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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강철팔의 늑대 : 속성의 잔재
작가 : 질럿M늑대의칼바람
작품등록일 : 2020.8.3

원한과 원한이 물리고 복수와 복수가 물린다.
16년 전 몬스터대란 당시, 칼자르트는 오른 팔을 잃고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을 궤멸시켰다.
하지만 작중 시점, 생체병기와 마족기사단이 원한을 품고 나타나 칼자르트를 노린다. 그역시 복수의 애환을 끊지 못하고 다시 복수 하고자 역추적에 나서는데...
끝나지 않은 질기고 질긴 악연과 원한.
그 끝을 향한 늑대의 일대기그린 다크 판타지.
<어떻게 너희 생체병기가 나타난 건지 묻지 않겠다. 다시 사냥해 주마! 크르르르르르...!!>

 
6화
작성일 : 20-08-11 23:47     조회 : 256     추천 : 1     분량 : 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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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번엔 거지같은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나대는군.”

 

  칼자르트가 거칠게 말을 뱉었다. 여자를 향해 손톱을 세우고, 위협을 가한다.

 

  “크르르르르르르….”

 

  그 모습이 우스운 듯 여자가 씨익 웃었다.

 

  “성격이 너무 급하시네요. 어차피 천천히 요리해드릴 건데 말이죠. 그리고 데려가겠습니다아- 야옹.”

 

  살짝 뜬 실눈에 음흉한 적의가 보인다.

 

  “죽여주마!”

 

  여자의 도발에 칼자르트가 덤벼들었다.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여자가 되레 여유 넘치는 비소를 보였다.

 

  “역시 울프족은 힘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군요오- 야옹.”

 

  갑자기 검은 물체가 칼자르트의 양팔과 다리를 스쳐 지나쳤다. 피가 터지고 그는 힘없이 엎어졌다.

  불길한 전운이 골목길에 감돈다. 그 느낌은 곧 맞아 떨어졌다.

  검은 나비 떼가 어느새 침으로 변해 골목을 향해 쇄도했다. 비 오듯 떨어지는 침을 피할 곳도, 막을 곳도 없었다.

  카시네가 급히 피를 허공에 뿌렸다. 핏물이 장막을 펼쳤지만 침이 뚫고 직격했다.

 

  “피해!!”

 

  외침과 동시에 칼자르트가 그녀를 급히 덮쳐 침을 대신 맞았다. 그가 강한 격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카시네는 처음으로 크게 놀라 잠시 얼빠졌다. 시종일관 유지하던 여유는 사라졌다.

 

  “칼자르트!”

 

  피의 장막이 흩어지자 검은 칼날이 날아들었다. 맹렬한 칼바람에 칼자르트의 살갗이 찢겨나간다.

  나비 떼는 방향을 틀더니, 다시 칼날로 바뀌었다. 허공에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엄청난 기세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여자를 향한 칼자르트의 눈초리가 극도로 예리해졌다.

 

  “빌어먹을 년. 능력만 믿고 깝죽거리는군.”

 

  그는 분통을 터뜨리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카시네도 반응에 동조하며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그러게. 나도 살짝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칼자르트와 카시네가 긴장한 눈빛으로 일어섰다. 잠시 공간이 정적을 이루자 어딘가 들리는 숨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후하

 

  칼날이 휘몰아쳐 코앞에 다가오자, 칼자르트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칼자…!”

 

 -서걱 서걱!

 

  칼날 폭풍이 이들을 삼켰다. 벽 전체를 뒤덮어 사정없이 난도질하자 피가 튀어 올랐다.

  여자가 가볍게 손짓을 하자, 칼날이 나비로 변해 날아올랐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가시면 안 되죠오- 야옹.”

 

  그녀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밝게 미소 지었다.

  팔랑이며 움직이는 나비 떼에 혈 향이 맴돌았다. 허공에 검붉은 가루가 흩날리면서 여자주위를 맴돌았다.

 

  “쿨럭.”

 

  칼자르트는 두 팔을 교차시켜 방어 자세를 잡은 상태였다. 몇차례 기침이 터지자 피를 토한다. 난도질당한 몸은 찢겨 어디 한 곳, 성한 곳이 없었다.

 

  “크윽!”

 

  그가 한쪽 무릎을 꿇자 피가 튀었다.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광채 서린 그의 눈에 카시네가 들어왔다.

 

  “칼자르트!”

 

  카시네는 말끝을 흐리며 동공이 흔들렸다. 핏기가 가시자 입술을 깨물어 평정을 유지했다.

  칼자르트는 숨을 고르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서로의 시선을 교차하여 무언의 대화가 이뤄진다.

 

  ‘다친 곳은?’

  ‘없어.’

 

  카시네가 고개를 젓자, 그는 흑마철극으로 지탱하여 다시 일어섰다. 눈빛에 살기가 돋아 기세는 오히려 올라갔다.

 

  “크르르르…꽤 아픈데?”

  “그래 보이네. 괜찮겠어?”

 

  카시네의 말에 걱정이 어려 있다. 하지만 칼자르트는 별거 아닌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몸을 털었다.

 

  “이런 극한 상황은 몇 백번이고 겪었어. 아니 오히려 이건 극한 것 중에서 약한 축이야. 지랄 맞아서 적응이 안 되긴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나 보네.”

  “이 정도는 생채기 축에도 안 껴. 그런데 저년 얼굴 진짜 짜증나는군.”

  “그건 나도 동감.”

 

  여자를 향한 두 명의 눈빛이 반짝였다. 보통내기가 아닌 걸 알자 진지하게 맞설 맘을 먹은 것이다.

  이에 반해 여자는 나비에 둘러싸여 여유를 띄워 보인다. 그녀는 천천히 자신을 소개했다.

 

  “요리하기 전에 제 이름을 밝히는 게 우선순위겠죠? 제 이름은 로웰리 아르센노아라고 해요오-. 보다시피 묘인족 이지요오- 야옹.”

  “넌 또 다른 사냥감일 뿐이야. 묘, 인, 족.”

 

  칼자르트가 신경을 곤두세우며 반응했다.

 

  “저런 저런- 그렇게 곤두세울 필요가 없다고 보여지네요오-. 조금 평화적인 방법도 있거든요오-. 강철팔의 늑대 씨가 조용히 따라와 주신다면 여자 분은 안 건드릴 수도 있어요오- 야옹.”

  “나도 하나만 묻지.”

  “무엇인가요오-? 야옹.”

  “너희 보낸 놈이 누구냐.”

  “숙녀에게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있답니다아-. 그래서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오- 야옹."

  “그래?”

 

  칼자르트가 ‘우두둑’ 소리를 지르며 목을 풀었다.

 

  “그렇다면 죽여주마.”

 

  그가 손톱을 치켜세우자, 로웰리는 검지를 흔들었다.

 

  “흐응- 전 조금이라도 평화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런 반응이라니 아쉽군요오-. 따르던 안 따르던 그건 당신의 선택이지만 잘못된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답니다아- 야옹.”

  “말이 많아.”

 

  칼자르트가 피를 뱉고 흑마철극을 꼬나 잡았다. 그는 높이 도약해 로웰리에게 향했다. 맹렬하게 극을 내리찍으려는 순간, 검은 침이 다시 쇄도했다.

 

  “두 번 당하진 않는다!”

 

  칼자르트가 몸을 틀었다. 침이 빗겨나가자, 제비를 돌아 흑마철극을 내리쳤다.

 

 -댕!

 

  경쾌한 금속음이 크게 울려 퍼진다. 검은 철막이 생겨 흑마철극을 막았다. 이내 철막이 나비로 변해 흩어지자, 로웰리의 비소가 드러났다.

 

  “당신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요오- 야옹.”

 

  칼자르트가 뒤로 살짝 물러서고, 그 틈에 핏물이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로웰리는 백 텀블링 하며 몸을 틀었다. 간발의 차이로 핏물을 회피하며 착지했다.

 

  “히잉- 이번 공격은 제법 괜찮네요오-. 야옹.”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시네에게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차가운 얼굴로 카시네는 옅은 비소를 품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불길한 예감이 들어 로웰리가 위를 쳐다보자, 핏물이 허공에서 부유하고 있었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울리고 핏물이 물방울 크기로 흩어졌다.

 

  “고양이 너만 침을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핏방울이 바늘이 되더니 쏟아져 내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로웰리는 나비 떼로 둥근 돔을 형성했다.

  매서운 붉은 비가 돔을 세차게 때리면서 흩어졌다. 이 기세를 몰아 칼자르트가 흑마철극을 내질러 맹공을 이었다.

 

 -챙!

 

  불꽃이 발하면서 둠 표면에 칼날이 미끄러졌다. 그 순간, 뾰족한 돌기가 튀어나와 그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충격으로 살점 덩어리가 찢기고 칼자르트가 뒤로 넘어졌다.

 

  “큭!”

 

  돔이 나비 떼로 변해 흩어지고, 로웰리가 안타까운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전 당신의 협조를 원할 뿐이었는데 말이죠오-.”

 

  칼자르트는 몸을 일으키고 한쪽 송곳니를 드러냈다. 피식 웃음을 짓더니 흑마철극을 바닥에 박았다.

 

  “큭!”

 

  그는 카시네에게 손바닥을 흔들며 곁눈을 흘겼다.

 

  ‘이년은 나한테 맡겨. 안 되겠다 싶을 때 나서.’

  ‘어쩔 수 없군.’

 

  카시네는 팔짱 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지켜볼 심산이다.

 

  “크흐….”

 

  칼자르트가 찢긴 옆구리를 만져 손바닥을 보니, 검붉은 피가 흥건했다. 칼날에 베인 상처와 달리 상당히 깊게 패인 중상이었다.

  울프족의 몸은 엔간한 강철 갑옷보다 더 단단하고 탄탄해서 상처가 쉽게 나질 않는 걸 고려하면 나비 떼는 상상 이상의 힘을 지닌 셈이다.

 

  “원하는 게 내 협조? 웃기는군. 크르르르….”

  “지금이라도 협조해 주신다면 이쯤에서 그만둘 수도 있어요오-. 야옹.”

  “싫다면?”

  “지금까지 보여준 요리보다 더한 걸 보여줄 수도 있어요오-. 지금까지는 본보기 차원에서 보여 드린 것 뿐이니깐 요오- 야옹.”

  “네년도 생체병기겠지.”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아- 야옹.”

  “그럼 말이 필요 없군. 죽여주마.”

  “그 상태로요오-? 야옹.”

 

  로웰리가 팔과 어깨를 들어 조소를 지었다.

 

  “전혀 말이 안 통하니이-. 난감하네요옹-. 그런데 결국 죽기를 작정하셨으니 저도 손속을 두지 않겠어요오-. 야-옹.”

 

  그녀의 눈에 안광이 번뜩이고 미소에 살의가 나왔다. 즐거운 일이 생긴 듯 입이 길게 찢어져 표독스런 섬뜩함이 서렸다.

  흑마철극을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가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칼자르트는 시선을 꽂고 떨떠름한지 고개를 젓는다.

 

  ‘기운 다루는 게 아직 어색하군. 쳇.’

 

  카시네가 상황을 보며 몰래 피를 팔뚝을 통해 흘려보냈다.

  둘의 눈에 광휘가 번뜩였다. 칼자르트가 손톱을 치켜세워 로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비 떼가 물결치며 허공을 맴돈다. 검은 파도가 크게 일더니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강철 돔이 되었다. 그 안에서 로월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해 볼까요오-? 야옹.”

 

 -뎅!

 

  손톱의 섬광이 곡선을 긋자 불꽃이 튀었다. 칼자르트는 돔을 사정없이 후려치며 깨트리려 했다.

  하지만 완력만으로는 힘겨운지 흑마철극을 잡고 강하게 휘둘렀다. `챙챙` 거리는 충격음이 연이어 울려 퍼진다.

  이때, 다시 한 번 돔에서 돌기가 튀어나와 그의 옆구리를 스쳤다. 핏물이 튀면서 육중한 몸이 중심을 잃었다.

 

  “큭!”

 

  칼자르트가 뒤로 밀려 넘어지자, 튀어나온 돌기가 발사되었다.

 

 -칭!

 

  그는 돌기를 쳐냈지만, 여러 개가 날아들면서 팔을 교차해 막았다. 위력이 워낙에 센 탓에 돌기는 팔뚝에 뚫고 허벅지에 박혔다.

 

  “크윽!”

 

  칼자르트가 돌기를 잡자 나비가 되어 흩어진다. 이를 보다 못한 카시네가 나섰다.

 

  “안 되겠군. 내가 나서야겠어. 겨우 그딴 고철로 막을 수 있다 생각한 건 아니겠지?”

 

  목소리에 분노가 서려 있다.

  카시네는 흘러내린 피를 허공에 모으고 있었다. 피가 점차 뭉쳐 강한 불꽃이 일으켰다. 피의 양이 많아지자 불꽃의 크기는 점점 커졌다.

  높이 타오르는 게 보이자 그녀가 손을 휘저어 다량의 피를 뿌렸다.

 

  “엎드려! 칼자르트.”

 

  외침과 동시에 바닥에 엎드리는 칼자르트. 그의 위로 불꽃을 지닌 참격, 수십 개가 돔에 직격했다.

  돔이 두부처럼 썰리자 잘린 부분이 나비로 변하면서 형태를 잃었다.

  예상 밖의 위력에 놀란 로웰리가 급히 몸을 비틀어 공중제비를 돌았다.

  칼날이 휘날리는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자 그녀가 허리를 꺾어 간발의 차로 피했다. 양팔을 벌려 착지한 후 몇 차려 텀블링해서 멈춰 섰다.

 

  “후하아-.”

 

  한숨이 얇게 나오자 나비가 떼를 지어 그녀에게 모여 찰싹 달라붙었다. 나비는 플레이트 아머로 바뀌어 전신무장한 모습으로 변했다.

 

  “무장하기엔 너무 늦은 거 같은데?”

 

  카시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웰리의 어깨에 피가 솟구쳤다. 슈트가 찢어지면서 붉은색으로 물들인다. 나비 일부는 찢겨 땅바닥에 떨어지고 그녀는 몸을 휘청거렸다.

 

  “생각보다 강하시군요오-. 조금 얕잡아본 건 사과드리겠습니다아-. 그런데 이건 생각 못 했을걸요오-. 제가 조종하는 나비는 진화할 수 있답니다아-. 그리고 조절이 가능하지요오-. 야옹.”

 

  로웰리가 어깨를 부여잡고 조소를 띄웠다. 그녀의 눈에서 빛이 발하고 플레이트 아머가 나비 떼로 바뀌어 흩어졌다.

  나비의 날개가 은색으로 바뀌고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옅은 은빛 가루가 뿌려지면서 안개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설마 미스트릴 나비?!”

  “제대로 보셨네요. 야옹.”

 

  카시네는 한눈에 어떤 나비인지 알아보더니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산 광물지대에 서식하는 미스트릴 나비는 광물의 정기를 빨아먹고 사는 나비인데, 그중 은의 정기를 가장 좋아했다.

  은의 기운은 뱀파이어뿐만 아니라 늑대인간에도 독이 되는 속성이었다. 중독될 경우 몸이 마비되어 한동안 움직이질 못하게 된다.

  더군다나 미스트릴 나비는 진화가 가능한 몇 안 되는 곤충이다 보니 어떤 능력이 있는지 파악이 되질 않았다.

  나비 떼가 카시네를 향해 움직였다. 반짝이는 빛물결이 작은 바늘이 되어 쇄도하자, 그녀는 급히 붉은 장막을 쳤다.

  이번엔 장막을 뚫지 못하고 바늘이 튕겨 나가 나비로 변했다.

 

  “제길.”

 

  카시네는 분한 얼굴로 붉은 구를 만들어 자신을 보호했다. 은의 기운이 뿌려진 이상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로웰리는 빙긋 웃으며 칼자르트를 향해 다가섰다.

 

  “이 정도면 당연히 못 움직이시겠죠오-. 야옹.”

 

  나비 몇 마리가 그녀의 손을 맴돌더니 순식간에 칼로 탈바꿈했다.

 

  “저년이!”

 

  칼자르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은빛 가루를 뒤집어쓴 데다, 상해로 인해 은이 흡수되어 마비증세가 온 것이다.

 

  “참 오래 버텼지만 저하곤 상극이네요오-. 야옹.”

 

  그의 허벅지에 난 상처에 로웰리가 검을 찔렀다. 하지만 돌덩이를 찌른 듯 한 느낌이 오면서 칼날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녀는 있는 힘껏 힘을 짜보지만 단단한 피부를 뚫지 못했다.

 

  “뭐 하는 거냐?”

 

  이때, 금빛의 반사광이 번뜩이면서 칼자르트의 오른팔이 로웰리를 향해 뻗었다. 손쓸 틈도 없이 손바닥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 들어 올렸다.

  로웰리는 몸이 들리자 부르르 떨었다. 가녀린 팔로 두들겨 보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옥죄는 통증에 아랫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풀었다.

 

  “끄으으…끄아아윽!”

  “난 능력만 믿고 깝죽거리는 새끼들을 젤 싫어.”

 

  중상해 입은 몸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칼자르트의 기력이 살아있었다. 악력이 강해지자 고통에 찬 신음이 길게 늘어졌다.

  참다못한 로웰리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칼자르트!”

 

  칼자르트의 귀에 카시네의 목소리가 격통과 동반되어 들어왔다. 그 순간, 시퍼런 은검 두 자루가 그의 배를 뚫고 튀어나왔다.

  그는 피식 웃더니, 검 끝에 묻은 피를 맛보며 칼날을 강하게 쥐었다.

 

  “어차피 나비는 나비!!”

 

  손에 유혈이 맺히면서 힘줄이 새겨졌다. 뚫린 몸의 고통에 왼팔에 힘을 가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지 은검은 나비로 변해 펄럭였다. 눈앞을 몇 차례 맴돌더니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칼자르트는 손아귀의 힘이 빠져나간 듯 로웰리를 놓았다. 뚫린 배를 보며 거칠게 숨을 고른다. 몸이 굳어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로웰리가 몸을 휘청거리며 기분 나쁜 비웃음을 흘렸다.

 

  “키히히히히! 은의 효과가 바로 나오는군요오-. 마비의 효과가아-. 야아옹.”

  “제길.”

  “천천히 가지고 놀아드리지요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마비때문에 덜 아플테니깐요오-야옹!!”

 

  육구를 지닌 손에서 손톱이 튀어나왔다. 로웰리가 사라지고, 잔상이 그의 어깨를 찢었다. 여러 번 스쳐 지나갈 때마다 털이 흩날린다.

  로웰리는 어느새 칼자르트의 뒤에 있었다. 혈흔이 묻은 육구를 핥으며 돌아보는 눈이 길게 째져 섬뜩하기만 하다.

 

  “당신만 육탄전 능한 게 아니랍니다아-? 야-옹.”

 

  잔상이 몰아치고 칼자르트는 등이 긁힌 걸 느꼈지만 노려보는 걸 빼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그녀가 품은 비소가 커졌다. 할짝할짝 피를 핥아대는 모양새가 맛을 즐기는 투다.

 

  “죽지 않게만 해드릴께요. 야옹.”

 

  호선을 긋는 손이 칼자르트를 사정없이 후려쳐 피가 사방으로 튄다. 상처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살점도 떨어져 나갔다.

 

  “비명 한번 질러야 재밌는데 소리 한번 안내다니 재미가 없네요. 이제 좀 질리니 끝을 봐야겠지요? 야옹-.”

 

  로웰리가 몸을 털고 다시 나비를 모았다 은빛 가루가 눈처럼 내리며 안개를 이룬다. 바닥에 떨어진 나비들이 되살아나 골목을 배회했다.

  칼자르트가 곁눈으로 카시네를 확인하자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로웰리가 지었던 섬뜩한 미소이다.

 

  “끝 보는 건 동의한다. 묘, 인, 족. 물론 니가 사냥당할 운명이란 건 변함이 없지만.”

 

 -두둑.

 

  뼈 소리가 울리고 순간적인 풍압이 일었다. 힘줄 새긴 주먹이 공기를 갈라 로웰리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강력한 타격과 함께 파동이 퍼져 몸을 뒤흔들었다.

 

  “컥!”

 

  예상치 못한 타격에 로웰리가 눈에 동그랗게 떴다. 입가가 피를 뿜더니 이내 초점이 사라졌다.

  머리칼이 검은색으로 바뀌고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바닥을 몇 차례 구른 후에야 완전히 널브러졌다.

  칼자르트역시 주먹을 내지른 직후, 완전하게 마비되어 입을 제외하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은가루가 바닥에 내리 앉자 카시네가 붉은 구체를 터뜨리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기 많은 것도 탈이네.”

  “그러게 말이야 큭큭.”

 

  칼자르트도 자신의 상태가 어이없었는지 헛웃음을 자아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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