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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다의 왕이라는데요?
작가 : 윤소언
작품등록일 : 2020.7.31

전생, 바다의 왕이었던 남자가 최고의 헌터가 되기까지.

 
9화. 정점들 - 뒤바뀐 연 (대리) 편
작성일 : 20-08-11 18:57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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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정점들 - 뒤바뀐 연 (대리) 편

 

 “으아악!”

 “깜짝아!”

 

 눈을 떴다. 아니, 눈이 떠졌다.

 조금 전까지 나는 ‘거친 지느러미’의 정점, 올가포와 생사를 건 결투를 벌였고 간신히 승리했다.

 떨어진 팔을 움직이고, 피를 응고시키는 창의력이 없었다면 눈이 돌아간 상어대가리에게 반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방금 봤던 환상이 그런 내용이라 더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아무튼, 그 뒤로 기절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

 “……왜, 왜 그러세요?”

 

 눈을 떠보니 서현이 굉장히 이상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오싹.

 솔직히 폭주하는 올가포보다 말 없는 서현이 더 무서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

 

 부담돼!

 무슨 말이라도 하던가.

 갑자기 눈을 뜨니 낯선 여자가 보고 있는 상황이라니.

 

 “어라?”

 

 잠깐만.

 두 손?

 

 “분명….”

 

 마지막 기억에는 양팔이 잘려 나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흐느적거렸는데?

 그로 인한 과다출혈로 기절했으니까 분명했다.

 

 “부상이 심해서 고쳐놨어…… 요.”

 “아.”

 

 서현이 우물쭈물 말했다.

 이전에는 말을 굉장히 세게 했었는데, 지금 건 되게 어색했다.

 나도 괜히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돼.

 나는 억지로 팔을 크게 돌렸다.

 …오. 이건 제법.

 

 “고마워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완벽했다. 잘린 부위는 물론이고 금이 간 뼈, 자잘한 상처가 모두 나았다.

 잘려 나간 팔을 이렇게 후유증 없이 치료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나는 단순히 피를 자극해 재생 능력을 높이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자칫하면 이상하게 붙어서 기형이 될 확률도 있었다.

 물론 차분히 치료하면 문제없겠지만, 보통 일이 아님은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서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여긴….”

 

 살짝 말을 트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그제야 주위를 살펴본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내 방이… 에요.”

 “…….”

 

 어라. 내가 말을 잘못 들었나?

 

 “뭐라고요?”

 “제… 방이라고요.”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왜… 왜죠! 제가 왜 서현 님의 방에?!”

 “…….”

 

 서현은 고개를 돌렸다.

 뭔데 그 묘한 반응은!

 장담컨대 아무 일도 없었다!

 …………….

 ……없었나?

 …없었겠지?

 …….

 뭘 실망하고 있는 거냐, 나는.

 애초에 우리는 종이 다르…….

 추하다. 그만하자.

 

 “저기… 요.”

 “네?”

 

 서현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파르르 떠는데 저거 혹시 내가 침대를 뺏었다고 화내는 건 아니겠지?

 그나저나 바닷속에도 침대가 있구나. 신기하네.

 

 “…당신은 우리들의 왕이… 에요. 그러니 말을 낮춰주세요.”

 “…….”

 

 내가 말을 낮추는 건 어렵지 않은데, 너는 높이는 게 되게 힘들어 보인다?

 

 “그래. 그게 싫다면 그럴게.”

 “휴.”

 “그럼 너도 말 놔.”

 

 갑작스러운 제안에 두 눈이 동그래진 서현.

 서현은 제가 어떻게… 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알겠어. 후. 되지도 않는 존대를 하려니 혼났네.”

 “…우와. 태세 전환이 삼단 부스터급.”

 “뭐래?”

 “아냐. 혼잣말이니까 신경 쓰지 마.”

 “역시 인간은 이상해.”

 

 존댓말 때문에 끙끙대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말을 놓은 것뿐인데 서현의 표정과 행동에서 어색함이 사라졌다.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던 거야.

 

 “…하긴.”

 

 이들에게 왕은 가장 강한 존재를 의미했다.

 강하다는 건 언제든지 남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처음부터 노력했어야 하지 않아?

 만에 하나 내가 폭군이었다면 너는 참수형이거든?

 너 처음에 되게 무서웠어. 아직 인정 못 한다고 막말도 하고 말이야. 올가포랑 말다툼하는 걸 보고 식은땀이 다 나더라니까.

 그리고 이제는 진짜 왕이거든?

 그런데 왜 그렇게 편하게 대하는 건데.

 

 “왜. 뭘 봐.”

 

 ……그냥 타고난 성격이 저런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나를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뭐야?”

 

 서현은 고개를 돌렸다.

 

 “심하게 다쳤길래.”

 “그럼 치료가 끝나고 내보내도 됐었잖아.”

 “…….”

 “아하!”

 

 알겠다.

 이 여자… 거짓말할 때는 눈을 맞추지 못한다.

 이곳은 서현의 방이다.

 온샘가온의 왕궁, 그 안에 위치한 곳으로 주위에 느껴지는 다른 생명은 없었다.

 즉.

 

 “나에게 할 말이 있구나?”

 “…….”

 “그렇지?”

 

 대충 예상은 됐다.

 새로운 왕에게 할 말이 무엇일까?

 함께 나라를 잘 다스려보자, 라는 이야기이거나.

 뭘 하면 어떤 걸 얻을 수 있는데 자기도 좀…, 같은 속물적인 주제도 있을 수 있다.

 거기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속도와 순서다.

 누구보다 먼저 접근해서 입을 맞춰놔야 남들이 끼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거기다 이제 막 왕이 된, 그것도 세상 물정은 쥐뿔도 모르는 외지인일 경우 먼저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기우는 법이었다.

 거기다 서현 정도라면 미인계로 활용될 여지도 충분했다.

 

 “아니. 없는데.”

 

 ……솔직히 저 성격으로 미인계는 무리 같지만.

 

 “아니. 있잖아.”

 “없어.”

 “에이. 있으면서. 부탁할 거. 나한테. 왕한테. 직접. 단둘이서만 해야 하는. 남이 들으면 안 되는. 그런 거.”

 “어, 없다니까!”

 “부끄러워하기는. 뭐가 갖고 싶은데? 내가 뭘 해줬으면 하는데? 말해봐. 혹시 몰라? 인간인 나는 이곳에서 가장 나와 비슷한 너와 너희 종족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을지?”

 

 실제로 호감이 있긴 하다.

 ……서현이 아니라 인어라는 종족에게.

 인어는 상반신만 보면 정말 인간과 똑같이 생겼다.

 물고기, 문어, 해파리 같은 애들만 가득한 이곳에서 유일하게 나의 종 정체성을 상기시켜주는 종족이었다.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만 만나도 반가운데, 다른 세계에서 인간(과 유사한)을 만나면 얼마나 반갑겠어.

 

 “듣고 있어.”

 “…….”

 

 서현의 눈썹이 떨렸다. 입을 일자로 굳게 다문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솔직히 말할게. 부탁이 있어.”

 “응.”

 

 처음부터 정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이었다.

 서현의 부탁이 무엇이든 간에 노력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어머니를 구해줘.”

 

 너무나 충격적인 부탁에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 *

 

 세 번째 면담.

 ‘뒤바뀐 연’의 정점 대리 서현.

 ‘뒤바뀐 연’은 인어족들을 통칭하는 단어였다.

 서현은 현 정점이자 아버지 ‘에밀’을 대신하여 인어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서현은 차를 따르며 고민을 정리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렵사리 부탁하는 그녀의 감정은, 입 밖에 내기 전부터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왕.”

 “김해류. 해류라고 불러.”

 “…해류. 짧게 말할게. 길게 하면 다 때려 부술 것 같으니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에밀은 대지에서 활동하다 연락이 끊겼어. 그래서 현재 내가 대리를 맡고 있지. 그리고 어머니, 도다님은….”

 

 서현의 찻잔이 떨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현재 아쿠아니스트에게 감금 당하고 있어.”

 “…뭐?”

 

 아쿠아니스트.

 바다, 수중 생물이 세계 최고이며 대지나 하늘의 종족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사상 집단.

 올가포가 그 집단의 간부였으며, 대부분의 아이가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사상에 빠진 것은 소수였다. 나머지는 그저 위에서 하니까 나도 해야지, 라는 반응이었다.

 부우깅스의 말에 따르면 그 집단 안에서도 온건파와 과격파가 나뉘어 있었다.

 

 “아쿠아니스트의 과격파, ‘노아’는 대지를 물로 뒤덮어 세상을 정화해야 한다는 놈들이야.”

 “그런 놈들이 어머니는 왜?”

 “…그건 설명하자면 긴데.”

 

 서현은 육포를 씹듯이 설명해 주었다.

 말에서 느껴지는 분노에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레비 전하를 끌어내린다는 계획은 알고 있었지?”

 “그렇지.”

 “끌어내리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혐오, 그들을 옹호하는 레비에 대한 반발심이지.”

 “정확해. 그래서 레비 전하를 끌어내린 다음… 그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

 

 부우깅스에게 들었다.

 레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왕에 근접한 존재였다.

 해신의 축복과 신체 능력은 어지간한 정점들은 씹어먹을 정도로 강했다.

 그를 끌어내리려면 힘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철저히 준비했다.

 내가 등장하는 바람에 계획이 뒤틀려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방치했다면 레비도 위험했을 거라는 게 부우깅스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만약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그렇다면 목적을 완수한 힘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전쟁.”

 “맞아. 노아는 인류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 중이었어.”

 

 바다와의 전쟁.

 인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장 위험한 적을 자극하고 있었다.

 

 “전쟁에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물자겠지. 무기, 방어구, 먹을 거… 등등.”

 “그래. 그중에 무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게 우리 인어들이야.”

 “…잠깐. 말이 이상한데? 너희가 준비하는 게 아니고, 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그래.”

 

 서현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하얀 손톱이 붉게 물들었다.

 

 “인어의 눈물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어?”

 “어… 상처가 낫는다거나… 뭐, 이것저것 다양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물론 정확한 정보는 아니고 그동안 내가 봐온 각종 매체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맞아. 인어의 눈물은 상처를 회복시키기도 하고, 수명을 늘려주기도 해.”

 “…….”

 “그리고 바닷속… 강철을 두드리기에 부적합한 환경에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소모품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네 말은….”

 

 서현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칼날 같아서…

 

 “맞아. 우리는 착취당하고 있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 * *

 

 우리는 바로 장소를 옮겼다.

 

 “저기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쿠르크바스를 통과한 뒤, 나와 레비는 커다란 해저화산을 빙 둘러서 지나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저 해저화산은 제 3관문의 역할보다는 아란국의 각종 도구를 생산하는 대장간의 일을 했다.

 

 “아무래도 광물을 녹이려면 뜨거워야 하니까.”

 “대지에서는 불을 피우면 되지만, 여기서는 불가능하지.”

 

 거기다 고열에서 버틸 수 있는 종이 몇 없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인어의 눈물….”

 

 인어의 눈물은 일정 시간 동안 회복 속도를 높여주고, 피부 위로 얇은 보호막을 만들었다.

 그것이 없으면 바다 대장장이들은 일하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물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으아아아악!

 꺄아아아악!

 

 “……하.”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이었다.

 화가 났다.

 감정이 역류해서 온몸이 떨렸고, 심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했다.

 나는 눈을 부릅뜬 서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눈이 마주쳤다.

 이 순간, 우리의 감정은 일치했다.

 

 “그래서 그 새끼들이 어디에 있다고?”

 

 바다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동포를 괴롭히는 정신 나간 놈들을.

 

 “지워버리든가 해야지.”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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