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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원초적 욕망
작가 : 박소영
작품등록일 : 2016.10.9

“당신을 위해, 당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던 외모로 살아가며 당신이 원하던 일을 이루고, 당신의 이상형과 당신이 원하는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드십시오. 유토피아는 당신이 창조하는 완벽한 현실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결국 유토피아를 가능케 했다. 만 30세를 넘긴 사람은 누구나 유토피아에 갈 수 있는 세상. 그러나 실제 유토피아를 조작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그들’의 욕망이다. 이를 깨달은 몇몇 사람들은 유토피아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다.

 
파트너의 일(1)
작성일 : 16-10-18 18:40     조회 : 501     추천 : 1     분량 : 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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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도착 이후의 첫 팀 회의.

 

 서울 현지 시간 오전 4시 00분.

 

 다마스쿠스 현지 시간 오후 10시 00분.

 

 “여긴 미쳤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극대화시키려는 듯 롱꼰은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부릅떴다.

 

 오늘의 회의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파견된 롱꼰이 소집 시간을 정했고, 투라에 있는 아버지와의 연결 상태도 매끄러웠다.

 

 지구의 태블릿 PC를 본떠 만든 13인치 디바이스 화면에 10명의 팀원과 아버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구에서는 홀로그램 대신 지구인들의 영상통화 방식을 따라 하기로 했다.)

 

 “보이세요? 지구에 온지 겨우 스무 시간 만에 제 아바타가 박살날 뻔 했어요!”

 

 그는 ‘5배쯤 잘생긴 롱꼰’의 얼굴을 한 자신의 아바타를 화면에 들이밀었다. 검은 재를 온 몸에 뒤집어쓴 모습이었다.

 

 전쟁지역에서 활동하게 된 롱꼰은 우리 중 유일하게 자신의 아바타를 지구에 가지고 왔다.

 

 롱꼰은 ‘진정한 남자는 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시리아 파견을 자원했지만, 자신이 직접 길거리를 활보할 생각은 절대 없다고 뒤늦게 밝혔다. (물론 당연한 결정이었다. 길을 걷다 갑자기 폭탄이나 맞자고 15억 광년을 날아온 건 아니니까.)

 

 아무튼 롱꼰의 아바타는 지역 탐색을 나섰다가 알 수 없는 공습의 현장을 정확한 타이밍에 지나게 됐다고 했다.

 

 “오버하지 좀 마.”

 

 자호는 롱꼰의 과장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고, 롱꼰은 입을 삐쭉거렸다.

 

 롱꼰의 말이 과장된 건 사실이었다. 내구성 1등급을 자랑하는 롱꼰의 아바타를 ‘박살’낼 수 있는, 지구의 공격 무기는 핵폭탄이 유일할 테니까. 아마도.

 

 “하긴, 런던에 있는 네가 뭘 알겠냐. 너 전쟁이 뭔 지는 아냐?”

 

 이번에는 롱꼰이 자호를 자극했다. 웬만한 부부보다 가까운 20년지기 친구 둘은 항상 저런 식으로 서로에게 툭툭댄다.

 

 “난 벌써 지구인 한 명을 살렸다 이거야. 내가 재빠르게 아바타를 움직이지 않았으면 어떤 여자애가 그대로 건물 벽에 깔려 죽을 뻔했다고.”

 

 롱꼰은 자호를 놀리듯이 으스댔다.

 

 “그건 정말 잘한 일이네.”

 

 미류가 맞장구를 쳤다.

 

 “근데 아까 그 애 눈빛…… 못 잊을 거 같아. 아바타로 경험한 나도 무서웠는데, 그 어린애가 얼마나 놀랐을까.”

 

 하지만 롱꼰의 목소리에서는 이내 거만함이 사라졌다.

 

 “여기 사는 지구인들 너무 안됐어. 그래도 투라에는 전쟁은 없는데…….”

 

 롱꼰의 말에 모두 침묵을 지켰다.

 

 약 80년 전에 발발했던 제6차 세계대전은 단 15개월 만에 23억 명이라는 초유의 사상자를 냈다. (그렇다, 유토피아 이전에도 우리 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 때문에 스스로를 말살시킬 뻔 했다.)

 

 이후 5년 동안 이어진 길고 긴 종전 협상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경험을 통한 ‘통렬한 반성’이란 걸 해냈다. 전혀 말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세계통일을 이뤄낸 것이다.

 

 ‘국가’라는 개념이 ‘적’을 만든다는 주장과 전 인류가 다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승전국이 얻게 될 이익이 대체 무엇이냐는 물음이 주효했다. (학교 역사 시간에 그렇게 배웠다.)

 

 게다가, 만능통번역기와 음파속도로 달리는 교통수단이 일상화된 이후 일반 사람들에게 국경이란 오래 전부터 정치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어쨌든 그렇게 하나의 국가가 된 투라에는 지난 70년 동안 그 어떤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식적인 자료에 따르면 그렇다.)

 

 지역 간의 이익,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 유토피아 존폐 등을 둘러싼 각종 갈등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최소한 길을 가다 폭탄을 맞는 공포는 막아냈다.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외부의 적만큼 좋은 것도 없지.”

 

 헤겸이 적막을 깼다. 헤겸은 오세아니아주 담당으로 시드니라는 도시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지구인의 적은 절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의 등장이 지구 내부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이는 그녀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몇 년 전, ‘지구가 투라보다 나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 말에 아버지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었다.

 

 ‘지구를 선택한 건 그곳이 완벽한 세상이라서가 아니야. 지구와 투라가 서로 상호보완의 존재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우리 아버지를 유난히 존경하는 헤겸도 그와 같은 믿음을 공유하고 있었다.

 

 “어쨌든 꽤나 괜찮은 시작입니다, 여러분.”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기 위해 아버지가 나섰다.

 

 “롱꼰은 벌써 지구인 소녀에게 도움을 주었고.”

 

 아버지가 롱꼰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짓자, 롱꼰은 뿌듯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호도 슬쩍 웃었다.

 

 “벌써 우리의 첫 번째 지구인 파트너까지 생겼습니다. 아주 고무적인 일입니다.”

 

 아버지의 말에 모두가 작은 환호를 보냈다. 나는 턱을 괸 채 그저 한 쪽 눈썹을 쓱 올렸다.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빨리 해낼 줄은 몰랐다?”

 

 미류가 나를 보며 한 쪽 눈을 찡긋거렸다.

 

 “뭐, 울적한 여성 지구인이 내 말을 무리 없이 받아들여준 덕분에.”

 

 나는 모든 공을 차영주에게 돌렸다.

 

 “맞아, 두 번째 만남에서는 확실히 협조적이더라.”

 

 헤겸이 내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와 차영주의 모든 만남은 E-47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팀원들에게 공유됐다. (지구인과 접촉할 때는 모든 과정을 팀에 보고한다는 원칙에 따라.)

 

 “아, 그리고 그 10분짜리 영상이 설명을 잘해놨더라구요.”

 

 나는 내 말이 반어법이란 걸 모두가 알아채도록 꽤나 비아냥거렸다. (정작 이 영상을 만든 담당자는 2팀 소속으로, 지구와는 23억 광년 떨어진 또 다른 이주 후보지에 파견돼 있다.)

 

 ‘서른 살이 되면 죽을 때까지 기계에 몸이 묶인 채, 모든 것이 당신을 속이는 가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영상은 유토피아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확한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유토피아는 거주자의 자유의사를 절대적으로 보장한다. 유토피아는 그곳에 존재할 뿐이고, 그 누구도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의 속 설명은 유토피아가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처럼 교묘히 조작됐다. 나는 이것이 엄연한 조작이라고 생각한다.

 

 “다 알면서 왜 괜히 그래. 지구인이 유토피아에 대해 불필요한 호기심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거잖아.”

 

 헤겸이 이번에는 내 말에 반대를 표했다. 역시,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 이제 와서 그 영상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진 말자.”

 

 미류도 헤겸을 거들었다.

 

 “어쨌든 원하던 후보를 파트너로 삼게 된 거 축하해!”

 

 롱꼰이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다.

 

 “근데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이지. 차영주는 설득보다는 쓸모 있는 파트너로 키워내는 게 더 관건이잖아.”

 

 롱꼰의 말에는 반드시 토를 달아야 직성이 풀리는 자호가 나섰다. 물론, 방금 한 말은 순전히 차영주를 겨냥한 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 참, 영국 왕세손 부부는 만나 봤어?”

 

 나는 자호의 말에 반론하는 대신, 아무런 진척이 없는 그의 파트너 선정에 대해 괜히 물었다. 그러자 자호가 ‘끙’하는 소리를 냈고 미류와 롱꼰이 큭큭거렸다.

 

 “열심히 기회를 노리고 있어.”

 

 자호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답했다. 자신이 선택한 파트너 후보의 근처에도 못 가본 사람은 자호가 유일했다.

 

 “근데 막상 그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도, 어떻게 설득할 건데? 차영주처럼 확실한 약점을 잡을 수도 없잖아. 그 사람들 애라도 납치할 거야?”

 

 미류가 장난스럽게 자호의 속을 긁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로열패밀리잖아. 약점 같은 거 잡지 않아도, 우리의 목적만 잘 설명하면 대화가 통할 거야.”

 

 자호는 이내 기세등등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게 작전이라고?”

 

 그러나 미류는 시답지 않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렸다. 롱꼰은 작은 목소리로 ‘미류 잘한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자 여러분, 두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첫 걸음이 시작됐습니다.”

 

 다시 한 번 아버지가 나서 분위기를 정리했다.

 

 “급한 마음이 실수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지구인에게 접근하는 것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합니다.”

 

 말하는 아버지의 두 눈이 내게 고정됐다.

 

 “누군가처럼 지구인에게 무턱대고 여러분의 정체를 밝혀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였던 내가 머쓱한 얼굴로 딴청을 피웠다.

 

 “아직은 우리의 존재와 계획이 절대 지구사회에 새어나가면 안 됩니다. 모든 일이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걸 유념하세요.”

 

 정해진 순서.

 

 지금부터 4개월이 지날 때까지 우리는 이곳에서 지구인 행세를 하면서 지낼 것이다. 그 4개월이 지나면 불특정 다수의 지구인 앞에서 의도적으로 비행선과 아바타를 노출시킬 예정이고, 그로부터 또 두 달이 지나면 우리의 존재를 대대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그 때 지구인들이 우리의 등장을 환영할 수 있도록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전작업을 진행해둬야 한다.

 

 “지구인 파트너 확보와 동시에 파프의 지부 설립에도 신경 써 주시길 바랍니다.”

 

 이원우가 설립한 ‘파프(FAHF) 재단’의 9개 도시 지부 설립도 바로 그 사전작업 중 일부이다.

 

 지구의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한 고도의 물밑작업.

 

 팀원들 모두 자신이 짊어진 책임감의 무게를 새삼 느끼는 듯, 하나 둘 들리지 않는 한숨을 지었다.

 

 나 또한 차영주가 앞으로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주길 바라며 깊은 심호흡을 했다.

 

 

 ***

 

 

 두 인류의 미래가 걸린 엄청난 계획의 일원이 된 차영주.

 

 그녀에게 내려진 첫 번째 미션은?

 

 기대하시라! 바로!! 뚜둥!!!

 

 집에 가서 푹 자기. 최소 8시간 이상.

 

 -장난? 해요?

 

 -진심. 인데?

 

 내게 무슨 일을 시킬지, 나름 긴장하고 있었던 나는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온 몸의 힘이 탁 풀리면서 그 자리에서 잠들 뻔했다.

 

 -지금 우리 엄마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고만, 내가 어떻게 집에 가서 두 발 뻗고 자요?

 

 -그래도 자야 돼요. 내 파트너로서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리하여 무인자동차가 친히 나를 집으로 데려다줬다. (혹시 오는 길에 누군가 차문을 벌컥 열기라도 할까, 무면허인 주제에 운전석에 앉아 왔다.)

 

 집에 도착한 뒤 나는 큰 길로 나가 택시를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놀랍도록 똑똑한 무인자동차는 독 안에 든 쥐를 몰듯 내가 집 앞 골목을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차의 엔진소리가 마치 살아 있는 짐승이 그르렁대는 것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결국 나는 엄마에게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자야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하면서 어찌나 눈치가 보이고 미안하던지.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무색하도록, 나는 9시간의 숙면을 넘어 혼절을 경험했다.

 

 -차영주 씨 못 자게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지니의 모닝콜에 겨우 눈을 뜬 나는 두 번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 나 출판사랑 계약 맺었어.”

 

 살면서 엄마한테 쳤던 뻥 중에 최고봉이었다. (이전까지는, ‘두고 봐. 나 진짜 작가로 성공할 거니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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