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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스톡홀름 신드롬
작가 : 새이
작품등록일 : 2020.8.10

계약작입니다. 공모전 기간 종료 후, 업로드된 회차는 삭제처리됩니다.
감사합니다:)

 
9. 까칠한 고양이와 뻔뻔한 강아지
작성일 : 20-08-13 14:08     조회 : 174     추천 : 0     분량 : 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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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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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를 버리지 말라니. 생각지 못한 그의 애절한 애원에 말문이 막힌 나는 천천히 입을 꾹 다물었다. 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그리고 아주 긴 정적이 잠시 희성과 나의 사이에 차갑게 머물렀다.

 

 세상에 납치범에게 저를 버리지 말라고 하는 인질이 어디있냐고. 게다가 세상 모든 불행은 본인이 다 가진 듯한 암울한 표정을 띤 희성에게 내가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어 나는 끝내 그의 말에 대답하지 못 했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아주 조금만 더, 이원 씨 곁에 있겠습니다.”

 

 굳어버린 나를 향해 희성은 다시 평소처럼 싱그레 웃으며 넌지시 말했다.

 

 때라니, 대체 무슨 때를 말하는 건지. 분명 납치범은 난데 왜 내가 이용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이거 기분 탓 아닌 거 같은데. 그리고, 지금 웃었어? 나는 심각해 죽겠는데! 희성은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내게 텅 빈 과자 봉지를 흔들며 ‘그런데 이거, 더 없습니까?’ 라고 물었다.

 

 “인질 주제에 바라는 것도 참 많으십니다.”

 

 “하하, 납치범 주제에 상당히 친절하십니다.”

 

 ‘그으래, 친절한 게 뭔지 보여주마.’

 

 나는 탁자 아래 서랍에서 새 과자를 꺼내 그를 향해 던졌다. ‘맞아라!’ 하는 마음으로 소심한 복수를 한 거였지만, 그는 손쉽게 과자 봉지를 받고는 “감자 과자가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꼭 마약 같네요. 이원 씨처럼.” 라며 능글맞게 웃었다.

 

 뭐? 마약? 내가? 미친 거 아니야? 유신 말대로 이 남자, 진짜 여우잖아! 그 와중에 웃는 건 왜 저렇게 상큼해! 짜증나게!

 

 내가 실눈을 뜬 채 그를 노려보자 잽싸게 티비를 향해 고개를 돌린 희성은 자신의 납치 뉴스가 지겹지 않냐며 이내 만화 채널로 돌렸다.

 

 정말이지, 나는 그를 데리고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납치할 생각조차 없었으니까 더더구나 그랬다. 돈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희성을 빌미로 한성에서 뜯어낼 만한 기밀 서류도 없었다.

 

 오히려 희성이 내 곁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내게 독이 되었다.

 

 그가 곁에 있으니 어찌되었든 감시를 해야했고, 그래서 나는 작가로서 글도 쓰지 못 했다. 물론 방금 작가라는 걸 들켰으니 이젠 써도 되겠지만, 내 팬이라고 말하는 그의 앞에서 글을 뻔뻔하게 쓸 정도로 내 철판은 그리 두껍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쓰기로 마음 먹은 차기작은 이번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쓰기로 한 거라 더더욱 그랬다.

 

 중간중간 의뢰가 들어온다해도 희성이 있는 동안에는 마음놓고 다른 의뢰를 받을 수도 없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진짜 제대로 걸림돌잖아! 저 남자가 잠들면 몰래 꽁꽁 묶어서 집 앞에다가 던져놓아야 하나? 진짜 들키지만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지구 반대편에서 신명나게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었을 텐데!

 

 서서히 분노가 차올랐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그라데이션 분노인가?

 

 괜히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네. 아니면 저 잘생긴 얼굴에 스크래치라도…

 

 이원은 본인이 상당히 험악한 표정을 짓고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 한 채 소파에 편하게 누운 채 과자를 먹으며 만화를 보고 있는 희성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편하게 누워있는 것도 얄미워. 난 이렇게 누구 때문에 심각한데! 그리고 저 망할 감자 과자도 짜증나. 만화는 또 뭐야? 자기가 애야? 쓸데없이 얼굴만 잘생기면 다냐고!’

 

 이원은 폭주하는 불만을 참지 않고 희성을 매섭게 노려봤다.

 

 ‘왠지 시선이 따가운데.’

 

 희성은 갑자기 느껴지는 집요한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이원 씨?”

 

 “뭐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다가가 소파에 누워있는 희성 위에 올라탄 이원은 당황한 그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가 쥐고있던 과자 봉지를 향해 냅다 손을 뻗었다.

 

 희성은 그런 이원의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게 과자 봉지를 들어올렸다. 체격 차이가 깨나 컸던지라 이원은 희성의 길다란 팔에 의해 높이 올라간 과자 봉지를 결국 잡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얼추 둘의 포즈가 이상해졌다. 누가 보면 마치 이원이 희성을 위에서 덮치려는 듯한 포즈로 보였다.

 

 “그냥 괜히 얄미워서요 당신이. 그보다 대체 키가 몇입니까? 사람 팔이 뭐 이렇게 길어요? 징그럽게.”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불만을 토해내는 이원을 향해 흥미있는 웃음을 짓던 희성은 “글쎄요, 마지막에 키를 쟀을 때가 187cm였던 것 같긴 한데.” 라며 저의 위에 올라탄 이원의 허리를 슬며시 끌어안았다.

 

 졸지에 그에게 안긴 듯한 어정쩡한 자세가 되자 이원은 순간 덥석덥석 저를 끌어안던 유신이 생각났다. 유신의 품에 안길 때도 이런 기분이었나? 유신과는 달리, 지금은 뭔가 간지럽고, 기분이 묘하게 이상한 것 같은데…

 

 “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나한테 안겨있으면서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아니, 내가 다른 생각하고 있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진짜 소름 돋아!

 

 “좀 놓죠? 나 이제 전처럼 착한 납치범 안 할 건데.”

 

 내 허리는 또 언제 감싼 거야? 인질 주제에! 나 이제 진짜 납치범처럼 막 나갈 거야!

 

 ‘흐음.’

 

 희성은 제 품에 생각보다 얌전히 안겨있는 이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칠흑같이 까만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와 안 그래도 작은 이원의 체구는 큰 사이즈의 흰 옷을 입은지라 더더욱 여려 보였다. 딱히 입술에 무언가 바른 것 같지 않은데도 은은하게 붉은 입술은 창백해보일 정도로 새하얗고 투명한 이원의 피부와 금상첨화였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며 무언가 악독한 쪽으로 다짐한 듯 앙칼진 눈빛을 하고 있는 이원은 그야말로 한 마리의 까칠한 고양이 같았다.

 

 순간 희성의 눈에 광채가 스치는 듯했다. 그리고는 이원을 향해 퍽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도 이제 착한 인질 안 할 겁니다.”

 

 “허, 언제는 착했다는 듯이 말하네. 잘됐네. 이 참에 서로 착한 척 그만하죠. ”

 

 기가찬듯한 이원은 이내 희성의 품에서 빠져나오려는 듯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죠.”

 

 희성이 다른 한 손으로 쥐고 있던 과자 봉지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쥐고 있던 것이 사라진 희성의 손은 곧 이원의 팔목을 잡고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

 

 순식간에 희성과 이원의 거리가 좁혀졌다. 3cm 남짓의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된 이원과 희성 사이에서 일순간 묘한 기류가 흘렀다.

 

 “놀랐어요?”

 

 키득.

 

 ‘제가 무슨 짓을 했나요?’ 라는 뻔뻔한 표정으로 이원을 보며 웃는 희성이었다.

 

 뭐 이런 뻔뻔한…!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건 너무 가깝잖아!

 

 나는 그냥 과자 봉지만 뺏은 다음, 처참한 표정을 지을 권희성을 보며 비웃음을 날릴 생각이었지, 이런 포즈와, 이렇게 짧은 거리는 내 계획에 없었단 말이야.

 

 ...위험해.

 

 순간 해서는 안 될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위험하네. 그것도 엄청.

 

 나는 겨우 이성을 붙들고 내 허리에 감긴 그의 손을 찰싹 때렸다.

 

 “...아야.”

 

 늦은 반응과 함께 국어책을 읽는 듯한 희성의 어색한 신음이 들려왔다. 참내, 아프지도 않으면서 아픈 척하기는. 이 남자, 진짜 천상 여우였네.

 

 “신음 소리가 참 정직하시네요. 더 맞기 싫으면 다른 손도 치우시죠.”

 

 아쉽다는 표정을 적나라하게 내비친 희성은 단호한 내 말에 밍기적거리며 천천히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었다.

 

 허리를 감싸던 그의 온기가 사라지자 왠지 허한 느낌이 들었다.

 

 그와의 스킨십은 분명 찰나였지만 꽤나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그에게도, 또 나에게도.

 

 ***

 

 “이 아침부터 어딜 갑니까?”

 

 나는 어제 그렇게 희성과 밀착 스킨십을 한 이후로 그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의심하게 되었다. 꼭 여우가 사람 연기를 하는 것만 같아서.

 

 내가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자, 희성은 소파에서 비몽사몽한 눈을 겨우 뜬 채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슬쩍 잡고는 ‘대체 어디를 가는데 그렇게 짐을 챙깁니까?’ 라며 웅얼거리듯 물었다. 그러더니 꼭 가야 하냐며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뭐 이렇게 자연스럽게 수작을 부립니까?”

 

 ‘또 또, 자연스럽고 뻔뻔한 스킨십. 이젠 안 넘어가지.’ 더 이상 안 속는다는 듯 내가 그의 손을 차갑게 쳐내자 희성은 ‘수작이라니, 전 그런 거 할 줄 모르는데요.’ 라며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저런 표정을 지을 때마다 꼭 올망졸망한 새끼 강아지 같았다. 다만 몸집이 좀 큰...새끼 강아지.

 

 “...집 근처 카페 갑니다. 보통 글 쓸 땐 거기로 가는 편이라. 금방 올 테니까 얌전히…”

 

 “저도 데려가요 이원 씨.”

 

 “안 됩니다.”

 

 “꽁꽁 싸매서 그 누구도 제가 권희성이라는 걸 모르게 하겠습니다.”

 

 “글쎄 안 된다니까.”

 

 내가 단번에 거절하자 희성은 다시금 내 주변을 맴돌며 자잘한 스킨십을 시도했다.

 

 어림없지. 그의 호기로운 스킨십 시도는 내 철벽에 의해 번번이 실패했다.

 

 스킨십이 나에 의해 차단될 때마다 희성은 풀죽은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저러고 있으니까 진짜 큰 대형견 같네.

 

 그 후에도 희성은 계속해서 자기도 데려가라며 칭얼거렸다.

 

 ‘아 진짜 귀찮게!’

 

 희성은 작정한 듯이 내가 노트북을 잡으면 그 반대편을 잡아 짐 챙기는 것을 방해했다.

 

 “자꾸 방해하고 귀찮게 하면 죽일 겁니다.”

 

 “그럼 저 죽이고, 같이 가요.”

 

 이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야?

 

 희성은 나가려는 내 팔을 붙잡고는 어울리지 않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어미에게 저를 두고 가지말라며 우는 새끼 강아지마냥 내 곁을 안절부절못하며 맴돌았다.

 

 안 그래도 187cm의 신장의 거대한 체구를 가진 희성이 고작 160cm 언저리인 나를 붙잡고 있자 꽤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하아.

 

 나는 결국 패배의 한숨을 쉬며 희성에게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 어두운 색의 티와 바지를 입힌 후 함께 집을 나섰다.

 

 희성이 내 집에 온 후 외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 남자가 집에 와 함께 생활한 지 벌써 4일이 지났다니, 시간 한번 빠르게 가네.

 

 흘긋 옆을 보자, 한여름에 꽁꽁 싸맨지라 분명 더울 텐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싱글거리는 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작 카페 가는 건데 이렇게까지 따라왔어야 했나 싶었지만, 저리 좋아하니, 마치 애완견이라도 데리고 산책을 나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왜 이렇게 남자 옷이 많습니까?”

 

 “다 유신 옷입니다. 둘이 키가 비슷해서 다행이네요.”

 

 생각보다 유신의 옷이 잘 맞는 듯, 그저 평범한 옷인데도 희성은 모델처럼 보였다.

 

 “그 자도 결국 남자 아닙니까? 아무리 친해도 그렇지, 사계절 별로 옷이 구비되어있을 것까진 없지 않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던지.”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남자 물건이 있으면 덜 위험하다고 하던데요. 이참에 신발장에 남자 구두도 갖다 놓는 건 어떱니까?”

 

 희성은 절대 집으로 가지 않겠다는 듯 금방 태세를 전환하며 언제 투덜거렸냐는 듯이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작가의 말
 

 희성이 발 사이즈 스포합니다 28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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