 한곳에 뭉쳐있던 좀비들은 삶의 냄새가 사라지자 다시 퍼지며 먹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왼손에 든 나무창을 멀리서 시선이 마주친 좀비를 향해 힘껏 던졌다.

 쉬이익-!

 대충 깎은 창이라 균형이 별로였지만, 힘을 이용해 던진 나무창은 직선으로 날아가 좀비의 머리를 꿰뚫고, 뒤에 있던 좀비에게 꽂혀버렸다.

 “창!”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을 땐 그녀가 이미 창을 내 손 위로 내밀고 있었다.

 멍하니 있으면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안심했다.

 미소를 지으며 나무창을 다시 한번 내던졌다.

 쉬익-.

 팍!

 또다시 좀비 머리가 터져나갔다.

 직선으로 던지니 백발백중이었다.

 그제야 좀비들도 이상을 느꼈는지.

 “크르르륵!”

 “우우우우으아!”

 “키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고개를 마구 돌려대며 코를 벌렁거렸고.

 죽은 좀비 주변에 있어 우리를 빨리 발견한 좀비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쌓아둔 서른 개의 나무창을 다 썼으면 좋겠는데, 과연 생각대로 될까?

 

 ****

 

 “후퇴!”

 십갑자가 소리치며 천마와 함께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의 오른쪽에는 무너진 책상 위로 넘어온 좀비가 나무창에 꿰뚫린 채로 죽어있었다.

 식겁했다. 자칫했으면 좀비의 손에 끌려갈 뻔했다.

 천마도 강화시킨 의자를 눈앞에 닥친 좀비를 향해 집어 던지곤 빠르게 십갑자를 따라갔다.

 한영도 목표로 하던 수는 다 채우지 못하고 창을 바닥에 남겨둔 채 솥뚜껑과 야구배트를 들곤 입구를 막아섰다.

 어느새 존재 의의를 잃은 방벽 위로 좀비들이 가득 기어서 넘어오고 있었다.

 역시 예상은 가장 최악의 모습으로 현실로 다가온다.

 그렇게 생각한 한영은 입구 앞을 완전히 막은 채로 첫 번째로 다가온 좀비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렇게 열 마리 정도의 시체가 그의 앞에 쌓이자.

 ‘원거리 좀비도 없고, 이렇게 버티기만 하면 정리되겠네.’

 모두가 그리 생각하며 안심하고 있을 때.

 좀비들은 갑작스레 썰물처럼 방벽 밖으로 빠져나갔다.

 “좀비가 도망치는 건 처음 보네요.”

 십갑자의 말처럼 천마도 이나을도 당황하고 있을 때 한영 혼자만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여기서 대기하다 위험해지면 저 상관 말고 뒷골목으로 도망치세요.”

 한영은 그 말만 남기고 도망치고 있는 좀비들을 빠르게 뒤쫓아갔다.

 금세 뒤쪽에 처진 좀비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그는 공격을 하지 않고 지나쳐 계속 달리기만 했다.

 좀비들도 그런 한영을 상관하지 않고 어느 한곳을 향해서 무작정 달려가기만 했다.

 한영은 어느새 모든 좀비들을 앞질러 아까 전 사람들과 좀비들이 싸우던 현장에 도착해 바닥을 빠르게 스캔했다.

 시체들 위로 군데군데 회색 카드가 빛을 내며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 혼자 에메랄드빛을 내는 카드가 있었다.

 그녀에겐 최악이었지만, 자신에겐 최고의 운이 따라주었다.

 한영은 카드를 빠르게 집어 들어 오픈한 뒤 등록했다.

 

 [불의 손길 [희귀] : 1미터 안의 적에게 꺼지지 않는 불길을 내뿜는다(시전자가 손길을 거두지 않는 한 한 번 붙은 불은 꺼지지 않는다) / 쿨타임 30초]

 

 스킬 설명을 보니 자신이 딱 원하던 그 스킬이었다.

 뒤쪽을 돌아보니 이곳으로 달려오던 좀비들은 내가 먼저 도착하자 방향을 틀어 이곳과 떨어진 곳에서 뭉치고 있었다.

 “끄아아악!”

 “으아아악!”

 “꺄아아아!”

 진짜 말 그대로 지우개 똥을 손가락으로 뭉치듯 좀비들은 비명을 지르며 하나가 되어갔다.

 한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 없었기에 녀석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좀비들이 뭉쳐 하나의 형태를 이뤄가니 그 모습에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렸다.

 가게에서 지켜보던 셋도 조명 아래 보이는 그 역겨운 모습에 고개를 돌리거나 헛구역질을 해댔다. 이나을은 헛구역질을 했지만 시선은 끝까지 돌리지 않았다.

 수십 개의 팔다리는 몸체 밖에서 꿈틀대며, 지네 같이 행동했고.

 딱딱.

 딱딱딱딱딱.

 몸체 밖에 드러난 얼굴들은 입을 크게 벌린 채 기계처럼 씹어댔다.

 진짜 적응 안 돼네.

 다시 봐도 ‘아귀 애벌레’ 녀석은 역겹기 그지없다.

 아직 반절의 좀비가 하나가 되지 못했지만, 아귀 애벌레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간의 기척을 느꼈다.

 몸체 바닥에 붙은 팔다리를 움직여 고개를 돌린 아귀 애벌레는 어느새 코앞에 도착한 인간을 향해 입을 벌렸다.

 “크크크크크!”

 “키키키키키!”

 아귀 애벌레의 앞부분이 쫘악- 벌어지며 그 속에 있는 얼굴들이 크게 웃으며 한영을 맞이해주었고.

 한영은 이에 배트를 들고 있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화답해주었다.

 화아악!

 주먹 쥔 손에서 뿜어진 화염은 입안을 향해 소용돌이처럼 뻗어나갔다.

 마력은 구멍 뚫린 둑처럼 몸에서 빠져나갔지만, 성역 스킬로 인해 그만큼 다시 회복되었다.

 “끄아아악!”

 “끼아아악!”

 입안에 있던 얼굴들은 화염에 지져지자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러댔다.

 아귀 애벌레는 고통 속에 한영에게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화염은 끝없이 아귀 애벌레의 몸을 태워 나갔다.

 산불처럼 화염의 범위는 순식간에 번졌고, 아귀 애벌레 주변에 있던 좀비들은 명령에 따라 하나가 되기 위해 부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리저리 꿈틀대며 움직이던 녀석은 겉이 다 타버리자 결국 움직이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댔지만, 그것도 곧 화염이 사라지는 순간 그쳤다.

 

 [업적 달성!

 네임드 사냥꾼 : 지역 내에서 맨처음 네임드를 잡았을 경우 주어짐

 능력 : 네임드를 사냥할 시에 능력치가 2% 상승]

 [업적 달성!

 네임드는 나만의 것 : 첫 번째로 네임드를 혼자 잡았을 경우 주어짐

 능력 : 네임드를 혼자 사냥할 시에 능력치가 10% 상승]

 

 죽은 몬스터 위로 회색의 일반 카드가 수십 장 나타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카드가 아닌 아이템이 드롭되었다.

 푸른색의 보석이었는데, 한영은 눈을 빛내며 그것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한영은 네임드를 손쉽게 잡아내자 만족감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 스킬을 먹지 못했으면 도망 다니며 성역의 대미지를 이용해 잡느라 고생했을 것이다.

 추구할 건 생존밖에 없던 세상에서 처음으로 그의 피가 끓었다.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사는 재미를 하나 찾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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