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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신을 처리하는 공무원
작가 : 설헌
작품등록일 : 2020.8.7

신을 죽이면 그 능력을 얻는다. 수도의 지방 경찰청의 모든 청사에 아무도 모르게 존재하는 검열과. 그것은 귀신이나 신, 괴이, 도시전설과 같은 기묘한 일을 해결하는 특수한 과이다. 경찰관 한서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 일에 얽히게 된다. 악마나 천사, 괴이나 신과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를 격리하고 지워버리는 일을 맡는 그 과에서 그는 이상한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3화 - 빛을 거두는 신
작성일 : 20-08-13 20:41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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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우...”

 

 그녀는 눈가를 찌푸리며 한숨을 내쉰다.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건 마치 해결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맡게 된 공무원이 내쉬는 한숨과 비슷했다. 실제로... 공무원이기도 하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시설 생각이 나자 그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 안에 대체 뭐가 있을까.

 도대체 뭐가 ‘감금’되어 있을까.

 생물 재해? 아니면 도시재해...?

 

 소름이 돋았다. 지옥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한 것들을 수도 없이 봐온 그녀였다.

 

 말로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수도 없이 많은 기묘한 일들을 봐 온 그녀다. 가장 최근의 도시재해, 토막난 시체를 제물로 바쳐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부르는 사건의 경우에도 그녀는 현장에 있었다.

 

 '살아있는채로 토막난 시체.'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살아있는채로 토막난 시체가 필요한, 정말 끔찍한 주술.

 조건으로는 제물이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토막나야만 한다.

 그건 정말 끔직한, 끔찍한 의식이었다...

 경찰이 어떻게든 진상을 추적하려 애썼지만 범인을 찾는 건 불가능했다. 경찰 본부 내에서도 가장 신뢰받는 수사관이 범인을 찾기 위해서 투입되었지만 그조차도 실패했다.

 

 공포와 고통에 몸부림치다 살아있는채로 토막난 피해자.

 끔찍함에 입을 열지 못하는 경관.

 반쯤 미쳐서 울부짖는 수사관.

 토악질을 해대는 기자들.

 

 그녀는 그 현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도 똑똑히. 지금도 눈 앞에 떠오를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쓸어넘겼다. 사실 그녀로서도 그다지 생각하고 싶은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왜냐하면...시체를 토막낸다는 건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것에는 어느정도의 이유가 있다. 어느정도는.

 인간이라면 경찰이 자신을 추적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아니면 자신의, 가학성을 나타내고 싶어서...?

 

 경찰도 그렇게 접근했다. 상식적으로 그게 당연한 방법이다. 수사관은 새빨간 눈으로 밤새 범인을 찾기 위해 열중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다르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는 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였기 때문에.

 

 신화에 나오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대장장이의 신 같이.

 민담으로 내려오는 허수아비의 신 처럼.

 이렇게 '눈이 하나밖에 없는 정도의 것들'은 무언가를 구분하는 역할을 맡는다. 뭔가가 다르고 특이한 것들...

 그런 것들과 비슷하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도 다 이유가 있으니까. 신의 모습과 특징을 묘사하고 정의하고 후대에 전하려는 고대 인간의 노력의 산물. 하찮은 인간들이 접근하지 못하기 위해 은유와 암시로 점철된 신화의 모습을 따른 것이지만...

 

 아무래도 신께서는 인간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영원을 사는 신의 입장에서는 고작 백년조차 살지 못하고 죽어가는 인간이란 흘러가는 낙엽과도 같이 느껴질 뿐이다.

 종이 같은 동물 하나하나를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이 드문 것과 같이.

 

 그래서, 토막을 내서 제물에 표시를 하는 것이다.

 신께서 잘 구별하실수 있도록...

 ...

 아무튼, 그런 끔찍한 것들을 은폐하고 조작하고, 사람들의 눈 앞에서 치워 버리는 것이 주된 업무인 그녀였지만 이런 건 정말 소름이 돋았다.

 이건 이야기가 다르다. 이건 불공평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암시장에 관련된 일을 할 때면 마음이라도 편했다.

 비록 인어의 비명소리를 듣고 귀가 멀어버릴 뻔 했지만.

 

 시설.

 시설을 세우는 이유.

 굳이 이런 위험한 것들을 협회의 '도서관'에 격리시키지도, 파괴하지도 않고 임시방편으로 수십만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번화가의 바로 앞에 내던질 만할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건들수도 없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도저히 격리해 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신에 관련된 물건.

 도시 악몽.

 신의 물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도 차마 생각해 내기 힘들다.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힘을 발하는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정말로 부조리하다. 인간은 대처할 수도 없고, 인간이 알지도 못하는 종류의 힘.

 

 신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니니까.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벽을 쳐다봤다.

 은의 흔적이 남아있는 정말 오래된 벽돌 벽. 질척질척한 뭔가가 바닥을 기는 곳.

 비가 오기 전의 냄새라는게 있다. 딱히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이 아니어도 느낄 수 있는 묘한 냄새. 비가 오기 전의 냄새.

 싫어하지는 않는 냄새다. 싫어하지는 않는 냄새였지만.... 그녀는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에 휩싸여 달은 그 자취를 감췄다. 날씨는 더욱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았다.

 비가 올 것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했다. 우산도 없는데다, 뭔지도 모르는 이 끔찍한 거리의 ‘무언가’들이 그녀의 구두에 묻을 걸 생각하니 그녀는 순식간에 목을 메달고 싶어졌다.

 

 “하아.......”

 

 게다가 오늘은 더 이상 시간외 근무를 찍을 수 없는 날이다. 그걸 깨달은 그녀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구겨졌다. 다른 것 보다도 그게 제일 불행했다.

 공공기관이라는 건 너무 째째해서, 퇴근 이후에 시간 외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저녁 먹는 시간 한 시간을 제하는 데다가, 한달에 찍을 수 있는 근무 시간조차도 정해져 있다.

 요컨대 그 한도를 넘어서 잔업을 하게 될 때에는 그냥 무료 봉사가 되는 것이다. 그걸 깨달은 그녀는 정말 불행해졌다.

 

 가뜩이나 박봉인데 이런 수당들조차 챙기지 않는다면 아마 굶어죽을걸.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비가 올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자 뭔지 모를 것들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그녀는 가뜩이나 피곤한 눈가를 더욱 찌푸린다. 그렇게 하면 더 잘 보일거라는 것처럼.

 

 어?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구름...인가?

 

 한동안 쳐다보던 그녀는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구름이 아니야....”

 

 그녀는 넣을 잃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녀는 당황했다. 그건 구름 따위가 아니었다.

 

 빛을 빼앗는 무언가.

 달빛이 흐려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 달빛조차도.

 그녀는 손을 떨군다.

 

 “도대체 뭐야....”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신화를 간직한 별빛은 물론이고 감히 달빛까지 깜빡였다. 그리고 멀리있는 가로등부터 하나씩, 하나씩 빛이 없어진다. 빛이 사라진다.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럴리 없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성경에 기록된 빛을 잃은 자들의 마을.

 호메로스, 일리아드, 켈트 신화와 일본의 고사기에 이르기까지, 달을 삼켰다고 하는 늑대 이외에는 감히 달빛조차 가리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화에서 달은 태양의 분신이라는 신격이기 때문이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떠올라 부정한 것들을 정화하는 신성한 힘.

 

 "말도 안돼..."

 

 그녀의 머릿속에서 경보가 울렸다. 어서 여기를 빠져 나가야만 해.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지긋지긋하게 끔찍한 사실이.

 하지만 대체로 이런 경우에는, 가장 끔찍한 이론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법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이 끔찍한 거리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딸깍.'

 

 그녀는 딸깍하는 소리에 멈춰섰다. 머릿속에서는 이 곳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심장이 쿵 하고 가라앉았다.

 

 대기가 공명했다.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웅웅거리는 소리, 찔꺽거리는 소리, 끼익거리는 소리.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었다. 어떤 원리인지,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리에 어둠이 들이밀면 들이밀수록 점점 웅웅거리는 소리는 더욱 더 커져갔다.

 

 "......"

 

 그리고 그 모든 소리가 순간적으로 없어졌다. 애초에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완벽한 고요.

 언제 시끄러웠냐는 것처럼 순식간에 완벽한 적막만이 궈를 감쌌다.

 

 그리고는...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깜빡..

 

 방금 전에는 분명 없었던 전구가 그 자리에 처음부터 있던 것처럼 나타나 깜빡이더니 희미하게 주황색 빛을 밝혔다.

 모든 것이 빛을 잃어가는 중에 그것만.

 그녀는 갑자기 밝아진 불빛에 손으로 빛을 막으며 눈을 찡그렸다.

 

 "제발...."

 

 그녀는 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숨을 멈췄다.

 

 그건 시설이었다.

 시설이 나타났다.

 

 방금전까지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 전구가 켜지며 없던 것들이 드러났다.

 빛이 없어져야만 드러나는 것들.

 있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

 

 그녀는 주황빛 전구 빛에 눈을 찡그리며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정말 말도 안돼......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는 결심한 듯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시설을 향해서.

 

 그 시설은 정말 좁은 방이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정도의 크기로, 우겨넣지 않는다면 아마 제대로 눕기는 커녕 불편한게 틀림 없었다.

 눈쌀이 찌푸려졌다.

 게다가 그 방은 천장을 빼고는 벽도 바닥도 도자기 타일이 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목욕탕인가 싶었다.

 

 방의 바닥에 수챗구멍처럼 생긴 무언가가 덩그러니 나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이상했다.

 왜냐하면 거울같은 것도 하나 없었고, 이어져 있는 배관 같은 것도 없었다.

 애초에 목욕탕은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정말 이상한 건, 사방의 벽에 출입문 따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문이 없는 방.

 도저히 어떤 용도로 쓰려고 만든 것일까?

 도저히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게다가 문 하나 놓여 있지 않은 그 방을 방금까지도 전구가 있어서, 비추고 있는 것이다.

 

 출구도 없이, 완전히 밀폐된 채, 밖으로부터 고립된 문이 없는 방을.

 

 게다가 밝기는 쓸데없이 밝아서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빛바랜 녹색 타일에 전구의 주황색 불빛이 번뜩인다. 그림자 하나 지지 않았다.

 

 기분나쁘게 번뜩이는 전구.

 빛바랜 녹색 타일.

 비율이 맞지 않는 그 방의 크기까지, 그 모든게 어우러져서 기분을 나쁘게 했다. 그리고 그 방의 중앙에는 검은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빛나지 않는 무언가가.

 

 검은 무언가가 이레 가질만한 약간의 광택마저 없었다.

 주변의 빛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차가운 암흑만이 있었다. 물건이라기 보다는 공간에 네모난 구멍이 뚫린 것만 같았다.

 공허라는 단어를 현실로 옮긴다면 이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도대체 이건 뭐야...”

 

 무의식 중에 입이 벌어졌다. 뭐라고 말해야 할 지조차 가늠이 가지조차 않는 이형의 물건.

 흑색의 무언가.

 그녀는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손 위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맣고 검은 입방면체.

 

 사람을 홀리게 하는 물건은 많다. 따뜻한 물에서만 나오는 진주도 그렇고, 반짝이지 않는 은도 역시 그렇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존재할 수가 없는 물건들, 존재해서는 안 되고, 존재할 수 조차 없는 물건.

 이치에 거스르는 물건들.

 그런 것들을 격리시키거나 때로는 파괴해 버리는 일을 맡는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조차도 이런건 처음본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여기, 처음 보는게 있는데 이 시설에 뭐라도 격리해 놓은 기록 있나요.”

 

 뭐라 회신을 들은 건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다.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문서를 뒤적인다.

 

 “대체 뭘 격리시켜 놓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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