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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포칼립스
작가 : 글여행
작품등록일 : 2020.7.31

지구의 멸망은 내가 편집했다

 
이 구역의 미친놈 (2)
작성일 : 20-08-12 23:37     조회 : 271     추천 : 0     분량 : 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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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구역의 미친놈 (2)

 

 마트가 가까워지자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도로 양쪽에 위치한 공원과 차량정비소 사이 도로에까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다 합치면 대략 오십여 명은 되려나?’

 보통은 서너 명 정도의 파티였는데 공원 쪽에는 반수 가까이가 우글거렸고, 차량정비소 쪽 주차장만은 휑했다.

 아니, 당연한 거겠지. 오물을 보듯 그곳에서 멀찍이 떨어져들 있었으니까.

 몸에 달라붙는 미니스커트와 청바지를 입은 두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보였는데, 주변의 반응을 보니 확실히 모두가 남자인 것 같았다.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할까?”

 “음, 곧 움직일 것 같으니 그때 함께 공격하죠.”

 멀리 보이는 가로등 불빛에 보이는 좀비들은 꼭 개미처럼 우루루 몰려서 근처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도로와 마트까지 꽉 들어차 있으면 수백은 되려나?

 근처에서 가장 큰 마트다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이 몰린 듯했다. 그러니 이 정도 모였는데도 아직 못 움직이는 거지.

 “쓰읍, 생각보다 맛있어 보이는데.”

 옆에 있는 사장의 눈이 향한 곳은 주차장 쪽이었다.

 와, 이 아저씨에게 성별은 상관이 없나 보다.

 “사장님, 저쪽으로 가죠.”

 우리 셋은 여러 무리가 모여 있는 도로 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접근하자 주변에 있던 무리가 힐끗 살펴봤지만, 인원이 얼마 안 돼서 그런지 금세 신경을 끄고 딴짓을 해댔다.

 눈이 허공을 향하고 있는 걸 보니 대부분 채널창에서 수다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생존 방식으로 좀비를 죽이는 걸 택한 이들이니 다들 한 가지씩은 특별한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전투와 관련된 스킬이든 성격이든.

 그렇지 않으면 아직도 좀비를 피해 숨어있겠지.

 가족과 친구를 만나기 전까진 영원히 혼자일 것만 같았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하나씩은 중독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걸 해소하지 못하면 다들 스트레스가 폭발하겠지.

 그때가 머지않았다. 술, 담배, 취미생활 등을 못 즐기게 된 그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까?

 당연히 고대처럼 폭력적인 행태로 나타날테고.

 인간의 존엄성은 쉽게 해체될 터.

 결국 고대 사회처럼 친족공동체나 초동대처를 잘한 소수의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인류가 히어로가 반항을 한데도 소설 속 에피소드가 점점 그렇게 유도를 할 테니까.

 “흠흠, 안녕하세요.”

 생각에 빠져있을 때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 이가 눈앞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아우, 간지러운데 머리도 못 감고 죽겠네요.”

 노숙자를 보는 듯 수염과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사내였다. 그래도 옷은 깔끔해서 그건 아닌 것 같고.

 훑어보는 내 눈을 느낀 건지 사내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 저 위험한 녀석은 아니에요. 그냥 최근에 휴학하고 몇 달 동안 귀찮아서 바깥에 안 나가다 보니 이 지경이 됐죠. 하하.”

 “그런데 무슨 일이죠? 일행이 없으신가요?”

 “일행은 있죠. 저기 저 친구들입니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멀쩡한 20대 청년 셋이 보였다.

 ‘아니, 그 얼굴로 20대라고? 형님인 줄 알았는데.’

 “실은 저희와 함께하는 건 어떠신가 해서요.”

 “네? 여긴 다 다른 팟이 아닌가요?”

 “네, 다른 팟이지만 임시로 동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게 무슨?”

 내 물음에 사내는 소리를 더 낮춰 작게 말했다.

 “저기 공원에 있는 무리 때문에 결성한 연합입니다.”

 “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육식동물들이 무서워서 초식동물끼리 연합한 것이다.

 “잠시만요, 의논을 해봐야겠네요. 제가 파티장도 아니라서요.”

 “아니시구나. 그럼 결정하시고 저에게 오셔서 말씀해주세요.”

 사장을 힐끗거린 사내가 돌아가자, 나는 고개를 돌려 사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고 싶으신가요?”

 “음, 그냥 연합으로 함께 활동하자.”

 잠시 고민하던 사장이 연합에 들어가고 싶어했다.

 뭐, 겉보기엔 육식동물인 사장이지만, 멀리서 히끗히끗 보이는 좀비들의 떼를 보면 발톱도 안으로 들어가겠지.

 “합류하겠습니다.”

 “네, 함께 잘해봐요. 제 닉은 십갑자입니다.”

 포권을 하며 말하는 십갑자에게 나도 포권을 하며 소개를 했다.

 “아, 그러면 저분들 중에 천마도?”

 “크흠, 네. 아직 인원은 작지만 저희는 무림연합 길드라고 합니다.”

 합류해서 십갑자에게 들어보니 연합의 계획은 좀 더 기다려 운동팟에게 수로 압도한 뒤에 안전하게 사냥을 마치고 연합을 쪼개는 것이었다.

 “음, 나 좀 담배 좀 태우고 올게.”

 그렇게 말한 사장이 담배를 물고는 정비소 쪽으로 향했다.

 “예.”

 음, 섹시하게 보여도 남자라고 하니 확 깨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할게 없어진 나는 개판 5분 전인 채널창을 감상하며 인원이 모이길 기다렸다.

 그때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이 가까이 왔다.

 어찌나 줄였는지 딱 달라붙은 치마 때문에 남자들이 힐끗거리며 지나가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여학생은 나를 지나쳐 사장 딸에게 다가가 털썩 주저앉으며 사장 딸의 팔짱을 꼈다.

 “야, 몰라보겠다. 이나을 맞지? 아저씨 때문에 혹시나 했는데.”

 “으...응.”

 ‘이름이 나을인가? 그런데 움찔거리는 게 친구 같지는 않은데?’

 “후훗, 안여돼가 사람 됐네. 잘됐다. 네가 좋아하던 태식이가 데리고 와라더라. 너도 좋지? 예전에 딴 애가 태식이랑 사겼을 때 부러워했잖아.”

 “그건, 그런데... 지금은 좀.”

 “내가 밀어줄테니 가자. 비싼 몸도 아닌 거 그냥 한 번 대주면 포컨드 정도는 될 거야.”

 계속 가만히 듣고 있자니 짜증이 났다.

 ‘어이없네. 어디서 힐러를 빼가려고 해?’

 나을이가 찐이든 왕따든 상관없이 앞으로 있을 일에 힐러는 필수였다.

 “지금 같이 가면 너도 찐에서 탈출해 우리 무리에 들어올 수 있어. 넌 친구도 없었잖아.”

 나는 일어나 나을이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는 여학생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싫다잖아. 헛짓거리하지 말고 꺼져. 이거로 좀비처럼 대가리 빠개기 전에.”

 배트를 들어 그녀의 머리를 툭툭 치자.

 “뭐, 뭐야! 이거 놔! 재수 없으려니깐. 간다, 가. 찐따끼리 잘도 살겠다. 퉷!”

 여학생이 바닥에 침을 뱉고 돌아갔는데, 그 무리 중 한 녀석이 일어나며 나를 노려보았다.

 ‘삐딱하게 서있는 녀석이 태식이라는 녀석인가 보네.’

 나보다 키가 큰게 180은 넘어 보였다.

 거기에 한 덩치까지 하니 원래의 현실이라면 위축될 만했다.

 뭐, 지금은 덤비면 바로 대갈통을 빠개버리겠지만. 되살아날 테니 고민할 필요도 없지.

 그런데 저런 일진들이 살아남은 게 신기했다. 한 명 빼고 얼굴이 잘나긴 했지만.

 뭐, 당한 사람 아니면 남에게 신경도 안 쓰는 게 사람 사는 곳이긴 하지.

 “쳇, 남자 새끼가 드럽게 비싸게 구네.”

 그때 투덜거리며 돌아온 사장이 딸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방금 왔다간 년은 친구냐?”

 “네...”

 사장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무리에 있는 여학생을 쳐다보았다.

 “그래, 나중에 아빠 좀 소개시켜 주라. 애가 몸매가 좋네. 좋은 친구 뒀어. 역시 그때 내 말대로 그만 안 두고 학교 계속 다니길 잘했지? 크큭, 저렇게 좋은 친구도 생기잖아. 게임 폐인인 너도 말이야.”

 딸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장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지금 연합 내에서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좀 이따 해결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이제 움직이죠.”

 채널창만 보고 시간을 죽이다 보니, 계획대로 연합의 인원이 운동팟의 30을 넘어 50이 되자 연합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일 큰 무리가 움직이자, 장끼리 미리 얘기한 대로 운동팟과 여장팟도 따라왔다.

 그러나 인원이 많은 연합에게도 큰 문제가 있었다.

 서로 믿고 파티원을 쪼갤 수 없기에 ‘어떤 파티가 전위를 맡을 건가?’라는 문제였는데.

 의견이 분분하자 파티장의 제비뽑기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십갑자가 있는 무림연합과 우리 파티, 그리고 지금도 껌을 씹으며 노려보고 있는 태식이 속한 여덟 명의 고딩 파티가 전위를 맡게 되었다.

 “우리 누가 많이 잡을지 내기하자. 1등이 왕이고 순서대로 밑에 계급한테 1시간 동안 맘대로 할 수 있는 걸로.”

 태식의 말에 왜소한 남학생이 물었다.

 “음, 그건 좀 위험하지 않겠어?”

 “쫄리면 빠지든지. 역시 한 번 노예는 평생 노예지. 넌 그럼 노예 확정.”

 “아니, 그건 또 그런데...”

 “오, 노예혁명 하나? 크큭. 그래 너한테도 기회 줄게. 찐노예 밑에 깔리는 녀석 얼굴 보는 것도 재밌겠네.”

 “히힛, 고마워, 태식아.”

 역시나 동료가 아니고 서틀에 불과한 듯했다. 그래도 왕따로 부리는 게 아니라 먹이도 주는지 충견처럼 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여학생들이 토하는 흉내를 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여럿이 모여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다들 하는 행동을 보면 긴장의 긴 자도 없는 듯했다.

 “우웩! 생각만 해도 토 쏠려. 내가 저 녀석만은 이길 거야.”

 “진짜, 찐하고 할 바에 노숙자하고 하고 말지.”

 “킥, 노숙자가 너 쳐다본다. 꼴렸나 본데? 한 번 대줘.”

 “아 씨, 좀 조용히 합시다. 좀비가 다 몰려오겠네.”

 십갑자의 말에도 고딩들은 무시하며 계속 수다를 떨었지만.

 “우우우으아.”

 “크으으으아.”

 어느새 인간 때의 기억은 잃었는지 말도 못하고 짐승처럼 울부짖는 좀비들의 소리가 들려오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수십수백의 좀비가 내뱉은 괴성은 지금 있는 곳이 농담 따먹기 하는 놀이터가 아니라, 아포칼립스가 진행 중인 지구라는 걸 모두의 뇌리에 박아주었다.

 15명의 전위가 긴장한 채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긴장감은 전염되어 채널창의 댓글 갱신이 확 줄어들었다.

 가까워지자 가로등 밑에서 손을 하늘 위로 뻗으며 뱅뱅 도는 좀비들이 보였다.

 대부분의 좀비들이 건물 전체가 환하게 빛나고 먹거리가 많은 마트에 모여 있었지만, 수십의 좀비들은 뭐 하는 건지 몰라도 나방처럼 빛을 쫓고 있었다.

 

 [소잡는칼 : 잠시 멈춰주세요. 결정하고 다시 안내드리겠습니다.]

 

 전위에 있는 이들이 멈춰 뒤를 돌아보자, 운동팟의 장인 필라강사와 연합의 장인 소잡는칼이 속닥거리는 게 보였다.

 대화가 끝났는지 채널창에 글이 올라왔다.

 

 [소잡는칼 : 운동팟과 저희 팟의 전위가 마트 출입구를 막는 동안 나머지가 빨리 정리하고 마트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필라강사 : 그렇게 결정 났으니, 원투 권투클럽 여러분께서 수고해주세요. 끝나고 말씀드린 대로 봉사는 제대로 할 거예요.]

 [허리케인 : 하하! 걱정 마세요. 아예 제가 토네이도 펀치로 다 끝내버리겠습니다.]

 [알리형 : 걱정 마.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끝내버릴테니까.]

 

 그렇게 권투클럽 전위 8명이 더해졌고.

 “크아아아!”

 “우우우우!”

 퍽! 퍼억!

 우리는 주차장의 차들을 피해 앞길을 막아서는 녀석들만 쳐내며 빠르게 마트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솥뚜껑으로 달려오는 좀비들을 날려버리며 ‘IN’이라고 적힌 입구 앞에 자리 잡았다.

 도착하자 빠르게 아치 모양으로 입구를 막았는데, 힐끗 왼쪽에 있는 고딩들을 보니 벌써 다리를 떨며 뒷걸음질 치는 걸 보니 참으로 믿음직해(?) 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측의 무림연합 사람들은 연장들을 들고 굳건하게 서있었다.

 “뒤에서 서포트만 해주세요.”

 어쩔 수 없이 입구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입구를 혼자서 막아버렸다.

 출구 앞에 자리한 권투클럽 인원들도 ‘보상’ 때문인지 뒷걸음질 치지 않았다.

 입구에 몰려들어 웅성대자, 그제야 좀비들도 우리의 기척을 느낀 듯했다.

 우걱우걱 과일을 먹고 있던 좀비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를 향했다.

 꿀꺽.

 순간, 누군가의 침 넘기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카아악!”

 “이아아아!”

 “히이익!”

 과일을 내던진 좀비들은 괴성을 내며 서로를 밀치며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기점으로 물결처럼 좀비들의 괴성이 퍼져나갔고, 곧 좀비의 파도가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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